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746호]2012-03-16 10:02

비엔나(Wien) (下) 와인과 먹거리 천국

글 싣는 순서

비엔나<上> 비엔나 데이 투어 ●비엔나<下> 와인과 먹거리 천국

커피보다 달콤한, 와인보다 따뜻한

오스트리아 여행의 숨은 키워드

‘호이리게’등 전통 가미한 코스 인기

풍미 넘치는 와인과 먹을거리의 향연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미국식 햄버거와 브랜드 커피, 차이나타운의 느끼한 요리를 금방 찾을 수 있는 현실에서 비엔나는 어쩌면 조금은 꿈같은 도시일지도 모르겠다.

5분 거리마다 편의점과 카페가 즐비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동일한 음식점 간판이 번화가를 채우는 한국과 달리 비엔나는 대도시 몇 곳을 제외하고는 오후 7시부터 대부분의 주택가와 거리가 한산해진다.

늘 급하게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우리에 비해 그네들은 여유롭고 호젓한 생활을 최고로 친다.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음미하듯 마시는 비엔나의 풍경은 행복한 동화 속 그림이나 엽서를 연상시킨다.

비엔나=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오스트리아관광청(www.austriatourism.com)/비엔나관광청(www.vienna.info) /유로스코프(www.euroscope.at)

◆ 진정한 고수들이 추천하는 여행지, 빈

와인과 여행을 함께 즐기는 특수 마니아들이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와인>이라는 자체가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스러운 장치였지만, 최근 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와인을 즐기고 있다. 타입에 따라 적게는 1,2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 원을 넘는 것까지 가격이 다양해 아직도 빈부(?)차가 존재하지만, 조금만 미리 공부한다면 경제적 여건에 맞는 와인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태리, 프랑스, 캘리포니아,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에서는 저마다 와인을 활용한 여행루트 혹은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오스트리아가 와인여행의 코스로 적합하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오스트리아는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인 현지 음식 맛보기에 가장 적합한 나라다. 우리에게 친숙한 비엔나커피라든지, 함스부르크 왕국의 화려했던 만찬 그리고 수시로 열리는 음악회에 제공되는 케이크와 디저트 문화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마치 다양한 브랜드와 아이템이 가득한 백화점처럼 파고 또 파고들어도 맛보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비엔나 와인 문화 중 대표 격인 ‘호이리게(Heurig)’는 비엔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히트 상품이다. 원래 호이리게는 올해 만든 포도주를 의미하는데, 18세기 비엔나의 농가에서 직접 만든 포도주를 식구들과 나눠 먹거나 팔던 것에서 유래됐다.

예전에는 비엔나의 숲 혹은 산기슭에 이러한 호이리게 식당들이 많이 자리해 있었는데 지금은 주택가에도 식당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와인과 함께 따뜻한 소세지, 햄, 빵, 스프 등을 함께 제공한다. 식사 중 전통 복장을 갖춘 음악단들이 아코디언, 바이올린 등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각 테이블을 도는데 가벼운 팁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알고 보니 한국 팀에게는 한국 노래를 일본 팀에게는 일본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센스까지 갖췄다. 방문한 당시는 겨울이라 안에서 음식을 즐겼지만 옛 전통 그대로 호이리게를 즐기고 싶다면 방문 시기는 여름이나 가을로 잡는 편이 좋겠다. 나무와 풀, 꽃으로 가득한 숲 속 한 가운데에 테이블을 차리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식사와 와인을 즐기고 춤과 노래를 부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기대할 수 있다.

빈에서 와인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은 도나우강과 바하우 계곡 부근. 해마다 품질이 뛰어난 포도주가 대량으로 출시된다.

만약 빈을 여행하면서 혼자 와인 한잔을 즐기고 싶다면 레스토랑보다는 술집을 추천한다. 호이리게 식당들은 위치도 멀지만 단체로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개별여행자에게는 쉽지 않다. 빈의 구시가지에는 바인켈러라는 지하 와인 바가 다양하게 자리해 있다. 서민적인 술집인 탓에 좋은 식사나 안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느긋하게 술과 여행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행여 도수가 높은 와인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샴페인 같은 가벼운 술도 맛볼 수 있다.

와인을 마시고 난 다음 텁텁한 입을 헹구고 싶다면 커피가 제격. 이국적인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이 비엔나에서는 현실로 가능하다. 엉뚱하지만 한 가지 여담을 덧붙이자면 사실 비엔나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 기본적으로 카페 문화가 발달했던 것이 커피가 유명한 나라로 잘못 전달된 셈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럽에서 카페가 가장 먼저 생긴 곳은 이태리 베네치아이며 그 다음이 영국 런던,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빈이다.

유럽의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이 활동했던 17~18세기 이들은 빈의 노천카페나 룸에서 차를 즐기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 토론하는 살롱 문화를 꽃피워나갔다. 그리고 빈의 이러한 카페 문화는 근처의 헝가리, 체코 등으로도 전달됐다. 지금도 빈의 유명한 관광지나 도심 부근에는 예술가들이 자주 찾던 카페가 남겨져 있다. 카페에서는 그들이 앉았던 자리를 그대로 보존하거나 좋아했던 메뉴들로 특별한 상품을 만드는 등 관광에 이용하고 있다.

빈의 커피 중 유명한 것은 단연 멜랑주. 일반 커피점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는 카푸치노를 닮았다. 거품이 가득하고 크림이 많지만 맛이 달지는 않다. 한국에서 먹는 카푸치노 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알갱이가 전혀 없어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것이 특징. 다음, 멜랑주의 라이벌격인 아인슈베너는 블랙커피에 크림을 섞은 것으로 맛이 진하고, 손잡이가 긴 유리잔에 담겨 나온다. 아메리카노보다는 카푸치노에 시럽을 뺀 맛을 연상하면 된다. 커피를 주문하면 특별히 부탁하지 않아도 각설탕과 물을 함께 준다.

[커피]

비엔나커피는 커피에 휘핑크림을 얹은 것으로 지역과는 상관이 없다. 커피는 1600년경에 유럽에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빈에도 커피 하우스가 곳곳에 들어서게 됐는데 초기에는 어른, 아이 모두 커피를 즐겼다고 한다. 당시 택시 역할을 하던 마차를 끄는 마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왼손엔 말고삐를 잡아야 했기에 커피에 설탕, 생크림을 거품으로 해서 마시게 됐다. 비엔나에서는 이 커피를 ‘아인슈벤나(Einspanner)’, 즉 서있는 한 마리 마차라고 부른다.

[호이리게]

호이리겐의 어원은 호이리크이며 올해 만든 포도주를 뜻한다. 자체소유의 포도원에서 만든 새 술을 내는 술집이 호이리겐로칼인데 빈에서는 이를 줄여 호이리게라 부른다. 호이리게의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빈의 북쪽지대는 예로부터 포도주 재배지로 유명했는데 부유한 상인들이 여기서 만든 포도주를 대부분 빼앗아갔다. 이에 농민이 마실 수 있는 술이 부족해지자 농민들이 본인들이 만든 포도주의 소유를 요청했고 황제가 이 청원을 받아들여 농민들이 스스로 만든 포도주를 집에서 먹거나 팔도록 허락했다.

[와인]

오스트리아의 경우 화이트 와인이 유명하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당분의 함량이 적어 숙성기간이 짧고 와인의 보존 수명과 관계되는 탄닌산의 함량도 적어서 양조한 술의 질과 색이 퇴화현상이 빨리 온다.

이에 저장, 보관할 수 있는 기간도 단축되는 단점도 있으나, 양조 후 단시간 내에 마실 수 있어서 보급이 빠르다. 화이트 와인의 일반적인 알코올 농도는 10~13 % 정도이며, 8도 정도는 반드시 차게 해서 마셔야 제 맛이 난다.

[슈나젤]

비엔나 요리는 독일요리와 많이 닮아있다. 고기와 빵, 감자 등을 주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비너슈니첼이라 불리는 슈나젤은 쉽게 말해 커틀릿이다.

송아지 고기를 이용하지만 최근에는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레스토랑도 늘었다. 양이 적은 사람이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면적이 넓은 고기가 나온다. 아쉽게도 케찹이나 기타소스의 양념과 함께 먹지 않고 고기만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어 한국인의 입맛에는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