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74호]2015-01-08 14:36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김문주 - 취재부 차장
“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며”

 
SBS 드라마 <피노키오>가 화제다.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바른 언론과 올곧은 보도를 꿈꾸는 수습기자들의 고군분투기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올리고 있다.


광화문과 무교동, 시청과 서소문, 서대문과 을지로 등을 돌며 여행업계지 기자 밥을 먹은 지 꼭 9년이 됐다. 같이 출발했던 경쟁지의 동료나 선배들은 이미 배를 갈아탔고 모든 업계지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일했다는 타이틀 아닌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지난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정신없는 시간 속에 업계지의 생존방향과 경쟁력을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은 신입 때부터 계속됐지만 연차가 쌓이고 직위를 달면서 좀 더 무겁고 진중한 사안이 됐다.


업계지는 태생부터 여행업계와 맥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업계가 어려우면 업계지도 어렵고 업계가 좋으면 업계지도 좋다. 비단 광고의 유무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가 좋아야 취재도 활발해지고 그를 통한 생산적인 뉴스들도 쏟아져 나오는 법이다. 지난 몇 년간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솥밥 먹는 식구들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작은 여행사는 점점 더 작아졌고 큰 여행사는 점점 커졌지만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지 기자들은 부족한 취재 소스에 지치고 취재원의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펜을 놓는다.


인터넷상에서 화제인 용어가 있다. 바로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기레기’. 대부분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사실 확인도 없이 작성하거나 가십 위주의 불편한 보도로 이목을 끄는 기자들을 지칭한다. 업계지도 크게 다르진 않다고 본다. 광고가 빠지면 당장 묵혀뒀던 소스를 꺼내 소위 까는 기사를 쓰고 남의 기사를 그대로 베끼며 친한 출입처 자료는 어떻게든 키우되 영향력이 작은 업체의 기사는 과감히 생략한다. 아니라고 무시했던 기레기와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반성을 하는 대목이다.


어김없이 신년이 왔다. 다들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평화로운 한 해를 기원한다. 본지 뿐만이 아니라 올해는 경쟁지 포함 모든 업계지들이 조금 더 날카롭고 정확한 보도로 우리 스스로의 위상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