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2호]2014-04-18 09:14

현지취재-필리핀(上)


 경험해보지 못한 필리핀을 만나다 ‘보홀’

 비현실적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경험하다

관광과 휴양 둘 다 즐기고 싶다면 이 곳

 

글 싣는 순서

●<上> 때 묻지 않은 필리핀, 보홀

<下> 세부 & 보홀 리조트 소개

 

 ‘필리핀... 에메랄드빛 투명한 바닷물이 찰랑인다. 바다 주변에는 갈색 피부의 원주민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화이트 비치 뒤로는 호화로운 리조트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이것은 기자가 갖고 있던 필리핀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 필리핀에는 오직 저런 모습뿐일 거라는 편견. 그러나 우연찮게 찾아온 보홀 여행의 기회는 기자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보홀만의 독특한 식생과 환경은 여행자로부터 완전한 현실탈출의 기쁨을 선사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비로운 수많은 초콜릿 힐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 중 하나인 타르시어스원숭이, 발리카삭 섬에서의 체험 다이빙은 짧은 시간 동안 최고의 만족감을 선물한다.

럭셔리한 리조트에서 부대시설을 즐기며 유유자적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왕 비행기 타고 온 거 이틀쯤은 보홀식 어드벤처를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본지가 보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today 아닌 ‘two day’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취재협조 및 문의=필리핀항공(www.philippineairlines.co.kr/02-399-8000)
보홀=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에서 시작된다”

 

기자는 여행의 수많은 즐거움 중 하나는 그 나라 국적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 국 현지인 승무원들의 서비스를 비교하기도 하고 기내식으로 준비된 현지식을 맛보며 앞으로 펼쳐질 나의 여행을 기대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기자는 필리핀 국적기, 필리핀항공을 이용했다. 보홀은 직항이 없기 때문에 세부를 경유해 세부에서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필리핀항공은 매일 출발하는 인천-세부 노선 직항을 운영하고 있다. 월, 화, 수, 목, 토요일은 PR485편으로 아침 8시30분 인천 출발, 12시 세부 도착한다.

필리핀이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린 것을 감안해 총 비행시간은 4시간30분 정도다. 금, 일요일 인천 출발은 나머지 요일 출발 시간보다 30분 빠른 8시. 도착도 30분 빠른 11시30분이다.

세부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직항편은 주 6회 운항하고 있으며 월, 화, 수, 목, 토요일은 오후 1시 출발, 목요일과 토요일은 늦은 밤 23시20분 출발한다.

필리핀항공 스케줄은 국적기라는 장점 외에도 점심시간에 맞춰 현지에 도착하기 때문에 도착한 첫 날부터 관광이 가능하다. 기자 역시 하루를 비행시간으로 날리지 않는 것에 감사하며 필리핀항공에 몸을 실었다.

필리핀 항공의 좌석은 마부하이 클래스(비즈니스 석), 피에스타 클래스(이코노미 석)로 나뉘는데 비즈니스 석과 이코노미 석 모두 좌석 간 앞 뒤 간격이 여유롭고 좌석의 헤드부분이 튼실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기자는 인천에서 세부로 가는 항공편에 운 좋게 비즈니스 석을 경험하게 됐는데 비행기가 뜨자마자 웰컴 주스부터 대접받았다.

이어 이륙 전에 주문했던 기내식이 에피타이저와 메인요리로 두 번에 걸쳐 나왔다. 아침 식사를 거나하게 받아먹고 등받이를 눕혀 잠을 청했다.

배도 부르고 기내 흔들림도 없으니 그야말로 잠자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보홀 1일차, DAY TOUR>

막탄세부공항에 도착해 세부선착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차로 25분에서 30분가량. 배를 타고 보홀까지는 1시간40분에서 2시간이 걸린다.

보홀은 치안이 안전한 섬 중 하나로 어딜 가나 현지인들의 환영을 받는다. 버스 창밖만 봐도 현지인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그들의 예상치 못한 환대에 왠지 금의환향한 금메달리스트의 기분으로 여행을 시작해 본다.

 

“15:00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를 만나다”

보홀은 안경원숭이라고 불리는 타르시어스원숭이의 최대 서식지로 안경원숭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라고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안경원숭이가 흔해서 보홀 주민들이 몇 마리씩 데리고 살기도 했단다. 하지만 보홀이 관광지로 개방되면서 안경원숭이가 외지인들의 주물거림을 당하다 보니 어느새 멸종위기까지 왔다고.

이제는 안경원숭이를 보호구역에서만 만날 수밖에 없기에 그 만남이 더욱 기대됐다. 안경원숭이 보호구역은 보홀 탁빌라란시에서 10km 떨어진 코렐라 마을에 위치했다.

보호구역에 들어서면 입구부터 목소리를 낮춰달라는 경고 문구가 보인다. 안경원숭이를 발견해도 한사코 소리 지르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정글 같은 보호구역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5분 정도 올라가다보면 앞서 가던 사람들이 한 둘 안경원숭이를 발견한다. 정말로 안경을 쓴 것 마냥 커다랗고 동그란 눈으로 사람을 응시하는 녀석은 정말이지 신비로웠다.

나뭇가지를 꼭 끌어안은 안경원숭이는 원숭이라기보다 숲 속의 요정 같은 느낌. 열대 밀림 속 안경원숭이와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신비로운 경험이 됐다.

 

“16:00 게으른 나비와의 포토타임”

수백 그루의 마호가니 나무가 심어져 있는 멘메이드 포레스트를 지나 고속도로변에 위치한 Simply 나비보호센터에 도착했다. 나비보호구역에는 현재까지 필리핀에서 가장 큰 나비인 마젤란장수제비나비를 포함한 110종 이상의 이 지역 고유의 나비가 서식하고 있다.

나비보호구역 내에는 관광안내원들을 통해 서식지에 살고 있는 나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이 곳 안내원들이 아주 선수(?)들이다.

몇 개의 짧은 단어만으로 한국인 여행객을 들었다 놨다한다. 나비 생태를 구경하는 것보다 안내원들의 재치와 입담에 관광객들이 넘어간다. 특히 나비보호구역의 하이라이트는 게으른 나비와의 포토타임.

안내원에 따르면 게을러서 잘 날아가지 않는다는 거대한 나비를 머리나 얼굴, 손 위에 올려놓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나비 날개를 박제한 투명 아크릴판 너머로 관광객이 서 있으면 관광객의 등에 나비 날개가 붙은 듯한 착시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17:00 초콜릿 힐에서 경이로움을 느끼다”

드디어 도착했다. 보홀에 오기전부터 그토록 기대했던 보홀섬의 가장 유명한 명소, 초콜릿 힐. 초콜릿 힐은 탁빌라란시에서 약 55km 떨어진 카르멘시에 위치해 있다.

기자가 방문한 당시에는 초록색의 초원으로 뒤덮인 모습이었는데 그것이 초콜릿과 닮든 닮지 않았든 일정한 모양의 거대한 언덕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솟아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초콜릿 힐은 대부분 30~50m로 약 1,268개의 언덕으로 이뤄져 있다. 이 놀라운 광경은 많은 연구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이곳이 바다였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언덕의 성분이 바다와 비슷하다나.

과학적인 것을 일일이 따지지 않더라도 초콜릿 힐은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 벅차오른다. 1,000개는 거뜬히 넘을 것 같은 계단을 밟고 올라야 한다는 것이 좀 힘들지만 한 발씩 딛을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전망을 감상하며 꼭대기 전경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물론 기대에 대한 보상은 넘치고도 남는다.

 

“20:00 열대의 밤, 알로나 비치!”

리조트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보홀섬에서 가장 유명한 알로나 비치로 출두했다. 편안한 차림으로 찾은 알로나 비치는 조명과 음악으로 어우러져 사람을 들뜨게 만들었다.

해변에서는 화끈한 불 쇼가 펼쳐지고 야외 식당에서는 관광객들이 여유롭게 맥주를 즐기고 있다. 참고로 근처에 클럽은 없다. 굉장히 건전한 바닷가라고 하니 조용히 분위기만 즐기다 리조트로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보홀 2일차, DIVING TOUR>

“9:30 신기루 같은 그 곳, 버진 아일랜드”

배를 타고 한참을 나가다보면 아까는 분명 보이지 않았던 섬이 귀신같이 나타난다. 바로 버진 아일랜드. 물때에 따라 길이 생겼다 없어졌다 한다. 말발굽 모양처럼 생긴 이 요상한 섬은 햇볕이 쨍쨍한 날에 말발굽 안으로 들어온 바다 물이 하늘을 그대로 비춘다고 한다.

 

“11:00 발리카삭 섬에서의 잊지 못할 경험”

발리카삭 섬 주변은 필리핀 남부 비사야제도 최고의 다이빙 지점 중 한 곳으로 수정처럼 맑은 물을 통해 수많은 산호와 해양식물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열대의 바다 속이 궁금했다면 지금이 기회다. 발리카삭 체험 다이빙은 한국인 다이빙 전문가에게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다이빙 복과 신발 모두 대여 가능하며 필요한 것은 ‘건강한 몸’과 ‘용기’ 뿐이다.

생소한 장비들을 이것저것 매고 전문가들만 믿고 바다에 뛰어든다. 곧이어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바다 속은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끼게 하지만 형형색색 산호로 깔린 바닥을 보면 다시 호기심이 솟구친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는 수심을 알 수 없는 바다가 보이고 절벽에는 갖가지 산호와 푸른빛을 내는 열대어들로 가득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법한 거리에서 커다란 거북이가 지나가기도 한다. 한참을 바다 세계에 빠져있으면 어느 순간 내 눈앞에 수중 카메라를 든 다이빙 강사가 나타나 나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마구 찍어준다.

보홀에서 다이빙은 포기할 수 없는, 포기하면 안 되는 단 하나의 해양 스포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