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499호]2007-03-02 10:02

[유인태]크루즈 인터내셔널 사장
크루즈라이프,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이 없고 건조했다. 인류가 가장 염려하고 대처해야 할 문제는 핵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라는 어느 과학자의 지적처럼 겨울이 따뜻해졌고 남극 대륙은 지난 10년간 여의도 면적의 5.5배에 달하는 빙하가 녹아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봄을 기다리는 기대와 감흥도 예전같지 못해 혹여 우리의 사고조차 감각을 잃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필자가 신입사원으로 여행사에 입사했던 시절을 회상하면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란 개념조차 정확하지 못했으며 모든 문서는 수동 타자기를 이용하여 작성됐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 타자기를 구경 못해본 사람들도 제법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로부터 불과 몇년사이에 전동 타자기가 수동 타자기의 자리를 대신하더니 드디어 마술상자(?)가 회사에 입성했다. 새로운 기능을 익힐때마다 절로 탄성이 나오며 또 한편으로는 지난 시간 동안 몸과 시간으로 메꾸던 일을 순간순간 금방 헤치우는 기계 앞에서 무력감도 맛봐야 했다. DOS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무환경에 접하면서 지난 날들과 비교할 때 놀랍게 빨라진 업무 속도에 내심 만족하고 방심하고 있던 불과 몇 년 사이에 이제 컴퓨터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진화해 있다. 어쩌면 바닷가에서 놀이에 정신이 팔려 밀물이 점점 무릎위까지 차오르는 것을 무감각하게 여기다 갑자기 당황해서 허둥댔던 기억들과 비슷한 기분일지도 모른다. 변화와 진보는 우리가 살아있는 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현상이며 모든 변화에 일일이 대처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삶을 더 복잡하게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더러 오늘에 만족하여 이미 예견되는 변화의 결과에 무감각 해지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특히 아직 젊은이라면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의 열정과 시간을 어떻게 투자하는가에 따라 사뭇 다른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은 아는만큼 보이고 직접 경험하고 행동한 만큼만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다가 올 미래 또한 우리가 계획한 정도와 깊이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느 순간 치즈가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을 깨닫는 어리석은 생쥐를 닮은 우리가 아니기를 바라며, 흰 눈이 없는 겨울 끝에서 어느 덧 봄꽃들이 그립다. intae@cruis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