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74호]2015-01-08 14:43

르포 - 현장 탐방(上)


여행의 3요소 두루 갖춘 동대문 여행기

위험천만 오토바이 운행/의사소통 부재 문제
 
 
글 싣는 순서
●<上> 외래객 홀린 여행지, 동대문
<下> 중국인 관광객 텃밭, 남대문
 
 
 

명동을 잇는 서울 제2의 관광명소로 동대문이 올라서고 있다. 보고, 먹고, 즐기는 여행의 3요소를 두루 갖춘 동대문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핫한 여행지 중 하나다. 지난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개장하면서 동대문 일대 관광인프라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

특급호텔에 이어 비즈니스호텔까지 동대문 일대에 터를 잡으려는 호텔업계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쇼핑여행지로 굳어져 이곳이 서울인지 중국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명동과는 다른 동대문의 매력은 차고도 넘친다.

서울 시민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고 쇼핑 천국인 한국의 매력 또한 십분 발휘된다. 여기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무리 재미있고 흥미로운 관광지라도 배가 불러야 된다는 말씀. 동대문은 이마저도 충족시킨다.

여행의 목적이 한국의 전통을 테마로 했건 이제는 흔해진 쇼핑이건 혹은 먹방투어건 어떤 테마 여행도 동대문에서는 가능하다. 여타의 국내 관광지들의 문제가 잘 갖춘 소프트웨어에 비해 하드웨어, 즉 콘텐츠의 부재가 문제라면 동대문은 그 반대다. 여행지로서의 동대문 일대를 찬찬히 들여다보자.

글·사진=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금강산도 식후경, 광장시장 먼저!”
 

기자의 동대문 여행의 첫 일정은 광장시장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과 버스 모두 이용 가능하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1호선 종로 5가역과 2,5호선인 을지로 4가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을지로 4가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오면 광장시장이고 종로 5가역에서 내려 8번 출구로 나오면 역시 시장 입구다.

간단하다고? 서울 촌뜨기 기자가 처음 광장시장을 방문했을 때 5호선 지하철을 이용, 을지로 4가역에서 하차했었다. 지도 어플리케이션이 알려주고 지하철 내 안내표지판이 알려주는 대로 5번 출구로 나섰다.

출구를 나서자 보이는 도로변 일대의 상점가가 광장시장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출구를 찾아 빙빙 돌다가 다시 5번 출구 앞에 섰고 그제야 짧은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고 다리를 건너야만 광장시장으로 갈 수 있단 사실을 깨우쳤다. 말 통하는 기자 역시 초행길에 지쳤던 기억이 난다. 하물며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오죽 찾기 어려울까 싶다.

광장시장 맞은편은 방산종합시장이 있는데 한국어 간판으로만 돼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더더욱 헷갈릴 위험이 크다. 여차저차 광장시장으로 들어섰다. 광장시장은 국내 최초의 상설시장이라는 역사성을 띄고 있다.

1905년 한성부에 등록된 서울 공식 전통시장 제1호다. 자그마치 올해로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광장시장인 셈이다. 현존하는 전통시장 제1위인 광장시장은 몇 년 전 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면서 마약김밥, 빈대떡, 육회 등 먹방투어로 손꼽히고 있지만 한복 원단, 양복지, 양장지, 커튼, 침구류 등 직물 도소매업이 주를 이룬다.

야간장사를 주로 하는 도소매상들의 식사를 해결하는데서 먹방 필수 여행지인 광장시장이 출발했다고 한다. 광장시장의 하이라이트 먹거리 구간만 이용할 경우 종로 5가역에 위치한 동문으로 들어서야 가장 빠르게 먹방투어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을지로 4가역이 위치한 서문이나 서2문, 북1/2문, 남1/2/3문으로 들어설 경우 진정한 미로여행이 시작된다. 동문을 제외한 나머지 출구에서는 의류와 직물 상가들이 줄지어 있다. 사실 이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특히 서문으로 들어온 경우 2층에 수입구제 상가는 명품이나 트렌드한 의류 쇼핑과는 차별성을 띤다. 먹거리 구간에 들어서면 코끝을 찌르고 군침을 돌게 하는 한국 대표 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최근 개별이건 단체건 외래관광객들의 방문이 이곳으로 쏠리고 있지만 상인들과 관광객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관계부처 간 노력을 통해 상인들에 대한 언어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종종 상인들의 불친절한 태도는 보는 이마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언어도 통하지 않지만 인기 여행지라고 해 방문한 외래 관광객들에게 광장시장이 그저 ‘관광객을 돈으로만 보는 곳’이라는 인상이 남지 않길 바란다.
 
 
 
 
“동대문 쇼핑타운까지 험난한 여정”

 
배도 두둑이 불렀으니 이제는 동대문 메인 스트리트로 나서야 할 차례. 배도 꺼뜨리고 주변도 구경할 마음으로 걷기로 했다. 아뿔싸! 되돌릴 수 없는 실수였다. 문제점도 있었지만 나름 만족했던 광장시장 방문이 퇴색될 만큼. 사실 광장시장에서 동대문 쇼핑타운이 자리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도 애매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걷든 15분에서 20여 분 정도 소요되는 짧은 거리이기 때문이다.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동대문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질됐다. 동대문 내 상권이 도소매상이다 보니 빠르게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이 오토바이다.

서울 시내 오토바이가 동대문에 과반수가 밀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서운 속도로 지나가는 오토바이부대의 모습은 끊이질 않았다. 빠른 속도도 무서운데 이 오토바이부대는 동대문의 제일가는 무법자였다.

신호 위반은 기본이고 차도를 벗어나 인도까지 침범한다. 도로 위 아찔한 이들의 곡예질주는 사실 광장시장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문제점이었다. 동대문 상인들의 삶의 흔적을 엿보기 위해 방문했다 치더라도 오토바이부대의 불법 운행은 부끄러운 일이다.

오토바이가 주된 교통수단인 베트남이나 태국, 말레이시아 여행객들에게는 더욱 큰 충격일 터. 자신들보다 더 선진화된 한국의 무질서함에 혀를 내두를지 모른다. 안내표지판의 부재 또한 여행지로서의 동대문이 풀어야 할 숙제다.

스마트폰을 대부분 이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지만 명색이 서울 내 인기 관광지 2위인 동대문시장으로 가는데 제공되는 정보가 현저히 부족함은 안타깝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나 브로슈어 등 정보지 없이 광장시장에서 동대문 쇼핑타운까지 걸어갈 경우 도로 위 녹색 안내표지판만에 의지해야 한다는 점은 1,400만 외래관광객을 유치하는 대한민국 관광시장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제2 전성기 동대문 쇼핑타운”

 
우여곡절 끝 도착한 동대문 쇼핑타운은 대한민국 매스패션(Mass Fashion, 극소수의 사람을 상대하는 하이패션과는 달리 대중적인 패션을 의미함) 산업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찬란했던 영광도 잠시 한동안 지독한 암흑기에 시달렸던 동대문 쇼핑센터가 늘어나는 외래객 덕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9월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두타를 비롯해 밀리오레, 헬로 apm 등 동대문 쇼핑타운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쇼핑센터들은 외래관광객 유치에 여념이 없다. 특히 한 번 왔다하면 일반 손님 10명은 너끈히 상대하는 중국인 관광객에 각 쇼핑센터들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은련카드 사용 환대 문구나 쇼핑센터 메인 출구에 중국인 관광객 환대 플랜카드를 내건 쇼핑센터도 상당하다. 아울러 대중 패션산업을 고수했던 동대문 쇼핑센터들이 전 세계에 불어 닥친 한류열풍과 더불어 국내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두타와 롯데피트인이 독보적이다. 두타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 1층과 1층 모두 국내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하 2층은 국내 남성복 브랜드를 입점 시켰다. 롯데피트인은 젊은 패션감각이 돋보이는 홍대, 압구정, 가로수길 등에서 인기 있는 로드숍을 끌어 모았다. 한류에 관심 많은 외래객은 물론이고 내수수요 진작까지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동대문 쇼핑센터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요우커 열풍이 대한민국 전역에서 거세나 동대문여행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일본인들이 더 뜨겁다는 점. 그리고 잠재가능성이 큰 동남아권 국가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이다.

기자가 방문한 다수의 동대문 쇼핑센터들은 중국인 유치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명동 역시 중국어 포스터와 브로슈어, 배너들이 상당하지만 그럼에도 일본관광객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 쇼핑센터들은 오직 중국인만을 고객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2013 방한외래관광객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권별 좋았던 관광지 1위가 명동인 반면 2위는 동대문시장과 고궁, 성산일출봉 등 다채로웠다. 특히 중국은 동대문 시장이 좋았던 관광지 중 4위였고 일본과 타이완, 싱가포르 등은 2위였다. 시장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 이외 국가들의 언어 서비스가 시급하다.

 


 
마지막 일정은 동대문의 랜드마크가 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지난해 3월 동대문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선 DDP는 독특한 구조물로 일단 관광객들의 관심 유도에 성공했다.

국내 최대의 디자인·아트숍이 있는 살림터와 어린이부터 학생, 어른까지 다양한 관람객들이 배울 수 있는 가족 참여공간인 배움터 등 다양한 시설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

특히 DDP에서는 상시 전시회 및 이벤트를 펼치고 있으니 일정표 확인은 필수다. 언어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DDP 실외공간인 어울림광장의 10여 개의 키오스크를 이용하거나 종합안내실, 시민안내지원실, 시민지원실, 이동형안내소 등을 활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