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2호]2016-11-21 09:57

이슈 엔 토크 - 달라지는 소비 트렌드, ‘가성비’를 파헤쳐라!
 
‘브랜드=성능’ 공식 깨진 현대 소비 패턴
호텔·항공 넘어 상품에서도 가성비를 찾다


‘편의점 도시락 열풍,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샤오미, 허례허식을 줄인 스몰웨딩… ’
최근 몇 년 사이 대유행하고 있는 키워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 세계를 뒤덮은 경기침체로 인해 요즘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가격 대비 성능에 민감하다.
주목할 점은 소비자들의 ‘가성비’ 열풍이 제품을 넘어 여행과 같은 무형의 서비스에도 번지고 있다는 것. 대표 사례가 바로 네이버 카페 ‘스사사’다. 가성비 좋은 호텔과 저렴한 항공 티켓 구입 비법까지 다양한 팁들이 공유된다.
11월 이슈엔토크는 2016년 최대 소비 트렌드, ‘가성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정리=강다영 기자·취재부 titnews@chol.com
사진출처=여행정보신문 DB(www.travelinfo.co.kr)
 
 
 “현대인, 가성비를 따지다”
 
‘남보다 싸게, 남보다 빠르게, 남보다 편리하게!’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여행업계도 이들
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저렴한 특가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업계는 이미 가성

비 잔혹사에 빠지고 말았다. 사진은 소셜 상에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쿠폰 이미지 컷. 


▲강다영 기자(이하 강) :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브랜드 민감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는 품질과 가격, 디자인과 같은 다른 요소들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브랜드와 품질과의 비교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품질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른바 ‘가성비’를 따진다는 것인데,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따지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문주 차장(이하 문) : 장기적인 불황과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 아닐까. 현 사회는 월급쟁이라면 당연히 지갑이 얇아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며 대학졸업자들의 취업 또한 어렵다. 돈이 자유롭게 돌아야 하는데 뭔가 막혀있는 느낌이다. 몇 년 전부터 경제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소비 절벽’이다. 그만큼 경기가 어렵고 소비가 둔화돼 있다. 소비 품목의 종류나 특성과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정보의 확산 그리고 가격의 오픈도 이유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정보를 독점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경쟁하는 시대다. 해외 직구가 늘어난 것도 같은 제품이 다른 가격으로 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깨우쳤기 때문이다.
 
▲이예슬 기자(이하 슬) : 소득 대비 빠르게 높아지는 물가도 소비자들로부터 가성비를 따지게 하는 이유다. 최근 들어 아예 브랜드가 없거나 중하위 브랜드여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상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제품 선택 시 브랜드를 필수요소로 생각하는 경우가 줄고 있다.

달라진 현대인들의 소비심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가령 같은 기능의 제품을 살 때 A는 브랜드를 따져 높은 가격에 구매하고 B는 꼼꼼한 비교를 통해 최저가에 구매했다면 이를 지켜본 다수의 소비자들은 B가 똑똑한 소비를 했다고 평가한다. 또한 1인가구의 증가도 가성비를 따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혼자서 구매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부담을 주는 대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강 : 제품이나 상품을 구매할 때 가성비를 따지는 편인가? 기자 개인적으로는 매우 가성비를 따진다. 혼자서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허례허식을 갖추기 보다는 최대한 실용적이면서도 저렴한 것들을 선호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가격 대비 괜찮은 물건들이 많다. 인테리어 소품은 꼭 비싼 브랜드가 아니어도 천 원마트나 20대를 타깃으로 한 길거리 편집숍에서 사는 편이고 음식이나 식재료 또한 인터넷을 통해 가격과 후기를 비교해보고 산다. 특히 소스류는 대부분 현지 직구를 통해 산다. 가격은 저렴한데 맛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문 : 가격보다는 나의 만족이 우선이다. 그런데 이 만족이라는 것이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다. 특별히 취향을 타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제품인데 필요에 의해 사는 거라면 싸고 성능 좋은 제품을 찾지만 내가 원하고 동경하는 ‘물건/경험’이라면 가격보다는 구매를 통한 만족 내지는 감동에 더 무게를 둔다. 카메라와 노트북을 예로 들면 기자는 사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때문에 비싸지 않은 가격에 기본적인 성능만 갖췄다면 큰 고민 없이 바로 구매하는 편이다. 그러나 노트북은 얘기가 다르다. 업무 탓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물건이라 사게 될 경우 장고를 거듭한다. 가격이 높아도 내가 정말 갖고 싶은 브랜드인지 혹은 장기적으로 AS를 잘 받을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진다. 아마 30대 초중반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기자와 비슷할 것이다. 가성비를 당연히 따지겠지. 그러나 가성비 보다는 개인 만족이 우선인 소비(구매)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여행상품은 당연히 후자라고 본다.
 

학업과 일로 하루가 바쁜 2030세대가 최근 가장 열광하고 있는 가성비甲 아이템은 바로 편의점 도시락이
다.

“일상 속에 뿌리 내린 가성비”
▲강 : 유통업계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다양한 제품과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가성비甲’이라고 마케팅하는 대형마트의 PB상품은 유명하다.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2030세대들이 가장 열광하는 상품 혹은 마케팅에는 무엇이 있을까.
 
▲슬 : 20대에게 각광받는 가성비 상품은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 세대를 저격한 샤오미의 저렴한 보조배터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상품 가격은 타 브랜드보다 훨씬 낮지만 기능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한때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 사이 ‘샤오미’는 가성비 최고의 브랜드로 추앙 받았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편의점에서 자체 생산하는 PB상품들도 인기 있는 가성비 상품 중 하나다. 가격에 비해 내용물이 알차고 시시때때로 ‘1+1’이나 ‘2+1’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GS25 편의점은 ‘1+1’ 상품을 선호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나머지 상품 하나를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층 사이 완벽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 : 스몰웨딩에 대해 말하고 싶다. 스몰웨딩은 장기간에 걸친 경기 불황과 트렌드 변화가 함께 녹아있는 문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되 본인들이 원하는 항목에는 돈을 크게 투자하는 것. 식장을 작은 것으로 쓰거나 스튜디오 촬영을 스냅으로 대체하거나 결혼식을 아예 생략하고 여행지에서 가족들과 예식을 올리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 예단이나 예물 등도 과감하게 없애는 추세다.
 

‘스드메’ 대신 ‘셀프’가 더 세련된 문화로 인식되는 요즘이다. 젊은 예비부부들은 허례허식을 따지기보다
최대한 간결하게 자신만의 결혼식을 준비한다.

“여행에서도 가성비를 따질까?”
▲강 : 여행상품을 구매할 때에도 가성비를 따지는지 궁금하다. 참고로 스카이스캐너가 조사한 ‘2016 아태지역 여행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인 39%는 여행 준비 시 할인 이벤트 및 프로모션과 같은 스마트 소비를 즐기는 ‘바겐 헌터족’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문 : 방콕, 필리핀, 베트남 등은 가격 대비 훌륭한 호텔이나 숙박 시설이 많아서 여행만족도가 높다. 현지 물가도 낮기 때문에 체류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유럽 혹은 미주로 넘어가면 비용 측면에서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결국 가격 대비 최고 성능과 만족감을 느끼려면 매번 동남아나 우리보다 물가가 낮은 국가로만 여행을 가야 한다. 그래서 기자는 개별여행에 있어서는 굳이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편이다. 경험하고 싶은 목적지가 많은데 그때마다 가성비를 논하면 목적지가 너무 한정되기 때문이다
 

뉴욕시티패스. 박물관, 미술관, 전망대 등 한층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관광지를 경험할 수 있어 개별여행
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가성비를 따지는 여행자들은 가격에 민감한 탓에 다양한 할인 패
스와 특전을 수시로 활용한다.
 
▲강 : 막상 질문을 하면서도 ‘여행에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기자조차도 여행에 있어서는 크게 가성비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배낭여행객이나 돈을 최대한 아껴서 장기간 여러 나라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가성비가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 있겠다. 특히 비행기나 숙박 같은 경우에는 조금만 비교해보면 가성비가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돈보다 시간이 없어 여행을 가지 못하는 직장인으로서 여행에서의 가성비는 기자에게 큰 의미가 없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만큼 이왕이면 원하는 항공기와 숙박을 선택하고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고 오고 싶다.
 
▲슬 : 마찬가지다. 기존 소비생활에서도 가성비를 굳이 따지지 않는 스타일이라 여행상품 구매 시에도 가성비만 집중해 알아보지는 않는다. 여행상품은 가성비를 따지기에 아직까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상품을 살펴보면 가격 아니면 추가 혜택이 선택 기준의 전부다. 하지만 이것도 큰 경쟁력이 없다. 한 여행사가 가격을 내리면 다른 여행사들도 하루가 채 안 돼 똑같은 마케팅을 선보인다. 때문에 여행상품에 있어서는 가성비를 따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강 : 한국인들 대부분이 여행에서 가성비를 따진다는데, 혹시 주변 지인들 중에서 여행에 가성비를 따지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문 : 큰 이모 내외가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주로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다. 그런데 정말 철저하게 상품을 비교하고 구매는 거의 홈쇼핑 채널을 이용하는 편이다. 자주 구매하니까 여행사에서 알아서 문자도 오고 메일도 오는데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혜택이 많은 상품이 홈쇼핑이라고 하더라. 홈쇼핑도 한 채널만 보는 게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 다양한 채널을 비교 검색해서 상품을 찾는다. 이모 연령대가 50대 후반인데 오히려 젊은 세대들보다 5060 장년층이 더 철저하게 가성비를 따지고 분석하는 것 같다.
 
▲강 : 여행업계에서도 가성비를 내세운 여행상품이 있을까? 업계지 기자로서 여행업계에서 포착한 ‘가성비’ 마케팅의 사례가 있다면.
 
▲문 : 장거리 국적 항공사들이 주도했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도입은 어떨까. 이코노미보다는 비싸지만 비즈니스 보다는 한층 저렴한 가격으로 퀄리티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소문나면서 판매도 어느 정도 성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비즈니스 좌석을 손님 없이 공간만 차지하는 것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손님을 받는 게 효율적이니까. 항공사의 니즈와 고객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진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슬 : 여행사에서 특정 주제로 할인 이벤트를 펼치는 것이 대표적인 ‘가성비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내일투어는 ‘11년 연속 1위 기념 Dream Sale’ 이벤트를 실시한다. 이벤트 중에는 단돈 1만 원부터 항공권, 호텔, 데이패스, 테마파크 입장권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행박사도 자사 여행상품 구매 여행객을 대상으로 공항과 집을 오갈 수 있는 벅시 할인, 유심칩 및 와이파이, 환율쿠폰 등 상품과 함께 실용적인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상품 외의 추가적인 것들을 바라는 ‘가성비’를 따지는 여행객이라면 관심을 가질법한 마케팅 방법이다. 이외의 눈길을 끌 만한 특별한 가성비 마케팅은 없는 것 같다.
 
▲강 : 젊은 층 위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소비 트렌드 ‘가성비’가 장기적으로 여행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여행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슬 : 가성비 관련 마케팅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여행업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여행사의 상품이나 이벤트들은 이미 비슷하다. 심지어 이색적인 상품이나 프로모션이 나오더라도 하루아침에 카피 된다. 때문에 정말로 가성비가 좋은 상품이 나오더라도 소비자들이 바로 반응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가성비’를 주제로 여행시장을 변화시킬 수는 있겠다고 생각된다. 최근 들어 여행객들의 상품 예약 속도가 많이 늦어졌다. ‘가성비’ 마케팅의 일환으로 조기예약자 할인, 비수기 상품 등을 활용한다면 판매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문 : 여행업계는 경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들의 선택을 유도해 왔다. 가성비와 여행시장은 약간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저렴하고 성능 좋은 상품을 공급하지만 오히려 소비자가 외면하고 있으니 어쩌면 신뢰를 잃었다는 말이 맞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내놓고 홍보해도 소비자들이 믿지 않는 상황이니까.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는 가치도 함께 따진다. 무조건 싼 것이 아니라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것 그리고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평판까지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행사가 이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답이 없다. 저렴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는데 어렵다 해도 특가 경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고 홍보했으면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과 지속적인 관계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조금 비싸도 자꾸 찾게 되는 ‘단골’처럼 여행사도 이미지를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