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36호]2014-03-06 16:24

[Best Traveler(109)] 한옥민

한옥민 모두투어네트워크 사장

 

“100년 가는 여행기업 위해 마부정제(馬不停蹄) 자세로”

 

강한 조직력과 전문성, 모두투어 대표 경쟁력 자신

인바운드 겨냥, 리츠 통한 호텔업 진출로 객실 공급

 

“모두투어 사장이지 여행업계 사장인가, 나는 아직도 직원이야, 손님 전화 오면 내가 설마 잘못 거셨다 그러겠어? 바로 예약 받고 상품 설명하고 모자라는 거 있으면 다시 연락드리고 그러지, 특별할게 없어.(웃음)”

3월11일 모두투어네트워크의 25번째 생일은 예년보다 특별하다. 모두투어는 여행시장의 큰 형이자 대형 홀세일 업체로서 굳건한 위치와 정통성을 자랑하지만 지난 해 불거진 개별시장 붐과 함께 2위 자리를 넘보는 경쟁사들의 무수한 포화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2014년 창사 25주년을 맞아 모두투어는 또 한 번의 혁신과 도약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일 특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을지로 소재 모두투어네트워크 본사를 직접 방문했다. 한옥민 사장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한 쪽 벽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마부정제(馬不停蹄)’ 현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해야 한다’는 뜻인데 단순명료하지만 지금의 모두투어와 한옥민 사장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문구라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취재협조 및 문의=모두투어네트워크(www.modetour.com)

글=김문주·사진=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프랑스 대사관에서 비자 받으려고 번호표 받아 여관에서 밤새고 광화문에서 영업 하다 손님 여권 받으러 가고 하루 종일 영업하고 수금 다니고 또 주말에는 샌딩 때문에 이틀 내내 공항에서 살았지. 모두투어에 안 그런 사람 없어요.”

 

-기업 생존의 첫 번째 단계가 창사 후 5년을 버티는 거라고 하더라. 모두투어는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행시장의 리더였다. 창립 25주년을 맞는 소회는.

▲사장 취임 이후 첫 번째 기념식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그런데 아직 기념식도 남았고 주주총회도 남아서 4월 이후부터 조금씩 생각이 정리될 것 같다. 사실 여행시장이 늘 좋을 수도 없고 늘 나쁠 수도 없고 변화무쌍하지 않나? 지난 1997년 IMF를 시작으로 2002년 초반 사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등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모두투어 직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이겨냈다.

해외여행이라는 문화 자체가 없던 시절에 태어나 여행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파고든 지금까지 모두투어가 함께했다는 점은 뜻 깊다.

 

-샐러리맨의 신화다.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사장까지, 막상 돌이켜보면 시간이 짧게 가지 않았나? 25년 전과 지금의 여행 시장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장 자체로만 보면 경쟁이 심해졌고 그 다음 제일 무서운 건 고객들이 똑똑해졌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실수라고 넘어갈 수 있었던 사소한 문제조차 지금은 법적으로 검토하고 귀책사유를 따진다. 누구든 손해를 보는 것은 기피하는 게지. 해외여행 몇 번 경험하지 않은 고객이 없고 여행지식이나 현지 정보 또한 다량으로 접하는 탓에 여행사들도 고객 응대를 위해서는 계속 공부하고 발전해야 한다. 안 그러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지난 해 10월 사장 취임 이후 세일즈 및 서비스 강화 등 공격적인 영업 확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안팎으로 모두투어가 달라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지.

▲당시 말했던 목표나 계획들은 단기간에 성취 가능한 성질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모두투어가 지켜나가야 할 과제 혹은 비전인 거지.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자세는 처음 여행업계에 입문할 때 내 마음가짐이고 지금까지 강조하고 있는 신념과 같다. 모든 기업이 똑같지만 특히나 여행업은 개인플레이만으로는 유지될 수가 없다. 내 고객 니 고객이 어디 있나? 전 직원이 책임감 있게 업무처리를 하고 주인의식을 갖기를 바란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유기적으로 화합한다면 신명나는 일터,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

 

-혹자는 모두투어 직원들이 열정적인 이유를 사장님에서 찾더라. 여행 관련 모든 업무를 통달하지 않았나?

▲안 그런 직원 없다. (웃음) 우리의 최대 경쟁력은 탄탄한 조직력과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의 맨파워다. 전체 직원의 약 80% 이상이 관광업 전공자로 구성돼 있고 입사 후 오랜 시간 동안 여행업 한 우물만 판다. 선배들로부터 시장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발로 뛰며 여행업을 배운다.

세일즈는 물론 기본적인 손님 응대부터 상품 기획, 마케팅, 홍보, 광고PR, 공항 샌딩까지 여행업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모조리 쌓는 셈이다. 각각의 상품 코드와 일정까지 줄줄 외우는 수준이다.

그렇게 직접 부딪히면서 전문성을 키운 인재들이 모두투어를 지탱하고 있다. 임직원 비율만 보더라도 외부출신 인사보다는 시작부터 모두와 출발한 사람들이다. 평소 좋아하는 카피 중에 ‘베이스 없는 정상 탈환은 어렵다’는 말이 있다. 실패나 실수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그 다음 도전을 이어가려면 베이스가 든든하게 받쳐줘야 하거든. 산을 정복하려는 공격조를 위해 모든 걸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모두투어 베이스는 모두투어 직원들이다.

 

“규모나 볼륨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실제 수익과 상품의 질,
고객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항공사 발권 물량 자체가 여행사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다.”

 

-지난 1, 2월 겨울 성수기 모두투어의 실적을 설명해 준다면.

▲1월 송출인원 약 10만6천명 2월 약 9만4천명으로 영업 실적은 당초 목표에는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창사 이래 월간 최고치의 영업 실적을 경신했다. 필리핀 지역의 자연 재해와 태국 내 현지 시위 그리고 기타 악재들로 여행시장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갱신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성과다. 유럽이나 장거리 지역 문의도 많았고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좋아 지난해 보다 올해 실적이나 수익은 개선될 것이다.

 

-대형 OTA와 중견사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한 입장이나 대응 전략이 있다면.

▲직판사 및 OTA들의 성장과 함께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또한 한 단계 발전한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나 규모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기업이 오래가려면 순이익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항공권 발권이나 월 모객 자체가 여행사 우위를 비교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다.

연구를 많이 했는데 패키지 상품이 약 15%의 마진이 발생하는 반면 티켓은 4%에 불과하다. FIT 증가와 함께 항공권이나 호텔을 별도로 구매하는 고객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고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다. 모두투어 또한 지난 해 하반기부터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조금씩 준비를 해왔다. 온라인 마케팅과 모바일 툴을 강화하고 항공테마사업본부를 신설해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모두투어는 홀세일 업체이지 않나? 전국 약 800개에 달하는 대리점 및 협력사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서도 지나친 저가 상품을 내걸 수는 없다. 상생경영을 이념으로 기존 B2B 영업을 강화하고 패키지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물론 개별고객들을 위해 최적의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다.

 

-고객들이 FIT를 패키지 보다 무조건 좋은 것으로 믿는 경향도 있다. 여행업 전문가로서 이 같은 현상을 분석한다면.

▲위에도 말했지만 이미 대세가 된 시장 트렌드는 쉽게 거스를 수 없다. 그런데 FIT도 성격이 다양한 만큼 패키지 보다 지나치게 싸거나 좋은 가격을 얻는 것은 힘들 때도 있다. 시장 자체가 자꾸만 패키지는 바가지를 쓰거나 안 좋은 상품, FIT는 순수한 상품이라고 인식하는 점이 안타깝다. 평소 강조하는 것이 여행사를 믿어달라는 거다.

고객 컴플레인 중 반 이상이 현지에서 쇼핑을 했는데 물건 질이 나빠서 환불을 하고 싶다는 거다. 여행사가 중간에 있다면 당연히 현지랑 연락을 취해 물건을 바꿔주거나 환불을 도와준다. 만약 현지 숍 상태가 현저히 나쁘거나 질 낮은 상품만 취급한다면 거래를 끊을 수도 있고. 그런데 개별고객이 혼자 이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있나? 여행사를 믿고 이용해 달라. 만약 잘못된 것이 있다면 지적하고 야단쳐 주면 된다. 그럼 여행사는 더 발전한다.

 

“25년을 넘어 30년, 40년, 50년 멀게는 100년을 가는 여행기업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고객이 여행사를 믿고 여행사 또한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미래가 모두에게 있다.”

 

-10월 오프라인 여행 박람회 개최, 부동산 투자회사 리츠 설립 등 올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행박람회는 사실 적자나 흑자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입장권 및 부스 판매를 통한 수익창출 보다는 그간 거래처나 현지에서 모두투어 이름을 걸고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들이 많아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오는 10월30일부터 4일간 강남구 STETC(1~3관)에서 진행되며 B2B2C 박람회를 지향한다.

이틀은 B2B 행사로 비즈니스 마켓을 여는데 모두투어 대리점, 전판점, 지방 관계자들이 주로 참석한다. 현지 리조트, 호텔, 랜드, 전문사, 관광청, 항공사 등과 1:1 미팅을 갖거나 다양한 설명회가 열릴 예정이다. 나머지 이틀은 일반 소비자 대상 판촉 이벤트와 여행상품 판매, 상담회 등을 구상하고 있다.

리츠(REIT)는 부동산자기개발투자회사로 지난 2월27일 국토부 영업인가를 취득해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계열사 모두투어인터내셔널을 통한 외래객 유치도 있지만 앞으로 인바운드 여행시장은 단체 깃발보다는 FIT외래관광객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서울 도심 및 수도권 곳곳에 객실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인데 현재 명동 소재 빌딩을 리모델링 작업 중으로 10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또 내년에도 호텔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사업을 안정화 시켜 2015년에는 리츠를 상장시킬 계획이다.

말이 너무 많았지만 핵심은 한 가지다. 모두투어는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점. 나는 아직도 손님 예약과 상품 판매에 신경이 쓰이고 내가 직접 받은 예약을 메모지에 옮겨 적으며 내 고객을 확인한다. 그게 여행업이다. 또 다른 질문 있나?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