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30호]2007-10-05 10:27

중국 후난(湖南)성에서 만난 사람(上)
중국 후난성

중국 후난(湖南)성에서 만난 사람(上)


사람을 만난다. 자연을 만난다. 그 속에서 숨 쉬는 삶을 만난다.

여행은 언제나 설렘으로 시작한다. 똑같은 풍광도 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 대륙의 한복판에서 약간 남쪽으로 치우친 내륙의 땅, 후난(湖南)성. 한반도의 남쪽 넓이와 비슷하다. 유네스코가 1992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한 ‘무릉원풍경명승구(武陵源風景名勝區)’로 유명한 곳이다. ‘장자제(張家界)’로 알려진 이곳에 한 때는 한 해 동안 무려 60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몰렸다. 기기묘묘한 바위군과 협곡이 발길을 잡아 당긴 결과였다.

무릉원은 금편계(金鞭溪)과 황사채(黃獅寨, 일명 黃石寨) 등을 품고 있는 장자제, 십리화랑(十里畵廊)과 수요사문(水繞四門) 등이 이어지는 숴시위, 천자각(天子閣)과 황용천(黃龍泉) 등이 있는 텐즈산(天子山)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

그러나 후난성에는 무릉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달 웨양(岳陽)시에서 열린 2007년 후난성 관광제를 맞아 ‘속살’을 선보였다. 어제와 오늘을 이어가는 중국인의 숨결이 생생한 곳으로 하나하나 이끌었다.

토가족(土家族)의 전통이 남아 있는 왕촌(王村, 일명 芙蓉鎭), ‘아름다운 대협곡’이란 자신들의 언어를 마을 이름으로 붙인 덕항(德?) 묘족(苗族) 마을, 중국 옛 마을의 정취가 살아 있는 봉황고성(鳳凰古城)과 600여년 동안 같은 핏줄끼리만 모여 사는 한족(漢族)의 민간 마을인 장곡영(張谷英) 등이다. 그들은 먼 곳에서 온 과객(過客)에게 ‘참 여행’을 일깨워 준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녹아 있는 이야기를 듣고, 동시대인으로서 함께 호흡하게 한다. 긴긴 세월의 풍상에도 꿋꿋한 삶의 현장이야말로 나그네를 붙들기에 충분하다.

이런 순간을 잡아내는 여행, ‘디카 차이나 투어, 중국의 옛 마을 탐방 시리즈’를 제대로 된 여행을 지향하는 스타피언(02-725-1114)에서 기획하고 있다. 사진 전문가의 디카 촬영법 강의는 물론 문화 해설을 곁들이는 시리즈 상품을 통해 ‘참 여행’을 이끌려는 것이다. 먼저 후난성을 시작으로 대륙의 북에서 남까지, 동에서 서까지 곳곳에 숨어있는 전통 마을과 인근 명승지를 찾아 나선다.

묘족 마을 사람들

장자제시에서 2시간 거리인 지소우시에서 다시 30분을 협곡 사이로 들어가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협곡은 웅장하다. 종일 가랑비가 흩뿌리는 탓인지 산 속은 골골이 연무가 가득하다. 희뿌연 골안개에 휘감긴 봉우리가 또 다른 별천지를 만든다.

덕항, 깊은 협곡 막다른 곳에 소수 민족 묘족은 삶의 터전을 잡았다.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곳, 어떤 외부의 위협에도 안전한 곳. 하지만 산수가 수려한 골짜기를 찾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50여채의 마을 뒤쪽으로 펼쳐진 연봉들은 한 폭의 동양화다. 4마리 말 머리 모양의 사마봉(駟馬峰)과 화병봉(畵屛峰), 사면이 깎아지른 절벽인 반고봉(盤古峰) 등이 천년 마을의 수호신처럼 우뚝 솟아 있다. 묘족은 그들만의 의식을 갖고 있다. 외부인이 마을에 들어올 때는 반드시 ‘란문주(欄門酒)’를 마셔야 하고, 노래를 맞받아 부르며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엄한 벌을 받는다.

계곡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면 선남선녀 묘족들이 춤과 노래, 북을 치며 놀이마당을 만든다. 벌겋게 달아 오른 무쇠 칼 위를 맨발로 걷는가 하면, 입으로 도자기 그릇을 깨고는 그것을 다시 씹어 먹는 제사장 격인 ‘노묘사(苗老司)’의 공연도 곁들여진다.

이들은 공연만을 생계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그 곳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짬짬이 손발을 맞추고, 필요할 때 공연하는 묘족 주민들이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전통을 있는 그대로 이어간다. 순수한 전통 문화 지킴이들이다.

왕촌 사람들

후난성의 서북부는 ‘상서(湘西)’라 불린다. 장자제시에서 지소우(吉首)시로 가는 길, 1시간여 동안 덜컹이던 버스가 도착하는 곳이 바로 왕촌. 1986년 이 곳에서 촬영한 영화 ‘부용진’이 널리 알려지면서 마을 이름까지 바꿨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영화 속 이야기처럼 쌀 두부를 파는 가게와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인심 좋게 생긴 아저씨와 이웃 같은 아줌마가 손님을 맞는다. 튀김 과자를 파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커다란 대나무 광주리에 알록달록한 담배개피를 잔뜩 늘어놓고 ‘시연품이니 그냥 피워보라’는 이도 있다.

토가족의 전통 수공예품인 은(銀) 세공품을 파는 아줌마는 카메라를 보자마자 수줍은 듯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려버린다.

이게 사람 사는 모습이리라.

골목 한 켠에는 마오저둥을 비롯한 중국 혁명 1세대의 초상화 등 기념품을 파는 노부부의 모습도 보인다. 가게 안쪽 작은 책상 앞에 앉아 큰 소리로 책을 읽는 밤송이 머리의 소년이 정겹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20여분 걷다보면 강가의 작은 누각이 나타나고, 강으로 떨어지는 폭 넓은 폭포수의 굉음이 시원스레 들린다. 왕촌 사람들은 무덤덤하게 일상을 맞고 있다.

후난성 관광제

후난성 관광제

‘천주경동정(千舟竟洞庭), 아상악양루(我上岳陽樓)’

‘수많은 배들이 마침내 동정호에 닿아 내가 지금 악양루에 오르네’란 주제로 후난성 관광제가 열렸다. 9월12일 웨양시 담악문 특설 무대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가졌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웨양시 황란샹(黃蘭香) 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관광제의 개막은 여행산업 발전의 서막”이라며 “관광객들이 역사 문화를 느끼고,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막식에선 굴원의 시 ‘이소(離騷)’ 낭송과 춤, 노래 등 다채로운 축하 공연이 이어졌고, 동정호에선 수많은 배가 참여한 수상 쇼가 펼쳐졌다.

한국을 비롯한 독일,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온 참가자들은 동정호변을 따라 함께 도보로 행진한 뒤 모두가 악양루에 올라 후난성 관광제의 개막을 축하해 주었다.

<글/사진=이창호 (주)스타피언 부사장, 전 스포츠조선 사회레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