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56호]2008-04-11 08:41

[포커스] 미 노비자 여행 가능

“미국 여행이 다가 왔다”

말 많고 탈 많았던 미국 여행 자유화가 드디어 실현된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4일, 오는 15일~19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에 우리나라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진행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이르면 올 12월부터 미국 노비자 방문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여행업계 일각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미주 시장 공략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행사, 항공사, 관광청 등 미국 노비자와 관련된 업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 봤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여행사 - “기쁘지만 걱정도 앞서”

노비자가 시행되면 우리 국민은 관광 및 상용을 목적으로 90일 이내에 자유롭게 미국에 체류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간 미국 관광을 위해 일일이 서류를 준비하고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던 걸림돌 때문에 큰 불편을 겪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놀라운 발전이다.

특히 여행사 미주팀 관계자들의 경우 대부분 반가움을 표하는 상태. 수년 전부터 미국 노비자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언론들이 앞 다투어 관련 보도를 해대는 탓에 시장의 정체성을 겪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주 상품 가운데서도 미 본토 패키지 상품은 모객이나 수익 창출면에서 지속적으로 하락세였기 때문에 노비자를 계기로 수익이 증대되고 신 수요를 공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12월까지 남아 있는 성수기와 가을 비수기의 수요 문제인데 이 기간 동안 비자 면제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이 결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여행상품을 구매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노비자 체결이 완전히 시행되고 전자여권이나 재입국 허가 등 세부적인 사안이 모두 정착되려면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아직은 샴페인을 터트리기에 빠른 시기라는 점을 밝혔다.

그는 이어 “VWP 가입을 위해 정부가 개인 신상정보를 전자칩에 담은 전자여권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발급하고 미국 측도 전자여행허가제 실시를 위한 시스템을 9월까지는 구축한다는 계획이지만 채 4~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시스템 구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지만 추이는 두고 봐야할듯.

여행사들의 경우 긍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지만 비자 면제와 관련, 여행사가 여행객들의 항공권 티켓 대행업체로 전략하거나 미주 팀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질지 모른다는 위기론도 다소 존재했다.

▲관광청+항공사 - “보다 세심하고 분류된 마케팅 활동, 목적지 홍보 집중”

美 노비자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갖고 다수의 미국 내 관광청들은 지난해부터 한국여행시장 진출을 가속화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댈러스/포트워스 등 미국 내 각 목적지들은 한국 측 파트너와 손을 잡고 비자 면제시 두 배 이상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한국시장을 주요 마켓으로 선정, 대규모 세일즈 미션이나 기자간담회를 꾸준히 개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비자가 기대감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면서 관광청들의 움직임과 활동은 좀 더 세밀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특히 각 관광청들은 자신들이 홍보하는 메인 여행 목적지와 관광인프라를 집중 홍보하는 동시에 테마 별 타깃에 따른 프로모션과 인센티브 유치, 개별상품 개발 및 출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청 한 관계자는 “비자 면제를 통해 관광객 증가는 예상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인 마케팅에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패키지 시장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20~30대 연령의 젊은 개별여행객들에 주력해 그들이 지속적으로 미국을 찾을 수 있도록 이미지를 심는 일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항공사의 입장 역시 관광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항공이 달라스 구간을 기존 주 3회에서 주 4회로 증편한 것처럼 미주 시장 공략을 위한 항공사들의 노력 역시 지능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단 항공사의 경우 비자 면제 전에도 미국을 찾는 수요가 고정적으로 형성돼 있었고 여행사를 통하지 않아도 직접 항공 티켓을 발권하는 사례가 빈번해 피부에 와 닿는 증가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대되는 시장, 여행업계도 노력 필요해

미국비자 면제는 경제, 사회, 외교, 문화 등 다방면에서 연 1천억원 이상의 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경제적 수익 창출 외에도 우리 국민의 편익 제고와 한-미간 인적 교류 확대 및 관계 증진은 가장 중요한 의의다. 여행업계는 지난 몇 년간 노비자에 대한 기대감과 혼란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비자 면제라는 사회적 이슈를 벗어나 여행사나 항공사 스스로도 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10년 동안 변함없는 완전일주 스타일의 상품이 다수의 여행을 경험한 여행객들에게 더 이상 구미를 자극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행업계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문제점이다. 모쪼록 미국이라는 거대한 관광대국을 몸소 경험코자 떠나려는 다수의 여행객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업계의 자정적인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