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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르포2-리테일테인먼트 (下)
작성자 기사관리자 작성일 2016-04-22 14:15:30
내용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유통가
소비자의 지갑 문은 자동적으로 열린다!”
 
 
PC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발품을 파는 일도 번거롭고 종업원과의 어색한 만남도 불편하다.

일례로 옷가게에 갔더니 종업원이 졸졸 따라다니며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이 옷 너무 잘 어울려요”라는 얘기들로 포장해 구매를 강요한다. 소비자의 심리는?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소비자는 구매할 것인가. 확률은 반반이다.

그럼 다음 질문. 이 소비자는 다음에 또 이 옷가게에 올까? 널리고 널린 게 옷가게인데 부담을 느낀 장소에 또 오고 싶을까. 리테일테인먼트의 핵심 전략은 소비자가 소비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국내 주요 리테일테인먼트로 꼽히는 장소들의 공통점은 ‘놀다 가세요’라는 마인드로 나서는 것. “어떻게 하면 이 고객의 지갑이 열릴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편안하게 오래 머물다 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리테일테인먼트를 방문한 소비자들의 집으로 가는 길이 묵직하지 않은가. 들렸다 하면 빈손으로 나오지 못하는 마법의 장소들을 둘러봤다.

글·사진=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파추출판문화정보 산업단지

씁쓸하지만 출판업이 소위 돈벌이가 되지 않는 사양산업으로 추락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PC와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라이벌 앞에 무릎을 꿇고 만 셈이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신문, 잡지, 서적 등 종이책에 대한 관심을 멀어지게끔 하는데 일조했다.

또한 책을 읽으려는 이들에겐 휴대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출판업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돌아선 소비자를 잡는 건 헤어진 전 연인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을 ‘파주출판문화정보 산업단지(이하 파주출판도시)’가 해냈다. 과연 어떻게 차가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파주출판도시는 48만 평의 대규모 부지에 책방, 북카페, 아트숍, 전시관, 갤러리, 박물관 등 50개가 넘는 문화·체험 공간이 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의도공원의 7배 정도 크기라고 하면 감이 올까. 파주출판도시는 자연을 그대로 보존한 덕에 도요새, 물떼새,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여기에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종류의 나비와 곤충이 전시돼 있는 ‘광문각 나비나라박물관’이나 1,500여 종의 소장품 전시를 비롯해 체험, 특별전시관, 북카페 등 소통과 참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된 ‘피노키오뮤지엄’ 등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객에게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다.

 


멸종위기의 조류를 구경하며 드넓은 대지에서 뛰어놀다가 실내로 들어가 책을 읽어도 좋고 목각인형을 만들거나 도자기 공예 등의 체험활동을 해도 좋다. 그도 아니라면 ‘여원 탄탄스토리하우스’나 ‘보림 인형극장’에서 인형극 및 다양한 공연을 관람해도 된다.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파주출판도시는 가서 무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자가 파주출판도시를 방문하던 당시에도 유치원 차량이 족히 5대는 넘었다.

파주출판도시에서 가장 핫한 장소는 단연 ‘지혜의숲’이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위치하고 있는 지혜의숲은 가치 있는 책을 한데 모아 보존 보호하고 관리하며 함께 보는 공동의 서재다. 지혜의 숲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Ⅰ존은 흡사 미국이나 영국의 유수한 대학 도서관들의 모습과 닮았다. Ⅱ존은 리드미컬한 재즈음악이 흐르며 ‘북카페’와 비슷하게 꾸며졌다.

노랗고 빨간 서재들과 빼곡히 꽂힌 책들에 자연스레 손이 가게끔 디자인됐다. 테이블마다 책받침대가 함께 놓여 있어 독서가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Ⅲ존 또한 ‘도서관’이 주는 위화감과 조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어 던졌다. 지혜의숲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책을 읽어야 하는 곳’이 아닌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드는 곳’이다.


·위치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312

·교통편 : 서울에서 파주로 가는 대중교통 편은 세 가지다. 합정역에서 2200번 버스나 200번 버스를 타고 ‘파주출판도시’ 혹은 ‘은석교사거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정류장에서는 9000번 버스를 이용해 ‘파주출판도시’에서 하차하면 된다.

·연락처 : 031-955-0001 / http://ibookcity.org

·가격 : 해설사와 함께하는 책마을 따라 걷기 7,000원, 탄탄스토리하우스 6,000원, 피노키오뮤지엄 8,000원

·핫스팟 : 지혜의숲(031-955-0082), 숙박시설 지지향(031-955-0090)

·구성 : 광인사길, 회동문학길 등 7개 산책코스와 보리책방, 시공사 네버랜드 책방 등 16개의 책방, 14개의 북카페, 공문각 나비나라박물관, 갤러리 박영 등 8개의 갤러리·박물관·전시관이 구비돼 있다. 게스트하우스 호텔 지지향과 지혜의숲, 도자기체험 토향 등 9개의 문화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운영시간 : 지혜의 숲Ⅰ 10:00~17:00 / 지혜의 숲Ⅱ 10:00~20:00 / 지혜의 숲Ⅲ 24시간

 

 


▲인사동 마루

인사동 마루는 지난 2014년 10월 정식 그랜드 오픈한 韓스타일 복합문화공간이다. 인사동 제1 명소인 ‘쌈지길’의 동생 격인 셈이다. 차이가 있다면 인사동마루는 한국스타일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과 현대적인 건축물 안에 한옥양식이 포함돼 있다는 것 정도랄까.

인사동 마루는 본관과 신관의 두 개 건물이 구름다리를 사이에 두고 자연스러운 순환동선을 이뤄낸 구조다. 한옥의 ‘마루’와 같은 한국적 건축 요소를 차용해 각 층별 총 10개의 쉼 공간인 ‘마루’를 조성했다는 점이 ‘쌈지길’과 대비되는 점이다.

본관은 한국식 전통 먹거리부터 현대의 트랜디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으며 외국여행객 및 학생단체의 방문이 높은 ‘뮤지엄 김치간’이 자리한다. 신관은 전통 공예품과 디자인 제품을 둘러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인사동 마루 신관 2층에 생뚱맞게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피아노가 눈길을 끈다. ‘조형미술인 것일까’ 고민하는 순간 누군가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린다. 선율을 들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연스레 감상하다보면 그렇게 하나의 공연이 급작스럽게 시작돼 박수갈채를 받으며 마무리된다. 인사동 마루가 사람들을 끄는 마력 중 하나다. ‘쌈지길’과 다른 점 또한 이것. 단순히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기만을 바라는 쇼핑공간이 아니다.

 


인사동 마루에 둥지를 튼 50여 개의 크고 작은 숍들은 자신들의 물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함께 만들거나 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꽃바구니를 만들거나 도자기 공예, 자신만의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인 백남준, 이우환, 김창열, 김종학 등의 작품과 참신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이수동, 김덕기, 권기수, 윤병락 등의 작품 또한 인사동 마루에 자리한 ‘유니아트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정기 공연도 다채롭게 진행된다. 인사동 마루 광장에서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아이미술 친구들과 함께하는 그림을 심다’와 매주 토요일 연화무용단이 선보이는 ‘한국무용’ 등이 그것.

인사동 마루에서 꼭 빼놓지 않고 들려야 할 곳은 ‘뮤지엄 김치간’이다. 유네스코에 지정된 김치를 느끼고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이 바로 ‘뮤지엄 김치간’으로 1986년 서울 중구 필동에 자리했던 ‘김치박물관’이 88서울올림픽 때문에 서울 강남의 ‘한국무역센터’ 단지로 이사한 지 16년 만에 거처를 인사동 마루로 옮겼다.

인사동 마루가 ‘인사동 안의 인사동’을 표방하며 문을 연 지 1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까지는 ‘제2의 쌈지길이’라는 꼬리표가 무겁진 않다. 그러나 ‘인사동 안의 인사동’을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소위 ‘오픈빨’이라는 게 있다. 인사동에 와 보니 새로운 것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 이들이 다음에도 방문할 것인가를 놓고 봤을 때 콘텐츠나 운영 차원에서 부족하다. ‘쌈지길’처럼 그저 ‘포토존’ 역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진짜 ‘인사동 안의 인사동’을 인사동 마루 안으로 끌어들어야 한다.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5-4, 6

·교통편 : 지하철 1,3호선으로 방문 가능하다. 1호선 종각역에서 하차 후 3번 출구로 나와 금강제화 건물을 끼고 돌아 인사동길에서 200m 직진 후 왼쪽으로 코너 돌면 된다. 3호선은 안국역에서 하차 후 6번 출구로 나와 인사동길에서 300m 직진 후 오른쪽으로 코너 돌면 된다.

·연락처 : 02-2223-2500 / www.insadongmaru.co.kr

·가격 : 뮤지엄김치간 - 통배추 김치 20,000원, 백김치 20,000원, 김치공방(에코백만들기) 10,000원

·핫스팟 : 뮤지엄김치간, 유니아트 갤러리

·구성 : 총 2개동으로 각각 신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본관 또한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 규모다. 신관 1층은 전통공예, 리빙, 문화상품, 전시공간이며 2층은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공간, 3층은 패션, 디자이너브랜드, 아트페이스 공간으로 구성됐다. 본관 1층은 한국식 먹거리 숍들로 꾸며졌으며 2층은 카카듀 카페와 힐링아이템들로 구성됐다. 3층은 핸드메이드, 디자인, 체험공간이며 4층부터 6층은 뮤지엄 김치간이다.

·운영시간 : 10:30~20:30(토요일 21:00 마감)

 
 
 


▲교보문고 광화문점

리테일테인먼트에 가장 부합한 장소는 단언컨대 ‘교보문고 광화문점’이다. 수많은 서울 명소 중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 자녀 동반 나들이 장소로 서점이 꼽혔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교보문고의 변신은 상당히 혁신적이었고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교보문고는 알려진데로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서점’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지난해 9월 4일부터 본점인 광화문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 했다. 3개월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 기간,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모습을 달리 했다. 모든 리뉴얼 작업에 親소비자 정책이 깃들었음을 알 수 있다.

책과 사람들로 꽉 막혀 답답했던 서점은 탁 트인 공간으로 변신했다. 공간을 확대하지 않고도 시야를 넓힌 것. 교보문고 측에 따르면 광화문점은 서가 높이를 기존대비 70cm가량 낮추고 서가 간의 간격은 30cm가량 늘렸다.

전체적으로 통로를 넓히고 전면 진열을 크게 늘렸으며 통로 중앙 곳곳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소파형, 벤치형, 테이블형 등 총 20곳의 공간에 4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기존대비 4배가량 확대, 배치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꿰뚫은 섬세함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수의 서점과 도서관은 책 손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음료 반입이 제한된다. 때문에 입구 앞에서 직원과 방문자 간 음료 반입을 놓고 실랑이 하는 장면과 종종 마주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쿨하게 소비자들의 변화를 받아들였다. 음료반입을 허용한 것을 넘어 400여 개의 좌석 대부분에 음료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대형 서점이 북카페 같이 소비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밖에 미술작품 전시 공간 ‘교보아트스페이스’, 저자강연을 통한 소통과 지식의 나눔 공간 ‘배움’, 어린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공간 ‘키즈가든’ 등은 새롭게 생긴 공간이다. 서점에서 컨시어지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것 또한 이색적이다. 영업장 곳곳에 컨시어지들이 상주해 그들과 상담을 원하는 고객들은 도서 상담 및 추천, 개인별 맞춤형 검색 등 전문 도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제는 명실상부 이곳의 랜드마크가 된 ‘카우리 테이블’. 교보문고는 원형을 최대한 살린 5만 년 된 뉴질랜드 산 카우리 소나무 테이블 2개를 배치했다. 총 100명이 한 곳에서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읽기만 하는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눈물에 젖은 빵’처럼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고 있는 일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책을 읽으라’고 한다. 내가 살 책을 남이 읽는 것에 불쾌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교보문고의 이 같은 전략은 결국 소비자의 지갑이 자동적으로 열리게끔 만든다.

계획하지 않았다면 스치듯 읽는 찰나의 독서로 책을 사는 이는 많지 않다. 소비자가 책과 가까이 하게끔 만들고 책의 매력을 상기시켜 결국은 카드를 긁게 만드는 일을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해냈다.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종로 1,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교통편 : 지하철 이용 시 5호선 광화문역에서 하차하면 교보빌딩 방향으로 지하에서 연결 가능하다. 버스는 교보빌딩 앞 정류장 0015, 0212, 1011, 1012, 1020, 7012, 7018, 162, 606번 버스 등을 이용하면 된다.

·연락처 : 02-732-9961 / 1544-1900

·핫스팟 : 카우리 테이블, 교보아트 스페이스, 키즈가든

·구성 : 서가 A~K, 핫트랙스, 편의시설(카우리 테이블, 배움, 교보아트 스페이스, 키즈가든, 제프리 플라워, 컨시어지 서비스, 핫트랙스)

·운영시간 : 09:3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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