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3호]2016-09-09 09:05

현지취재-타이완(下)





90년대 청춘영화를 닮은 여행지, 가오슝
독특한 감성 가진 항구 도시 가오슝의 매력
 

 
여행기자라는 신분 덕택에 타이완은 북부부터 중부, 남부까지 두루 가보았지만 이토록 마음에 드는 도시는 처음이었다. 평소에도 ‘감성 여행’을 운운하는 자로써 여행지를 평가할 때 특출한 인프라와 명소를 꼽기보다는 여행지 특유의 분위기를 최고로 친다. 가오슝은 이러한 기자의 평가 기준에 정말이지 꼭 들어맞는 여행지였다.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수도 타이베이는 액티브하게 ‘관광’하는 느낌이 강했던 반면 가오슝은 현지인들의 삶 속에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낯섦과 동시에 익숙하고 불편한 가운데 다시 평온해지는 독특한 여행 경험이었다.

그렇다고 가오슝을 마냥 ‘감성’의 틀을 씌운 추상적인 여행지로만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에는 보고 먹고 즐길 것들이 너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다만 꼭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가오슝을 여행할 때는 여유를 가지라는 것. 일정과 마음에 틈을 만들어 놓길 바란다. 어딘가 모자란 듯 군데군데 비어있는 일정표로 떠나도 그 빈틈, 가오슝의 모든 풍경이 말끔하게 매워주기 때문이다.

취재협조 및 문의=타이완관광청(tourtaiwan.or.kr/02-732-2358)
가오슝=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가오슝에서 꼭 봐야하는 볼거리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낯선 지명이지만 가오슝은 타이완 남서부에 위치한 최대 항구도시다. 우리나라의 ‘부산’과 비교하면 될까. 하지만 부산과 다른 점은 아직도 90년대 후반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정도. 물론 가오슝 전역이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고층 건물이 없는 항구근처는 조용하고 또 평화롭다.

가오슝은 항구도시이지만 번화가에 나오면 완전한 도시의 면모를 자랑한다. 가오슝 번화가에는 특별한 역(驛)이 있다. 삼각형의 유리 돔이 독특한 △‘메이리다오 지하철역’이다.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외관은 지하 내부에서 그 매력을 폭발시킨다.

유리 돔에 이끌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돔 라이트를 볼 수 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돔 라이트는 마치 성당의 화려한 글라스 아트를 떠올린다. 예술적인 디자인과는 달리 역명은 가오슝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메이리다오 사건’에서 따왔다.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메이리다오’ 역시 단순한 사건 이름이 아니라는 점. 메이리다오는 유럽권에서 타이완을 부르는 말인 ‘Formosa(포르모사)’의 중국어식 발음이다. 포르모사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으로 과거 포르투갈 인들이 타이완 섬을 처음 보고 내뱉은 감탄사라고 한다.

가오슝은 참 예술적인 도시다. 지하철 역 하나도 이토록 감각적이라니. △‘보얼예술특구’를 방문하면 이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모든 타이완 예술가들이 모이는 이 유니크한 공간은 무엇 하나 시시한 것이 없다. 굳이 꼽자면 트랜스포머의 주역이었던 범블비 조형물 정도.

보얼예술특구에는 여태까지 듣도 보도 못했으나 눈길과 발길, 그리고 손길을 사로잡는 수많은 조형물과 벽화로 가득하다. 동네 전체가 예술특구라 그냥 걸어만 다녀도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만 훌륭한 유료 전시도 다채롭다. 전시 외에도 넓은 공터 한켠에 장터가 마련돼 있어 예술가들이 만든 수공예품이나 아이디어 용품을 살 수도 있다. 또 물건이 아니어도 화가와 헤나 전문가들에게 나만의 예술작품을 요구할 수 있다.

예술특구에서 충만해진 감성을 유지한 채 이동할 곳은 △‘다거우 영국영사관’이다. 타이완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영국영사관은 사실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역사적 의미보다는 ‘전망대’로서의 가치가 높은 곳이다. 높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영사관 건물에서는 가오슝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특히 해가 저무는 늦은 오후에 올라가면 가오슝의 진가를 볼 수 있다.

 


가오슝은 해가 지면 또 다른 분위기로 차오른다. △‘리우허 야시장’은 가오슝에서 가장 큰 야시장이다. 여느 야시장과 비슷하게 길게 뻗은 길 하나를 두고 양 옆으로 먹거리 노점이 늘어섰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다른 지역 야시장 보다 유독 해산물이 많다는 점. 그것도 마치 갓 잡은 듯 싱싱한 것들로만! 또한 엄청난 인구 밀도를 자랑하는 다른 야시장과 달리 리우허 야시장은 제법 여유롭게 다닐 수 있는 편이다.

낭만 가득한 가오슝 여행을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면 차로 한 시간 내외로 이동 가능한 근교 목적지를 추천한다. 사실 지금 소개하려는 목적지는 ‘가오슝에 간 김에 여기’라기 보다 ‘여기에 온 김에 가오슝’이 더 맞는 표현일 정도로 남부지역의 대표 관광지다.

 

△‘이다월드(E-DA WORLD)’는 타이완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테마파크다. 우리나라의 롯데월드와 비슷한 형태로 실내와 실외 테마파크로 구성됐다. 야외 테마파크는 그리스 콘셉트로 거대한 트로이 목마 조형물과 산토리니를 재현한 포토스팟이 있다.

△‘부처기념관’은 가오슝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곳이지만 불교 신자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 타이완 4대 사찰 중 하나인 불광산사가 지은 부처기념관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사찰과는 달리 ‘기념관’답게 각종 전시들로 불교문화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가오슝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항구 도시 가오슝을 방문했다면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먹어보지 않을 수 없다. 현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치진 해산물 거리는 가오슝에서 나는 각종 해산물 요리들을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깔끔한 레스토랑은 찾기 힘들지만 조금 허름할지언정 가게 앞을 장식한 재료들을 보면 마음이 금세 두근거린다.

얼음 올린 좌판에 꽉 들어찬 어패류들은 반짝반짝 윤이 난다. 윤기 나는 요리 재료들에 이끌려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왠지 중국 어느 영화에서 봤을 법한 로컬 식당의 내부가 훤히 드러난다. 불편한 의자와 왠지 찝찝한 테이블의 위생상태를 걱정하다가도 최소한의 조리로 재료 본연의 맛을 한껏 살린 요리들이 나오는 순간 모든 불평불만은 사라진다.

작은 생선을 그대로 튀긴 요리라든지 조개 볶음이나 해물탕 등 특별할 것 없는 메뉴이지만 싱싱한 해산물과 로컬 식당이 내뿜는 분위기에 감칠맛이 극대화 된다.

치진해산물 거리가 있는 치진 섬은 가오슝 시내에서 구산 페리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약 1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다. 입구에서 자전거 등을 대여할 수도 있다.

불교와 도교의 나라 타이완에 왔다면 채식 도전은 옵션이다. 가오슝 근교에 위치한 부처기념관 1층에는 채식주의자들에게는 핫한 맛집, △‘한라이 채식 식당(Hi-Lai Vegetarian restaurant)’이 있다. 메뉴의 모든 음식들이 동물성 지방을 사용하지 않은 채식 요리이지만 결코 육식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풀 밭’의 모습이 아니다. 콩고기로 만든 미트볼 파스타나 콩고기 볶음 등 일반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육 고기가 없어도 충분히 담백하고 맛있는 딤섬이나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서 더욱 깊고 깔끔한 탕 요리를 한라이에서 맛보자. 맛은 물론 편안한 소화와 영양은 덤이다.
 
·주소 : Hi-Lai Vegetarian restaurant, No.1 Tongling Rd, Dashu, Kaoshiung 840, Taiwwan
 
 



■추천 가오슝 호텔

여행지에서 먹고 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휴식이다. 가오슝은 남부 최대 도시인만큼 교통과 숙박 등 필수 관광인프라가 훌륭한 편이다.

△‘JUST SLEEP’은 감각적인 여성 여행객에게 적극 추천하는 부티크 호텔이다. 리젠트 호텔 그룹(FIH Regent Group)의 체인 호텔로 타이완 내에 가오슝 지점을 포함한 7개의 지점이 있다. 각 지점 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를 갖고 있는데 가오슝은 ‘예술’이 콘셉트다.

객실마다 화려한 꽃과 화초, 새가 그려진 벽지가 인상적이며 1층 로비에도 디자인 가구와 그림 작품으로 부티크 호텔만의 개성을 강조했다. 특히 1층에는 오래된 서가 느낌을 살린 독특한 인테리어의 TWG 카페가 있다.

이밖에도 ‘저스트 슬립’ 가오슝은 시내 중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대중교통은 물론 리우허 야시장과 메이리다오 역 등 주요 스팟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이동 가능하다. 더불어 개별여행자 맞춤 컨시어지 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www.justsleep.com.tw/+886-07-973-3583)

가족과 함께 가오슝을 방문했다면 △‘E-DA ROYAL HOTEL’을 추천한다. 넓고 럭셔리한 로비가 특징인 이다 로열호텔은 쇼핑센터와 테마파크가 연결돼 있어 가족여행으로 최상의 조건을 자랑한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투숙객이 2명 이상의 가족여행객이다. 따라서 가족들을 위한 프로모션과 패밀리 콘셉트의 객실이 특화돼 있다.

특히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객실은 이다 로열호텔의 캐릭터로 꾸며진 콘셉트 룸이다. 캐릭터가 그려진 침구에 아이들을 위한 인형과 객실 내부에 미니 텐트와 가랜더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살렸다. 하지만 어메니티는 부모님들을 위해 록시땅으로 품격을 높인 것이 반전이다.

객실 안에서는 유럽풍의 로열호텔 건물과 이다랜드의 공중관람차를 볼 수 있다. 객실마다 와이파이 서비스는 물론 공항셔틀과 24시간 리셉션을 운영한다. (www.edaroyal.com.tw/ +886-07-656-8158)

·주소 : Just Sleep, No.280, Zhongshan 1st Rd, Xinxing Dist, Kaoshiung 80049, Taiwan
         E-DA Royal Hotel, No.153 Sec 1 Xuecheng Rd, Dashu Dist, Kaoshiung, Tai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