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734호]2011-12-09 10:33

[제주도] 한라산은 눈꽃, 평지에는 유채꽃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연말까지 이벤트

해녀 물질공연 보고 자연산 해산물도 맛봐

요즘 제주도는 들뜬 분위기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난 11월 11일, 세계인의 투표를 통해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제주도민 약 70%가 관광업에 직간접으로 연관된 생활을 하기에 제주도의 경제는 곧 관광객 숫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지의 선정은 곧 관광객의 제주도 방문객 증가를 의미한다, 도는 자연관광지 선정 기념 이벤트로 지난 11월 12일부터 12월 말(50일간)까지 성산일출봉, 만장굴, 돌문화 박물관 등 29개 공영관광지를 무료입장토록 했다. 이 기간에 제주도 성산일출봉, 해녀 체험장, 해녀 박물관 등 제주도 몇몇 관광지를 찾았다.

겨울 나들이 백미, 제주도

외국인으로 가득한 성산 일출봉

소설이 지난 지금 쯤 육지에는 수북이 쌓인 노란 낙엽길을 밟는 것이 나들이의 백미인데 파도자락에 우뚝 선 제주 성산 일출봉엔 노란 유채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고, 성산포 마파람은 남은 봄기운을 달래 듯 한기가 없다. 멀리 보이는 한라산 정상은 어제 밤 내린 눈으로 흰 옷을 입었다.

섬 정상에는 흰눈이 덮혀 있고 아래는 제철을 잊은 노란 유채꽃이 피어 있는 걸 보면 제주도는 신비스런 섬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곳 제주를 탐라국이라 했는가?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성산일출봉이다. 일출봉 입구에 들어섰다. 마침 입장료를 받지 않는 날이라 성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장사진이다.

나무로 된 길 손잡이를 어께동무처럼 이어 둔 소로엔 가족끼리 연인끼리 손에 손을 잡고 희희낙락이다. 길목 오른쪽 초지에는 누런 털이 유난히도 반들거리는 날렵한 말 두 마리가 여남 살 소년을 태우고 뚜벅 뚜벅 말 타기 체험을 한다. 일출봉 정상을 오르는 사람들과 어울렸다. 중국에서 온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성산일출봉은 약 5천 년 전 얕은 수심의 해저에서 화산이 분출해 생긴 응화구로 사발모양분화구와 해안절벽을 따라 다양한 지질구조로 되어 있다. 또 오랜 시간 파도에 침식되어 드러난 퇴적단면 등이 어우러져 보는 이로부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일출봉은 해발 182m로 오르는 길에 급경사가 있어 등정에는 그리 만만치 않다.

정상에는 99개의 세운바위가 마치 왕관모양으로 둘러서 있고 가운데 3만평 규모의 분지가 있어 마치 성과 같은 형상이다. 일출봉 우측으로 난섬과 우도가 물에 떠 있는 듯 하고, 좌측으로는 섭지코지와 신양해수욕장이 호를 그리고 있다.

성산일출봉은 영주십경의 하나인 성산일출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1702년 제주로 부임한 이형상 목사가 제주를 순회하며 그린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 성산관일(城山觀日)로 표기된 것이 처음이다. 이곳에는 연말·연시에 일출을 보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다. 2000년 천연기념물 420호로 지정되었고, 2007년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물질 공연중 잡은 문어를 들어 보이는 함두생(62) 해녀.

여신의 나라, 여자의 섬에 있는 성산물질 공연장

제주섬은 여신의 나라다. 제주 사람들이 믿은 신, 설문대, 삼승, 영등, 자청비, 가믄장아기 등이 모두 여신이다. 제주섬은 왜 여신이 많을까? 이는 척박한 환경과 거친 역사속에서 삶을 이끌어 온 제주 여성들의 능동적인 기질과 무관치 않다. 제주를 이끌어 온 여성의 중심에는 해녀가 있고 해녀는 제주섬의 오랜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6월 케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대사가 해녀복장을 하고 물질체험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티븐슨 대사는 해녀체험을 두고 “제주 해녀들은 한국여성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례라며 한국여성의 역할이 서구사회에는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일출봉에서 하산하면 오른쪽 바다가 보이는 절벽 밑에 <성산리 어촌계 해녀물질공연장>이 보인다. 물질 공연은 성산리에 거주하는 해녀들이 직접 바다에 나가 물질하는 실제 모습을 보이며 바다에서 따온 수확물(전복·해삼·소라·성게·앙장구·멍기·문어 등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시식하기도 한다.

성산리 어촌계 홍은표 계장은 “현재 성산리 거주 해녀 수는 90여명으로 모두 18세 전후부터 물질을 했으며, 최고령자가 82세, 최연소자가 52세로 공교롭게 이 둘은 모녀다.

이 보다 젊은이들은 물질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질공연은 1일 5명이 1개조가 되어 오후 1시 30분, 오후 3시 1일 두 차례 공연하며 여름철에는 200명 이상이 관람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잡은 수확물은 즉석에서 팔아 모아 두었다가 월말에는 다같이 나눈다고 하며 그 수입이 월 한사람 당 40만원 전후란다. 또 공연비는 1일 일인당 2만 5천원이 따로 지급된다고 했다.

오늘 공연에는 성산리 물질 대통령이라 별명이 붙은 함두생(62)성산리 잠수회장이 조장격으로 나왔고, 전대희(82), 곽덕려(72),김광자(71)할머니 등 4명이 공연에 참여 했다.

모두들 고무물옷을 입고 태왁을 매고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요넬젓엉 어디가리/진도바당 한골로 가지/이어더사나/이어더사나” 해녀의 노래를 구슬피 부르더니 연철(납덩이)8kg 를 허리에 두르고 바다에 뛰어 든다. 몇 번 오리발이 하늘로 올리고 숨비소리를 내더니 함두생 해녀가 문어 한 마리를 높이 든다. 관람객은 모두 박수로 환호 했다.

함두생 잠수회장은 최고 열여덟질(한질:자신의 키)까지 잠수한적이 있는 상군 해녀다. 여든두살인 전대희 할머니 해녀는 “열여덟 살부터 물질 한 것이 60여년을 계속하면서 자식 5남매(3남 2녀)를 키워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이 짖 해서 벌은 돈, 손자 손녀 학용품, 과자 사 주는 것이 낙이다”라고 말하고 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물질을 하고 싶다 하며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는다.

건강은 어떠시냐? 물었더니 “우리 영감은 6.25때 맞은 총알이 몸에 박혀 이틀에 한 번씩 병원에 다니지만 난 병원을 모르고 산다” 며 병원장이 왜 병원에 안 오느냐? 물으면 아픈 데가 없어 안 간다고 한단다.

제주도=남기수 기자

취재협조 및 문의=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www.hijej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