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63호]2008-05-30 11:10

[공동기획] 이동수단 별 여행스타일- 도보

‘나’를 찾아 가는 길 도보여행

‘어디에서 무엇을 보는가’는 여행의 핵심이고 대다수의 여행객들이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행 문화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각자의 개성과 목적에 따라 새로운 형태가 속속 생겨나 이제는 “무엇을 이용해 이동하는 여행인가”에 관심을 갖는 여행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에는 이동수단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이동수단 자체가 하나의 여행 스타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크루즈, 열차, 캠퍼밴 및 랜터카, 도보 등 이동 수단별로 각 여행 스타일이 가진 매력과 특징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8백여km를 걷거나 영하 50°의 추위에서 남극점에 도달하는 일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또한 해발 6천6백m의 고봉 등정은 ‘국가대표 등반인’의 도전으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여행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여행 스타일도 다양해져 지구 어디라도 두 발로 여행하겠다는 ‘도보여행객’들이 계속 늘어나 순례와 탐험이라는 여행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보고 즐기는 여행에서 체험하고 느끼는 여행으로 점차 수요층이 옮겨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도보여행은 향후 여행산업의 주요 아이템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보여행의 매력은 험난한 여정과 그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통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이들이 사서 고생하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험난한 여정에 오르고 있는 것을 볼 때 ‘걷는다’는 매력에 빠진 여행객은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서 보는 아름다운 자연과 동식물,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도보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다.

현재 도보여행은 크게 ‘트레킹’, ‘종교순례‘, ‘오지탐험’ 등으로 나뉜다.

트레킹의 경우 국내 등산 저변 인구가 이미 1천만명이 넘고 등산이 국민 여가생활로 자리 잡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등산인이 해외 원정 등반을 꿈꾸고 있어 트레킹 전문 여행업체들의 성장이 기대된다. 트레킹 목적지로 주로 찾는 곳은 네팔의 히말라야, 중국의 황산, 일본의 북알프스, 타이완의 옥산, 말레이시아의 키나바루,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트랙 등이 있다.

틀에 박힌 일정과 주마간산식의 관광에 염증을 느낀 여행객들이 새로운 여행과 목적지에 도전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도보여행이 종교적 목적이나 전문 탐험이 아닌 하나의 여행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종교순례의 경우 스페인 북부 지방의 ‘산티아고’라는 성지까지 걸어가는 여행이 관심을 받고 있다. 관련 서적만 여러 권 발간되고 방송을 통해서도 소개돼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힌다.

‘걷기여행’은 ‘자아를 찾아 떠나는 길’이라는 여행의 본질을 만날 수 있는 여행이지만 그만큼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과 위험이 따르는 여행이기도 하다. 때문에 충분한 사전 준비는 물론이고 전문 여행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창곤 기자 titnews@chol.com


[여행수기] 장영복 신발끈여행사 대표

 

“남극, 도달할 수 있는 여행지”

남극 여행은 여행 출발지로의 이동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다. ‘서울-도쿄-댈러스-산티아고’를 날아 칠레 남단에 도착했지만 기상 악화로 나흘을 대기했고 경비행기는 세 번의 착륙시도 끝에 광활한 남극 대륙 위에 착륙했다.

출발 전 어머니는 “얼음 구덩이에는 도대체 왜 가는 것이냐”고 물으셨다. 지금 나는 그 거대한 ‘얼음구덩이’ 한복판에 텐트를 치고 태어나 처음 맛보는 엄청난 추위를 실감한다. “아! 남극에 왔구나.”

남극 내륙은 최저 영하 89도까지 떨어지는 추위 탓에 여름인 12~1월, 단 두 달만 여행이 가능해 1년에 고작 2백여명만 도전하는 목적지이다.

도전자들은 크게 7대륙 최고봉 등정을 꿈꾸며 남극의 최고봉인 ‘빈슨 메시프’에 오르고자 하는 ‘알피니스트’들과 남극점을 목표로 스키로 행군하는 탐험 여행객으로 나뉜다.

나는 남위 89도에서 90도까지 스키를 길을 따라 가는 ‘Ski the Last Degree(지구상의 ‘마지막 위도’를 스키로 가자는 뜻)’를 택했다. 직선거리로 1백10㎞지만 남극의 블리자드를 뚫고 나침반과 GPS에 의존해 지그재그로 가다 보면 10여 일은 족히 걸린다.

장갑 4겹, 모자 3겹, 상의 7겹 등 중무장으로 추위를 막아보려 했지만 체감온도 영하 50도의 강추위와 해발 4천m급의 고산증세, 설맹증까지…. 남극의 눈보라 속에서 평생 잊지 못할 사투를 벌였다.

10일간 반복된 하루 9시간씩의 스키 행군. 낮과 밤의 경계가 없는 남극 대륙에서 토막잠을 자고 1시간 마다 스키를 신고 선채 3~4분간 물과 초콜릿을 섭취했다. 스키 여행 5일째가 되자 태양 주위에 뜬 원형 무지개와 끝없이 펼쳐진 설원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씩 생겨났다. 스키 행군 10일째, 드디어 남극점에 도착했다. 그 순간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힘든 여행이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이 앞섰다. 남극점에서 위성 전화로 듣는 가족의 목소리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고 함께한 동료들과 샴페인을 터뜨린 시간은 여행 인생 20년 중 그 어느 여행지에서도 느끼지 못한 감동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여행은 스키로 남극점을 여행한 한국 최초의 ‘일반여행자’이자 세 번째로 남극점에 도착한 한국인이라는 ‘나름의 타이틀’을 안겨줬다. 내가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은 남극 또한 시간, 돈, 용기, 그리고 체력만 있으면 도달 할 수 있는 하나의 여행지였다는 것이다.


[도보여행 상품]

 

상품명

까미노 데 산티아고

북알프스 다테야마 트레킹

가격

2백99만9천원(유스기준)

95만원

기간

15일

4일

장소

파리-마드리드-레온-산티아고-런던-홍콩

일본 북알프스 다테야마

포함

숙박 및 조식, ‘O`Cebreiro’투어, 도보 중 짐 운반, 해외여행보험

산장 및 호텔숙박, 전용차량, 전일정 식사, 일정상 입장료, 해외여행보험

불포함

기타 개인비용

기타 개인비용

내용

6일 간의 산티아고 도보여행길 체험과 파리, 마드리드, 런던 등 을 동시에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도보여행 구간은 차량을 이용, 짐을 미리 운반해 연령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해발고도 2천4백50여m의 다테야마 산 정상과 쓰루기다케 등의 산에 둘러싸인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 미쿠리기가 연못, 유황온천, 지옥계곡, 고산동식물 등 볼거리가 풍부해 매력적인 산행이 될 것이다.

문의

신발끈여행사 02)333-4151

www.shoestring.co.kr

푸른여행사 02)752-5800

www.greentou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