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25호]2013-12-06 09:16

나가사키에서 즐기는 3色 테마여행

“배우고, 보고, 먹고~ 五感이 신난다!”

일본 나가사키의 3일은 바빴고 짧았고 아쉬웠다. 3일 만에 나가사키를 둘러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잰걸음으로 분주히 움직여도 나가사키는 넓고 볼거리는 다양하고 먹거리는 도처에 자리해 발걸음이 계속 멈추게 된다. 나가사키는 여행객을 분주하게 만든다. 눈을 돌리면 마음을 빼놓는 풍경과 아기자기함, 유럽의 옛 정취를 느끼게 해 두 눈동자를 끔뻑이기도 시간이 아까웠고 한 손엔 카메라를, 다른 한 손엔 주전부리를 두툼하게 들어 여행의 참 재미를 알게 하는 마력 있는 도시다.

진에어가 지난 7월 인천-나가사키 직항 취항하며 나가사키 여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주3회(매주 일, 수, 금요일) 출발 가능하며 자유여행은 왕복 4만9천원부터, 패키지는 24만9천원부터 판매한다.(유류세 별도) 나가사키 여행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여행박사나 일본정부관광국에 문의하면 된다.

취재협조 및 문의=여행박사(070-7017-2352/www.tourbaksa.com), 일본정부관광국(02-777-8601/www.jroute.or.kr)

나가사키=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일본 역사의 중심지, 나가사키 역사 여행

나가사키는 다양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도시다. 일본에서도 가장 서쪽에 자리해 도쿄보다 부산과 가까울 만큼 일본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나가사키는 일본 역사의 중심에 서 있다. 나가사키의 역사만 알아도 일본 역사를 훑었다고 할 만하다. 그래서 나가사키는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특히 일본의 슬픈 역사, 상흔이 도시 곳곳에 자리해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한다. 묵직한 나가사키 여행으로 먼저 떠나보자.

나가사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평화공원은 일본 열도의 가장 슬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공원이다. 기자일행이 평화공원을 찾은 일요일 낮에는 원자폭탄 투하로 죽은 넋들을 기리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평화를 상징하는 동상을 바라보며 제사를 지내는 일본인들의 모습에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이의 마음은 나라를 막론하고 그 아픔의 무게는 같겠구나 싶었다. 희미한 안개처럼 내리던 비가 멈추고 평화공원을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사실 평화공원은 일본인에게는 아픔이겠지만 우리 한국인에게는 그리 좋은 시각을 갖고 볼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사실 기자 역시 평화공원을 보며 냉소를 흘렸다. 그럼에도 일본의 역사를, 일본인의 애환을 느끼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있을까. 평화공원에는 다양한 동상들이 있다. 자식을 끌어안은 모정을 느낄 수 있는 동상과 일본 소녀 동상은 특히나 그들의 슬픔이 절절히 묻어나 있다.

57번 국도를 따라 시마바라시로 향하면 1991년 후케다케 산의 화산활동으로 마을 전체가 침식돼 버린 작은 마을 ▲미즈나시 혼진을 만날 수 있다. 미즈나시 혼진은 토석류*피해가옥 보존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활화산이 많은 일본인들에게 공포를 안겨줬던 불과 20여 년 전의 일은 여전히 슬픔과 공포로 자리해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발아래 토석류에 묻힌 일본 가옥을 처음 마주치게 된다. 얼마나 많은 토석류가 이 마을을 덮쳤는지는 공원 입구에 들어선 순간 알 수 있다. 이층가옥의 지붕이 기자 무릎 아래 놓여 있는 모습은 그때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화산 피해의 원상인 미즈나시 혼진 옆으로 들어선 마을을 보자니 자연 앞에 인간은 한 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날의 악몽을 잊지 못할 그들이 다시 터전을 가꾸고 살아가는 모습은 같은 인간으로서 많이 안타까웠다.

미즈나시 혼진에서 다시 57번 국도를 따라 삼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산 속 깊숙한 곳으로 40분 정도 차를 타고 되돌아 올라가다 보면 ▲운젠지옥 온천 동네에 입성하게 된다. 지옥이라는 말이 주는 공포감은 운젠지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강하게 밀려든다. 삼나무가 주는 으스스함과 더불어 동네 전체를 덮은 안개 아닌 안개는 일본 공포 영화에서 흔히 보는 동네 모습과 유사하다. 운젠지옥 온천은 일본 내 3대 온천 중 하나일 만큼 유명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다만 이 운젠온천에 지옥이 붙게 된 이유는 조금은 특별하고 역사적이다.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에도시대, 나가사키 내 천주교인들을 고문하는 장소가 바로 온천이었던 것. 뜨거운 온천수로 고문했던 과거 나가사키 주민들에게 운젠온천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부글부글 끓는 온천수와 새벽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린 연기,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유황 냄새는 사실 그리 유쾌하진 않다. 그러나 운젠지옥 온천 주변의 많은 호텔 및 료칸에서의 온천욕은 단언컨대 지옥이 아닌 천국을 맛볼 것이다.

*토석류 : 집중 호우 등에 의해 산사태가 일어나 토석이 물과 함께 하류로 세차게 밀려 떠내려가는 현상.

일본 속 유럽 중세시대 유럽 체험 여행

나가사키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유럽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 일본과 유럽이 공존하는 도시, 그래서 나가사키를 오면 17세기 유럽을 느낄 수 있다. 나가사키 공항에서 1시간30분 정도를 달리면 나가사키현 바로 위에 자리한 사가현의 ▲아리타 포세린 파크가 위치해 있다. 아리타 포세린 파크는 도자기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로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에 있는 궁전을 그대로 재현해 놨다. 공원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 있으면 유럽과 일본을 동시에 느끼는데 금상첨화다. 한 걸음 내딛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유럽으로 이동해 발목 밑까지 덮는 드레스와 한 손엔 레이스 달린 부채를 들고 정원을 거니는 유럽인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입구에서 출구 쪽으로 눈을 돌리면 일본 공예품과 먹거리 아이스크림, 사케 등 기념품 가게가 현실로 이끈다. 이곳의 볼거리는 다양하다. 그대로 재현한 독일 궁전과 분수대를 비롯해 건물 안에는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까지의 대표적인 일본 도자기와 세계 명품 도자기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더불어 공원을 벗어나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도자기를 굽는 큰 가마와 그 옆 버려진 도자기를 구경할 수 있다. 버려진 도자기 속에서 진주를 발견할 수도 있으니 쓰레기라고 생각지는 말자.

중세 독일을 만났다면 중세 포르투갈로 가 보자. ▲구라바엔 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나가사키의 대표 먹거리인 카스테라를 비롯해 일본식 교자, 아이스크림 등과 더불어 호빵맨, 도라에몽 등 일본 대표 캐릭터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다. 카스테라와 유자차, 만두 등 시식하며 향하는 오르막길 10여분은 힘들기보단 짧단 생각이 들게 한다. 구라바엔은 글로버의 일본식 표현으로 포르투갈 상인 글로버의 공을 치하해 만든 글로버 주택을 재현한 공원이다. 무엇보다 이 공원은 ‘하트스톤’으로 유명하다. 구라바엔 공원 바닥에 하트 모양의 돌이 박혀 있어 하트스톤 2개를 찾으면 영원한 사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 때문에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꼽힌다. 구라바엔 공원 입구에는 글로버 조각상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입구에서 내려다보는 나가사키 항구 전망 또한 구라바엔 공원의 매력이다. 글로버가 생활했던 안방, 집무실을 비롯해 부엌, 온실 등 당시 포르투갈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데지마가 드넓게 자리해 있다. 데지마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생활상을 재현한 테마 공원이다. 데지마는 과거 일본의 쇄국정책에 의해 부채꼴 모양의 인공 섬에서 포르투갈 인이 생활하다 네덜란드 무역상사가 이곳으로 이전해 유럽인들의 생활터전이 된 곳이다. 현재는 10채만이 복원된 상태로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다. 일본식 다다미방에 유럽식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며진 데지마는 진심 일본 속 유럽이다. 데지마 거리를 걸으면 테마 공원을 관람한다는 생각보다 마을을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조금은 개방적인 마을, 그래서 마을마다 자리한 집들을 구경하고 그 내부도 볼 수 있는 느낌이랄까. 특히 정문 앞으로 보이는 나카시마강 덕에 더욱 공원보다는 마을 산책 느낌이 강했다. 공원 깊숙이 들어가면 구 나가사키 내외클럽 맞은편에 데지마 전체를 본뜬 과거 인공 섬이었던 데지마 미니어처를 통해 복원 전 모습을 볼 수 있다.

72시간이 모자라~ 엔터테인먼트 도시

나가사키 야경은 세계 3대 야경 중 하나로 나가사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 중 하나. ▲이나사야마 전망대는 해발 333m 높이에 위치해 나가사키 현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어두운 하늘 아래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나가사키 시내 야경은 그야말로 ‘대박’의 연속이다. 나가사키 로프웨이를 통해 전망대로 향하면 전망대에 가기 전 통과의례인 빛의 터널은 약 7천여 개의 LED 조명으로 관람객들을 한껏 들뜨게 한다. 이후 전망대의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면 입이 떡벌어지는 나가사키 시내 야경을 360도 다양한 측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어둠이 깔린 바다와 빛나는 육지의 조화가 나가사키가 세계 3대 야경에 꼽힐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자녀가 있는 가족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나가사키의 관광지 중 하나는 사세보 펄씨 리조트에 자리한 ▲쿠주쿠시마 수족관이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뭐니 뭐니 해도 돌고래 쇼. 돌고래들이 빨간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너무도 귀여워 미소가 얼굴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짓궂은 돌고래는 관람객에 공을 던지고 물을 뿜기도 하는데 그 또한 즐거움이다. 이 수족관을 관람하다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8개 코스로 구성된 수족관은 한 단계씩 코스가 올라갈수록 관람객 역시 한 층씩 올라간다. 그러나 계단이 없다. 이는 장애인, 유모차를 끄는 가족 여행객을 위한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배려임을 알 수 있다. 수족관과 연결된 펄씨 리조트는 유람선 탑승을 통해 나가사키현 내 섬 투어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