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3호]2014-04-25 15:20

[창간 기획] 르포-동대문 디자인 프라자(DDP)

DDP 불후의 명곡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정체불명의 불시착한 우주선, 누리꾼 비아냥 쇄도 
규모는 압도적, 내부에서는 수시로 길 잃고 지쳐

 “지하철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다른 역보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에 부친다. 지하철에서 내려 몇 번이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표지판을 따라 끊임없이 앞으로 걷다보니 어느 덧 숨이 찬다. 그 잘난 1번 출구를 만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출구로 나오면 이내 시야 한 가득 거대한 은색 접시(?)가 보이는데 압도적인 규모와 크기에 놀라 자연스레 입이 벌어진다. 엄청난 위압감에 놀란 것도 잠시, ‘허허벌판에 당최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또 금방 열린 입이 스르륵 닫혔다.

‘서울 한 복판에 불시착한 우주선’부터 ‘주변 경관과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은색 고래’, ‘세금 먹는 우주 괴물’, ‘세계적 건축가의 유일한 실패작’까지 각계각층의 거센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DDP 얘기다.”

자료 참조 = (http://www.ddp.or.kr)

동대문 =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비정형 건축의 대가, 해체주의 건축을 피우다

자하 하디드가 맞았다. “건축은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 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라는 전제 아래 DDP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는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Dame Zaha Hadid , 1950년 10월31일~). 그의 포부 그대로 DDP는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특별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무참히 깨버렸다.

어느 평론가의 따끔한 지적처럼 만약 한국의 건축가가 4만51,133장의 곡면 알루미늄 패널을 연결해 외부를 장식하고 건물 전체를 나선형으로 이어진 구조로 설계하겠다고 발표했다면 과연 이 프로젝트가 출발이나 할 수 있었을까? 무려 4,84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건축비로 연면적 86574㎡의 초대형 우주선을 완성한 자하 하디드는 다른 어느 곳도 아닌 한국에서 개인 평생의 꿈을 완벽히 실현시켰다.
 

지난 3월21일 공식 개장한 DDP는 다양한 전시회와 패션 쇼, 공연, 문화 행사가 열리는 디자인 문화 센터로 가족 혹은 연인과 한 나절 데이트를 즐기거나 서울을 처음 방문한 외래객들이 동대문과 연계한 주변 관광을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유명 스팟으로 홍보되고 있다.

방한 외래관광객들 증가세와 맞물려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루트와 테마를 개발해야 하는 여행업계로서는 그 옛날 63빌딩이나 롯데월드처럼 상징적인 건물이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우선 기뻐하는 눈치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누군가 기자에게 DDP의 매력을 묻는다면 그 뛰어난 디자인과 서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건축 양식 외에는 도통 답을 꼽을 수가 없다. 혹자는 해가 지고 조명이 커지면 알루미늄판이 반사돼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이 정말 우주선 같다고 칭찬하지만 동대문 한 복판에 우주선이 떨어진 것이 과연 자랑할 일인가? 관광기자 9년의 경험을 살려 돌직구를 날리자면 DDP는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는 경쟁력이 단연 떨어진다.

 

▲5개 공간, 아름다운 내부, 복잡한 동선

DDP는 대지면적 62,692m2, 연면적 86,574m2, 지하 3층, 지상 4층(높이 29m)의 규모로 5개 공간(알림터·배움터·살림터·디자인장터·동대문역사문화공원) 15개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창조산업의 알림터, 미래인재 배움터, 열린공간 일터를 지향하며 24시간 활성화, 60개 명소화, 100% 자립화(솔직히 자립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3차원 비정형 건축물’, ‘대한민국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나는 곳’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은 규모에 따른 자신감이다. 대형 건물이나 복합레저 공간이 처음 문을 열면 당장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것은 으리으리한 외관, 하드웨어지만 이후 승부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서 갈린다. DDP는 이 점에서 내실이 빈약하다.
 

취재를 위해 두 번이나 DDP를 방문했지만 두 번 다 효율적인 취재를 하지 못했다. 공간 이동이 쉽지 않아서다. 주위 반응을 들으니 여러 번 다녀온 사람도 수시로 길을 잃고 해매기 일쑤라고 했다. 가기 전에 인터넷을 보고 정확히 동선을 계획하고 움직여야 효율적이지만 나들이 동선을 일일이 계획할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들을 몇이나 될까? 길을 잃으면 아예 로비부터 내려가서 처음부터 시작하라는 안내센터의 솔직한 문구가 차라리 맘에 들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면 맨 오른쪽 종합안내소가 있다. 이 곳에서 DDP소개 자료 및 공간별 안내지도를 받을 수 있다. 5명 이상의 인원이 모이면 전문안내사가 동행하는 가이드 투어도 진행된다고 했다. 그런데 개장 초기인지라 개별투어 및 단체투어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없고 상황에 따라 움직이며 일정을 보안하고 있다.

입장권은 인터넷에서 티켓 예매를 통해 현장에서 발권하는 시스템인데 기자는 현장 구매를 이용했다. 5개 공관 모두 안내센터가 자리해 있어 위치나 정보를 묻기는 쉽다. 그런데 티켓 구매를 위해 배움터 4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구조는 아무리 생각해도 희한하다.

DDP 내부 시설 및 몇 개의 전시(▲디자인스포츠 ▲자하하디드 360 ▲엔조마리 디자인 ▲울릉디자인)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통합권을 9천원에 구매했다. 현재 개관을 기념해 한국 디자인 원형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한 80여점의 국보급 전시 <간송문화전>을 개최 중에 있는데 간송문화전을 관람하려면 추가로 8천원을 더 내야 한다.

앞으로도 DDP에서 열리는 유명 전시회는 이렇게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각 전시관이 어디에 자리해 있는지는 안내센터에서 나눠주는 지도나 공간 곳곳에 위치한 안내 맵으로 살펴볼 수 있지만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콘셉트 자체가 복잡한 미로를 탐방하는 느낌인지라 5개 공간을 거닐다 보면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우주선함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바닥을 끌어당겨 올리는 아름다운 기둥과 대나무 바닥, 원형 조명, 곡선형의 시설 배치 등 스페이스 프레임(Space Frame, 3차원 배열) 구조의 도움을 통해 최소한의 실내 기둥으로 안전하면서도 마치 우주 공간과 같은 대규모 공간감을 연출했다. 디자인이나 내부 장식에 문외한인 사람도 직선형 건축이나 빡빡한 쇼핑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희한한 느낌, 쉽게 말해 횃불 하나 들고 동화 속 고래 뱃속을 탐험하는 피노키오가 된 것 같은 경험은 특별하다. DDP의 미덕인 셈이다.

 

▲디자인/창조산업의 발신지와 애물단지 사이에서

DDP는 세계 최초의 신제품과 패션 트렌드를 알리고 새로운 전시를 통해 지식을 전파하며 다양한 디자인을 체험하게 하는 콘텐츠로 운영될 예정이다. ‘시민과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Design with People)’을 최고의 가치로 새로운 생각, 다양한 인재, 더 나은 생활을 추구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역량인 디자인·패션산업을 중심으로 신제품 발표와 패션쇼, 무대 공연, 시사회, 론칭식 등이 이뤄지고 한국 창조 원형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세계적인 디자인의 흐름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수시로 개최할 계획. 관광과 연결하면 단체 외래관광객들을 겨냥한 투어 프로그램 개발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관광객이라면 DDP관람 후 밖으로 나와 밖에 대기하고 있는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타는 동선도 가능하다. DDP 티켓 소지자에 한 해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경제적 수치를 환산해보면 향후 20년간 13조원에 달하는 생산·고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결국 DDP는 문을 열었다. 불시착한 우주선이 서울시의 명작이 될지 졸작이 될지는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졸작이라는 느낌에 모두가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 사막에 버려진 우주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한국디자인재단의 꼼꼼한 운영과 기획력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투어 프로그램 안내]

▲DDP 투어 코스

고객지원실2 앞 (지하철 1번출구) → 어울림광장(유구전시장) → 동굴계단 → 알림터 → 이간수문 → 8거리 → 잔디언덕 → 잔디사랑방 → 디자인놀이터 → 조형계단 → 디자인박물관 → 미래로 → 살림터 → 둘레길 → 디자인전시관 → 끝 (투어 코스 변경될 수 있음)

▲소요시간 : 약 40~60분

▲이용료 : 무료, 전시관입장은 개인 부담

▲만남장소 : 고객지원실2 앞 (지하철 1번출구 계단 밑, 인근 어울림광장 미래로 아래)

▲안내언어 :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참고사항 : 1회 투어 시,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40명

▲장소 : 고객지원실2

▲운영 시간 : 화~일 10시~19시 (월 휴무) 단, 수/금 21시까지 연장 운영

 



■알림터 : 새로운 생각, 신제품, 새로운 퍼포먼스를 발표하고 시민과 함께 새 세상을 여는 창조산업의 런칭패드. 제품 런칭쇼부터 패션쇼, 시사회, 영화 연극 제작발표회 등 다양한 행사장과 동시통역실 및 VIP공간을 구비한 국제 규모의 컨퍼런스 회의장, 자체 케이터링 서비스가 가능한 다목적 연회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배움터 : 상단의 디자인놀이터와 디자인박물관과 디자인전시관을 중심으로 533m의 디자인둘레길이 감싸고 있는 배움터는 아름다운 조형계단과 함께 DDP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민간의 우수한 자원을 유치, DDP와 공동으로 기획형 상설전시가 열리고 소비자 참여공간인 상상놀이터가 운영된다.

■살림터 : 살림터 안에 위치한 살림1관, 살림2관은 동대문 지역 상권에서 출입이 용이한 위치로 4곳에서 고객의 유입이 가능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아트숍으로 구성돼 있다. 디자인 정보발신지, 디자이너 프로모션, 지역인프라 협력, 디자인 강소기업 연계, 디자인 사업을 융합할 수 있는 컨텐츠가 핵심이다. 사고 팔 수 있는 마켓과 전시, 교육,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어울림광장 : DDP 앞마당에 위치한 가장 큰 광장으로 DDP 주요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광장에는 콘크리트 주물 방식으로 형성된 아름답게 뻗은 미래로, 다양한 디자인 쇼핑 및 휴식공간인 디자인장터, 동대문 유적이 발굴된 유구전시장 등으로 이루어지며 휴식공간, 시민 소통의 공간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 DDP를 가로지르는 한양도성 성곽이 공원의 한켠을 이루고 있으며 그 밑으로 두 개의 터널을 갖춘 이간수문을 볼 수 있다. 근처에는 넓은 공간에 걸쳐 이간수마당이 펼쳐지고 바로 옆에는 지하1층, 지상1층으로 구성된 이간수전시장이 위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