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31호]2016-03-25 10:59

르포-수인선 탑승기



“고소한 기름 냄새에 침이 꿀꺽, 볼거리 없는 문화마을에서는 울컥”
 
 
인천시의 오랜 숙원 사업인 수인선 2단계 개통이 지난 2월 27일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수인선은 인천 남구 학익동에서 용현동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뜻하는 말. 과거 경기도 수원역과 남인천역을 연결하는 유일한 협궤 철도였지만, 1995년 12월 31일부로 운행이 중지되고 협궤 선로가 철거된 바 있다. 이후 2004년 12월 28일부터 표준궤도 복선 전철화 사업이 시작돼 2012년 6월 30일 시흥시 오이도역과 연수구 송도역 사이의 구간이 1차로 뚫렸으며 이번 작업을 통해 송도역에서 인천역을 잇는 7.3㎞의 구간이 재개통됐다.

수인선 인천구간의 역명은 인천, 신포, 숭의, 인하대 역으로 확정됐다. 인천시는 네 개 지역의 주변 관광지와 먹거리, 볼거리 등을 연계한 <타임슬립> 여행을 적극 홍보 중이다. 수인선 여행 코스가 인천시의 새로운 명물이 될 수 있을지 4개 역 주변 관광지를 중심으로 직접 현장을 취재해 봤다.

자료 참조=인천광역시(www.incheon.go.kr )/인천관광공사(http://www.travelicn.or.kr)/인천투어(http://itour.incheon.go.kr)

인천=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수인선 개통, 편리함으로 관광객 공략”

탁월한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와 인프라가 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인천 관광에 최근 대내외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별한 이슈는 없으니 아무래도 중단 43년 만에 다시 열린 수인선에 따른 반짝 효과로 추측된다.

인천시가 ‘수인선<인천-신포-숭의-인하대 역>’에 거는 기대는 첫째도 둘째도 접근성에 대한 부분이다. 기존에는 내국인들이 지하철로 인천 차이나타운이나 월미도 등 관광지를 여행하려면 1호선 종착역인 인천 역까지 그야말로 ‘지하’ 체험을 먼저 이겨내야 했다.

서울 종각역에서 출발한다면 무려 75분이 걸리는 강행군이다. 급행을 이용해서 시간을 15분 정도 단축하는 방법도 있지만 용산역에서 동인천 행 급행열차를 갈아타고 동인천역에서 인천역까지 다시 전철을 갈아타야 한다. 놀기도 전에 힘이 빠진다.

때문에 수인선 개통에 따라 관광객 방문이 더 쉬워졌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다. 인천역에서 경인선과 환승이 가능하고 오이도역에서는 4호선과도 환승이 가능해 서울권 진입이 훨씬 수월하다. 여기에 오는 2017년 말 수인선 전 구간이 개통되면 수원까지 환승 없이 이동 할 수 있어 경기도 서남부권 이동까지 편리해진다.

인천시는 시간 단축과 편의 향상이라는 최대 장점을 내세워 대규모 관광 플랜을 발표했다. 수인선 신규 역사 인근의 즐길거리와 먹거리를 소재로 한 <타임슬립 인천 여행>을 홍보마케팅 하는 것.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천의 근대 역사와 원도심의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월미도, 신포시장 등을 인천 관광의 <별>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글쎄, 인천시의 포부처럼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
 
 


“먹거리는 백점 만점에 백점, 볼거리는 빵점”

기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인천 사람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학교를 다녔고 사회에 나와 서울로 취직하기 전까지 역곡역 이상을 넘어본 기억이 없는 그야말로 토박이이다. 인천에 대해 일부러 나쁘게 말하거나 고정관념을 가진 ‘서울깍쟁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3월 20일, 낮과 밤의 길이 그리고 더위와 추위가 같다는 춘분(春分)을 맞아 현장취재에 나섰다. 새롭게 개통한 수인선 4개 역을 차례대로 돌아보면서 기자 스스로가 즐거운지를 자문하기로 했다. 인천역에서 시작해 차이나타운과 개항장 거리, 자유공원, 동화마을 등을 둘러보고 신포시장에서 닭강정 한 마리를 맛 본 다음에 숭의역 근방 우각로 문화마을을 걷기로 했다. 취재에는 빠졌지만 저녁 시간에는 인하대 역 부근의 대학가를 함께 구경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절기 따라 급하게 날이 풀린 탓일까. 아니면 그냥 휴일이라 사람들이 몰린 탓일까.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는데도 인천 역에는 이미 봄을 즐기려는 나들이 인파가 꼬리를 물고 서있었다. 뭐 볼게 있다고 굳이 서울에서 인천까지 고된 길을 내려왔을까 싶지만, 인천 주민으로서 서울 풋내기들의 종종거림은 나쁘지 않다. 군데군데 셀카봉을 든 동남아시아 관광객들과 중국관광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인천 역에서 도보로 1분 남짓. 횡단보도 건너편에는 금빛으로 치장한 화려한 패루가 보인다. 누가 봐도 한 눈에 이 곳이 중국인들의 터전임을 알 수 있다. 패루를 지나 2,3분 정도 고갯길을 걸어 올라가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공화춘 식당을 시작으로 양쪽으로 이어진 긴 골목에 걸쳐 거대한 먹거리 타운이 형성돼 있는데 이 곳이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TV 예능프로그램이나 맛 집 소개 프로그램 혹은 드라마 등에서 쉬지 않고 등장하는 자장면 골목 말이다. 차이나타운은 약 12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인천 다문화의 상징으로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경인 철도가 출발했던 경인선의 종착역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그 오랜 역사와 사람들의 터전이라는 상징성 보다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번화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양한 중식당과 함께 중국식 만두, 꼬치구이, 딤섬 등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과 각종 카페테리아가 넘쳐난다. 현지인 찬스로 고백하자면 몇 년 전에 비해 가게 수는 현저히 늘었지만 다들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임대료가 치솟은 탓이다.

그러다 보니 정통성 있는 가게보다는 한탕을 노리는 뜨내기들이 넘쳐난다. 물론 주말이면 여기 저기 사람들이 북적이는 탓에 소문난 맛 집이라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중국 스타일의 옷이나 장신구를 파는 가게들도 하나 건너 하나 씩 존재하지만 구색 맞추기일 뿐 별 다른 특징은 없다.

얼이 빠질 정도로 복잡한 차이나타운을 지나면 위편에는 삼국지 벽화거리, 의선당 그리고 자유공원 등이 자리해 있다. 삼국지 벽화거리는 다른 관광지와 비교해보면 특별히 재밌거나 배경이 예쁘지 않아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코스다. 자유공원은 1888년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으로 <인천상륙작전>의 주역인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만날 수 있는 곳.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공원 끝을 물들이는 벚꽃과 각종 봄꽃들의 어울림이 나쁘지 않은 곳이다.

차이나타운과 맞닿아 있는 개항장거리에는 그나마 관광지라 부를 수 있는 볼거리들이 밀집해 있다. 인천개항박물관(舊 일본제1은행),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舊 일본18은행), 일본제58은행 등 그 시대의 고풍을 갖춘 일본식 근대 건축물들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개항장 거리는 차이나타운에 비해 한산하고 썰렁했다.

대부분 차이나타운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나면 곧바로 송월동 동화마을로 발길을 옮기는 탓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왼쪽으로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동화마을은 그 별칭답게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생동감 있는 컬러로 꾸며져 있는 벽화들을 만날 수 있다.

골목별로 동화 속 여러 가지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어 아이들 혹은 커플들에게 인기다. 좋게 말하면 특징있는 골목이고 나쁘게 말하면 커피숍으로 가득한 또 하나의 합정, 또 하나의 홍대역이다.
 
 


“현지인도 길을 잃는데, 외국인은 어찌할꼬!”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인천역에서 다시 전철에 몸을 싣었다. 출발은 주안역에서 시작했으니 어찌 보면 이 코스가 제대로 된 수인선을 체험하는 첫 걸음이다. 인천역에서 신포-숭의-인하대역으로 이어지는 수인선 코스는 예상 외로 사람이 적었다. 신생 열차인 탓에 내부도 깨끗했고 역사도 잘 정비돼 있었지만 이용객이 드문 탓에 뭔가 휑한 느낌을 받았다. 수인선에 대한 홍보가 아직 미진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인천역에서 신포역으로 쏜살같이 이동한 뒤 4번 출구로 향했다. 도보로 약 10분 정도가 소요되는 신포국제시장은 사실 신포역 보다 동인천역에서 더 가깝다. 동인천역에 내리면 24번 출구로 나가 3~4분 정도 곧장 직진만 하면 바로 도착하지만 신포역에서는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야 하는 탓에 길 찾기가 여간 수고롭지 않다.

신포국제시장의 명물은 맵고 달달한 <닭강정>. 시장 입구의 오른쪽이 <찬누리 닭강정>, 왼쪽이 <신포닭강정>으로 수십 년 째 이 시장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들이다. 둘 다 유명하지만 사람이 몰리는 쪽은 신포닭강정이다. 차이나타운에서 봤던 긴 줄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외지인이라면 어떤 줄에 서야 할지 눈치싸움이 치열하겠지만 사실 두 가게의 맛은 크게 다르지 않고 가격 또한 동일하다. 닭강정 대자는 16,000원 소자는 13,000원이다. 다년간의 경험에 따르면 신포닭강정이 찬누리에 비해 매운 맛이 강하다. 닭강정 외 다른 먹거리도 시장 안에 많은 편이다. 인천에서 처음 개발됐다고 알려진 쫄면 등 각종 분식을 비롯해 밥반찬과 여러 개의 주전부리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숭의역 탐방에 서둘러 나섰다. 숭의역 평화시장과 우각로 문화마을은 이번 코스에서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두고 있던 코스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감이 더 컸지만 말이다.

인천의 중심이 동인천이나 재물포가 아니라 구월동, 송도, 계산 등 신도시로 옮겨간 것은 오래전 일이다. 숭의역 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오고가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지역이 낙후됐고 이내 상권도 약해졌다.

숭의, 도원 등의 지역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문화예술 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동인천 배다리 문화마을, 평화시장, 숭의목공예마을, 우각로 문화마을 등이 그 사례다. 원래 우각로는 인천 제물포항이 개항되면서 서울로 통하는 유일한 도로였으며 고종 때 전국적인 도로망을 구성할 당시 최초의 도로였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사람들이 떠났고 결국 빈집이 늘어나 마을 자체가 영화 속 달동네처럼 변해버렸다. 이후 몇몇 예술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를 형성해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창조 공간을 지향하며 우각로 마을을 돌보고 있지만 실제 방문해 보니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관광객 유입은 어려울 듯 보였다.

70~8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과 도예공방, 벽화작가, 사진영상 창작소 등의 예술 공간과 알록달록한 벽화 몇 개가 그려져 있지만 제대로 된 안내판이나 표지조차 없어 마을 입구를 찾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벽화 작업 등 내부 단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마을 전체가 외롭고 쓸쓸한 이미지로 남는 것은 심각했다.
 
 

“달려라 수인선! 인천으로 GoGo씽~”

인천관광공사(사장 황준기)는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 및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본부장 조대식)와 함께 <달려라 수인선! 인천으로 GoGo씽~>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오는 4월 10일까지 한 달간 개최한다.

먼저 수인선 개통기념 인증샷 이벤트는 4월 10일까지 매주 토, 일요일 신규 개통된 수인선 4개 역사(인천역, 신포역, 숭의역, 인하대역) 고객지원실에서 수인선을 타고 인천을 여행한 사진을 제시하거나 인천관광 페이스북(www.facebook.com/yourincheon)에서 <좋아요> 친구맺기를 한 선착순 100명(1일), 총 4,000명에 인천관광 기념품을 증정한다.

‘수인선 3행시 짓기 이벤트’는 한 달간 수인선을 타고 가보고 싶은 인천관광지를 수/인/선 3글자로 3행시를 짓는 형태다. 내부 심사를 통해 1등 1명에게는 파라다이스 인천호텔 숙박권(조식권 포함)을 2등 1명에게는 영종도 네스트 호텔 숙박권을 증정한다. 온라인 이벤트는 인천관광 블로그(http://yourincheon.tistory.com) 및 페이스북(www.facebook.com/yourincheon)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수인선 추천 코스>

△테마1 : 역사문화 탐방
소래포구역→송도역→인천상륙작전기념관/인천시립박물관→송도역→신포역→개항장거리/종교성지(답동성당/내리교회/제물진두/기독교100주년기념탑 등)/차이나타운거리→인천역

△테마2 : 인천 대표음식 탐방
인천역→차이나타운(짜장면)/신포시장(닭강정/쫄면)→신포역→인하대역→용현동물텀벙이거리(물텀벙)→인하대역→소래포구역→소래포구어시장(회/조개/해산물 등)
 
△테마3 : 가족나들이
인천역→송월동동화마을/차이나타운/개항장거리
신포역→원인재역→스퀘어원→원인재역→인천논현역→늘솔길양떼목장/한화기념관→인천논현역→소래포구역→소래역사관/소래철교/소래습지생태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