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9호]2016-10-31 09:10

혼자 떠나는 여행
“2030, 밥/술/영화 그리고 여행까지 혼자 즐긴다!”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는 탈 여행객이 지속 증가하는 가운데 여행사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고객군이 등장했다. 동반자 없이 자유로운 일정을 즐기는 1인 여행자, 즉 ‘나홀로 여행족’이다. ‘나홀로 여행족’은 항공과 호텔을 시스템을 통해 각각 예약하고 현지 데이투어와 티켓 및 패스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개별여행객이다. 자연스레 여행사와의 연결고리는 견고치 않다. 그러나 연간 여행 횟수가 많고 내외부 악재나 상품 가격에 덜 민감하며 현지 체류일 및 소비 규모가 크다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먹잇감으로 훌륭하다는 평가도 있다.

과연 ‘나 홀로 여행족’은 여행사의 긴 불황을 막을 구원 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까? 아니면 꽃할배, 루비족 등 다른 카테고리와 마찬가지로 반짝 빛나다 사라지는 유행가로 끝날까?
김문주·강다영·이예슬 기자 titnews@chol.com
사진출처=여행정보신문 DB(www.travelinfo.co.kr)
 
 
여행업계 ‘나 홀로’족 등장에 홍보 마케팅 확대
긍정적인 시장 전망 불구 여행사 연계는 어려울 듯



 
 
 
“대한민국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

▲김문주 기자(이하 문) : 밥이나 술을 혼자 먹거나 영화 및 공연을 당당하게 즐기고 심지어는 혼자 해외여행까지 떠나는 ‘나홀로’족이 급증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봤다고 하면 주위에서 ‘청승’떤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확실히 분위기가 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다. 빅데이터만 봐도 사회 곳곳에 침투한 나홀로 족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가치관의 변화로 혼인을 하지 않는 인구가 늘었고 장기간에 걸친 경기 불황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결혼-출산-육아’로 이어지는 삼중고를 젊은 층이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대신 오롯이 혼자 즐기는 삶을 택하려는 욕구가 1인 가구 증가의 주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은 혼술, 혼밥, 혼여가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강다영 기자(이하 강) : 위에도 언급했지만 결국 1인가구의 증가 때문 아닐까? 만혼을 비롯해 비혼주의자와 노령인구의 급격한 증가 등 1인가구의 증가는 이미 폭넓은 연령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재밌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1인가구의 증가’는 인지하되 ‘혼자 노는 문화’자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인 가구’나 ‘혼자’와 함께 거론되는 단골 키워드는 ‘취업난’, ‘초혼연령 상승’, ‘출산율 저하’등 부정적인 것이 많다. 스스로는 혼여, 혼술, 혼밥이 증가하는 이유가 꼭 경제적 압박과 취업난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현재의 주류 세대들이 ‘혼자’ 문화에 익숙할 수 밖에 없다는 특성에 주목하는 것이 맞다.

혼밥, 혼술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2030층은 대부분 맞벌이 부모 아래에서 자란 사람들이 많으며 가족 구성 역시 대가족인 아닌 4인 미만의 핵가족이다. 이들은 공동체 문화를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한다. 게다가 이 세대들은 지구상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접했고 그에 따른 각종 혜택과 편의를 누려온 세대 아닌가. 꼭 대면하는 소통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와도 소통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즐기고 소비하는 세대가 주류층으로 자리 잡았으니 ‘혼자’문화는 당연히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문 :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깝게 보자. 주변 지인들 중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실제 증가하고 있는가.
 
▲이예슬 기자(이하 슬) : 식당이나 카페, 쇼핑센터, 마사지 숍, 병원 등 다양한 편의 시설과 서비스 업체에서 과거보다 자주 ‘혼족’들을 목격한다. 특히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은 눈에 띠게 증가했다. 점주가 눈치 주는 경우도 드물고. 그런데 기자 주변에서 살펴보면 아직 반반이다. 일부에서는 종종 혼자 영화를 감상하거나 홀로 노는 것을 선호하지만 혼자 생활하는 것이 익숙치 못한 친구들도 많다. 어떤 지인은 아직까지 혼자 밥을 먹는 것을 상상도 못하겠다고 말한다.
 

여행하기 수월한 단거리 지역에서 혼자 여행하는 여행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스템과 인프라의 발전, 홀로 여행 어려울 것 없어”
▲문 : 혼자 문화 중 가장 각광받는 트렌드가 ‘혼여’다. 개인적으로 혼술, 혼밥은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연관이 깊은 개념인데 ‘혼여’는 이보다는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들은 혼자 여행을 떠난 경험이 있나. 장단점을 나열한다면.
 
▲강 : 약 2년 전에 혼자 캐나다 토론토로 떠난 적이 있다. 첫 해외여행인데다 혼자이고 미국을 경유해야 하는 일정이어서 잔뜩 긴장을 했었다. 예약했던 숙소에 체크인하기 전까지는 마치 퀘스트를 깨듯 온 정신을 집중해서 다녔다. ‘혼자여행’은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해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지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무사히 숙소에 들어온 순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정을 느꼈었다. 이후의 일정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누군가와 의견 조율 할 필요 없이 눈이 떠지면 관광을 나갔고 점심, 저녁 메뉴도 즉흥적으로 선택했다. 첫 해외여행인데도 꼭 가야할 식당 리스트 같은 건 하나도 작성해 놓지 않았다. 어떤 날은 핫도그 트럭에서 핫도그를 사서 강가에 홀로 앉아 먹기도 했고 어떤 날은 그리스 음식을 먹었다. 뭐 하나 쉬운 건 없었지만 일정이 끝나고 홀로 숙소에 앉아있으면 내 자신이 너무 뿌듯했다. 결론적으로 크게 만족했다.
 
▲슬 : 혼자 국내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내일로’ 패스를 이용했고 목적지의 유명 관광요소나 교통편 등을 사전에 자세히 알아봤던 기억이 난다.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이상하게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과 자주 부딪친다. 처음 본 사람과 공통점을 찾게 되고 추후 일정이 비슷하면 함께 떠나기도 한다. 자신이 몰랐던 일정을 공유한다는 점도 좋지만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실 동행자가 있으면 모르는 사람과 친해질 기회가 전혀 없지 않나.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 혼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단점은 국내의 경우 지방으로 갈수록 1인 여행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숙박은 그나마 많이 개선돼 게스트하우스 위주로 사용하면 되지만 지방 호텔이나 모텔은 혼자 쓸 경우 가격이 평균보다 크게 오른다. 일부 식당에서는 2인 이상만 주문이 가능해 지역 특식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까지 왔는데 고작 김밥천국을 가거나 편의점 라면을 먹는 건 정말 억울하다.
 
 
▲문 : ‘나홀로’라는 트렌드가 유행하기 이전부터 줄곧 혼자 여행을 다녔다. 사실 초반에 여행을 홀로 떠났던 이유는 편안함이나 제멋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보다는 그냥 혼자 떠나는 게 ‘멋있어’보였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여자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은 여행 작가내지는 일정 수준의 경험을 갖춘 사람 아니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혼자 휴가를 다녀왔다 말하면 여행업계에서도 ‘우와’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했다. 지금은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평범한 일이 됐다.
 
▲강 : 말 그대로 문화 자체가 변했고 시스템 또한 너무 편리해졌다. 크게 준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혼자 다녀온 국내여행지는 군산이다. 전날 밤에 갑자기 떠나고 싶어서 계획한 여행이었다. 밤 12시에 다음 날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스마트폰 어플로 예매하고 무작정 떠났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또 스마트폰으로 숙소를 예약하고 일정을 짰다. 군산에 도착해 터미널 역 근처의 허름한 기사식당에 불쑥 들어갔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혼자 여행 오는 여자들이 정말 많다고 친근하게 대했다.
 
 
 
“대형사 보다는 전문사, 디테일한 서비스로 승부해야”
▲문 : 현 여행업계는 ‘나홀로 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강 : 취재한 바에 따르면 실무진 중 다수가 ‘혼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단 여행업계 종사자들은 기본적으로 여행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여’경험이 있지 않나. 혼자 여행을 떠남으로서 얻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 것인지 잘 알고 있고 본인 주변에서도 흔하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도 경험했지만 시스템이 정말 견고해지고 있다. 항공, 호텔, 투어까지 전부 모바일 하나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여행 일정 수립에 도움을 주는 온라인 사이트부터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찾기까지 마음만 먹으면 어떤 형태의 여행이든 혼자서도 가능하다. 혹자는 ‘혼자여행’이 가족여행과 허니문처럼 하나의 정형화된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 : 많은 여행사들이 약 1~2년 전부터 나 홀로 여행족을 위한 상품 및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며 신수요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연초 화제가 됐던 ‘액티브 시니어’처럼 결국 단순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한다. 시장의 긍정성과 비전에는 동의하지만 솔직히 이걸 여행사가 직접 끌어당겨 수익원으로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나혼자 여행을 떠날 정도면 그 사람은 이미 그 분야에서 고수다. 여행사 도움을 받는 것은 기껏해야 할인 티켓 구매나 예약이 정말 어려운 특수 목적지의 투어상품 등 현재의 개별여행시장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여행사 직원 보다 여행 경험이 많아 상담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더욱이 가격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그만큼 취향이나 선택 기준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혹시 여행사들이 실제 상품을 운영한 사례도 있는지.
 
▲슬 : 기획전이나 이벤트는 이미 그 수가 너무 많다. 주목할 것은 아무래도 자유여행기업들의 움직임이다. △내일투어의 경우 ‘혼자여서 짜릿한 싱글즈 금까기’ 기획전을 운영 중이다. 여행객의 기호에 따라 도시, 먹방, 액티비티, 휴양 등 테마를 선택해 목적지와 해당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의 특징은 호텔 싱글 추가비용을 없앴다는 것. 여행사로써는 상당히 힘든 결정이다. △여행박사에서도 관련 상품은 찾아볼 수 있다. 검색창에 ‘혼자여행’이라고 검색만 해도 단거리 중심지인 홍콩, 타이완, 태국 등의 1인 여행상품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상품은 항공, 호텔 미확정 상품으로 여행객들이 호텔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호텔 콘셉트 별 요금을 나열해 제시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서 해외까지 혼자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교통패스, 입장권 등 단품을 주
 
로 이용한다.

▲문 : 끝으로 1인 여행 혹은 나홀로 여행족을 상대하기 위해 여행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슬 : 상품 폭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일반화된 에어텔이나 세미 패키지로는 당연히 답이 없다. 고객 취향은 다양하다. 일정 하나하나 따져보는 꼼꼼한 여행객들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선택을 여행사에 일임하는 경우도 있다.

추천 목적지 정도는 제시하지만 항공, 호텔은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상품 예약 후 교통패스나 입장권 등을 연계해 판매할 수 있도록 카테고리와 서비스 제공 범위를 계속 확장해야 한다. 그리고 소위 정보만 빼가고 예약은 다른 여행사에서 하는 ‘먹튀’ 고객이나 비매너 고객을 막기 위해 상담료 또는 수수료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강 : 1인 여행객의 입장에서 그들을 위한 서비스나 필요한 상품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혼자하는 여행에 대한 애정이 있고 혼자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불편과 아쉬움을 상품과 서비스로 승화시킨다면 충분히 수익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인 여행자들은 상품 수준이나 호텔 컨디션 보다 가치 있는 소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이다.

단, 대형 단체에 익숙해진 기존 여행사가 나홀로 여행족을 위한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도 쉽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전문여행사 혹은 스타트업 위주로 1인 여행객을 위한 심도 깊은 연구와 전략이 병행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파이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