인쇄 기사스크랩 [제788호]2013-02-08 14:47

서울2013 3.서울 먹거리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미식천국

글 싣는 순서

1.서울 객실 현황 - 늘어나는 객실 vs 활용도는 글쎄?

2.서울 신규 볼거리 - 싸이는 가도 강남스타일은 남았다

●3. 서울 먹거리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미식천국

 

 

‘All about Seoul!!’

 
광장시장 빈대떡은 1996년부터 맷돌로 직접 간 녹두를 사용해 전을 부치고 있다.
 

전통 시장에서‘서울의 먹거리’를 찾다!

 

싼 가격·다양한 먹거리로 관광객 유혹

관광인프라, 환대서비스 통역은 부족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일천만 관광객이 선택한 관광대국으로 성장했고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있다. 수많은 외국인관광객들은 서울의 볼거리와 먹거리, 살거리들에 열광한다. 특히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음식은 가장 흥미로운 요소 중에 하나다.

그중에서도 오랜 시간 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온 시장통 먹거리는 관심과 호기심의 대상.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부터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과 더불어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장 먹거리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최근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서울전역의 재래·전통시장을 돌아보는 ‘전통시장 노선’을 추가해 인바운드 여행객의 한국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시장 또한 관광객 편의시설과 외국어 메뉴판, 환대서비스 교육 등 시장 활성화를 비롯해 시장 먹거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본지는 직접 서울의 광장시장, 남대문시장, 통인시장, 공덕시장 총 네 개 시장을 방문해 입소문이 자자한 시장통 먹거리를 체험했다. 지금부터 가격도, 서비스도 천차만별인 시장 먹거리 천태만상을 소개한다. 신년기획기사 ‘All About Seoul’은 ‘3편 서울 먹거리’ 편을 끝으로 연재가 종료된다.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진짜 서울의 맛이 그립다”


당면과 채소로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남대문시장의 야채호떡.

 

최근 서울에서 오랜 기간 전통을 이어온 ‘맛 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동네 빵집, 동네 음식점이 사라진 서울에서는 전국어디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체인점으로 ‘맛 평준화’가 된 지 오래. 그러나 아직까지 그 모습 그대로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의 전통시장.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의 변화는 있었지만 과거, 처음 만들어질 적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최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돌아서고 있다.

남대문시장 주변에도 서울역 롯데마트를 비롯해 갤러리아, 신세계, 롯데백화점 내 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포진해 있다. 전통시장이 종합안내소와 주차시설을 마련하고 간판과 진입로를 개선하는 등 대형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인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공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재래시장 수는 2003년 1695곳에서 2010년 1517곳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기업형 슈퍼마켓은 234개에서 866개로 급증했다. 편하고 잘 정돈된 것을 쫓아 떠나는 것은 누구도 비난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통시장에는 아직까지 오랜 시간을 버텨온 ‘서울의 먹거리’가 남아있다는 것.

광장시장의 한 상인은 “시장 매출은 예전만 못한지 오래지만 요새는 시장이 새로운 관광목적지로 떠오르면서 물건 구매 보다도 시장의 다양한 먹거리를 맛보러 오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최근 시장이 물건을 사고 파는 것보다 관광 중심의 먹거리 판매로 유지되고 있음을 밝혔다.

 

“전통시장 먹거리, 관광객을 유혹하다”

 

공덕시장 전 골목에서 모둠 전을 고르면 인근에 위치한 가게로 들어가 먹을 수 있다.

 

서울에 위치한 전통시장 중에는 특정 먹거리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 여러 군데 있다.

대표적으로 광장시장의 빈대떡, 마약김밥, 순대, 육회, 남대문시장의 야채호떡과 시장칼국수, 갈치조림, 통인시장의 시장뷔페, 공덕시장의 족발과 모둠전 등이다.

▲광장시장은 이미 일본인들 사이에서 서울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장 주변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경비를 절감하려는 젊은 관광객들 사이에선 전통시장의 싸고 맛있는 먹거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광장시장의 빈대떡은 직접 담근 김치와 숙주나물이 들어가 특유의 식감과 바삭함, 두툼한 두께를 자랑한다. 마약김밥은 마약처럼 먹을수록 당긴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단무지와 당근, 부추로 속을 채운 꼬마김밥을 겨자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마약김밥. 알싸한 겨자향이 식욕을 돋군다.

광장시장의 순대는 크기와 굵기가 상당하다. 아기 팔뚝만한 순대 속은 찹쌀이 들어가 금방 배가 부르다. 육회는 그날 작업한 소고기를 바로 썰어 양념한다. 육회에 배, 부추, 양파를 더해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채소육회나 고기 자체의 맛을 살린 육사시미, 생간 등이 인기다.

▲남대문시장의 야채호떡은 호떡 반죽에 잘게 다진 잡채를 넣어 튀긴 것으로 수제 간장소스를 발라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남대문시장에서 유명한 골목으로 칼국수 골목과 갈치조림 골목이 있다. 시장칼국수는 걸쭉한 멸치국물에 직접 밀어 썬 굵은 국수 면이 특징이고 갈치조림 골목은 88올림픽 당시 남대문 시장의 ‘희락 갈치조림’이 유명세를 타면서 같은 골목의 가게들이 모두 갈치 집으로 바꾼 것이 골목의 시초다. 통통한 갈치에 매콤한 양념이 자작하게 졸여져 밥을 비벼 먹어도, 그냥 먹어도 맛있다.

▲공덕시장은 족발과 전으로 유명하다. 이미 여러 차례 방송에 소개되며 족발과 전이 사이좋게 골목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은 저렴하고 종류가 다양해 늦은 저녁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통인시장에는 시장 명물 ‘도시락 카페’가 있다. 시장 입구에 위치한 도시락 카페를 찾아 도시락통과 현금을 엽전으로 환전한 뒤 시장 곳곳의 ‘도시락 카페 가맹점’ 표시가 있는 반찬가게에 방문해 먹고 싶은 대로 반찬을 골라 도시락을 채우면 된다. 반찬 가격은 대부분 오백 원에서 천원으로 오천 원이면 푸짐한 도시락을 만들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맛’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

 

남대문시장 관광안내소는 안내지도를 직접 들어가서 부탁해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먹거리로 넘쳐나는 시장은 익숙한 맛을 찾아 온 국내 인을 비롯해 한국의 전통시장과 서민음식을 체험하러 온 외국인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광장시장은 노점 최대 취약점인 식사공간의 부족과 어수선한 주변상황 때문에 맛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특히 가게마다 내놓은 테이블과 의자들 때문에 시장 통이 좁아 사람들의 이동에 불편이 많았다. 또한 가격표시가 제대로 돼있지 않은 탓에 계산할 때서야 가격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몰리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해 주문에 착오가 생기고 손님의 요구를 무시하는 등 서비스 수준이 낮았다. 두 번째로 방문한 남대문시장은 한국 대표 전통시장답게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때문에 길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으나 골목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광안내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안내소는 물량 부족을 이유로 안내책자를 배치해 놓지 않았으며 안내소 주변은 쓰레기봉투로 둘러싸여 지저분한 이미지를 풍겼다. 실제로 쓰레기통이나 화장실과 같은 기본적인 시설은 찾기 힘들었다. 입소문난 먹거리인 야채호떡은 노점상인 관계로 시장 지도에 표시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찾아가 먹더라도 1평짜리 소규모 노점이다 보니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호떡을 사먹는데 최대 30분까지도 소요된다. 칼국수 골목은 친절도가 최악이었다. 성의 없이 말을 툭툭 내뱉거나 손님의 요구에 대답을 잘 하지 않는 등 모든 손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또한 2인에 칼국수 한 그릇은 안 된다며 단박에 거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남대문시장의 거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골목 곳곳에는 담배를 피는 상인들과 큰 골목 중간을 떡하니 차지한 수많은 노점 때문에 시장통 바닥은 전깃줄로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하늘에는 2012년 7월1일부터 가격표시제를 시행한다는 현수막이 펄럭였지만 실제 노점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점에서 가격표시를 찾아 볼 수 없는 등 명성에 비해 형편 없는 모습이었다.

공덕시장은 족발과 전 골목 모두 음식이 사람이 지나다니는 골목에 배치돼있어 비위생적이었다. 또한 시장 상인들의 호객행위가 심해 골목을 지나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 그러나 막상 자리에 앉으면 호객 할 때와는 달리 서비스가 좋지 못한 것이 반전이다. 이 처럼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은 아직도 성행되는 바가지요금, 낮은 서비스, 불편한 인프라 등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에 밀리고 인바운드 여행사에 외면당하고 있다.

현재 전통시장의 부활을 위해 시장상인과 관광공사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정작 고쳐야 할 것들은 여전히 넘쳐난다. ‘서울의 맛’을 파는 시장과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함께하려면 무엇보다 맛을 찾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곧 것이 서울의 맛을 지키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