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08호]2013-07-19 12:03

현지취재 태국(上) 거부할 수 없는 방콕의 이중 매력
화려한 문화유산부터 도심관광까지, 하루 동안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다

 

글 싣는 순서

●태국<上> 거부할 수 없는 방콕의 이중 매력

태국<中>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휴가 즐기기

태국<下> 신혼부부 사로잡는 허니문 리조트

 

방콕을 느끼는데 24시간은 짧다. 아침부터 밤까지 발바닥에 땀나도록 다녀도 성이 차질 않는다. 볼거리에 먹거리, 즐길 거리까지. 눈이 팽팽 돌아가는 방콕 시티 중심에서 여행자들을 관찰하다보면 태국이 왜 관광대국인지 깨닫게 된다. 습한 날씨와 내리쬐는 햇빛, 관광지마다 북적이는 사람들. 짜증이 날 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방콕에 집중 하느라 여념이 없다. 해는 뜨겁지만 그 햇빛에 찬란하게 빛나는 태국의 금색 사원을 마주할 수 있고 사람은 북적이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관광에 집중하게 된다.

방콕은 여행자를 ‘에너자이저’로 만든다. 자꾸만 이동하게 만드는 주변 볼거리와 때 되면 보이는 에너지 충전용 음식들. 더운 날씨에 지칠세라 거리마다 각종 음료와 주전부리들이 줄을 섰다. 그저 돈만 있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쉴 틈 없이 관광이 가능하다. 과거 동남아패키지 여행상품 중에서도 최고 인기지역이었던 방콕. 이제는 자유여행지로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방콕의 진부하지만 색다른 여행지를 소개한다.

취재협조 및 문의=태국관광진흥청 한국사무소(02-779-5417/www.visitthailand.or.kr), 타이항공(www.thaiairways.com)

태국 방콕=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찬란한 방콕의 과거와 마주하기”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 국적기인 타이항공을 타고 5시간 만에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에어컨디셔너가 빵빵했던 비행기에서 내리니 그 순간부터 다리를 감싼 긴 바지가 뜨거워진다. ‘이것이 바로 동남아의 날씨!’ 상상만 해왔던 동남아 국가의 고온다습한 날씨를 피부로 직접 느끼니 앞으로의 나날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걱정을 뒤로하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태국의 화려했던 과거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구시가지의 왓 아룬과 왓 포 그리고 방콕 왕궁. 방콕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세 곳은 가까이 붙어 있어 한 나절이면 관광하는데 충분하다. 짜오프라야강(Chao Phraya River)을 건너야 만날 수 있는


왓 아룬(Wat Arun)은 강 건너편 톤부리에 위치한 사원이다. 따 띠엔(*‘따’는 우리말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5분이면 도착하는 왓 아룬은 불탑을 감싼 도자기 장식이 새벽 햇빛에 반사되면 강 건너편까지 형형색색 빛을 비춘다고 해서 새벽 사원으로도 불린다.

그 이름에 걸맞게 왓 아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도자기 조각으로 장식된 불탑. 새벽이 아니더라도 그 장대함에 기가 눌린다. 거의 90도에 가까운 불탑의 계단은 꼭대기에 다가설수록 사지가 떨리고 무모한 도전에 대한 후회가 밀려든다. 그러나 마침내 당도한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전경과 펼쳐진 짜오프라야 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안겨준다. 입장료 50바트에 투덜거렸던 과거의 자신이 쑥스러워지는 순간.

왓 아룬에서 5분만 걸으면 ▲왓 포(Wat Pho)가 나타난다. 방콕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원으로 라마 3세의 와불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와불상을 보기 위해서는 본당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맨발로 마주한 불상은 꼼질거리는 발가락이 민망할 만큼 신성한 기운을 뿜어낸다.

와불상은 총 길이 46m, 높이 15m로 굉장한 규모를 자랑하는데 몸만큼 거대한 발바닥이 포인트다. 진주조개로 정교하게 세공한 와불상의 발바닥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열반에 도달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왓 포 역시 100바트의 입장료가 있다. 왓 포에서 길 하나 건너면

방콕 왕궁(Grand Palace)이 나온다. 방콕 최대의 관광 포인트이자 태국 왕국을 대표하는 곳으로 화려한 금빛 왕궁과 거울 조각으로 장식된 건물들이 찬란했던 과거의 왕국을 말해준다. 한 나라의 역사를 대변하는 곳인 만큼 이곳에서는 복장을 갖춰야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짧은 반바지나 미니스커트, 민소매나 슬리퍼 차림은 입장할 수 없다. 혹시라도 이 사실을 잊고 갔다면 근처에서 긴 치마를 파는 상인에게 옷을 구입하면 된다. 또한 이곳에서는 한국어 가이드도 제공하니 필히 챙기기를.

왕궁은 황금 탑과 거울로 장식 된 도서관 외에도 왓 프라깨우(에메랄드 부처상이 보관된 사원), 차끄리 마하쁘라사드 홀(이탈리아 르네상스식으로 건축된 예배당) 등 독특한 건축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트랜디한 현대의 방콕 시티 즐기기”


방콕은 화려한 도시다. 파랑, 분홍, 초록 원색의 택시들이 도로를 누비고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쇼핑몰이 밤을 밝힌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빛과 소음 무더기 속에서 방콕은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해 질 무렵 점등을 시작한 수많은 건물 중에서도 눈에 띄는 복합 쇼핑몰 ▲센트럴 월드 플라자(Central World Plaza)는 방콕의 가장 현대적인 관광지다. 동남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센트럴월드는 일본계 백화점인 젠(Zen), 이세탄(Isetan)과 함께 대형 쇼핑몰을 이루고 있다.

약 40개의 명품 브랜드부터 스파, 패션, 잡화, 에듀, 가구, 주방용품 등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는 트렌디한 쇼핑몰로 한국인 여성방문객에도 인기가 높다.

또한 해외여행자를 위한 ‘투어리스트 프리빌리지’를 제공하고 있는데 매장 컨시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투어리스트 프리빌리지를 적용하는 숍에 한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심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에서 한 차례 쇼핑을 마쳤다면 새롭게 떠오르는 유럽풍 야시장 ▲아시아티크(Asiatique)로 가보자. 짜오프라야 강변을 낀 아시아티크는 배와 자동차로 모두 이동이 가능하다.

겉모습은 우리나라의 프리미엄 아울렛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상인들은 편하기 그지없다. 흡사 동대문에서 배워온 듯 한 상술로 여행객들을 요리한다. 옷과 신발 등은 200바트에서 400바트 정도면 꽤 괜찮은 것들을 ‘득템’ 할 수 있다.

아시아티크 역시 패션 외에도 각종 체인 상점과 조명, 아로마 제품, 악세사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살거리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유럽풍 분수가 돋보이는 광장에는 태국의 독특한 길거리 음식들이, 강변이 가까운 곳에는 야외 레스토랑들이 가득하다.

테라스에 앉아 강 위로 일렁이는 방콕의 네온사인을 감상하며 맥주를 홀짝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끓어오르는 음주 욕망을 뒤로하고 오늘의 마지막 여정지 ▲카오산 로드(Khosan Road)로 이동했다. 카오산 로드는 여행 좀 해봤다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닳도록 들어봤을 단어.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며 전 세계, 다양한 인종들이 좁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배낭여행객에 익숙해진 거리는 일탈을 꿈꾸는 여행자들을 달랠 유흥거리로 넘쳐난다. 여행자들은 레게머리, 타투 등 평소에는 해보지 못했을 것들을 이곳에서 도전한다. 전갈꼬치를 사먹어 보기도 하고 크고 넓은 야외 술집에서 모르는 여행자와 친구가 되어 서로의 여행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배가 고프다면 언제든지 배를 채울 수 있도록 열 걸음에 하나씩 각종 노점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카오산 로드의 진정한 매력은 여기에 있다.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 슬리퍼를 끌면서 일회용 접시에 담긴 팟 타이를 야금야금 먹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이 자유로움! 배낭여행자들이 이곳을 그렇게 닳도록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지 않을 까. 그곳에서의 현실 같지 않은 혼란스러움은 어느새 아련한 추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