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7호]2016-12-26 09:04

[이슈 엔 토크 결산] 2016 무교동 “손님 없고 수익 없고 직원 없고”
탈 여행사 고객 증가, 소비자 우선 정책 강화
업무강도 높고 급여는 낮아, 업계 인력난 가중
여행사 역할 재정립하고 생존 위한 솔루션 찾아야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저물어간다. 지난 몇 년이 그랬던 것처럼 올해 또한 여행업계는 크고 작은 이슈와 끊임없이 싸우며 수요 및 수익 창출에 매진했다.
올해의 경우 내부적인 이슈 보다는 외부적인 악재와 민감한 경기에 따른 변화로 업계가 위축됐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세계 곳곳에서 터진 테러와 사건사고로 여행자들의 발길이 묶였으며 지나친 소비자 보호 정책으로 인한 피해 그리고 외국계 OTA들의 결합은 국내 여행사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업무에 지친 직원, 동료들이 업계를 떠났고 여행사를 믿지 않는 고객들의 이탈 현상은 가속화 됐다. 당연히 상품을 팔아도 두 손에 남는 것은 없다.
올해의 마지막 <이슈 엔 토크>는 2016년 한 해 여행시장을 주제로 최대한 현장의 날 선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봤다.
사진출처=여행정보신문 DB
김문주, 강다영, 이예슬 기자 titnews@chol.com
 

<여행업계요? 좋을 때가 있었나요?>
▲김문주 차장(이하 문) : 2016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매주 마감을 하는 주 단위 인생을 살면 한 주, 한 달이 정말 빠르게 가지 않나. 연초 <병신년>이라는 다소 해학적인 느낌에 많은 사람들이 장난스럽게 올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대로 재현된 느낌이다. 2016년 여행시장을 정리한다면 어떨까.
 
▲강다영 기자(이하 강) : 특별히 나쁜 것도, 좋았던 것도 없었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처럼 사회가 일시적으로 정지된 메가급 이슈는 드물었다는 얘기다. 터키와 프랑스 등에서 테러가 발생하긴 했지만 앞의 두 사건처럼 여행사들이 폐업 수준으로 힘들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추가로 하반기 시국 불안정은 견디기 힘든 이슈이긴 하지만 여행수요 급감현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겨울 모객 상황은 안정적이라고 한다. 업계를 제외하고 여행시장 자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좋았던 한 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나 출국자 수가 신기록을 경신할 예정인데다 내년에도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아웃바운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이예슬 기자(이하 슬) : 지난해와 비슷했던 것 같다. 고질적인 문제인 상품가격 하락과 특가 전쟁, 직원 이탈, 소비자들의 저비용/고가치 상품 요구 등이 올해도 여행시장에서 반복됐다. 여러 가지 이슈와 안 좋은 뉴스들이 많았지만 시장에 직격탄을 던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속적인 경기 둔화, 빈부 양극화, 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시국 불안정, 탄핵 발의 그리고 지난 9월 김영란법 시행 등에는 여행업계도 조금은 피해를 입었다고 본다.
 
▲문 : 개인적으로 올해 여행시장은 큰 이슈 없이 잔잔히 흘러갔다고 생각한다. 여행사를 이용하진 않지만 여행 수요가 증가한다는 뉴스는 벌써 몇 년 전부터 계속됐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마진을 챙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한 헐값에 상품을 팔 되 많이 팔 수밖에 없는 전략을 구사해야 그나마 생존할 수 있었다.

대형사의 경우 사업 다각화로 여러 분야에 다리를 뻗었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고 중소형 업체는 경영난이 가중 됐다. 결국 이름난 전문사마저 대형사의 대리점 간판을 달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자들은 올해 여행사들이 유독 힘들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모바일과 각종 편의 시설의 발달로 해외 여행 중 여행사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지 않게 됐다.
 

<트렌드의 변화, 아는 것을 넘어 적용이 필요하다>
▲슬 : 단품 증가와 상품가격의 하락 그리고 OTA들의 공략 등 외부적인 환경 변화가 좀 더 견고해졌다고 할까? 여행시장이 완전한 개별/온라인 시장으로 전환되고 고객들이 요구하는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여행사가 수용하지 못하자 고객들이 여행사가 아닌 다른 업체를 통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반화 됐다.

괌/사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항공 공급의 증가로 괌/사 시장은 이제는 완전한 개별여행시장으로 돌아섰다. 여행객들은 각종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해 항공, 호텔, 옵션을 선택한다. 심지어는 경비를 아끼고자 현지 게스트하우스나 골프장 라운지를 애용하는 여행객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괌사를 방문하는 한국여행객 수는 매 월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여행사 상품 판매율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수요 감소를 이겨내기 위한 특가 전쟁 또한 여행사에 부메랑으로 다가온 격이다. 여행사들이 연중 특가를 구사하거나 홈쇼핑 등에서 기존 판매가보다 확연히 낮은 금액으로 상품을 판매한 탓에 소비자들에게 해당 지역 상품에 대한 고정가격이 형성됐다. 자신이 과거에 인식했던 요금수준이 아닐 경우 마냥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왜 가격이 그때와 다르냐며 따지는 여행객들도 많다고 한다. 처음 시작부터 여행사의 실수였던 것이다.
 

대형여행사의 성장에 반해 성장하지 못하는 영세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출처=하나투어>
 
▲강 : 외부적인 악재는 예슬 기자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는 오히려 내부적인 얘기를 좀 풀어볼까 한다. 비전을 찾지 못한 직원들이 업계를 떠나는 현상이 지나치게 심해지고 있다. 몇몇 실무진들은 기자에게 너무 빨리 바뀌는 트렌드를 따라 잡지 못해 여행사 직원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사실 이직이나 낮은 연봉은 이미 만성화 된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히 시기를 논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트렌드는 바뀌는데 여행업계 사람들, 솔직히 말하면 윗선들의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아 직원과 임원 간의 괴리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사뭇 다른 얘기다. 실무진들은 바뀐 트렌드를 체감하고 있지만 이것을 여행사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려면 기존 여행사업의 뼈대를 전부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갈등을 느낀 많은 젊은 직원들이 비전을 찾아 여행사를 떠나거나 창업을 하고, 혹은 스타트업으로 무대를 옮긴다. 여행사에 남아 있는 이들은 제 풀에 지쳐 기존의 방식만 고집한다. 편협한 의견일 수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 젊은 여행사 직원들만 봐도 패키지보다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젊은 그들이 요즘 감각을 내세워 자유여행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경우는 없다. 이게 현실이다.
 
▲슬 : 일이 너무 많다. 성비수기는 물론 고객과 윗선으로부터 끊임없이 과한 업무를 요구받는다. 지역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미주나 중남미의 경우 성수기 시즌을 제외하고는 관계자들 대부분이 너무 한가해서(남미의 경우 올해 유독 출발 팀이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회사 내에서 눈치를 받았다고 했다.

유럽팀은 비수기 시즌에도 거의 매주 홈쇼핑을 진행하거나 실적 회의를 해서 몸부터 지친다고 하더라, 실제로 한 신입사원은 들어온 지 1년 만에 퇴사를 결심하고 있거나 이미 나간 동료들도 많다고 했다. 판매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으로 업무는 점점 늘어가고 소비자를 위한 정책은 강화되는데, 왜 여행사 직원을 위한 복지나 내부 프로그램은 늘어나지 않는 걸까?
 

여행자가 여행사를 믿지 못하고 개인 의지로 해외를 떠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여행사의 경쟁자가 카드사 그리고 중국 OTA인 세상>
▲문 : OTA와 소셜 등 각 온라인 채널과 플랫폼들이 여행시장 공략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항공 엔진을 장착하는 익스피디아의 행보는 많은 업체들의 관심 대상이다. 소셜 중에는 여행사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이직을 제의하는 경우도 늘어났고 직접 발권을 위해 항공GDS와 미팅을 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염두하고 있다. 소셜이나 온라인 플랫폼도 과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행을 신 시장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 업계가 재밌는 것이 대기업도 들어오고 외국계 OTA가 아무리 들어와도 사정이 나빠질 뿐 1등 자리는 뺏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연 이대로 유지될까?
 
▲강 : 대형 패키지 여행사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그렇게 쉽게 뺏기지는 않을 것이다. 존재감이 워낙 크지 않나. 그러나 판은 눈 깜짝할 새에 바뀐다. 앞으로 주요 경제인구인 20~40대가 개별여행시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은 패키지시장의 몰락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물론 패키지여행이 아예 없어진다는 소리는 아니다.

전체 여행형태의 70~80%의 비중을 차지했던 패키지여행의 비중이 지금의 절반, 아니 절반의 반으로 뚝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다 보면 은근히 제약이 많다. 출발인원이 다 차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날짜에 출발할 수도 없고 내가 선호하는 호텔을 따로 고르지도 못한다.

여행 중에 일정을 빼고 호텔에서 비적대거나 내 마음대로 식당을 선택하지도 못한다. 모든 게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여행은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반대로 본인이 특별히 결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편해서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계속해서 패키지를 이용하겠지.

하지만 요즘처럼 개개인이 똑똑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내 여행을 타인에게 맡기려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특별한 한때를 기대하며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수요를 타깃으로 한 온라인, 소셜업체가 지금보다 더 흥할 것이다.
 

여행업계는 올해도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렸다. <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슬 : 한국여행객들의 특성(낮은 가격에 많은 것을 누리고자 하는 점)은 결국 패키지 시장에서 기이한 구조다. 어떤 상품은 도저히 말도 안되는 저렴한 요금인데 호텔 등급을 따지거나 현지 식사 등에 불만을 표하는 고객들이 많다. 사전에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했음에도 무조건 따진다고 한다.

각종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만들어내는 여행사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고객들도 은연중에 여행사가 소비자에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전체적인 이미지가 개선돼지 않는다면 여행사가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고 좋은 전략을 시도해도 결국 답이 없을 것이다.
 
▲문 : 내년 시장을 전망해보자. 사실은 정확한 답이 없다. 12월 들어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사업 계획이 선포됐지만 전보다 구체적이거나 새로운 사업 내용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하는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슬 : 단품시장에 뛰어드는 여행사들이 더 많아지면서 패키지사나 중견사 전문 여행사들이 서로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의 경우 세미패키지와 개별여행상품들이 늘어날 것이지만 수익은 패키지에서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어쩌면 고품격 패키지가 다시 인기를 끌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패키지에서 완전한 개별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장이 지난 몇 년 이었다면 올해는 결국 정체기였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새로운 마케팅을 펼치거나 상품을 내놓은 곳도 있지만 일각에 불가하다. 대부분 여행사들이 이를 따라가려고만 하지 먼저 나서서 좀 더 참신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움직임은 없다. 그저 더는 뒤로 물러나지 말자는 생각 뿐 인 것 같다.
 
▲강 :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영세 업체의 경영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고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몇 개의 대형 여행사로 업계가 추려지게 될 것이다.

이제 여행은 일부만의 특권이 아니다. 누구나 누릴 수 있고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여행사는 진지하게 도약과 변화를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그런 고민은 결정권을 가진 몇 사람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많은 직원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주도권을 줘야 한다. 여행만큼 여행산업도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에도 여행사들은 브랜드 인지도 확보와 고객만족도에 집중하며 여태껏 그래왔듯 여행사로서의 임무에 착실할 것이다. 특히 자본이 있는 대형업체의 경우 눈을 해외까지 넓히고 사업의 영역 또한 더 다양하게 늘려 어엿한 기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중소 여행사들은 거창한 사업계획 보다도 매출과 송객 인원을 올해보다 더 늘리겠다는 정도다. 세부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굳이 캐물어도 함구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없어서 일 것이다. 여행사들이 내년을 어떻게 전망하고 또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기자 또한 궁금하다.
 
▲문 : 모두투어의 경쟁자가 하나투어이던 시절은 끝난 것 같다. 여행사vs여행사가 아니라 여행사vs통신사, 여행사vs온라인, 여행사vs카드사 구조로 흘러간다. 위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여행사를 떠난 유능한 인재들이 소셜, 온라인 쪽에 터를 잡기도 하고.

전통 여행사들은 아직도 계약을 통해 미리 보유하고 있는 항공, 숙박, 현지 투어 등을 결합한 완성형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행을 완성형으로 구매하려 하지 않는다. 접근 자체가 틀렸다. 여행사의 역할과 시대적 요구에 따른 변화 그리고 여행상품의 혁신이 진실로 필요하다.
 

<본지는 올 한 해 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인기 키워드를 중심으로 매월 <이슈엔토크> 기사를 선보였다. 주제도 다양했다. ‘가성비’, ‘1인 여행’, ‘포켓몬’, ‘김영란 법’, ‘트레이드 행사’, ‘실버여행’, ‘공유경제’ 등 업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거론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힘을 모았다. 매월 이슈엔토크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피드백도 그만큼 많았다. 단 지금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여행사 외 항공사, 랜드사, 관광청, 학계 등 다양한 업체의 입장을 폭 넓게 담아야 한다는 지적은 겸허히 수용하고 개선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