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475호]2006-09-01 00:00

항공여행 VIP 서비스 어디까지 가나
인천국제공항 ‘패스트 트랙’ 도입 두고 ‘찬반 논란’
항공사, “잦은 출장 고객 대상 멤버십 관리 필요”

VIP 라운지, VIP 기내 서비스 등 항공업계의 숙원인 대고객 만족을 지향한 공항 및 기내에서의 VIP 서비스가 끝간데 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과 출입국관리국이 각각 다른 방향의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을 대상으로 한 ‘패스트 트랙(fast track: 빠른 길)’ 시행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패스트 트랙이 도입될 경우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이용 승객들은 별도의 통로에서 출입국 소속을 받을 수 있어 기존보다 훨씬 빠른 공항 입출국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패스트 트랙 이용자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공항과 출입국관리국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해 당초 지난 7월 시행키로 한 계획이 늦춰지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측은 패스트 트랙 대상으로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승객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인천공항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차별화된 출입국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이용객부터 무료로 패스트 트랙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인천국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패스트 트랙 설치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내국인에게까지 패스트 트랙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를 들며 반대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외국인은 내국인에 비해 출입국 수속 시간이 길기 때문에 검증된 외국인에 한해 패스트 트랙을 이용하게 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며 “그러나 내국인의 경우 다른 승객보다 비싼 항공편을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출입국 수속을 별도로 받게 해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항공청 관계자는 “외국인에게만 패스트 트랙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사대주의적인발상”이라며 “이미 미국의 주요 공항은 물론 유럽 등 세계 유수의 공항들이 패스트 트랙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화감 문제는 이제 전향적으로 생각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 10여년 전부터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대다수의 공항들은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패스트 트랙 제도를 시행해 공항 내 이용자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상호 노스웨스트항공 한국지사 마케팅 차장은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동북아 허브 공항을 지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패스트 트랙 추진은 본격적인 홍보 및 마케팅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다만 실질적인 우대자에게 고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경우 각 공항은 항공사 소유 혹은 민간업체 관리체제로 우리나라 인천공항이 정부 소유인 것과는 사뭇 다른 정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이에 따라 미국 각 공항은 항공사 고유의 로얄티 정책은 물론 차별화된 공항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스웨스트항공 관계자는 이의 대안으로 “미주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는 잦은 출장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한 1년 멤버십 제도를 운영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국적사들과의 적절한 협의를 통해 개선된 제도로 자리 잡기를 기대 한다”고 답했다.

대한항공측도 이번 패스트 트랙 도입에 대해 “VIP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인천공항에서 패스트 트랙을 실시한다는 것은 대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반길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건설교통부와 서울지방항공청,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최근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공항 귀빈실 이용자와 모범 납세자 등에 한해 제공돼 온 패스트 트랙의 이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조만간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법무부에 제출, 법무부의 최종 의견에 따라 패스트 트랙 운영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양측은 지난 7월 영국 히드로국제공항과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등 유수의 공항에 견학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패스트 트랙을 설치하는 문제의 타당성을 검토해 왔다.
공항당국과 출입국관리 당국이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의 패스트 트랙 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절충점을 도출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함동규 차장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