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797호]2013-05-01 00:00

세이셸(중) 나의 충천기는 인도양에 숨어 있다

풀, 나무, 바람, 파도, 하늘까지 부드러운 치유력 넘쳐



고백하건데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몸 구석구석을 씻어내고 싶었다. 삶에 찌들어 있는 무거운 몸을 겨울 빨래하듯 맑은 물에 헹궈서 탈수까지 끝내고 난 것처럼, 그저 가벼워지고 싶었다.

24시간 현대인과 함께하는 스마트폰 또한 가끔은 방전이 된다. 열심히 일한 만큼 다시 일할 수 있는 에너지, 즉 충전이 필요한 셈이다. 지쳐서 다시 일어나고 싶을 때, 도무지 두통이 가라앉지 않을 때, 답답한 마음에 테라피가 필요할 때 나는 충전을 위해 떠난다. 기자의 충전기는 저 멀리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Seychelles)에 보석처럼 숨어 있었다.

취재협조 및 문의=세이셸관광청(www.visitseychelles.co.kr) / 에티하드항공(http://www.etihadairways.com/ko-kr/) /
글ㆍ사진=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마시지 말고 떠나라!

멀쩡한 핸드폰도 가방에 억지로 구겨 넣은 노트북도 세이셸(Seychelles)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약 4일간의 여행 기간 동안 세이셸에서 핸드폰은 좋은 시계이자 카메라로 노트북은 라면 받침대 같은 미니 테이블로 제 구실을 했을 뿐이다.

(물론 현지에서도 오피스 환경 구축은 가능하다. 많은 리조트들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호텔에 머무는 동안 인터넷 서비스를 구매할 수도 있다. 통신사 역시 KT는 기계에 따라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SKT, LGT 텔레콤 등의 통신사는 현지에서도 이용이 수월하다.)

처음 세이셸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곳이 어딘가를 물었다. 그 옛날 하와이나 몰디브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 한국 시장에서 세이셸은 비싸고 고급스러운 휴양지의 이미지가 강하다.


사실 세이셸은 하와이, 몰디브, 뉴칼레도니아 등 이름 난 휴양 명소와는 엄연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세이셸은 도시와 휴양지가 적절히 믹스 돼 있지도 않고 쇼핑이나 문화생활을 위한 현대적 시설들이 즐비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세이셸에 환호하는 이유는 섬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생명력과 자연이다.

도착부터 여행지를 떠나는 순간까지 세이셸에서 만나는 모든 자연이 뿜어내는 열기와 싱그러움은 여행자의 머릿속 무거운 고민보따리나 걱정을 한 순간에 희석시킨다. 신비한 것은 이러한 자연들이 관광객들을 압도하거나 위축시키는 거대함이 아니라 보살피는 듯 한 부드러움과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울창한 열대림이나 수령이 몇 백 년이 넘는 나무들이 가득한 식물원에서도 나무로 우거져 하늘이 검다는 것만 빼면 특별히 길이 험하거나 불편치 않다. 정리하자면, 평화로운 에너지랄까?

많은 이들이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경우 다음날 써야 할 에너지를 모조리 끌어다 한 번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몸에 극심한 부작용을 안긴다.

어쩌면, 유명 관광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많은 지역들이 이러한 에너지 드링크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에 상처가 남더라도 무리해서 놀고 소비하게 만드는 단발적인 쾌락 말이다. 세이셸은 분명 다르다. 강요하지도 압박하지도 않는 선에서 최대한 평화롭게 몸을 재생하고 추억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주요 볼거리·즐길거리 명소?

마헤 섬(Mahe Island) :


세이셸에서 가장 큰 섬. 국제공항과 수도 빅토리아를 품고 있다. 제주도의 1/4 수준으로 면적은 155㎢. 수도가 있는 탓에 세이셸 전체 인구의 90%가 거주한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920여 미터의 몬세이셸로아산의 원시림을 비롯해 국립역사박물관, 켄윈하우스, 식물원, 아트 갤러리, 보발롱 해변 등의 관광지가 있다.

이 중 마헤섬 최대 해변이자 해수욕 최적지로 알려져 있는 보발롱 해변은 특히 선셋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으며 매년 세이셸에서 개최되는 에코 마라톤 대회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빅토리아(Victoria City)

 :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 세이셸 공화국의 수도인 빅토리아에는 전체 인구의 1/3 수준인 2만7천명이 삶을 꾸린다. 세이셸 현지인들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도시로 세이셸 대통령궁을 비롯해 각종 상점과 레스토랑, 은행, 공예품점, 카톨릭 성당, 박물관, 노점상 거리 등을 관광한다. 도심 중앙에 위치한 빅벤 시계탑은 빅토리아의 랜드마크이며 빅토리에서 유일한 신호등을 따라 길을 건너는 것도 재미있다.


셀윈클라크 마켓


:
낯선 여행지에 재래시장 만큼 재밌는 장소도 없다. 수도 빅토리아에서 최고로 꼽히는 즐길거리는 재래시장인 ‘셀윈클라크 마켓’.

빅벤 시계탑 중앙을 가로질러 걷다보면 좌측에 위치해 있는데, 시장 안에는 쇼핑을 즐기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어울려 보기 좋은 시끌벅적함을 연출한다.

생선, 과일, 야채, 향신료 등 식자재를 비롯해 액세서리, 신발, 의상, 가방, 헤어핀, 향초 등 각종 기념품 또한 즐비해 있다.

시장 입구에서 쭉 걷다보면 양 옆으로 좌판이 들어서 있고 시장 끝에는 빨간 색의 2층 건물이 자리해 있는데 건물 안에는 상점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다.  우리나라의 인사동 쌈지길과 모습이 흡사하다. 여행 좀 즐긴 고수라면 시장에서 생선이나 야채를 구매해 도시락을 만든 뒤 해변에서 한 끼 식사를 즐기는 것도 낭만이다.


프랄린 섬(Praslin Island)

 : 세이셸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인구 7천여명이 살고 있다. 3.7km 길이에 면적은 약 45 ㎢. 기네스북에 오른 앙세 라지오 해변을 비롯해 다양한 해변과 리조트, 국립공원, 해상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115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는 세이셸에서도 프랄린 섬은 데이투어로 가장 이름난 명소로서 선이 굵고 남성적이다. 여러 가지 테마 중에서도 특히 프랄린 섬 최고로 꼽히는 테마는 드라이빙.

세이셸의 도로는 대부분 일직선이고 길이 복잡하지 않아 운전에 미숙한 여행자라도 한 번쯤은 차량을 빌려 자가운전을 통한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사전 예약을 통해 공항에서 차를 빌리거나 호텔별로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프랄린섬의 풍경은 인기 있는 로드무비보다 훨씬 아름답다. 


발레 드 메 국립공원(Vallee de Mai)

: 아담과 이브의 열매이자 여성의 신체를 닮은 것으로 유명한 코코드메르의 서식지. 30분짜리 코스부터 3시간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까지 준비돼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여행사를 통한 데이투어를 이용할 경우 가이드가 동행해 공원 곳곳의 역사와 자연을 설명해주는 프로그램 또한 가능하다.

재미있는 여행 팁(Tip) 하나. 국립공원 안에는 남자 나무와 여자 나무가 있어 나무 간 결합을 통해 코코드메르라는 결실(?)을 맺는다.

산길이 험하지 않은 탓에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객에게도 적합한 액티비티. 코코드메르 외에도 세이셸에서만 서식하는 토종 야자수와 지구상 마지막 검은 앵무(Black Parrot)새의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다.


앙세 라지오 해변(Anse Lazio)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해변 절경에 대한 찬반 여부는 제외하더라도 보드라운 밀가루 백사장과 앞뒤가 뭉툭하게 길게 이어진 바다에서는 타인에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날 위한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삼삼오오 짝 지어 소풍을 나온 가족관광객이나 비치 타월을 밑에 깔고 드러누워 망중한을 즐기는 커플들의 쿨한 스킨십을 보고 있노라면 진정한 휴양지에 와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라디그 섬(La Digue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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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주관을 100% 담아, 세이셸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명소. 프랄린 섬이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라디그 섬은 한 마디로 여성적이다. 
면적은 약 10㎢ 수준. 세이셸관광청과 주요 여행사들이 판매 하는 상품 일정에는 대부분 프랄린과 라디그 섬이 포함돼 있다. 관광청은 하루에 두 섬을 모두 여행하는 코스 말고 각 섬에서 이틀 이상 체류할 수 있도록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라디그 섬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 투어. 프랄 섬에서 보트를 타고 약 15분 정도면 라디그 섬에 도착하는데 섬 입구에 자리한 관광안내센터에서 자전거 렌탈이 가능하다.

여행 코스는 ‘앙세소스 다종-라디그아일랜드로지-라디그번화가(선착장)-앙세 글렛티즈- 앙세 포미스’ 등.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면서 섬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와 산을 구경하거나 자이언트 거북 서식지를 방문하고 섬 번화가 판매 숍에서 현지 특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라디그 섬은 초호화 리조트부터 콘도미니엄, 풀빌라 호텔, 게스트 하우스까지 숙박 타입이 다양해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다. 또한 숙박 시설이 많은 만큼 장기 여행자들에게도 사랑을 받는다.

자전거 투어가 부담스럽다면 차를 타고 섬 주요 명소만을 골라 여행하는 버스 투어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우도처럼 반나절이면 가뿐히 섬 투어가 끝난다.

참고로 톰 행크스 주연의 헐리우드 영화 ‘캐스트어웨이(Cast Away-2000년 개봉)’를 기억하는지? 영화 속 무인도의 배경 장소였던 앙세소스 다종 해변은 해변 곳곳에 우뚝 자리한 화강암 기암괴석의 절경과 아름다운 바다 색, 현지 풍광으로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특급 명소. 급하게 말고 긴 시간을 들여 꼭 방문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