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00호]2007-03-09 17:45

[유인태] 크루즈 인터내셔널 사장 (크루즈라이프-10)
사진이 주는 순간의 아름다움 누구나 아름다운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한다. 딱히 사진이란 물리적인 발견 이전부터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어쩌면 고대 동굴에 남겨진 벽화나 샤머니즘 의식도 일종의 전수 방법이 아닐까? 물론 사람마다 개인적인 차이야 있겠지만 대부분이 사진을 왜 찍느냐고 묻는다면 시간이 흐른 뒤에도 현재의 추억을 기억하고 싶어서라고 답할 것이다. 인간의 기억이란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고 새로운 것을 향해서 질주하다 보면 예전의 일이야 흐릿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 삶의 활기를 주는 일일 것이다. 얼마전 두바이에서 같이 크루즈를 즐겼던 일행으로부터 당시 우리 가족의 여행 모습이 담긴 앨범과 그 중 사진 한장을 멋진 프레임에 담은 선물을 받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도 감사했지만 더욱 고마운 것은 자칫 낡은 추억으로만 방치될 수 있었던 여행의 순간을 다시 기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멋지게 치장을 하고 만찬을 즐기던 가족의 모습과 분장을 하고 오락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장인의 모습 때문에 탑승 당시 배가 아프게 웃던 기억, 일행들의 얼굴 하나 하나, 이 모든 것들이 사진이 아니라면 어떻게 생생하게 되살아 날 수 있겠는가. 사실 필자는 오래전에 사진에 도전했던 경험이 있다. 장비가 좋아야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인양 당시에도 제법 고가였던 카메라와 렌즈를 구입하고 몇 번의 출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좋은 작가는 붓을 탓하지 않는 법이며, 열정과 투자한 시간이 답을 해주는 것을 모르고 서서히 게을러지니 어디 실물만도 못한 사진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는 늘 그때의 창피함을 이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지만 마땅한 구실도 사연도 없으니, 사진을 찍지 않는 그럴싸한 이유만을 나열해가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선물을 통해 사진만큼 강한 추억과 감동을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느끼게 됐다. 여행이 끝난 뒤 같이 했던 일행이나 고객에게 이런 감동을 제공할 수 있다면 진정한 서비스가 될 것이고 이는 새로운 관계로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디지털시대에 카메라 가격도 저렴하고 필름값도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으니 조금만 수고한다면 자신의 추억은 물론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업계에 처음 들어 왔을 때 어느 선배님께서 더 좋은 고객의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다가 사진작가가 되었다는 말을 새삼 되새긴다. intae@cruis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