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784호]2013-01-11 13:38

노르웨이 오슬로(上)

글 싣는 순서

●<上> 노르웨이의 세련된 얼굴 오슬로

<下> 오슬로 테마 관광(뮤지엄+미술관)

 

“Fall in LoveOSLO Winter”

 

시티 투어 즐기는 여행자들로 거리 곳곳이 북적, 박물관·미술관 등 우리가 몰랐던 매력 넘쳐

 

“빙하도 못 보는데 심지어 더 춥다고?”

노르웨이 출장이 결정된 직후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피오르드와 오로라를 봐서 좋겠다는 탄성이었다. 주변 지인들은 쉽지 않은 장거리 출장에 환호를 보냈고 그보다 가까운 가족들은 한 겨울 더한 곳으로 굳이 떠나야 하냐고 혀를 찼다.

2011년 총기 난사를 기억하는 후배들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고, 공부벌레들은 전체적인 유럽 경기 악화로 동유럽 거지나 부랑자들이 살기 좋은 노르웨이로 모여든다고 지갑을 챙기라 주문했다.

정작 출장을 준비하는 기자만 무관심한 가운데 말만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오슬로에만 3일 있는데, 빙하나 오로라는 안 봐”라는 짧은 한 마디로 상황을 종료시켰다. “그게 뭐야”

안타까움과 비아냥거림이 적절히 믹스된 탄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노르웨이=빙하’라는 공식은 결국 깨지지 않는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안고 아침 일찍 핀란드 국적기 핀에어에 몸을 싣었다.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향하는 직항길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올 여름 대한항공의 전세기 소식이 시장에 흘러나왔지만 정확치는 않고 기대감만 모아지는 상황이다.

북유럽의 맹주 노르웨이로 향하는 길, 인천에서 9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환승을 거쳐 다시 1시간 15분가량을 더 날아가서야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OSLO)를 만날 수 있었다.

복잡하지 않은 오슬로 공항, 동남아나 미주와 달리 별도의 입국 심사가 없는 탓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들고 공항 문을 열었다. 춥다는 선입견이 강했던 탓일까? 일행 모두가 두꺼운 잠바와 목도리, 장갑 등으로 몸을 꽁꽁 감쌌지만, 막상 직접 마주한 11월의 오슬로는 춥다는 느낌보다 축축하고 시리다는 인상이 더 강했다.

“북유럽 경제의 중심, 신흥 강국의 성장세”

노르웨이 거주 인구는 500만이 안되지만 한해 방문객은 이를 훨씬 뛰어 넘는다고 한다. 직접 뿌리를 내리고 사는 현지인보다 관광객의 방문이 월등히 많은 나라. 1천만 외국인을 유치했다고 온통 축제 분위기에 젖은 한국의 관광산업에 실소가 나는 대목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서쪽 해안선을 따라 위치해 있는 노르웨이는 풍성한 자연과 천연 자원을 바탕으로 북유럽 최고의 강국으로 성장했다.

유럽에서 가장 긴 나라이자 국토의 약 80%의 땅이 숲, 산, 강들과 같은 자연이라고 한다. 노르웨이의 힘은 대자연에서 나온다 했던가. 다소 유치한 관광 슬로건이 사실일 수밖에 없음을 체념했다.

사실 노르웨이의 국력은 자연과 이를 통한 세계적인 관광 산업이 한 몫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EU에 가입하지 않은 노르웨이는 서유럽과 남유럽 지역의 몇몇 국가가 지난 몇 년간 경기 둔화로 끊임없는 부실에 시달린 것과 상관없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IMF 기준 1인당 GDP가 9만9664$로 세계 3위에 달할 만큼 재정 상태와 국가 경영이 튼튼하다. 안정적인 국력과 풍성한 자연, 거기다 세계적인 수준의 관광 산업까지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몰려온 기자들은 신의 축복을 받은 이 대단한 땅이 부러움을 넘어 얄미울 지경이었다.

 

“과거와 현재의 중간쯤, 낭만의 도시 오슬로”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는 노르웨이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엿볼 수 있는 공존의 도시이다. 오슬로 공항에서 차를 타고 45분을 달리면 시내 중심가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시청을 중심으로 형성된 오슬로 스트릿에는 1800년대 중세 유럽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오래된 건물들과 엔틱한 디자인의 숍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쇼핑을 위한 백화점과 옷 가게, 디스플레이 숍, 레스토랑, 술집, 인테리어 소품 업체 등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도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공기가 청정한데 이는 오슬로 총 면적의 3분의 2가 숲과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머리를 높이 들면 산이 보이고 고개를 돌려 눈을 내리면 강이 보인다고 할까?

한 겨울의 오슬로는 해가 일찍 지는데 오후 3시 반이면 거리에 어둠이 몰려오고 4시가 지나가면 금세 칠흑 같은 밤이 오고 만다.

한참 업무에 신경 쓸 오후 4시 정도에 밤 8~9시 로 해가 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투어 중 만난 대부분의 고층 건물마다 통유리를 사용하고 내부가 환하게 밖으로 비쳐도 커튼으로 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정직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노르웨이인들의 의식을 엿본 순간이었다. 일행 중 하나가 우리나라 같았으면 통유리를 사용하지도 않는 것은 물론 하루 종일 블라인드로 사무실 내부를 가릴 것이라 했다. 우스갯소리지만 씁쓸함이 감돌았다.

11월 말, 마침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앞두고 오슬로 거리는 화려한 장식과 샹들리에로 한껏 꾸며져 있었다. 가장 시끌벅적한 축제를 앞두고 모든 즐거움을 잠시 멈추고 있는 것처럼 오슬로에는 행복한 기운이 맴돌았다. 깜깜한 밤에 색색의 조명과 세련된 장식으로 빛나는 오슬로는 묘한 매력을 풍기며 전 세계에서 날아온 여행객들의 발길을 묵직하게 붙잡았다.

애당초 시끌벅적한 여행 따위를 꿈꿨다면 오슬로는 맞춤 여행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겨울 고전 영화 같은 낭만적인 사랑과 유럽의 매력에 취하고 싶다면 이만큼 제격인 도시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친절했고 공기는 더할 나위 없이 맑았으며 날씨는 추워도 싱그러웠고 좁은 골목 사이사이 신기한 숍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해가 나지 않는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여름이 아닌 겨울 오슬로만이 주는 매력이라고 여기니 그 또한 귀하다는 느낌이었다.

 

“걸어라, 뛰어라, 다시 달려라”

오슬로의 전체적인 도시 크기는 작은 편이다. 그래서 외곽으로 이동하면 도로를 넓히거나 건물을 새로 짓는 등 공사가 한창인 곳들이 많았다.

일정 내내 기자들을 안내한 노르웨이관광청 매니저는 “전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신도시를 조성하는 등 오슬로를 업그레이드 하려는 전략적인 노력이 가해지고 있다”며 “오슬로 전체에 관광객 방문이 지속 증가하면서 원활한 공급을 위해 객실 확충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슬로 관광의 백미는 개별여행이다. 그룹투어로는 소위 말하는 사이즈가 나오지 않는다.

오슬로 여행은 오슬로 중앙역에서 왕궁까지 이어지는 칼 요한슨(Karl Johans)거리를 중심으로 동서로 나누어진 시가지가 주요 방문 지역이다. 오슬로 의회, 시청, 오슬로 대학, 오슬로 항구 등이 이어진다.

트램이나 버스, 자전거 등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해 3~4시간이면 넉넉하게 지역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다. 이때는 오슬로 패스가 유용하다. 교통, 박물관, 극장, 수영장, 레스토랑, 도서관 등 곳곳에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트램이나 버스에서 처음 패스를 오픈할 때 기사가 펀치로 구멍을 내주는데, 일일이 확인을 하는 경우도 있고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도 있었다. 개별여행자라면 실속 있는 두뇌 싸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물가가 비싼 것은 단점이다.

노르웨이는 유로가 아니라 크로네(NOK)를 사용하는데 50크로네가 한국돈으로 1만원 정도. 편의점 기준 생수 한 병이 4천원, 가게에서는 반인 2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물가가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이나 매장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이나 의상 등은 오히려 저렴하다. 에스티로더 같은 수입 화장품을 한국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에 절반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오슬로에서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오슬로 시청 근처에 위치한 ‘노벨 평화 센터(Give Peace A Chance)’. 세계 평화와 분쟁 해결 등에 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지난 2005년 오픈했다고 한다. 매년 12월10일 이곳에서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개최되는데 건물 안에는 그동안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사진들이 여러 테마로 전시돼 있다. 노벨 시상식 외에도 중요한 행사나 이벤트가 있을 시 센터의 문이 열린다고 했다.

3일간 누구나 꿈꾸고 한 번쯤 꼭 가고 싶은 여행지에서 현지인 같은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고 거리를 산책하고 쾌적한 트램을 타고 도시 곳곳에 두 발로 흔적을 남겼다. 빙하와 오로라가 없어도 오슬로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빛나는 도시이다. 왜 사람들은 굳이 체험하지 않은 곳을 알려 하지 않을까? 서사가 넘쳐나는 거리에서 마지막 사진 한 장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취재협조 및 자료 제공=이노베이션 노르웨이(www.visitnorway.com/www.innovationnorway.no/visitOSLO.com)

오슬로= 글ㆍ사진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Travel info]

 

●위치 :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서부

●인구 : 464만 4000명(2008년 기준)

●언어 : 노르웨이어/영어

●수도 : 오슬로

●시차 : 한국과 8시간, 서머타임 기간(3~10월)에는 7시간 차이

●가는 길 : 노르웨이까지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보통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한다. 인천공항에서 헬싱키까지 9시간 남짓 소요되며, 헬싱키에서 오슬로까지는 약 1시간 반이 걸린다.

●면적 : 323,802㎢, 세계68위 (CIA 기준)

●종교 : 복음루터교 85%

●환율 : 크로네(Kroner/nok) 100NOK=19,127원(1월10일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