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29호]2014-01-10 15:14

<르포>“똑똑똑, 혹시 남는 빈 방 있어요?”

외래객 겨냥 게스트하우스 이대로 괜찮을까

성비수기 요금 편차 심하고 서비스 낙후 여러 곳

서울 소재 550곳 넘어, 제주도는 이미 포화상태, 질적 관리 시작해야
 

 

[게스트하우스의 변신은 무죄]

게스트하우스가 한 걸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었다면 최근 들어 ‘숙박+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는 것. K-POP, K-FOOD 등 한류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방한 외래관광객이 점차 증가하자 이들을 수용하는 게스트하우스 또한 성격을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래관광객 수는 1,100만명을 넘었고 2013년에는 1,200만명을 넘어섰다.

더불어 오는 2015년에는 이 숫자가 약 1,380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외래관광객들이 증가하자 서울 종로나 인사동 같은 관광특구는 물론 신촌, 홍대, 여의도, 김포공항 근처 등에 새로운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고 있다. 이태원, 논현, 청담, 역삼동, 삼성동 같은 강남 부근에도 아파트/오피스텔 형태의 게스트하우스들이 차례로 문을 열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게스트가 잠을 자는 공간, 즉 민박을 뜻하는데 한국의 경우 좀 더 친밀하고 서비스가 좋은 곳이 많다. 6인 침대와 공동 세면장/화장실이 기본 옵션인 해외 게스트하우스와 달리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는 2인실, 4인실 심지어 비즈니스 호텔 수준의 1인실을 갖추고 있는 곳도 많다. 1~5만원까지 저렴한 가격에 잠을 자고 간단한 조식을 이용할 수 있는 여행자 숙박 시설이 한국에서는 ‘모텔+콘도’의 중간 개념으로 확장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호응이 높은 한옥형 게스트하우스는 숙박 뿐만이 아니라 공연, 다도, 김장 만들기, 한복 입기 같은 전통적인 즐길거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점차 업체수가 늘어나자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인데 게스트하우스의 고향인 유럽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업모델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사후 관리는 글쎄]

실제 게스트하우스 숫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 밀집해 있던 게스트하우스는 서울은 물론 부산, 경주, 대전, 제주도 등 지역 곳곳에 퍼졌다. 이 중 제주도는 이미 게스트하우스/민박이 포화 상태라는 지적일 정도로 한 집 건너 한 집이 게스트하우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수기에는 6,7만원은 물론 10만원까지 올라가는 방 가격이 비수기 평일에는 4천원, 5천원일 정도로 가격 차이가 심하다. 서울 시내 게스트하우스 또한 마찬가지. 평일에는 1,2만원인 게스트하우스가 주말 혹은 성수기에는 15만원까지 인상되는 등 가격과 환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소위 주인 맘대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영업이 유지되고 있다.

양적 확대에는 서울시도 한 몫을 했다. 지난해 1월부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지정제도’를 시행하면서 게스트하우스 전환을 유도한 것.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약 230여개에 불과했던 서울 내 게스트하우스는 9월 들어 329곳으로 확대됐고 2013년 연말에는 무려 550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촌과 홍대 등 번화가에 자리한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는 이 기간 새롭게 건설되거나 사업 형태를 바꾼 곳이다.

 

[외국인 전용? 내국인 전용? 혼합?]

여의도 근처에서 4년 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현실에 아쉽다는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최근 2~3년 사이 게스트하우스 업계가 많이 변했다. 기업 자본이 들어서고 오로지 수익을 목표로 하는 업자들이 시내에 여러 개의 건물을 임대해 무조건 손님만 받는 등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체성의 문제는 심각하다. 원래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 전용이지만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들은 성수기를 제외하면 내국인을 통해 수익을 얻어내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하루 숙박이 가능한 만큼 번화가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다 잠을 자는 휴식 장소로 인식된 것. 여러 명이 모여서 한 방에서 소란스럽게 노는 경우도 허다할 정도로 게스트하우스 본연의 목적을 잃고 있는 것이다. 단기 체류 숙박시설인 레지던스와의 경쟁에서도 힘을 잃고 있다. 서울시내 레지던스는 약 30여 곳.

게스트하우스와 마찬가지로 등록을 하지 않은 소규모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는 게 서울시의 추산이다. 일반 호텔에 비해 요금이 저렴하고 취사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도 선호하는 숙박시설이 바로 레지던스다. 레지던스들이 가격을 인하하고 외국인 여행객들을 위한 특전을 마련하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면서 소형 게스트하우스들의 운영 상황은 더욱 힘겨워지고 있다. 결국은 빈부차의 연속이다. 진화하는 대형 게스트하우스와 아예 내국인을 위한 모텔로 추락하는 소형 게스트하우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세심한 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9시에 불이 꺼지는 당신은 모텔인가요?”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를 맞아 분위기가 들떴던 지난해 12월, 취재차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자 먼저 온라인 상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워낙 하우스가 많아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지만 지나치게 이용 후기가 많거나 방송 등 미디어에 너무 노출된 곳은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 신촌과 강남 등에 새로 생긴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더불어 예약 후 취소 등 고객 서비스를 확인하기 위해 종로에 위치한 한옥 게스트하우스까지 총 3곳에 대기자 이름을 올렸다.

예상은 했지만 12월24, 25일에 방을 구하는 것은 어려웠다. 소위 대목이라 불리는 시즌 탓도 크겠지만 특별한 날을 보내려는 내국인 수요가 넘쳐났던 것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들이 외국인 유치보다는 내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스트하우스마다 예약 방법은 모두 달랐다.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재빨리 입금을 해야만 가능한 곳, 우선 문자로 숙박 일과 이름을 요구하는 곳, 혹은 전화를 원하는 곳도 많았다. 가능한 많은 게스트하우스 게시판에 문의 글을 남겼는데 신기한 것은 규모가 작은 게스트하우스 일수록 회신이 빨랐다는 점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12월29일 일요일 방을 예약하고 세 곳 중 두 곳에는 취소 문자를 남겼다. 한 곳의 경우 취소 문자를 보낸 즉시 계좌번호를 요구했고 이내 환불된 금액은 입금됐다. 말투가 그리 친절한 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속도는 빨랐다. 나머지 한 곳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게시판에 비밀글을 남기고 다시 문자 두 번, 끝으로 전화 한 통을 더 하고 나서야 돈을 챙길 수 있었다. 한국인 조차 이렇게 환불이 어려운데 만약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었다면 상황이 어땠을까?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입안이 깔깔했다.

2013년 12월29일 신촌에 위치한 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광고 문구처럼 신촌과 홍대를 가로지르는 중심부근에 자리해 있어 입지 조건은 비교적 탁월했다. 조금만 걸어가면 주변에 놀거리나 유흥거리도 많았다. 그러나 홈페이지 상에 게재된 지도만을 갖고 게스트하우스를 찾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나름 잠입취재를 들키지 않으려고 캐리어까지 챙겼으니 말 다했다. 기자가 길치임을 200% 감안해도 골목 중간중간 이정표가 없고 안 쪽에 자리해 있어 같은 골목을 뱅뱅 돌아야 했다. 심지어 근처에 편의점이나 그 흔한 커피숍 하나 없어 길을 물어보기도 힘들었다.

내가 외국인이라면? 난생 처음 한국을 찾아서 어렵사리 신촌까지 온 여행객이 과연 골목을 누빌 정도로 체력이 남아있을까? 외국의 게스트하우스 역시 골목 끝에 깊숙이 자리한 경우도 허다하고 가는 길이 험한 곳도 많지만 골목이 캐리어를 끌기 힘든 수준은 아니다. 더욱이 이정표는 작게라도 주변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서자 (주인인지 아르바이트인지 잘은 모르지만) 하우스 담당자가 인사를 건넸다. 캐리어를 끌고 온 탓에 아마 기자가 외국인 혹은 교포인줄 알았나 보다. 한국말로 말을 붙이자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니 그걸로 끝. 방을 안내하고는 여행정보는 알려줄 생각도 안했다.

게스트하우스 이용 가격은 대부분 4,5만원 수준. 주말임에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룸에 따라 화장실(욕실)이 붙어있을 경우 가격이 더 높은 것은 애교다. 2인 기준 룸에 짐을 풀고 누웠는데 일반적으로 여행자들이 머무는 게스트하우스와는 많이 달랐다. 모텔이나 누군가의 집에 잠시 방을 빌리고 들어온 것 같은 이질감.

화장실이 딸려 있어 좋기는 했지만 서울 시내 모텔과 차이점이 뭘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화장실은 깨끗하고 가격에 비해 시설도 나쁘지 않았지만 뜨거운 물은 잘 나오지 않았다. 방 청결상태도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딱히 좋은 수준도 아니었다. 침대 밑에는 먼지가 많았고 이불과 베개에는 눅눅한 냄새가 났다.

귀동냥을 통해 취재 소스라도 얻을 겸 밖으로 나갔지만 아뿔싸 거실에는 불이 꺼져있었다. 분명 8시도 안 된 시간인데, 알고 보니 그날 숙박한 이용객들이 워낙 적어 아르바이트 직원은 이미 퇴근했고 주인들은 자신들의 살림집에 일찍 올라간 것이었다. 거실에는 <12시에는 소등합니다.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행동은 지양해 주세요>라고 분명 써있었는데, 8시에 불을 끌 정도로 내가 불편함을 주기라도 한 걸까? 그대로 방에 올라가 찝찝한 침대에 누웠는데 과연 정말 게스트하우스에 온 것인지 지방 소재 모텔에서 잠이 드는 건지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4만원과 그렇게 슬프게 작별했다. 과거 출장 차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일부러 시간을 내서 파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이틀 정도 머문 적이 있다. 시설도 낙후했고 1인룸은 당연히 없고 화장실과 욕실은 모두 공용이었지만 깨끗하고 정갈했다. 밤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여행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영어를 못해도 불어를 못해도 낭만적인 밤은 강물처럼 잔잔하고 즐겁게 흘렀다.

여행자가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단 저렴한 가격 때문은 아니다. 게스트하우스는 돈으로는 쉽게 살 수 없는 여행의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다. 한국의 게스트하우스, 특히 서울 도심 부근의 게스트하우스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뭔지, 왜 그리 일찍 불이 꺼지는지 새삼 깨달은 하루였다.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지정기준]

▲도시민박 운영 희망 주택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도시지역에 위치할 것

▲건물의 연면적이 230㎡ 미만일 것(면적은 사업자가 실제 거주하는 곳(방)을 포함하며, 해당 거주지를 분리해 일정 면적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 수 없음)

▲해당 주택이 건축법에 따른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또는 다세대주택 중에 하나에 해당할 것(업무용 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은 제외)

▲공동 주택의 경우 <공동주택관리규약>에 위반되는 사항이 없을 것

▲외국어 서비스가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을 것(운영자 또는 함께 거주하는 세대원 중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안내가 가능할 것)

▲외국인에게 한국 가정문화를 체험하게 하기 위한 위생 상태를 갖추고 있을 것

●문의 :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과(02-3704-9755)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신청 절차]

▲(지정신청 대상)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지정을 받고자 하는 자는 구청장에게 신청서와 다음의 각 서류를 첨부해 제출(신청인의 성명,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서류, 시설의 배치도 또는 사진 및 평면도)

▲(수수료) 신청서 제출 시 2만원의 수수료 납부

●문의 : 주소지 관할구청 관광관련 부서(http://stay.visitseou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