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89호]2017-06-30 07:29

[칼럼] 이용근 - <13>도전으로 자기 주도적인 나를 만들다
 
 
비움을 채움으로 돌아오다
 
이용근-글로벌헬스케어학회장, 국립공주대학교 국제의료관광학과장
 


 
<13>도전으로 자기 주도적인 나를 만들다

산티아고 여행은 가장 필요한 최소한 것만 지니고 걸어야 한다. 비우지 않으면 걸을 수 없다. 걷는데 지치게 되면 자신의 몸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배낭도 던져 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배낭은 생명과도 같다. 먹지 않고서는 걸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걸어도 가게가 없는 적도 있다. 그래서 배낭에는 꼭 필요한 최소한의 먹을 것들이 있어야 한다. 삶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만 배낭에 담고 나머지는 모두 비우는 것이다. 우리 삶도 복잡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을 위해서 비움의 지혜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산티아고 여행길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오로지 걷고자 하는 마음과 믿음, 그리고 최소한의 먹을 것만 있으면 하루가 행복하다. 걷고 먹고 싸고 자고 하는 중에서 중요한 것은 걷는 일밖에 없다. 이 모든 것들이 걷기 위한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비움에서 채움의 시간으로 돌아온다. 결국 비운만큼 다시 채울 수 있는 열정이 생기는 것이다. 삶은 채우는 과정이고 여행은 비우는 과정이다. 채움과 비움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중용의 미덕이다. 중용의 덕은 과유불급으로 지나침과 부족함을 모두 경계하는 지혜이다. 산티아고 여행은 먼저 비움으로써 나를 성찰하고 채움을 위한 마음의 준비와 여유를 가지는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것을 배우는 학습이다.

도전이란 항상 자신이 안주하고 싶은 곳으로부터 벗어나 두려워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전에는 항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도전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내 자신이 변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꿈을 꾸어야 한다. 이러한 꿈을 위해 어떤 자격과 기술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매일 악기만을 불며 지내는 일은 벅찬 일이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장기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성장으로도 가능하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800㎞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하며 걸음마를 시작했다. 걸으면서 만나는 외국인들, 마을, 자연과 대화하면 내 자신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나 자신을 조금씩 몰아갈 수 있게 되고, 조금씩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매일 걸어도 자주 길을 잃고, 발에 물집이 생기면서 잦은 차질과 실패를 했지만 그것이 결코 끝이 아니며 여행은 계속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 실패를 허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위로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매일 일어나 새로운 낯선 길에 도전했는지 여부로 성공을 판단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이 없어지고, 나만의 기준점을 가지게 되었다. 걸으면서 실패보다는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 자극해 주었다. 어떤 일이든 시도할수록 점점 더 쉬워진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매일 걷는 것이 점점 나아지게 되니, 진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규칙들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공은 자신감을 만들고, 그 자신감이 다시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빨리 갈려면 혼자가고 멀리 갈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먼 길을 가는 데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힘겨운 시간을 겪으며, 같은 문제에 처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고, 삶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눌러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그 무엇이라도 이겨내 더 나아질 수가 있게 되었다.

여행을 통해서 내가 가장 많이 느꼈던 말은 변화, 도전, 성장, 자립, 행복이었다. 항상 아버지는 스스로 자립하라고 하셨다. 여행을 통해 아버지와 사회의 규율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도전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하찮은 일이라도 그 무엇인가를 할 때는 그것에 몰입할 수 있어야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걷기여행에는 그 어떠한 기술적 조건이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 걷는 여행에서 걷는 속도에, 바람에, 풀 내음에, 햇살에 오롯이 집중할 때처럼 일상생활에서 그 무엇인가에 도전할 때 진정한 몰입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리고 시행착오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여행이었다.

성공의 반댓말은 실패가 아니라, 시도하지 않은 것이며, 실수하지 않은 사람은 시도하지 않은 사람이며, 실수가 실패가 되는 순간은 본인이 그것을 포기해 버렸을 때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산티아고 걷기여행에서도 완벽히 계획하고 떠났어도, 계획한 대로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한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기회로 삼아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할 것인지, 그 상태로 포기할 것인지는 모두 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 인생에서도 미래를 완벽히 계획하고 살아간다고 해도, 그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사람은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경을 많이 뛰어넘은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산티아고 여행에서 소통의 중요성도 많이 배웠다. 매일 만나는 낯선 사람과 대화하고, 그 사람들과 인연을 쌓으며, 하루하루를 걸어가는 여행을 통해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일상생활에서는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오히려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만이 자연스러웠지만, 여행에서는 길을 잃고 해매이면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길을 찾기도 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시답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며 웃는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산티아고 800㎞를 걸으며 내린 결론은 “미지의 세계에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은 아무리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말고 그것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선택의 연속으로 만들어진 인생을 살아갈 우리는 결국 무엇이든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고, 어떠한 선택을 하던 그 선택은 자신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선택을 쉽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야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첨단정보화 시대에서 현실에 맞춰 사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산티아고 걷기 여행을 통해 스피드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운, ‘여행’, ‘변화’, ‘도전’, ‘성장’, ‘행복’를 기억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께서 선물해 주신 ‘자립’과 ‘성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야만 하는 ‘산티아고 걷기여행’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었다. 단순한 목적지 관광이 아닌 가는 길 자체를 오롯이 여행으로 만드는 그런 진정한 여행 말이다.

우리는 산티아고 길에서 주변 환경과 타인들의 관계를 구분하면서 동시에 그 환경 안에서 변화된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상호관계 속에서 서로 의존하면서도 각자는 독립심, 책임감, 창의성 등을 발휘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걷지만 그 안에서 각자는 참 나를 찾아가는 자기 생성적인 주체들이다. 이러한 과정은 학습에 있어서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면 자기 창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산티아고 걷기여행을 통해 배운 자기 주도적인 학습은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더 이상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게 된다. 즉 ‘일상의, 일상에 의한, 일상을 위한 행복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아빠의 마지막 선물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 걷기여행에서 얻은 자립과 성장으로 대학입시를 무사히 마치고, 전국에서 3명 밖에 선발하지 않는 서울대학교 국악과 피리전공에 합격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꿈 넘어 꿈을 꾸는 ‘일상의, 일상에 의한, 일상을 위한 행복여행’을 떠나고 싶다.
 
 
who?
외국인 환자유치를 통한 의료관광활성화를 통해 한국을 아시아의료관광허브로 만들어 세계 의료관광대국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차세대 관광시장의 비전이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국의료관광이 글로벌화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여러 단체와 의료관광 현장을 열심히 뛰고 있다.
(http://blog.naver.com/toury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