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05호]2013-06-28 10:25

체코 여행은 프라하 밖에 없는가?

우아한 아름다움,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

 

글 싣는 순서

●<上>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

<中> 유대인 묘지와 해골 성 흐라덱(Hradek)

유럽의 문화국 체코는 한국과는 상당한 동질성이 있는 나라다.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유럽 천년전쟁의 영향을 그대로 받은 역사가 우리 역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 후면에는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가 침공하면 러시아식 궁전을, 독일과 함스부르크가 침공하면 그들 식의 건물과 문화를 만들었다. 그런 연유로 로마네스크, 고딕, 아로누보, 바로크 양식 등의 건물들이 수도 프라하는 물론 체코 여러 지방에 산재해 지급까지 보존되고 있다.

특히 프라하는 중세 유럽문화의 집결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문화유산이 많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말하는 체코 여행에는 프라하만 있고 체코는 없다. 프라하 이외 도시의 정보가 없다는 거다. 사실 체코에는 프라하 보다 역사나 문화가 더 아름다운 곳이 여럿 있다.

올 7월1일부터 체코항공 지분 48%를 인수한 대한항공은 사실상 인천-프라하 구간을 매일 운항하고 있고 프라하국제공항(하벨 국제공항)은 유럽전체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 할 때 한국관광객의 체코 방문 추세가 급속토록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남기수 기자 titnews@chol.com


 

▲역사의 풍경 속에 한가로운 시간이 흐른다

체코 수도 프라하 동쪽 버스로 2시간 30분 거리. 동유럽의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카를로비 바리는 보해미아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지역으로 프라하 다음으로 인기 있는 도시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 듯 인구 5만의 소도시, 세계적인 영화 축제인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세계적인 크리스탈 모제르가 이곳에 있다.

카를로비 바리란 지명은 카를(Karl)은 보해미아를 통치하던 카를 황제의 이름을 땃고, ‘바르’(var)는 끓는다는 뜻으로 카롤 황제가 발견한 온천이란 뜻이다. 1358년경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카를 4세가 사냥 길에 처음 발견되었다고 전해지는 이 온천은 화살에 맞은 사슴이 이곳에 쓰러져 있었는데 더운물에 담겨진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독일어 지명인 ‘카를스바트’를 영어식으로 바꿔 ‘칼즈배드’라고도 한다.

이곳 온천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온천욕뿐만 아니라 소화불량, 간질환, 류마티즘 치료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치료목적으로 음용되기도 한다. 성분에 따라 직접 마실 수 있는 음수대가 시내 곳곳에 설치돼 있고, 특히 여러 개의 돌기둥으로 건축된 몰린스키 콜로나다에는 12개의 음수대가 있는데 음수대마다 제각기 다른 성분의 온천이 분출 되고 있어 치료차 온 사람들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선택해서 마시도록 구분해 두었다. 또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 누구나 무료로 음수 할 수 있다. 음수대가 있는 곳에는 여지없이 온천음수용 컵을 팔고 있는데 미니 주전자 같이 생긴 도자기 제품으로 컵에 직접 입을 대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컵에 붙은 꼭지로 빨아 마신다. 현재 사용 중인 분출 온천 가운데 가장 유명한 브르지들로 온천은 72도의 온천수가 높이 11m까지 간헐적으로 분출한다.

1569년부터는 이 곳 온천을 찾는 사람들의 방명록이 작성됐는데 자주 찾은 명사로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프레데리크 쇼팽, 요하네스 브람스,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등의 음악가들과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프리드리히 실러, 알렉산드르 푸슈킨 등의 시인들, 그리고 표트르 대제 등의 명단이 적혀 있다.

시내 건축물들은 18세기와 19세기의 보해미아의 특성을 살려 건축한 것들로 잘 정돈된 정원 같다. 보리수 가로수와 사각의 돌이 부채살 모양으로 깊이 박힌 도로는 중세 유럽의 풍미를 그대로 풍기고 있으며 이는 프라하의 도시적 흥청거림에 비하면 자연 속에서 즐기는 한가한 휴식 분위기가 넘쳐 난다. 또 여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골동품 가게(Antiqus shop)와 유명메이커 제품을 판매하는 숍이 많다.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인 막달라 마리아 성당과, 해발 556m 다이아나 전망대(푸니쿨라)를 돌아보는 것도 이곳 여행의 백미다.

이곳에서 승용차로 40분만 가면 독일 국경이다. 한국관광객들은 프라하를 관광하고 독일로 갈 때 카를로비 바리에 들린다.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Karlovy Vary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카를로비 바리국제영화제는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동유럽권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영화제로서 정치적, 이념적 흐름에 따라 1960년부터 1992년까지 소련의 모스크바국제영화제와 번갈아 개최되다가 1994년에야 비로소 매년 개최하는 영화제로 정립되어 올해가 48회 째이다.

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뤼미에르(1864 - 1948)는 프랑스 리용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안뜨완느는 사진 사업에 뛰어들어 떼돈을 번 재능 있는 사업가였다. 그는 그의 아들 루이에게 영화(활동사진)연구를 시켰는데 루이 자신이 고안한 촬영기로 1초에 열여섯장의 사진이 움직이는 활동사진을 1895년 3월19일에 처음으로 영화를 찍었다. <뤼미에르 공장의 퇴근>이 바로그것. 그해 12월28일 토요일 저녁, 카푸친느가 14번지 그랑 카페의 한 살롱을 빌려 1프랑의 입장료를 받고 처음 일반에게 영화를 상영는데 이것이 영화의 시초였다. 그 후 1896년 7월15일 카를로비바리 문화회관, 지금의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본부가 있는 테르미널 호텔 중앙홀에서 체코 상류 인사들을 초청해 그가 촬영한 영화 ‘공장을 나서는 사람들’ ‘가족의 아침 식사’ ‘기차의 도착’ ‘카드놀이’ ‘바닷가에 수영하는 장면’ 등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일주일간 상영 한 것이 이곳 영화제의 시초다.

그 때부터 카를로비 바리가 갖고 있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경관은 체코 영화감독은 물론, 세계 여러 곳의 영화쟁이들이 선호하는 촬영지로 탈바꿈해 갔다. 체코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쿠스타프 마히티(1901~1963)가 만든 ‘에로티콘’(1929), 마르틴 프릭의 ‘유리잔 속의 달걀 세계’(1937).은 이곳에서 촬영하고 이곳에서 개봉된 작품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카지노 로얄’의 일부가 이곳에서 촬영됐으며, 그 외에도 많은 영화와 TV시리즈 등이 이곳을 배경으로 한 다.

우리나라 영화진출은 1992년 박광수 감독의 ‘베를린 리포트’를 시초로 1997년 임순례 감독의 ‘세친구’, 1998년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와 박기용 감독의 ‘모텔 선인장’, 1999년 김기덕의 ‘파란대문’, 2000년에는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이 출품 됐고 이 때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특히 2001년에는 뉴코리아 시네마란 제목으로 허진호의 8월의 크리스마스, 임권택의 춘향뎐, 정선우의 거짓말 등 30편의 영화와 박철우 감독의 ‘봉자’가 경쟁부문에 상영됐다. 영화제 기간에는 세계적인 남녀 스타들과 감독, 영화인들이 이 마을에 진을 친다.

올 6월28일부터 7월6일 까지 열리는 제48회 카를로비 바리 국제 영화제에는 조재현이 주연한 ‘콘돌은 날아간다’가 초청돼 화제다.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모제르(Moser) 크리스털

체코 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의 입에서 여지없이 등장하는 것이 크리스털이다. 특히 여자들은 더하다. 카를로비 바리에는 세계적인 크리스털 제품 메이커인 모제르(Moser) 가 있다.

모제르는 1857년에 창업한 유서 깊은 크리스털 생산회사로 크리스털의 제왕이라고 까지 찬사를 받고 있는 브랜드다. 유럽 황실의 결혼 축하 선물로 모제르 제품을 주고받았다고 할 정도로 제품의 명성이 높다. 실제로 스페인 펠리페 황태자와 덴마크의 프레드릭 황태자 결혼식에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20세기 초에 태국왕이 그의 궁전을 꾸미기 위해 이곳 카를로비 바리에 있는 모제르를 방문하기도 했다.

체코는 기간산업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가내 수공업이 주로 발달됐다. 그래서 오랜 역사를 가진 100세 기업이 많다. 이곳 모제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1857년에 설립되어 세계적인 명품을 생산하기 까지는 크리스털의 재료도 좋지만 크리스털 제품을 만드는 장인이 많았다. 세계적으로 크리스털 주물 장인 1에서 10위 까지는 체코 사람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1500여종의 다양한 제품들은 모두가 수제품이다. 현대에 와서 크리스털 하면 오스트리아의 스와로브스키를 꼽는 사람도 있지만 알고 보면 스와로브스키의 생산품 중 상당수는 체코에서 생산되고 있다. 스와로브스키 또한 체코에서 건너간 사람이다. 작업실에는 3인이 1개조로 한 여러 조가 작업을 하는데, 일개 조의 한 시간 생산량은 제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와인잔 또는 위스키 잔 약 40개를 생산 한다.

모제르 제품의 특징은 얇고, 가볍고. 기포가 없어 강하며 디자인은 우아하다. 크리스털은 궁극적으로 말하면 유리로서 충격에 약해 깨어지기 쉽고 또 얇으면 더 하다. 모제르 생산품은 순도가 높은 납을 사용하기에 강도가 높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제품을 진열해 둔 전시장에는 왕실에 납품되는 황금 그릇과 잔들이 놓여 있었고 영국여왕을 비롯해 이곳을 다녀간 세계적인 명사들의 사진들도 벽에 걸려 있었다. 가격은 와인 잔 6개가 한 세트인데 우리 돈으로 2백 만 원 정도.

가격은 높지만 품질로 승부한다고 안내자는 말했다. 이곳을 방문하고 싶으면 3일전에 예약만 하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