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0호]2016-08-22 09:25

이슈엔토크-김영란 법



“영란씨, 우리한테 왜 그랬어요?”
김영란법 9월 28일 시행 앞두고 업계 혼란 가중
공직자와 언론인 3만 원 이상 식사 대접 받으면 과태료
각종 로드쇼, 팸투어, 항공권 제공 등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김영란 법 시행이 약 4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럽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룬다. 언론사와 고위 공무원의 지나친 금품 수수를 막고 그릇된 접대 문화를 개선하자는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이미 사라지고 적용 대상과 범위에 대한 논란만이 남았다. 현장 파악은 물론 의견 수렴 및 적용 단계를 거치지 않고 막무가내 식으로 법 시행을 앞뒀다는 점에서 이후에도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 역시 마찬가지. 당초 식사 및 명절용 선물 등 간소한 변화만 예상했지만 특정 기자에게 제공하는 팸투어나 행사 설명회, 항공권 제공 등이 모두 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혹자는 사전에 공지만 미리 하면 팸투어 진행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업체만을 초청할 경우 법에 위반된다는 해석을 전한다. 8월 이슈엔토크는 김영란 법의 주요 내용과 여행업계의 반응 그리고 실제 팸투어를 주관하는 관광청 및 항공사의 입장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자료참조=국민권익위원회(http://www.acrc.go.kr/acrc/index.do),대한상의(http://www.korcham.net), 올댓비즈(allthatbiz.korcham.net), 네이버 지식백과(www.naver.com)

정리=김문주 기자/취재부(titnews@chol.com)

사진출처=여행정보신문 DB(www.travelinfo.co.kr)

 
 
 

“식사 3만 원, 경조사비 5만 원 까지 허용”

▲김문주 차장(이하 문) : 8월 초 취재원과 전화로 한창 이야기를 나누다 식사 스케줄을 잡고자 했다. 기자와 홍보 담당자 모두 스케줄이 빡빡한지라 좀처럼 서로 맞는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날만 미루고 있는데 담당자가 “어쨌든 9월 중순 전에는 꼭 만나요.”라고 하더라. 순간적으로 나는 그가 퇴사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서야 김영란법 시행 전에 만나야 본인이 밥을 사지 않겠냐는 속뜻을 깨달았다. 초반에 법 시행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현직 기자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거나 종합지에서 한정식 집 경영이나 농가 위축 기사를 내놓을 때 나는 그저 우습기만 했다. 자기 돈으로 밥 사먹는 게 뭐가 그렇게 억울하다는 건지. 기자들은 김영란 법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강다영 기자(이하 강) : 부패/청탁금지법 쉽게 말하면 ‘더치페이’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발의된 계기 자체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청탁이나 대가를 바라는 접대를 근절하기 위함이고 찬성한다. 기자는 어느 순간부터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무자비하게 자행되는 부정부패를 보더라도 크게 화가 나지 않았다. 그런 장면 없이 청렴하게 일이 진행되는 것이 오히려 판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 :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집에 따르면 원래 이 법은 우리 사회 부패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뿌리 깊은 청탁 관행, 고질적인 접대문화와 같은 ‘부패 유발적 사회 문화’를 해결하고자 마련됐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고관계는 물론 그 외의 사회관계에서 형성된 각종 연줄을 통한 끈끈한 관계, 소위 ‘우리가 남이가’ 정신을 깨기 위한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공직사회에서 연줄을 이용한 청탁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는 당연히 환영할만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욕을 먹는 걸까?
 

▲권초롱 기자(이하 권) :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 반응도 다들 걱정하고 우왕좌왕 하는 수준이다. 불합리한 자리는 많이 줄어들겠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예시와 매뉴얼이 부족한 탓에 관계자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같은 의견이지만 법안 자체는 긍정적이다.

일단 법안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 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분을 받는다.

또한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 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하고 받을 수 있는 선물 가격은 5만 원을 넘지 못한다. (물론 경조사비용은 현행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랐다.) 아마도 그간 관행이었던 기자와의 식사자리나 무분별한 해외 출장, 골프 대접 그리고 저녁 술자리 또한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 : 여행업계의 주된 관심사는 행사 개최나 항공권 지원 그리고 결국 팸투어 아닌가. 일각에서는 팸투어 개최 이전 사전 조율과 공지를 통해 투어를 참여 스터디로 전환하거나 기자 스스로 제안서 혹은 취재 계획서를 업체에 제출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광고 바터(예를 들면 AD)에 대한 얘기도 조금 나왔는데 이건 사실 업체와 미디어 양측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
 

▲이예슬 기자(이하 슬) : 신상품 개발이나 목적지 홍보를 위한 팸투어 개최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관광청들의 걱정이 상당하다. 굳이 관광청 뿐 아니라 항공사, 리조트 등도 마찬가지다. 상품 개발과 모객을 위한 세일즈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실제로 여행을 계획할 수 있도록 신문, 잡지, 온라인 등을 통해 기사와 사진을 노출해 여행심리를 자극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업무인 탓이다.

이번 법안으로 언론인 팸투어에 대한 제약이 따르면 앞으로 목적지 홍보를 위한 방법으로 소셜 유저나 1인 블로거, 작가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소비자들이 자주 활용하는 채널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셜채널 활용은 신뢰성 면에서 효과가 낮다.

더욱이 다방면으로 노출을 해야 하는 본청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기준이 제각각이다. 방송 팸투어의 경우 외주 제작사가 아니라 방송 기자가 참여하는 투어는 진행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강 : 취재해보니 업체들의 대안이 다양하다. 한 항공사는 김영란법이 합헌 되자마자 당장 9월에 진행되는 미디어 팸투어에 대해 담당 변호사에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담당 변호사는 김영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해당 항공사는 올해 말까지 예정된 팸투어를 일절 취소해 버렸다.

그런가 하면 지역관광청은 미디어 대상 팸투어는 곧바로 취소했지만 여행사 사장단과 함께 가는 VIP 팸투어는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더라. 장거리 관광청 한 곳은 잡지 팸투어를 취소하는 대신 프리랜서 기자 한 명을 섭외해 단독 투어를 진행하고 이 기사를 여행 잡지에 동시에 기고할 계획인데 법에 위반되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사실은 결정을 내리는 윗선에서 조차 김영란 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권 : 아직까지 김영란 법은 공식적인 행사와 공평한 기회 부여에 대해 상당히 모호하게 언급하고 있다. 행사나 팸투어 모두 주최 측이 선별하지 않고 모든 언론인(기업)에 참가제의를 하거나 참가신청을 요청해야 한다는 점은 말이 안 된다. 실무가 늘어나는 동시에 행사의 성격과 상관없이 불필요한 언론인(기업)까지 초청해야 하고 규모가 의도치 않게 커지면 비용도 늘어난다.

행사 후 이어졌던 럭키드로우도 법 위반에 소지가 있다. 참석자 전원에게 제공하는 볼펜, 메모지 등은 업체 로고가 박혀 있어 판매가 불가할 경우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항공권이나 금액이 상당한 호텔 숙박권 등은 제공이 불가능하다. 결국 정확한 답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문 : 공직자나 기자들이 그렇게 접대를 많이 받나. 실은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스스로도 접대 문화에 너무 젖어있어서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취재라는 명분으로 다녔던 모든 출장과 호텔 행사, 점심 저녁 등이 사실은 전부 받으면 안 되는 ‘공짜’였던 것이다. 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강 : 솔직히 김영란 법이 통과되고 법이 제정된 배경과 법에 걸리는 사례들을 공부하면서 기자가 당연한 듯이 누려왔던 무수한 호의들이 실은 법에 저촉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역 설명회나 세미나가 열리는 현장은 대부분 호텔이고 점심 포함이니까 한 끼에 5~10만 원을 웃도는 호텔 뷔페나 코스 요리를 얻어먹지 않나. 여기에 취재원과 친목이 쌓이면 자연스레 비싼 점심이나 선물 등 혜택이 생긴다.

평소 ‘대접 문화’라 하면 을이 갑을 위해 무언가 바치는 것. 즉 갑에게 어떤 것을 요청하기 위해 을이 무리해서 베푸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그리고 갑과 을이 극명하게 나뉘는 지금의 사회구조에서는 당연하게 혹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라고도 생각했다는 점이 놀랍다.

 
▲슬 : 편의 봐주기라는 점에서 모든 대접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대접이나 혜택이 부담스럽다. 비싼 식사와 경품을 전달하면서 “저희 기사 잘 좀 부탁드려요”라는 말을 들으면 취재 중 계획했던 기사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이 있나” 다시 한 번 체크하게 된다.
 
 


▲문 : 기자 개인적으로는 업체들의 행사나 팸투어가 향후 어떻게 진행돼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권 : 업계지 기자들에게 팸투어는 정말 출장이다. 좋은 사진과 좋은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 그런데 비업계지 혹은 일간지 기자들과 출장을 같이 가면 기자 혼자 너무 ‘오바’한다는 생각도 든다. 대놓고 회사에서 보상차원의 휴가를 보내줬다고 하는 기자들도 있다.

개인 사진촬영에 집중하고 관광지 사진은 주최 측에 요청하고 자료까지 요청하더라. 어쩌면 정말 필요한 사람 위주로 팸투어 자체의 성격이 전환되는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팸투어 시 항공, 숙박, 일정 중 식사를 제외한 부대비용은 참가자가 지불해야 한다. 저녁 뒤풀이까지 업체가 돈을 내야 할 이유는 없다.
 

▲슬 : 행사의 경우 기자들만 초청한다면 굳이 비싼 호텔이나 식당을 고집할 필요 없이 소규모로 치를 수 있지 않을까? 간단하게 설명회를 마치고 같이 도시락을 먹거나 하는 시스템이 더 편하다. 그리고 팸투어의 경우 주최 측에서 사전 공지사항을 좀 더 확실히 만들어 사전에 협의하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기사 노출 날짜나 방향성, 지면 할애 등 말이다.
 

▲강 : 김영란법의 핵심은 비밀스럽게 이뤄지는 접대와 금품을 이용한 청탁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호텔 행사의 경우 어떤 것을 청탁하기보다도 상품을 알리고 홍보하기 위한 자리로 다수를 초청한다. 그래서 개념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팸투어 역시 아직까지 선례가 없기 때문에 불안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팸투어 자체가 부정청탁을 위해 진행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점차 관련 법이 세분화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제안서나 취재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은 언론사에서 개별적으로 팸투어를 요청할 때도 이미 많이 썼던 방법이다. 앞으로는 기자 혹은 언론사가 단독으로 현지 취재를 진행할 때는 이전보다 훨씬 더 디테일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영란법?>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2012년에 제안된 이후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2015년 1월8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2015년 3월 3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고 3월26일 박근혜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 2016년 5월 9일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이 법안은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대한변협, 기자협회, 인터넷언론사,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이 2015년 3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헌재에 네 건의 헌법소원을 냈으나 2016년 7월27일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으로 결정하기도 했다(‘김영란법 합헌’ 참조).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김영란법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