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797호]2013-04-26 15:33

<16주년 창간 특집> "장애은 여행을 포기하라 하지 않았다”

장애인 여가문화에 정부·지자체 적극적으로 나서야

장애인 인권 및 복지에 대한 고찰이 단순 생활의 문제를 넘어 자아실현의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고령자를 비롯한 장애인들의 사회적 참가를 방해하는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축소한다는 뜻의 ‘배리어 프리’가 주목 받으며 장애인도 사회 일원으로써 비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보장 제도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혼자서는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던 장애인들이 여행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관광공사는 장애인 여행자를 위한 장애인 전용 여행정보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오픈했으며 서울을 중심으로 각 지자체에서도 무장애 관광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관광대국을 꿈꾸고 있다면 ‘누구나’ 여행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 관광을 위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숙박시설 건립도, 도로 공사도 아닌 모두가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 그리고 장애인에게 여행이 왜 필요한지 묻는 우리들의 인식 전환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장애인 여행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취재 협조 및 사진제공=전윤선 휠체어여행작가(http://cafe.daum.net/travelwheelch), 김민아 나눔투어 대표(www.nanumtour.co.kr/)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글 싣는 순서

 

●<上> 국내 장애인여행의 현황 <下> 국내 장애인 관광 인프라 분석


“세상의 중심에서 Barrier Free를 외치다”

장애인들의 사회적 참여는 늘 거부되어 왔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것까지 깊숙이 스며든 편견과 무관심은 그들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들이 점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의 문화, 체육, 관광 활동에 관심을 보이며 총 548억 원을 투입하는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전국 관광지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투어를 실시해 음식점, 숙박시설 등 장애인 편의성 검증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올해는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새로운 국정운영이 실시되며 100조원이 넘는 복지예산을 책정해 전체 예산의 30%를 넘겼다. 이에 따라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가 장애등급 2급까지 확대되고 장애인등록제도가 바뀌면서 외국 국적의 장애인들도 국내 장애인과 동일한 장애할인 및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수혜 계층이 늘어났다.

또한 지난 11일 시행 5년째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확대 적용됨에 따라 시청각장애인의 온라인 활동이 더욱 자유로워 질 전망이다.

지자체 역시 서울과 제주를 중심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확대에 나선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장애인 콜택시 운영개선 계획’을 발표하며 2003년 장애인콜택시 도입 이후 처음 100대를 더 늘리기로 했다. 현재 총 360대가 운행 중이며 서울지역 1·2급 지체 장애인, 뇌병변 장애인,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총 9만3009명이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여행으로 많은 장애인들이 찾는 제주 서귀포시는 오는 8월까지 관내 공공기관 등 833개소를 대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따른 실태 조사를 벌인다.

조사 항목은 주 출입구 접근로를 비롯해 내부시설(출입구, 계단, 승강기 등), 위생시설(화장실, 욕실 등), 안내시설(점자블럭, 유도 및 안내설비 등), 기타(객실, 침실, 관람석, 열람석 등) 등이다. 서귀포시는 편의시설 설치 미이행 대상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행정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 같은 노력과 함께 한국관광공사는 본격적으로 장애인여행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전국 여행지의 장애인 편의시설 정보를 제공하는 웹 사이트 ‘함께하는 여행’을 제작했다. 또한 웹 사이트에 장애인 여행자들의 블로그, 카페 등을 소개해 장애인 여행을 독려하고 있다.

“대한민국 장애인에게도 여행을”

최근 국가적으로 장애인 인권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며 서울시를 비롯한 주요 관광도시는 무장애 관광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장애인 스스로 휠체어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근교산 자락길’을 조성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올 연말까지 종로구 인왕산, 동대문구 배봉산, 서대문구 안산, 동작구 서달산, 강동구 고덕산에 무장애숲길 5.2km를 포함한 근교산 자락길 총 16km를 추가 조성, 개통한다. 근교산 자락길의 무장애숲길 구간은 바닥에 목재데크를 깔아 보행약자 및 휠체어,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폭 2m, 경사도는 8%미만으로 재정비한다.

관광도시 제주와 부산 역시 무장애 관광지 개발에 동참했다.

부산 북구청은 2011년부터 ‘무장애 숲길’을 개통해 운영 중이다. 부산 북구는 2014년까지 총 50억 원을 투자해 백양산 일대 3㎞에 무장애 숲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2011년 10월5일 제주올레 코스 중 일부 구간을 ‘휠체어 구간’으로 재정비했다. 휠체어 구간은 1코스, 4코스, 5코스, 6코스, 8코스 등이다.

제주올레는 차량 정보와 휠체어를 기준으로 구간별 난이도, 소요 시간 등의 정보가 담긴 안내책자와 시청각장애인용 점자, 오디오 안내서를 제작해 전국의 장애인단체에 배포했다.

이처럼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차츰 변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대다수의 관광지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와 관리부실 등으로 장애인 이용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장애인들은 무조건적인 개발보다는 인프라 조성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휠체어여행작가 전윤선씨는 “유명 지역축제에 참여하고자 기차표를 예매한 적이 있다. 휠체어를 탄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한 새마을호로 예매가 돼 한바탕 난리를 쳤다.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가 없어 따로 차량을 섭외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난관은 교통수단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숙박시설 역시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방은 웬만한 브랜드 호텔이 아니면 찾기 힘들다. 때문에 지방의 경우 장애인들이 이용 가능한 숙소가 마땅치 않다. 있더라도 그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 일본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및 제도가 잘 갖춰진 것으로 유명하다. 일례로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에서도 장애인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지역 내 장애인 도우미가 집에서부터 여행목적지까지 이동 구간마다 배치, 연계돼 혼자서도 여행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진다.

장애인 복지관 또한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 시설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 청각장애인을 위한 소리 센서 등 장애유형별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시설 확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문화적으로 장애인을 돕는 것을 당연시 여겨 장애인의 활동 반경이 우리나라에 비해 넓은 편이다.

일본의 무장애관광지는 국내와 달리 ‘길’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공사가 불가능 할 것 같은 문화유적지도 유적지와 똑같은 소재를 이용해 휠체어 전용 이동구간을 설치하는 등 진정한 ‘Barrier Free’를 지향하고 있다.


장애인 여행사가 마주한 현실은?

장애인전문여행사를 통해 들은 장애인들의 여행은 비장애인들의 여행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관광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지적장애인이라고 해서 관광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김민아 나눔투어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여행에 있어 다를 것이 없다. 불편한 점만 배려를 해준다면 장애인들도 똑같이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감을 느낀다.

굳이 관광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많이 다를 거라 생각하는데 사실 다른 것은 일부 신체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적했다.

실제 장애인 여행은 비장애인보다 숙박이나 일정에 많은 불편이 따르기 때문에 개별여행으로 많이 가는 편이다.

장애인들의 장애 유형이나 정도가 모두 달라 패키지로 묶기가 어려운 것. 개별맞춤일 경우 휠체어 이용 장애인 여행에는 리프트 차량 지원을, 시각장애인일 경우 보는 관광을 최소화 하고 체험과 맛집 중심의 여행을, 중증장애인일 경우 보조도우미를 붙인다. 일정은 일반 패키지와 다를 바 없지만 장애 유형별 특성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장애인기관이나 시설에서 단체로 가는 여행도 많다. 이 경우 장애 유형이 제각기인 사람들이 모여 가기 때문에 의견 조율을 통해 여행일정을 중간 수준에 맞춘다.

국내여행지로는 주로 제주도를 선호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장애인 단체 차량이 없다는 것. 렌터카업체는 휠체어를 위한 차량이 있지만, 관광버스는 장애인전용 버스가 없다. 이 때문에 장애인관광단체가 갔을 때는 함께 간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의 수고가 뒤따른다.

인지 수준이 낮은 지적장애인의 경우 대부분 늘 돌봐주던 가족이나 도우미가 동행하도록 하고 있다. 돌발행동으로 인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보다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장애인 해외여행도 일반 패키지와 같은 형태다. 휠체어 이용자의 항공기 탑승은 기내용 휠체어를 이용해 가능하다. 미리 항공사에 연락을 취하면 항공사에서 기내용 휠체어를 마련해놓는다. 이후 공항에서의 수속 또한 항공사 직원의 도움으로 손쉽게 이뤄진다. 현지 공항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는 계속된다.

장애인전문여행사는 장애인에 맞춘 모든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지만 사실 모든 장애인이 전문여행사를 찾진 않는다. 일단 가격경쟁력이 일반 패키지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경증인 장애인들은 금액을 따져 일반패키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단체여행도 일부 사회복지사들이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가격만 보고 저렴한 일반패키지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장애인전문여행사 관계자는 “몇 만원 더 비싸더라도 장애인 여행사를 이용하면 장애인들도 편하고 장애인전문여행사도 점차 활성화돼 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도 생길 것”이라며 “장애인 및 일부 사회복지사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