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783호]2012-12-28 10:04

2012 Hot 키워드 “강남에서 말 춤추고 애니팡에 미쳤다!”

Good and Bad 2012! 우리가 열광한 키워드는?

경기 둔화 속에 수익 창출은 먹통, 여행사는 분통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날씬한 달력은 야속하게도 앞으로만 간다. 해마다 12월 중순이나 말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는 특별한 잘못이나 큰 실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해낸 일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기 마련이다.

누군가에는 악몽의 해, 누군가에는 대박의 해였던 2012년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글로벌 불황에 따른 실체 없는 공포감이 끈질기게 사회를 지배한 씁쓸한 시간들이였다.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정치를 논하고 젊은이들은 나꼼수와 트위터에 열광했으며 취업에 실패한 학생들과 40~50대 퇴직자들은 애니팡으로 하릴없는 시간을 죽였다. 여름 내내 전 세계에 울려 퍼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외래관광객 유치에 한 몫을 더했고 아이돌과 K-pop을 중심으로 파생된 다양한 콘텐츠는 인기리에 소비돼 제2의 한류붐을 확산시켰다.

1천만 관광대국이라는 획기적인 이슈와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향하는 내국인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겉으로 보이는 시장 확대에 힘을 싣었다. 그러나 대형 여행사와 몇몇 업체들이 대기업과 맞먹는 분기별 실적을 자랑한데 비해 일 년 내내 모객에 허덕였던 중소형 업체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고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렸다. 점차 심해지는 양극화, 계층화는 여행관광업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중이다.

유난히 힘들고 팍팍했던, 심지어는 무시무시한 종말론까지 더해졌던 2012년,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에 열광하고 다시 슬퍼했을까? 사회적인 주요 이슈들에 여행업계의 상황을 접목해 2012 핫 키워드 기사를 작성해봤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강남 스타일 열풍!

딱 달라붙은 2:8 가르마, 퉁퉁한 얼굴과 촌스러운 선글라스, 꽉 끼는 양복을 입은 뚱뚱한 남자가 ‘강남’을 외치며 거들먹거리는 말도 안 돼는 광경에 전 세계가 러브콜을 보냈다. 2012년 최대 이슈와 아이콘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라는 사실에 반대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저렴하고 다소 유치하기까지 한 B급 정서로 한국 사회의 가장 고급스러운 도시인 강남과 그네들의 문화를 직설적으로 공격한 ‘강남스타일’은 하반기 내내 끊임없는 화제를 낳았다.
 
트렌드와 유행을 쫓아 상품을 기획하는 건 여행사만의 특기. 인바운드 업체와 강남구청은 싸이와 그의 노래를 통해 외래관광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명동, 종로, 청계천으로 대표되는 서울 관광 루트는 강남 양재천, 선릉과 정릉, 코엑스일대, LG아트센터, 압구정 로데오거리, 청담패션거리, 논현가구거리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1천만 외래관광객 돌파!

지난 11월21일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찾은 중국인 리팅팅(28) 씨가 인천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공항 전체에 팡파레가 울렸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1천만번째 외래관광객으로 한국 관광 역사상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올 한 해 관광여행업계의 가장 묵직한 키워드는 역시 1천만 외래관광객 돌파. 2009년 7,817,533명, 2010년 8,797,658명, 2011년 9,794,796명을 기록하며 1천만 문 앞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굴욕을 깨끗이 씻은 셈이다.

국내 인바운드 관광 시장은 사실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외래객을 위한 테마 관광 상품과 콘텐츠가 충분치 않고 서울 시내로 집중된 관광객들을 수용할 만한 객실도 현저히 부족하다. 지방 관광 활성화와 이를 통한 경제 창출에 기대가 많지만,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관광지를 벗어나면 안내소는커녕 영어로 된 표지판 하나 없는 도시들이 수두룩하다. 1천만이라는 눈에 보이는 숫자에 열광하기 보다는 그 이후를 창출할 수 있는 내실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쾌속성장, 스마트폰!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 LG 옵티머스 등 유명 스마트폰들의 무한질주는 2012년에도 멈추지 않았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에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게임, 카카오톡, 인터넷 검색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일상화된 풍경이다.

한국방송통신위원회는 올 상반기 중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3천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현 시점에는 3천만명을 넘어섰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연령대별 사용자를 살펴보면 20대가 35%로 가장 많고 30대가 29%로 뒤를 이었다. 2~30대 젊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성장의 견인차가 되며 더욱 급성장할 발판을 만든 것이다. 이 밖에 40대 가입자는 15.1%이며 10대 이하 가입자도 8%에 달한다.

참고로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갤럭시3는 출시 5개월 만에 전 세계적으로 3천만대, 노트2는 2개월 만에 5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전작인 갤럭시2와 노트에 비해 2.5~3배 빠른 속도로 판매됐으며 국내에서도 출시 3개월 만에 300만대를 판매했다.

스마트폰 외에도 아이패드, 갤노트 같은 전자기기들은 ‘탈-오피스’화를 부추긴 일등공신이다. 많은 항공사와 여행사가 사내 복지 개선이라는 명명아래 전자기기를 보급했는데 현실적으로 회사 밖에서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실질적인 모객과 상품 홍보에는 어플리케이션이 이용됐고 토파스, 애바카스 등 GDS 업체들은 대리점들이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접속해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속속 오픈했다. 고객들은 24시간 접속 가능한 카카오톡으로 상품 담당자들을 괴롭혔으며 자투리 시간에는 애니팡이 최대 엔터테인먼트로 꼽혔다.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 상상 가능한가?

심해지는 빈부격차, 끝없는 사회 양극화

소위 ‘빈익빈 부익부(貧益貧富益富)’ 가 심각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상생 경영과 화합에 대한 요구가 거셌지만 현실적으로 바뀐 것은 많지 않았다. 대기업들의 골목 상권 침해가 여러 번 공중파 뉴스를 장식했지만, 자본과 규모를 앞세운 힘의 논리에 무조건적인 대응은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대형 기업과 중소기업들의 무의미한 경쟁과 괴리가 심해졌다. 리딩기업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매월 발표하는 내부 실적 자료에 따르면, 양 기업은 매달 7~8천명에서 1만명을 넘는 여행객을 해외로 송출하며 승승장구했다.
 
그에 비해 2군 여행사로 분류되는 몇몇 업체들은 사업부를 재편하고 조직을 간소화하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시장 자체가 심하게 침체된 일본의 경우 랜드사들은 문을 닫거나 사무실을 2~3인이 공유했으며 전문사들은 본업을 포기하고 간신히 손님을 받는 등 여행업 형태만 유지했다.

전체적으로는 올 한 해 한국여행시장에 진출한 해외 온라인여행사(OTA)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했다.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스카이스캐너 등 OTA들의 거센 공략, 특히 마케팅 면에서 수억원이 넘는 비용을 쏟아붓는 이들과의 경쟁은 우리 여행업계가 아직도 구태의연한 사고에 매달린 취약한 산업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나꼼수·SNS·우리나라 최초 여성 대통령

4월11일 19대 총선, 6월13일 재 보궐 선거, 11월25일 대선 후보 등록, 12월19일 18대 대통령 선거까지. 한 해에 총 3개의 굵직한 선거와 그에 따른 정치적 이슈들이 사회와 구성원들을 흥분시켰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젊은 학생들과 부동층은 나꼼수, 트위터 등으로 대표되는 소셜 채널과 관계자 간의 소통을 확대하며 정치에 관심을 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막을 내린 18대 대선은, 그 중에서도 메가급 이슈로 12월 내내 “누구를 뽑을까!~”라는 질문이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무교동과 서소문에서 꿈틀거렸다.

여행업계는 지난해에 비해 SNS(Social Network Service) 활용과 마케팅 면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SNS 초기, 젊은 고객들과 함께 호흡하자는 목표 아래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개설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업체들은 경기 침체로 수익이 악화되자 홍보나 커뮤니케이션 확대 보다는 전략적인 마케팅과 제휴에 주력했다.

관광청들이 앞 다투어 출시했던 어플리케이션은 재출시 보다는 업그레이드 수준에 머물렀고 여행사와 관련 업체들은 트위터를 소통 보다는 깜짝 이벤트를 알리는 홍보 도구로만 여겼다.

빈곤해지는 지갑, 할인으로 풀자!

‘지중해 크루즈 100만원, 동남아 크루즈 60만원, 푸껫 3박5일 9만9천원.’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즉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의 일종으로 일정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일 경우 파격적인 할인가로 상품을 제공하는 판매 방식이다. 소셜 쇼핑(Social Shopping)이라고도 한다.

경기 불황으로 이른바 ‘간장남녀’로 불리는 짠돌이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전략적 마케팅 비법으로 올 한 해 인기를 끌었다. 쿠팡, 티켓몬스터, 그루폰코리아 등 소셜커머스 웹사이트에서는 매일 특정 품목이 파격적인 가격에 게재됐는데 여행업계 역시 다양한 반값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을 유치했다. 그러나 소셜 상품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이 현실. 일부 LCC가 유류할증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의 항공권을 대량으로 판매했다가 뜬금없이 취항을 취소해 고객들의 불만을 샀다. 더욱이 럭셔리의 대명사인 초호화 리조트와 크루즈 여행을 평균보다 심한 가격으로 인하해 판매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AD 명목의 특가보다 훨씬 저렴한 반값 상품들은 몇몇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소진됐지만, 다시 해당 여행사를 이용하는 재구매 고객은 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