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35호]2014-02-28 14:58

[Best Traveler(108)] 박제권 에어텔박사 대표 / 김형렬 에어텔박사 이사

 

 

“공돌이들이 만드는 여행, 지금보다 10배는 떠날 수 있어요”

 

한국형 맞춤 온라인 예약서비스 에어텔박사 공식 오픈

 

매뉴얼 최소화-기능 다변화-목적지 집중, 경쟁력 남달라

 

에어텔박사는 서울 광화문 소재 한 오피스텔에 자리해 있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개발자 세 명이 머리를 맞대고 온 종일 끙끙 거린지 1년, 덥고 춥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더니 어느 덧 한국형 맞춤 서비스를 내세운 ‘호텔+항공 예약’ 온라인 채널이 탄생했다.

에어텔박사는 여행박사가 자본을 투자한 순수 자회사로 호텔 예약 중심의 B2C 서비스를 지향한다. 어쩌다보니 여행에 푹 빠져버린 개발자 선장(박제권 대표이사)을 필두로 시간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떠나고픈 항해사 그리고 대학 시절부터 두 발로 걷는 배낭여행에 푹 빠진 진정한 자유인 란셋(김형렬 이사)까지 에어텔박사 3인이 털어 놓는 창업 스토리는 실로 유쾌했다.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개발자이자 평범한(?) 여행 애호가들과 함께 나눈 수다를 지면에 담는다. 참고로 이 날 또 한 명의 개발자는 고된 작업 끝 휴가를 떠나 아쉽게도 동석하지 못했음을 미리 언급하는 바다.

취재협조 및 문의=에어텔박사(02-722-9460/www.airtelbaksa.com)

글·사진=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IT 업계 출신의 개발자들이 OTA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더는 놀랍지는 않다. 많은 업종 중에서 특별히 여행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박제권 대표(이하 박) : 사실 우리는 완전히 공돌이 출신이다. (웃음) 원래는 한글과 컴퓨터에서 아래아 한글 3.0 개발을 담당했었다. 일 년 동안 작업을 했는데 한 달에 한 번도 집에 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 보상 차원으로 회사에서 태국을 보내줬는데 당시 처음 만났던 푸껫 피피섬과 방콕 주변의 경관을 잊을 수가 없더라. 개인적으로 여행이 너무 좋았다.

이후 한컴을 퇴사하고 여행정보사이트 아쿠아(http://aq.co.kr/)에 합류했는데 여행자를 지원하는 것은 좋았지만 여행정보 및 콘텐츠 생성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그 즈음 김형렬 이사의 제안을 받고 에어텔박사에 합류했다. 대학과 사회에서 쌓은 인연과 개인적인 취향이 평생 직업으로 연결된 케이스다.

 

-에어텔박사를 소개해 달라. 사업 모델과 킬러 콘텐츠는 무엇인가?

▲박 : 여행박사 자회사로 지난 2013년 1월30일 설립됐으며 자본금 3억원의 호텔예약 서비스 엔진이다. 다이내믹패키지 시스템을 지향하며 현재는 호텔만 오픈한 상태로 전 세계 10만여개 호텔 객실을 서비스 한다.

올 하반기 항공 검색 및 구매 엔진을 비롯해 장기적으로는 렌터카,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할 것이다. 시스템 개발에만 약 9개월이 소요됐는데 지난 여름이 고3보다 더한 내 인생 최고의 힘든 시기였다. (웃음)

-FIT 증가 속 OTA들의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 후발주자로서 에어텔박사의 경쟁력을 설명해 달라.

▲김형렬 이사(이하 김) : 한국인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익스피디아, 아고다, 트립어드바이저 등 외국계 OTA들은 시스템이나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실로 대단하지만 주요 타깃은 우리가 아니다. 아무래도 미국과 유럽 지역 고객들의 특성을 반영하다 보니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호텔이나 지역을 검색하려면 상당히 복잡하다.

개발 기간 중 전 세계 호텔예약엔진들을 조사하고 한국여행자의 여행 패턴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7개 주요 지역을 홈페이지 메인에 게재했다. 일본 오사카, 후쿠오카, 홍콩, 도쿄, 마닐라, 방콕, 싱가포르 등이다. 한국인에게 적합한 모델인 셈이다. 외국계와 달리 환불 및 취소 변경도 편리하고 이메일을 통해 간편하게 회원가입을 끝마칠 수 있으며 복잡한 로그인 절차 없이 기존 저장했던 정보만으로 상품 예약도 가능하다.

 

-홈페이지 디자인과 메뉴 구성이 깔끔하다. 원래 의도했던 방향인가?

▲박 : 혹자는 미국 사이트 같다는 의견도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실제로 여행을 좋아해서 여러 해외 현지 사이트를 통해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러한 과거 경험들이 반영 된 것 같다.

여행사 뿐 아니라 쇼핑몰이나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소비자가 원하는 것보다 본인들이 팔고 싶은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나? 에어텔박사는 판매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사이트로 구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흡사 구글처럼 최소한의 기능만으로 인터페이스를 간소화 했다.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OTA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연 시장이 지속될 수 있을지 반론도 있다. 아직까지는 완벽 FIT보다 에어텔 수요가 많지 않나.

▲김 : 인터파크투어 혹은 익스피디아를 예로 들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저렴한 에어텔이나 특가 상품을 찾아 대형사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행박사나 내일투어 혹은 몇몇 전문사들처럼 특정지역 그리고 특정 출발일에 강점을 보이는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2년 동안 한국에 진출한 OTA들과 해외저비용항공사 그리고 인터파크투어의 성장률을 보면 시장의 흐름이 개별자유여행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 흐름에 잘 올라탄다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2월24일 사이트 론칭 후 초기 반응은 어떠한가? 현재 인원만으로 업무 소화가 힘들지 않나.

▲박 : 주변 지인들이나 아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고 키워드를 통한 유입은 일 300명 정도 수준이다. 온라인에서 키워드 광고 게재 등 일반적인 홍보 마케팅 활동은 병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계정도 관리하고 있는데 론칭 전 ‘좋아요’가 5천5백 명 정도로 유저 반응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홍보, 고객 인지도 강화, 브랜드 마케팅 등 여행박사에서 업무 지원을 많이 받고 있고 추가로 콜센터 전담 직원이나 마케팅 전문가 등은 영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론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고객이 오사카 호텔을 예약했는데, 아마 첫 손님이라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가까운 시일 내 평일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1만 명 수준까지 증가하는 것이 목표다.

 

-IT업계에서 여행업으로 넘어오는 인력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시장 진출 후 뿌리를 내리는 사람이나 기업은 드물다.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김 : 2007년 즈음 호텔자바로 여행업계에 들어왔는데 사실 그 때만 해도 동종 업계 출신이 많지 않았다. 지금은 함께 일했던 동료나 아는 지인들이 상당수 증가했다. 경기가 이렇게 불황인데도 여행시장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니 소위 먹거리가 있다고 판단하는 거다. (웃음) 밖에서 살펴보면 여행시장은 여행사 뿐 아니라 항공, 리조트, 호텔, 레저, 아웃도어, 인바운드, 캠핑, 콘텐츠 등 산업 자체가 상당히 다양하고 폭이 넓다.

비즈니즈를 개척할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정부에서 조차 국민 휴가를 유도하고 여행을 통해 내수 경기를 활성화 시키려고 제도를 완화하고 있지 않나? 분명히 시장 자체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면 단순 기술이나 개발 실력만으로는 상대가 안 된다. 업계 용어는 물론 수수료 구조도 그렇고 네트워크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어 초반에는 나도 여행업 공부를 따로 하고 해외박람회나 모임 등에도 많이 따라다녔다.

여행업계의 식구가 됐다는 느낌을 받은 건 고작 2년 전에 불과하다. 이는 진입장벽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말이 된다.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굴러야 한다.

 

-에어텔박사를 통해 지향하는 바가 있는지.

▲박/김 : 거창한 목표일지 몰라도 경쟁보다는 지금보다 열배가 넘는 한국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조금은 더 풀어지고 힐링하고 자유롭게 쉴 필요가 있다. 셋 다 정말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다니는데 오히려 에어텔박사 일을 하면서 더 못 갔다. 우리끼리는 XML코드 넘어 호텔과 바다를 그리워했다고 말할 정도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