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1027호]2018-04-27 06:42

“봄날의 책을 좋아하세요?”


 
작은 서점의 반란, 복합 문화 공간으로 끊임없는 진화

강연회, 소규모 세미나, 방문객 위한 맞춤형 테마 자랑
 
 
봄의 독서가 주는 울림은 제법 크다. 여름, 가을, 겨울을 부지런히 지나면서 누구나 그리워했던, 봄의 따스함과 여유로운 책 한 권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강한 시너지를 내뿜는다.
대형 서점에 밀려 조금씩 자리를 잃어가던 작은 서점의 반란은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획일화된 디자인과 강압적인 규모, 수익을 배제할 수 없는 베스트셀러 목록,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한 피곤함까지, 개성 없는 백화점 식 서점에 지쳐있던 사람들에게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몇몇 동네 서점의 출몰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을 터.
 

1세대 동네 서점들이 대형서점과의 차별성을 무기로 자리를 넓혀갔다면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이벤트와 핵심 컨텐츠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주변 상권과 결합한 관광 루트를 소개하는 동시에 저자와 함께하는 강연회나 취미 클래스를 운영하는 것. 더불어 세계 각국에서 모은 진귀한 애장품을 선보이는 바자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등 이색 재미가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진화한지 오래다.
글·사진=여행작가 김빅토 victoriakim916@gmail.com

 
 
 
1. 북 바이 북 (Book by Book) “다채로운 클래스 운영”
 
‘실천하는 책 읽기’를 지향하는 북바이북은 책 읽고 휴식을 취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움의 욕구를 충족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격인 장소다. 국내 최초의 술 먹는 책방으로 유명했던 초기에는 그야말로 대낮의 커피나 퇴근 후 맥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는 작은 공간으로 운영됐다고. 그러나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콘텐츠 화 한 최근에는 굵직한 클래스와 저자 강연, 탄탄한 회원 관리, 이벤트 기획 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각각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두 지점을 차별화 시킨 것 또한 북바이북만의 특징. 상암점이 대형 방송국들이 모여 있는 장소라면 판교점은 IT업체와 게임, 스타트업 업체들이 주로 들어서 있다. 때문에 상암점에서는 저자 강연회나 소규모 토론회, 이색 클래스 등이 열리고 판교점에서는 스타트업 설명과 비즈니스 미션이 진행된다. 나아가 1박 2일 워크숍 등 개성 강한 프로그램들을 추가하면서 입지를 강화하는 중이다.

동네 책방 및 인디 서점들이 워낙 규모가 작은 탓에 북바이북은 밖에서 보이는 외관부터 넓고 쾌적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상암점의 경우 디지털미디어 역에서 불과 8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다른 서점들보다 접근은 매우 쉬운 편. 1층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거나 친구와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지하에서는 스케줄에 맞춰 주제별 다양한 클래스가 운영된다. 드로잉이나 캘리그라피 같은 인기 강좌는 상당히 빨리 마감되기 때문에 부지런한 신청은 필수. 강좌 내용은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게재돼 있다.

참고로 북바이북에서는 책을 2권 구매하거나 현장에서 책꼬리를 바로 쓰거나, 북바이북에서 구매한 책을 다시 팔아서 포인트로 활용할 경우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위치 및 문의 : 상암점( 마포구 상암동 19-4 /02-308-0831)
판교점(삼평동 617 브릿지타워 B 101/ 031-704-0508)
■영업시간 : 상암점 - 평일 11:00am~22:30pm
토/공휴일 12:00~19:00pm 일요일 휴무.
판교점 - 평일 10:30am~22:00pm
토/공휴일 12:00~19:00pm 일요일 휴무.
■홈페이지 : http://bookbybook.co.kr
 
 
2. 타셴 (Taschen) “커피 한 잔, 연극 한 편, 그리고 책”
 
타셴은 대학로에 위치한 문화 카페로 커피 한 잔과 독서는 물론 대학로의 문화공연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카페 1층에서는 각종 음료와 빵, 커피, 와인 등을 주문해 즐길 수 있으며 3층에는 Art Book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책방이 자리해 있다. 특히 이 카페는 독일 아트북 전문 출판사인 타셴의 최신간 도서를 구비하고 있어 마니아들의 발길이 잦은 곳. 1층 테라스에서 한 번 시선을 뺏긴 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 서재를 채우고 있는 빼곡한 책에서 풍기는 종이 냄새와 빵 냄새가 어울려 후각부터 기분 좋은 포근함을 선물한다. 카페 자체의 특별함과 함께 타셴이 위치한 대학로의 매력은 더욱 훌륭한 인기 요소.

대학로는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사거리에서부터 혜화동 로터리까지 이어지는 약 1.5㎞의 거리로 혜화역 2번 출구와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 연극 1번지라는 타이틀만큼, 크고 작은 공연장과 연극 센터, 극장, 학교, 마로니에 공원, 문화 센터 등이 들어서 있으며 365일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펼쳐진다. 특히 티켓을 구매하지 않아도 감상 할 수 있는 무료 공연은 대학로만의 볼거리. 개그맨들의 개그 공연, 음악인들의 버스킹, 마술까지 다채로운 예술과 문화들이 대학로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하루 쯤 시간을 내서 대학로를 방문하자. 책과 질 높은 공연, 음악 등 예술과 문화로 정신적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위치 : 서울 종로구 대학로12길 38
■문의 : 02)3673-4115
■영업시간 : 11:30am~2:00am
 
3. 책방여유물질 “유럽과 교토의 만남, 빈티지 책방”
 
책방여유물질은 홍대와 합정의 딱 중간 사이, 고즈넉한 골목에 자리한 빈티지 책방 겸 카페다. 골목 앞에는 이정표 노릇을 하는 대형 배너가 세워져 있는데 검은 색 바탕에 흰 색 글씨로 카페 이름이 크게 새겨져있을 뿐 다른 꾸밈은 업다. 대형 커피 체인과 북카페가 오 분에 한 번씩 발에 차이는 홍대를 생각할 때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시간이 멈춘 작은 책방’이라는 문구에는 자연스레 눈길이 쏠린다.

원래는 스튜디오였던 책방은 ‘당신의 여유를 위로해요’라는 슬로건과 함께 빈티지한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희소성 높은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 했다.

새 책과 헌책 다양한 주제의 독립출판물들이 보기 좋게 배열돼 있으며 대관 및 입고 또한 개인적인 주문을 통해 가능하다. 저자 강연회, 소모임, 시 발표회 등 여러 이벤트를 운영하며 2층의 책방과 함께 3층 옥상도 자주 활용된다. 여기에 책방으로써는 드물게 소소한 플리마켓을 수시로 개최한다는 점도 매력 요소. 빈티지한 의류와 소품, 출판물, 각종 문구 등을 한층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중세 유럽과 교토의 느낌을 반반씩 살려 내부를 디자인 했다는 주인장의 설명처럼 오래된 램프와 말린꽃들로 장식한 천장, 스타일리쉬한 화보와 그림, 창가의 커튼 등이 톱니바퀴처럼 안정적인 조화를 이룬다. 문을 열자마자 물씬 풍기는 이국적인 매력은 한국이 아닌 다른 먼 나라의 책방을 찾은 것 마냥 이유 없는 설렘을 선물한다.
 
■위치: 마포구 서교동 335-13 2층
■영업시간 : 유동적 (인스타그램에서 운영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 https://instagram.com/bookshop01497
■주의 사항 : 책방에서 머물 시 1인 1음료가 기본이며 노키즈존으로 운영된다.
 
 
4. 방배동 소설집 “소설과 와인, 아름다운 랑데부”
 
재개발과 책방? 와인과 소설?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의 만남이 오히려 궁극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공간이 있다. 방배동 뒷골목 벽돌 건물 모퉁이에 조용히 자리한 방배동 소설집은 와인과 독서를 내세우는 신 개념 책방이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공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매니저가 직접 올리는 책 서평과 감각적인 사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책과 술, 사람들이라는 동네 책방의 기본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아마추어 작가와 함께하는 사진전, 영화 상영회, 특별 자료집 배포 등의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복합 공간으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내부가 환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를 전면에 사용해 어두운 밤, 책방의 붉은 빛이 골목을 환하게 비추면 지나가던 사람들을 하나 둘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은 발산한다. 레드와인, 위스키 온더락 등의 잔술과 진토닉, 로브로이, 헤밍웨이의 마티니, 로버트 번스 등 칵테일 그리고 각종 맥주와 사케 등을 구비해 놓았다.

식사용으로 가능한 비프스튜, 바지락 술찜, 모듬 소시지와 타코와사비, 큐브치즈 등 소소한 안주거리도 인기다. 공간 대여도 물론 가능하다. 유일한 단점은 골목 안쪽에 깊숙이 자리해 있어 초행자의 경우 길 찾기가 조금 번거롭다는 것. 인터넷 맵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위치 : 서초구 방배동 819-1
■영업시간 : 평일 17:00pm~23:00pm (17:00pm~19:00pm 커피 판매) 일/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angbaesoseol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angbaenovel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