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795호]2013-04-15 09:42

현지취재 세이셸(上)

누군가에는 로망, 당신에게는 소망, 나에게는 희망

          디톡스를 위한 천연의 섬 , 숲이 말 걸고 햇살에 취하다, 지친 여행자에게 안성맞춤


글 싣는 순서

●세이셸<上> 여행 개요

세이셸<中> 추천 스팟과 DAY 투어

세이셸<下> 여행시장 가능성 및 리조트


“죄송합니다. 고객님, KT에서는 현지 로밍이 불가능합니다.”

긴 여행의 출발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들뜬 여행자 하나가 ‘룰루랄라’를 외치다가 멍해지는 데에는 일분도 필요치가 않았다.

한 순간 뜨악했다가 이내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로밍이 안 된다? 전화가 안 터진다? 메일은? 가족 및 친구들과의 문자는? 회사 일은? 이번 달 카드 명세서는? 잘 알고 있다. 드넓은 지구에서 고작 먼지에 불과한 나 하나 사라진다고 무슨 일이 터지겠는가, 그래도 출장 때면 병처럼 걱정이 된다.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던 부모님 안부가 궁금하고 혹여나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해 다시 왔을 때 회사 책상이 빠졌을까봐 두렵다. 풀이 죽은 체 공항 안을 터벅터벅 걷다 보니 출발 시간. 핸드폰도 인터넷도 온라인도 통하지 않는 생소한 그곳, 그래서 행복한 천국을 여행하고자 나는 ‘로밍 차단=일상 탈피’라는 다소 비싼 대가를 씩씩하게 치렀다.

취재협조=세이셸관광청(www.visitseychelles.co.kr)

에티하드항공(http://www.etihadairways.com/ko-kr/)

글ㆍ사진=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힐링이 필요해? 스타벅스부터 포기할래?

서울 시내라면 발에 차고 넘치는 것이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다. 커피숍과 레스토랑, 옷가게, 영화관, 호텔, 술집, 은행 다시 또 커피숍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도시 구조는 거대한 백화점을 가로로 넓혀 숨 쉴 틈 없이 붙여 놓은 것 같다. 끊임없이 달리고 소비하고 취해야 하는 일상에 지칠 때 여행만큼 좋은 답은 없다.

여행이 우주처럼 먼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가까운 즐길 거리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하고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하면 동남아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에 시간을 내고 돈을 더 써야하지만 무리할 경우 일주일이면 짝퉁 유럽 배낭도 가능하다.

언제부터 여행이 추억이 아닌 사진을 남기는 것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요즘에는 쉬고 싶어 떠났던 여행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이자 노동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저 쉬고 싶다는 소망만 절실하다면 우리나라를 그대로 복사한 도시에서 현지인 흉내 말고 정말 여행지다운 여행지를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특별할 수 있다. 힐링을 위해 하이힐과 스타벅스를 버릴 수 있는지, 그게 가능하다면 세이셸(SEYCHELLES)과 마주하자. 세이셸이 아름다운 이유를 금방 발견할 수 있다.


▲‘No One Knows Seychelles Better’

세이셸은 기네스북에 오른 최장수 거북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에티하드항공을 타고 인천에서 아부다비까지 약 10시간 이후 아부다비에서 에어세이셸로 환승해 현지에 도착할 때가지 약 4시간 반 그러니까 자그마치 비행기 안에서만 16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한국에서 세이셸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중동 국적의 캐리어들을 이용하는데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트항공 등이 경유 노선을 운영 중이다. 두바이나 도하가 너무 멀다는 느낌이 든다면 홍콩에서 세이셸로 들어가는 항공편도 있다. 대한항공 또한 두바이 노선을 운영한다.

비행시간이 긴 것은 단점이지만, 항공사마다 중간 체류 일정을 제공하기도 하고 지역을 연계해 여행상품을 구성할 수도 있어 나쁘지만은 않다. 경험한 바에 따르면 두바이나 아부다비에서 1일 데이투어를 함께 즐기는 것도 허니문 타입에게는 유용할 듯싶다.

비행기에서 내려 마헤섬 국제공항 밖으로 이동하면 큰 광고판에 ‘No One Knows Seychelles Better’이라는 카피가 슬로건처럼 걸려 있다. 직역하면, ‘누구도 세이셸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쯤 될까? 자신감 넘치는 문구에 비해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순수한 자연이 보기 좋게 어울려 있었다.

세이셸은 연평균 기온 26∼27℃로 연중 큰 온도 변화가 없다. 따뜻하지만 덥지 않고 기분 좋은 훈풍이 바다와 산을 타고 내내 이어진다. 역시나 핸드폰은 시계 노릇만 잘 하고 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선정 최고의 해변 1위, 영국 윌리엄 왕자의 허니문 목적지, 미 대통령 버락 오버마의 가족 휴양지, 그리고 비싸다는 것? 우리가 흔히 세이셸에 대해 알고 있는 단편적인 사실들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세이셸은 그저 선물같은 공간이다.

세이셸이 가격이라는 큰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계속적인 성장을 하며 한 해 1천명이 넘는 한국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데는 남과는 다른 비밀스러운 여행을 혼자만 소유하고픈 욕망이 깔려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유럽과 아프리카의 중간, 여행시장의 차세대 리더

세이셸에서는 누구에게나 힐링의 시간이 주어진다. 지친 여행자라면 가장 매력적인 공간일 수 밖에 없다.

위치적으로 설명하면, 세이셸은 인도양 서부의 섬나라이다.  마다가스카와 모리셔스의 북쪽에 자리해 있는데 지도로 보면 아프리카와 가깝다. 그러나 현지 문화나 물가,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등 많은 것이 유럽과 닮아있다. 알고 보니 세이셸은 영국 및 프랑스 식민지였다가 1976년에 독립한 국가로 이중 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영국 및 프랑스 여권 소지자가 10%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유럽 및 서구 지역 부호들의 휴양지였다는 얘기가 그제야 이해가 간다.

여성의 인체를 닮은 코코드메르 열매
아프리카의 부국으로써 연간 소득은 1인당 1만 800 불로, 아프리카에서 GDP가 두 번째로 높다. 현지에서는 모국어인 크레올어를 비롯해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사용하는데 기본적으로 영어가 통한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영어는 물론 불어, 이태리어까지 구사하는 경우도 많다. 일행 중 함께 동행한 운전기사는 모국어 포함 4개 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중국어까지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즉 언어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는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5시간이 늦다. 우리나라가 낮 12시면, 세이셸은 아침 7시. 그러나 시차 때문에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었다. 현지 공기가 너무 맑고 스트레스가 없는 탓이 아닐까?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전압은 우리나라와 동일한 220~240 볼트를 사용하고 콘센트는 영국식의 3 핀짜리를 사용한다.

달러화와 유로화, 그리고 국제카드(비자, 마스터 등)가 모두 통용되기 때문에 굳이 현지 화폐로 환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시내 관광이나 로컬 마켓에서는 작은 단위의 현지 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내에 위치한 은행이나 환전소에서 여권을 제시하면 환전이 가능하다.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알다브라 환초와 인체를 닮은 코코 드 메르 열매, 기네스북에오른 최장수 거북의 서식지, 아름답고 진귀한 열대의 새들, 900백 미터가 넘는 산에서 즐기는 트래킹, 다양한 해양스포츠, 크레올 문화체험 등 즐길거리는 무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