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92호]2008-12-26 17:29

[2008 결산] 여행업계의 PPL 마케팅

여행업계 과감한 도박 브라운관에 배팅하다!


2008년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회색빛이였다. 특히 여행업계는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악재들이 맞물려 송출인원과 수익률 모두 전년대비 큰 폭으로 하락,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여행업계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벤트, 프로모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여행 목적지 인지도 향상과 모객 증대를 위해 노력했다. 다채로운 활동 가운데 일명 PPL(Products in Placement)이라 불리는 간접광고가 눈에 띈다.

자금 확보 차원에서 시작된 영상매체의 PPL은 점차 발전해 소비자들이 브라운관 속에 나타난 인물, 의상, 장소 등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된다. 현재는 촬영지의 장소마케팅 기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PPL마케팅은 프로그램의 규모에 따라 협찬 금액이 각각 달라지지만 적게는 천만원대부터 많게는 억대를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광청과 여행사 그리고 리조트들이 대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규모의 예산을 투자해 PPL마케팅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현경 기자 titnews@chol.com


홍보효과 크지만 투자 금액 부담

 

제작사와 의견 조율 가장 큰 어려움

올 한해 스크린 또는 브라운관을 통해 유독 해외 여행지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각 관광청과 여행사 및 리조트들은 다큐멘터리부터 시작해 드라마, 영화, 쇼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에 협찬했다.

올해도 전 세계 다양한 여행 목적지들이 영화 또는 TV를 통해 소개됐다. 리조트들은 적은 투자비용으로 리조트 인지도 향상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아침 방송에 적극 협찬했으며, 관광청은 관광 목적지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드라마 또는 엔터테인먼트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을 협찬했다.

여행업계와 함께한 프로그램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특히 타이완관광청이 협찬한 SBS 드라마 ‘온에어’와 한진관광이 지원한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 마리아나관광청과 월드리조트가 지원한 KBS 2-TV ‘해피선데이 꼬꼬관광’ 등이 성공한 케이스에 속한다.

또한 모두투어네트워크는 올 한해에만 드라마 3편과 영화 1편, 버라이어티 쇼 1편 등 5개의 프로그램을 지원해 여행사중 최다 협찬을 기록, 인지도 향상에 일조했다.

PPL마케팅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한 가지 요인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그러나 올해 PPL마케팅을 시도한 여행사와 관광청은 지역 인지도 향상은 물론 관련 상품까지 출시해 활발한 판매를 보여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보통 시청률이 높을수록 간접광고 효과가 높다고 생각한다. 시청률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지만 PPL을 진행할 때 비단 시청률만이 선택의 기준은 아니다.

남수현 모두투어 홍보마케팅팀 팀장은 “모두투어의 PPL마케팅은 같은 시기에 여러 작품을 한 경우도 있고 초기부터 많은 시청률을 기대하지 않은 작품도 있었다”며 “마케팅 전략이나 PPL로 인해 얻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작품 선택이 달라진다. 드라마를 예로 들어 ‘주몽’처럼 시청률이 높아 다수에게 모두투어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던 적도 있었고 ‘마왕’이나 ‘밤이면 밤바다’처럼 특정 마니아층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케이스도 있었다”고 전했다.

제작사와 견해차 좁히는 것 “가장 어려워”

관광청과 여행사는 PPL마케팅만 전문적으로 섭외하는 업체에게 일주일에도 여러차례 협찬 요청 전화를 받는다. 문제는 이미 드라마의 시나리오가 거의 완성된 상태에서 협찬이 가능한 여행사와 관광청을 찾기 시작한다는 것. 작품 기획단계부터 꾸준한 협의를 통해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 제작사들은 일단 여러 업체를 찔러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과 손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질적으로 제작사와 협찬사가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촬영까지 함께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한마음으로 일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

PPL마케팅 비용은 프로그램의 분야와 방영시간대, 무엇을 협찬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16부작 드라마를 협찬할 시 약 1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전했다. 온에어의 경우 약 4억원, 에덴의 동쪽의 경우 약 2억2천만원, 해피선데이는 약 1억2천만원 가량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프로그램 제작사 측은 협찬사 단순히 스폰서로 생각하고 무리한 금액과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태반이라는 것.

A 여행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여행사는 홍보 마케팅 예산을 구매로 직접 이어지는 신문광고와 이벤트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PPL마케팅의 경우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가늠하기 어렵고 간접적인 홍보방식이기 때문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 때문에 가능한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기 위해 제작사와 끈질긴 의견 줄다리기를 펼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제작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알지 못하는데다 간혹 스타급 배우들을 내세워 과도하게 협찬을 요구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PPL은 이제 여행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 마케팅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소비자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출연배우 사진과 드라마 이미지 등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 여행사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 PPL마케팅을 통해 협찬하고 있는 금액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 판매에 큰 도움을 주는 주연배우 사진이나 드라마 이미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덧붙여 “물론 주연배우의 사진 사용은 제작사뿐만 아니라 소속사와 연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까다롭다는 것을 잘 알지만 제작사측이 이와 관련해 너무 일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관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PPL 관광효과 극대화 모두의 노력 필요

올해 PPL마케팅을 진행한 타이완관광청과 마리아나관광청은 시장이 매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각각 13%, 8.7% 송출인원이 증가했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PPL만의 효과는 아니지만 지역을 이슈화 해 인지도를 높인 것에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진관광 역시 드라마 ‘에덴의 동쪽’ PPL마케팅을 통해 KAL투어 브랜드 인지도가 만족할 만큼 향상됐다고 밝혔다.

PPL마케팅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여행업계는 몇 가지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 영화 및 드라마의 흥행결과는 관광객 유치와 지역 이미지 개선 등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획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관심을 가지고 관광자원화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영상매체에 의해 생겨난 관광지는 영화와 TV드라마의 종영 이후 관광지로써의 가치가 소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촬영지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관광테마들을 접목해 종영 이후에도 지속력 있는 관광지로 남도록 유도해야 한다.

성공적인 PPL마케팅은 좋은 장소와 지역의 문화적 특징, 먹을거리, 숙박지 등 장소적 의미가 강한 지역에 대해 적극적인 노출을 시도해야 하며 이후 관광명소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여행사들은 관련된 문화상품을 개발 및 판매해 관광과 시너지를 유도, 관광효과를 극대화 사는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PPL이란?]

브랜드명을 이용한 간접광고 형태로 광고상품의 특징을 나타내는 서비스광고의 일종이다. 제품을 적절히 배치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간접광고 형태의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의 한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PPL은 용어상 방송사가 장소와 의상 등을 빌려 쓸때 ‘협조’, 물품이나 돈을 받으면 ‘협찬’, 제작에 특별한 도움을 받은 경우 ‘지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