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3호]2014-04-25 14:56

[창간기획] 인천공항 3일

인천국제공항 1Cm를 찾아서

만남과 헤어짐, 웃음과 울음 반복되는 공간

공항만큼 설레고 마음이 두근거리는 공간이 또 어디 있을까?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면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그 찰나의 시간이 주는 설렘이 가장 크고 높을 것이다.

공항은 일상과 다소 동떨어진 판타지로 작용한다. 허리 한 번 제대로 피기 어려운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짧게나마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또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마술과도 같은 곳. 굳이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 년 365일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로 분주한 인천공항은 한 여름 소나기처럼 시원하고 싱그럽다.

누군가를 만나고 때로는 누군가와 이별하며 그로 인해 만남과 헤어짐, 웃음과 울음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공항의 숨겨진 단면을 여행정보가 찾았다.

인천공항=취재부 titnews@chol.com

<이 기사는 여행정보신문 취재기자들이 4월 11,12,13일 3일간 공항에서 직접 취재하고 촬영한 내용들로 구성됐습니다.>
 


1일차 4월11일(금)

 

08:00 <공항철도는 북적북적>

서울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43분 만에 주파한다는 광고 문구는 틀리지 않았다. 시간 체크를 위해 출발부터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서울역에서부터 인천국제공항 역까지 정확히 47분 만에 도착하더라는 말씀.

4분이 추가됐다면 그 정도쯤이야 눈 한번 감으면 지나가는 시간이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이동하는 트렁크 족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금/토/일 주말여행을 떠나는 여성 여행자들부터 유행하는 색색의 아웃도어 의상과 모자를 갖춰 입은 중년 그룹 그리고 한국을 찾았다 돌아가는 동남아시아 관광객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전철에서 내려 공항 출국장으로 몸을 틀었다.

공항철도는 그 효능과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흡한 홍보로 인해 이용객 수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인천 계양을 거쳐 김포공항, 홍대입구, 서울역까지 주요 도심으로 한 번에 이동하는 탓에 길눈이 어두운 여행자라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13:00 <금강산도 식후경, 전 세계는 맥도널드로 통한다>

출출해진 뱃속을 달래기 위해 지하1층 식당가와 지상4층 전문식당가를 돌아다녔다. 서민 음식이라 불리는 자장면은 8천원이 넘는 가격으로 식당가 메뉴판에 찍혀있고 흔히 먹던 김치찌개는 1만원이 넘어갔다.

배고픔보다 더한 허탈함은 결국 1층 패스트푸드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애매한 시간에 입출국을 하는 여행객들 역시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요깃거리를 찾다가 가격에 놀라 전 세계 모든 인구가 즐길 수 있는 글로벌 패스트푸드점을 향하게 된다.

외국인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한국 전통음식을 맛볼까 하다가도 가격에 돌아서는 일도 다반사다. 인천공항을 몇 차례 드나들었던 한국인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KFC/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으로 직행한다.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식당가의 음식가격 때문에 조금은 언짢아진 표정으로 패스트푸드점을 들어서는 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15:00 <뭐니 뭐니 해도 팝콘은 CGV>

인천국제공항은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춘 복합레저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실 공항의 가장 큰 핵심은 운송이기 때문에 아무리 대단한 편의시설을 갖춰도 레저공간이라 부르기에는 약간 민망한 감이 있었는데 이번 방문에서 무려 CGV를 발견하고는 인천공항의 변화에 당당히 박수를 보내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매우 작다.

상영관도 달랑 두 개 뿐이고 극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지는 못했다. 그래도 팝콘은 극장에서 먹어야 가장 맛있고 팝콘의 친구인 콜라도 눈치 안 보고 삼킬 수 있는 장소가 극장 아닌가? 공항 대기시간이 많이 남았거나 손님을 기다리는 중 짬이 난다면 지하로 내려와 극장에서 영화감상을 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꼭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데이트 삼아 공항 극장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이색적이지 않을까?


2일차 4월12일(토)

 

09:00 <아침에만 가능한 버스 컷>

인천공항이 복잡한 것은 꼭 사람 때문만이 아니다. 공항에서부터 도심으로 이동하기까지 거리가 길고 멀기 때문에 이곳에서 빠져나오는 차량들로 공항 앞은 늘 몸살을 앓는다. 이용객들의 목적지도 제각각이다. 서울 중심으로 이동하려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많고 뒤를 이어 인천과 경기도 멀게는 지방으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각자 바쁜 발걸음을 옮긴다.

토요일 아침을 여는 공항버스를 사진에 담았다. 사실 오후에는 주요 노선에 사람이 몰리다 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 하나를 완전히 막고 있기도 하다. 정류장과 매표소가 동시에 꽉꽉 막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번 자리 잡힌 줄은 무거운 짐과 비행에 지친 사람들로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시원한 풍경은 아침에만 가능하다. 버스 탑승은 여객터미널 1층 (도착층)의 내부 (4, 9번 출구 옆), 외부 (4, 6, 7, 8, 11, 13번 출구 옆 및 9C)의 버스매표소에서 안내 및 해당 버스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다.

 

10:30 <쇼핑한 고객이 왕입니다>

3일 연속 가장 눈이 머물렀던 내국세 환급 자동화 서비스 현장. 인천공항공사는 외국인 관광객이 내국세환급을 빠르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난 해 9월11일부터 자동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내국세환급(Tax Refund)이란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사후면세장(국세청장 지정)에서 구입한 물건에 대해 부가세 등 내국세를 환급해주는 제도. 출국 시 공항의 세관원에게 해당 물품을 국외로 반출한다는 확인을 받아 환급카운터에서 청구하면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 시 환급을 받을 고객은 공항의 세관신고대 전면에 설치된 자동화기기(세관반출확인기능)를 이용해 자신의 여권정보와 구매 영수증을 입력하고 세관에 반출확인 신청을 의뢰하면 된다.

 

11:00 <기다리다 지쳐>

한국을 찾는 외래객들 혹은 출장이나 여행 차 외국을 방문했다 귀국하는 한국인들까지 입국장은 기분 좋은 소음이 물감처럼 곳곳으로 번진다.

유독 한 쪽이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리니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마중 나온 한국인과 얼싸안고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귀동냥 해보니 유학 시절 친구가 한국으로 여행을 온 듯 했다.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보이는 남자는 덩치 좋은 외국인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고 앞으로 주저 없이 걷고있었다.


반면 앞에 이 남자는 손님을 기다리는 가이드인지(혹은 여행사 사장일까?) 몇 십 분이나 꿈쩍 않고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묵묵한 표정과 흐트러짐 없는 자세가 비즈니스를 위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을 단박에 들게 한다.

 

15:30 <공항 무대에 나타난 4인조 아이돌?>

네 시부터는 점차 사람이 많아진다. 어수선한 분위기인 가운데 지하 1층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4인조 남성그룹의 공연이 계속된다.

사람들은 1층과 3층을 오가며 그들의 공연을 내려다본다. 인천공항은 공항만의 독창적인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자 오후의 특별한 음악회를 콘셉트로 한 공연 ‘Afternoon Dejavu(애프터눈 데자뷰)’를 기획해 지난 1일부터 이용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공항공사는 현재 팝페라, 뮤지컬,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을 대상으로 올해 초 공개오디션을 열어 실력파 신인들을 선발해 공연진을 꾸렸다.


3일차 4월13일(일)

 

11:00 <책 읽는 건 좋은데 말이죠!>

기다리는 시간은 무료하기 마련이지만 공항에서는 조금 다른 얘기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개인 여행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지인과 전화나 문자로 폭풍 수다를 떠는 것도 가능하다. 무료로 읽을거리를 찾고 싶다면 매거진 에 주목하자.

인천국제공항은 외래이용객들을 대상으로 를 발행 및 배포 중에 있다. 국내 여행 정보 및 면세점과 쇼핑 정보는 물론 공항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할인 쿠폰으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어 등으로 서비스 된다.

그런데 할인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쿠폰을 이렇게 마구 찢어 가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용을 하란 말인가? 누가 찢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혜택을 주고자 기획한 쿠폰북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자태는 조금 화가 나는 모습이다.

 

14:00 <토파스도 아니고, 항공 코드는 어려워?>

한 중국인 소녀가 기자에게 남방항공 카운터의 위치를 물었다. 쉽게 답이 안 나온다. 기자 역시 남방항공 카운터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소녀와 공항 카운터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뒤이어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들이 티켓을 들고 공항을 헤매는 광경을 마주했다. 아시아나항공 탑승 카운터를 찾는 눈치였는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계속 눈치 싸움을 벌이다가 옆에 지나가던 아시아나 승무원에게 길을 물었다.

인천공항은 최첨단 시설과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1등 공항이지만 사실 탑승수속을 위한 공항 카운터 정보가 체계적이지는 않다. 카운터는 알파벳으로 찾기 쉽게 만들어 놓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항공사가 어느 카운터에 있는지는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 했다.

이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공항이 낯선 어르신을 비롯해 처음 공항을 방문한 대부분의 고객들이 비슷하게 느낄 것이다. 공항 규모가 큰 만큼 공항 내에 안내 표지판을 추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7:00 <여행사 데스크가 춤을 춘다>

다섯 시부터는 사람이 급격하게 많아진다. 저녁 출발 비행기를 위해 이 시간대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중앙에 위치한 하나, 모두투어 데스크는 물론이고 공항 양측에 위치한 여행사 데스크, 3층 출국장 입구까지 여행객들로 꽉꽉 들어찬다.

이 시간대 3층 출입구 앞은 여행자들이 탄 대형버스가 수시로 여행자들을 나르고 있고 덩달아 공항 관계자들도 바빠진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혼란도 생긴다. 젊은 커플 여행객부터 가족, 40대 아저씨들의 친목여행, 단체여행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행객들이 출국을 앞두고 여행사에 질문을 쏟아냈다. 체크인 카운터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여행자 보험은 어디로 가서 들면 되는지부터 여행일정까지 꼼꼼하고 세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한국어가 어눌한 외국인 여자와 공항 관계자가 싸우는 모습이나 출국장 앞에서 서로를 껴안고 우는 유럽인 남성이나 곳곳에서 다양한 광경이 펼쳐진다. 이 시간에는 입국장도 혼란이다. 입국하는 사람으로 인한 혼잡보다 입국한 후에 공항리무진을 타고 이동하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20:00 <피곤하다면 샤워는 어때?>

공항에서 지하 2층으로 내려오면 공항 철도로 이동하는 길목이다. 그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항하면 출국장과 입국장 그리고 4층 푸드코너만을 생각했는데 공항철도로 이어지는 공간에도 꽤 많은 편의 시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공항철도로 내려오는 길목에 스파센터, 미용실, 네일샵 등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 스파센터는 여행자의 짐을 맡겨주는 보관소 업무도 병행 중이다. 여행자인 척 하고 살짝 들어가 가격을 보니 조금 당황스러운 수준. 샤워 비용은 2만2천원 스파는 11만원이라고 게재돼 있다.

마사지는 그렇다 쳐도 내 생애 2만2천원 주고 목욕탕을 갈 일이 있을까?

 

24:00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

밤이 찾아온 인천공항은 한 낮의 활기와 혼란은 간데없고 고요하기만 했다. 공항 내부는 여전히 밝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어둡기를 원하는 듯 다들 벤치에 누워 눈을 가린 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 또는 다음 목적지의 여행정보를 공부하거나 고픈 배를 채우기도 했다. 멍하니 TV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끔 저녁 비행기를 타고자 모여 있는 여행객 단체가 있긴 했지만 그 뿐, 낮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 시간대 공항은 여행자가 아니라 공항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들의 것이었다. 텅 빈 공항에 숨을 불어 넣는 것은 상주 직원들. 젊은 공항 경비원들과 청소부들은 걸레질이 되는 카트를 타고 공항을 누볐다. 목에 여행사 목걸이를 건 회사원이나 택배 기사들은 맥도널드와 KFC를 들락거리며 야식으로 피로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