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3호]2014-04-25 15:55

[창간 르포]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프라다 양과 버버리 군, 동거 말고 결혼은 어때?

쇼핑 관광? 인프라는 훌륭하지만 콘텐츠는 부재

아울렛 탐방으로 한국 쇼핑여행의 경쟁력을 분석하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 차라리 공항 면세점이 더 저렴하겠다.”

“옆에 매장 보니까 70% 할인하던데 거기 가볼까? 근데 물건들이 너무 낡았더라. 신발은 하도 많이 신어봐서 전부 헐렁해.”

“(전시됐던 옷 말고 새로운 옷을 요구하자) 손님 그 옷은 재고가 없습니다. 사이즈가 딱 그거 하나 남았네요. 죄송합니다.”

“(택시 기사) 외곽에 있으니까 사실 잘 들어오지는 않죠. 콜 오면 손님 모시러 가는 건데 일산 근처만 가도 만원이 넘으니까 자기 차 갖고 오는 게 속 편할 것 같기도 해요.”


DREAM(1)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외래객은 1,2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서울)은 이제 더 이상 관광지로서 불모지가 아니라 세계 유일의 석학들이 참여하는 MICE 목적지로 급성장했다. 동남아와 중남미를 흔드는 강력한 한류 붐을 타고 젊은 개별여행객들이 꼭 가고 싶은 여행지로 국가 브랜드 또한 한층 강화됐다.
 

이처럼 달라진 트렌드와 위상에 바빠진 것은 국내 여행업계다. 고만고만한 한 나절 서울 투어 상품과 저가 상품 판매에 따른 마이너스를 옵션으로 메우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행상품과 루트를 개발하고 건전여행문화 정착 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단체로 몰려다니는 패키지 투어 말고 한국에서 좀 더 오랜 시간 머물며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외국인 여행객들을 유도하는 테마 중 하나가 쇼핑 관광이다.

비수기인 1월 서울 및 전국에서 개최되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나 중구 명동상가 번영회가 봄, 가을 시즌에 한 달 간 치르는 ‘명동 쇼핑 축제’, 서울관광마케팅의 ‘서머 세일’ 등 관련 이벤트도 크게 늘어났다.

 
REALITY(1)

4월 들어 꼬박 세 차례 파주를 방문했다. 한 번은 합정역에서 2200번 버스를 통해 이동했고 한 번은 김포공항 주변에서 콜택시를 불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울렛이라고 소문 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을 취재하고자 벌인 일이다.

평일에는 사람이 적었고 주말에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았으며 또 어떤 평일에는 아울렛 곳곳에 누워있는 노숙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버스보다 택시가 편한 것은 당연했지만 4만원에 달하는 택시비용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버스를 통해 이동하면 아울렛 안까지 훨씬 더 많이 걷고 또 걸어야 했다. 자기 차량이 아니면 방문부터 편하지 않은 셈이다.

쇼핑관광지로서 국내 시장의 경쟁력을 확인하고자 시작된 이번 취재는 당초 롯데와 신세계가 파주에 운영하고 있는 각 아울렛을 비교하려다가 두 아울렛의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해 아예 롯데 아울렛만을 집중 탐구하는 형태로 방향을 돌렸다. 취재 결과 롯데와 신세계 아울렛은 역시나 하드웨어 적으로 훌륭하고 대단한 규모를 자랑했지만 한국의 모든 결과물과 전략들이 그렇듯 핵심 콘텐츠는 부재 상태였다.

특히 대기업이 운영하는 아울렛들의 현실은 해외 명품 아울렛들의 전략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새삼스레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허니무너들이 프랑스나 이태리를 방문해 가방 하나 사들고 오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명품 구매를 위해 해외를 찾는 여행객들이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외래관광객들이 일정 상 우리 아울렛을 방문한 뒤 개별적으로 다시 또 찾고 싶을까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겠다.


DREAM(2)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위치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은 지하 3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50,473㎡(영업면적 35,428㎡)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유명 해외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빈폴, MCM, 금강 등의 국내 유명 브랜드까지 약 200여 개의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프라다, 멀버리 등 아울렛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는 사실은 롯데의 자랑거리로 꼽힌다. 이 밖에 교외형 아울렛 최초로 문화센터, 문화홀, 갤러리, 롯데시네마, 뽀로로 키즈카페, 북스토어 등 문화와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 한 해 아울렛 점포를 총 14개까지 확대해 아울렛 사업 외형을 2조원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롯데 아울렛 사업 매출액은 지난 2011년 5,700억원, 지난해 1조200억원, 올해는 1조5,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오는 2017년에는 파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옆 대규모 부지에 복합쇼핑몰 ‘세븐페스타(Seven Festa)’를 추가로 건설 할 예정이다.

 

REALITY(2)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A블록이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은 전체 부지에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A블록, A-1 블록, B블록, B-1블록으로 각각 건물들이 위치해 있는 정사각형 구조다. 건물들 사이에는 이동을 위해 두루미 다리, 삼현교 다리가 연결돼 있다. 다리 밑으로는 하천을 조성해 사시사철 물이 흐르도록 공간을 연출했다.

A-1블록은 블록 자체가 대형 백화점을 통째로 옮긴 것처럼 각종 잡화와 패션 의류 등이 각 층별로 전시돼 있었다. 이후 A블록부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울렛처럼 유명한 브랜드들이 매장별로 입점해 있는데 밖에서 볼 때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먼저 지도를 챙기거나 인터넷에서 도면을 확인하는 편이 수월하다.

B블록은 제품 보다는 즐길거리 위주로 구성돼 있었는데 롯데시네마, 문화홀, 어린이 놀이문화공간, 옥상공원, 옥상전망대 등이 보였다. 이 밖에 A블록과 B블록 모두 먹거리와 커피숍 같은 푸드코너는 별개로 마련돼 있다. 평일에는 사람이 너무 없어 가게들이 모두 한가히 빈 좌석만 지키고 있었다. 또 하나 신기한 점은 명색이 쇼핑 아울렛인데도 불구하고 물건을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은 드물었다는 점이다.
 


주말 나들이차 혹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벼운 산책을 즐기려는 마음이 더 큰 것처럼 보였다. 프라다나 멀버리 같은 고급 브랜드 매장에는 한국인들이 현저히 적었으며 7~80% 할인 문구를 붙인 아디다스, 금강제화, 닥스, 컨버스 등 그나마 친숙한 브랜드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아울렛까지 와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 특히 상품 가격이 지나치게 싸지 않다는 점은 의문이 든다. A매장에서 14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남성 추리닝 한 벌은 온라인 매장에서 11만원(배송비 제외)으로 구매할 수 있다. 명품 브랜드인 B매장에서는 남성 반팔 가디건을 8만9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지만 백팩은 15만9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시중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구두 매장에서 10만원 미만으로 판매되는 남성화는 대부분 재고이며 사람들이 지나치게 신었다 벗었다 한 탓에 늘어나 있었다.


“쇼핑+여행, 쇼핑+문화 결합이 가능한 공간”

쇼핑 관광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힘이 절대적인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 쇼핑 관광지인 홍콩, 싱가포르, 이탈리아, 프랑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형 백화점과 창고형 아울렛, 로컬들이 즐겨찾는 쇼핑 거리와 다양한 잡화점 등 기본적인 틀이 훌륭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

그런데 쇼핑 관광지들이 비단 물건과 가격으로만 승부를 본다는 생각은 다소 개선이 필요하다. 특화된 서비스와 쇼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즐길거리와 문화 공간이 함께 제공돼야만 끊임없는 관광객 창출이 가능하다. 기사에서는 롯데 아울렛만을 예로 들었지만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대부분의 아울렛과 면세점 쇼핑 숍들은 하나같이 가격으로만 고객을 상대하고 있다.

세계적 명품 아울렛 그룹인 맥아더글렌은 럭셔리 디자이너 아울렛으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아울렛 이미지를 뛰어넘어 일반 쇼핑센터가 아닌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고퀄리티 제품과 더불어 클래식 공연, 다양한 전시, 시즌별 축제 , 디자이너와의 콜라보 작업 등을 고객들에게 수시로 제공한다. 그 결과 맥아더글렌 센터로 방문하는 NON-EU 국가 방문객(해외고객) 중 한국은 매출 3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