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17호]2009-07-03 10:51

[포커스]국내 여행 활성화의 명암

국내여행 시장, 도약과 추락 사이의 줄타기

올 상반기 내내 여행업계를 강타한 화두는 국내 여행시장의 재발견이었다. 해외여행 활성화를 타고 지나친 아웃바운드 쏠림 현상을 보였던 여행업계가 지난 하반기부터 불거진 경기 침체와 각종 사회적 악재들로 국내 여행시장에 온통 시선을 두고 있는 것.

이 같은 시장의 흐름에 대형 여행사들은 앞 다투어 국내여행시장 강화를 목표로 내걸고 문어발식 제휴 확장과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시장 상황에 힘입어 올 여름 휴가도 해외보다는 국내로 몰릴 것이라는 각 언론의 예측이 공개되자 여행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국내 여행 상품 구성에 역량을 집중하는 양상이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경기 침체 타고 국내여행 활성화, 언제까지 안심할 수 없어

대형 여행사 앞 다투어 시장 진출, 철저한 관리가 더 중요

▲국내여행 돌풍, 위기가 만들어 낸 ‘호재’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올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월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광공사는 지난달 15ㆍ16일 양일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7개 대도시 일반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총 응답자의 31.4%(157명)가 올 여름 여행 계획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국내여행이 91.5%, 해외여행이 8.5%로 국내여행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SK텔링크가 지난달 15일부터 26일까지 홈페이지 방문자 1612명을 상대로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물은 결과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37%가 ‘휴가 계획이 없거나 집에서 머물겠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답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14.3%로 조사됐다. 이러한 조사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경기 침체와 신종플루 영향, 각종 사회 악재 속에 경비 부담으로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여행 시장의 중심이 아웃바운드에서 국내여행으로 쏠리고 있다. 환율 폭등과 원화가치 하락, 미국 발 금융 위기, 사회 내부적 갈등,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조치 등 각종 악재들로 여행시장의 입지가 줄어들고 해외여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이를 대신할 카드로 국내여행이 급부상하게 된 것.

특히 그간 명성에 비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제주도, 부산, 강원도 등의 목적지는 국내여행 열풍과 함께 비교적 높은 가격의 상품과 현지 인프라가 속속 선보이고 있어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엔고 열풍 이후

지난해 10월 엔고 현상에 따른 일본관광객 증가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국내여행 활성화에 가장 든든한 효자 노릇을 했다. 당시 서울 명동, 덕수궁, 남대문, 면세점 등에는 한국인보다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든 일본관광객들을 만나는 일이 더 쉬웠다. 한참 호황이던 시기에는 항공편을 추가 투입해야 할 정도로 일본관광객의 수요가 많았으며 시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관광공사 또한 막대한 예산을 투입, 한국 관광 홍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일본 엔화가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폭풍같던 관광객의 방문도 큰 폭으로 감소, 지난 4,5월 방문객수가 각각 275,219명과 200,000명(추정)으로 하락하는 등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이는 물론 일본 내수 경기 침체와 신종플루라는 거대한 악재 탓도 있지만 엔고 현상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한국 측 업계의 안일한 태도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 엔고 현상에서 지금의 국내 여행시장 활성화의 가까운 미래가 보인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여행사들의 시장 진출, 두 손 들어 환영?

해외여행 수요 감소로 수익부진이 이어지자 대형 여행사들은 하나같이 올해의 주력 사업에 ‘국내여행 강화’를 추가했다. 국내 인바운드 시장 강화를 통해 외래관광객을 유치하고 소비자들에게 품격 높은 국내 여행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이 취지인데 실제 반년이 흐른 지금 이 같은 취지를 그대로 살린 여행사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대신 소규모 여행사와의 제휴 또는 협력을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주고 이를 통한 반사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태가 더 많다. 때문에 아무리 여행사가 국내 사업부를 신설하고 시장 강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이를 통한 고객들의 편의 증진 등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여행사의 이름에 이끌려 이들이 제휴를 맺은 소규모 여행사의 모객은 ‘반짝’ 증가한다. 오래전부터 한 우물만 파온 국내 전문 여행사들은 대형 여행사들의 이 같은 얌체 짓에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내여행은 해외여행보다 당연히 저렴하다. 일정이나 프로그램 면에서 어쩔 수 없는 결과다. 그러나 너무 싼 가격의 당일치기 상품은 고객의 구매욕을 떨어뜨리고 리피터를 생산하지 않는 악영향을 가져온다”며 “이에 종사자 대부분 저렴한 상품을 가급적 판매하지 않고자 하는데 대형 여행사들이 앞 다투어 1,2만원짜리 당일 상품의 판매를 묵인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형 여행사들이 국내 여행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시장에 진출한다면 분명 시장 자체가 보다 빨리 확대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시장을 키워서 독점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기업의 물량과 인프라, 유통망 등의 자산을 활용해 외래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직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