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3호]2014-04-25 15:17

[창간 인터뷰 ③] 최광일 한국공연관광협회 회장

한국관광의 핵심이 ‘공연’이 되는 그날까지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공연관광 꿈 꿔
한국에 브로드웨이 만드는 것 최종 목표

 

“한국에는 브로드웨이 없으란 법 있나요. 언젠간 전 세계인이 찾는 공연관광 멀티플렉스를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듣고 보니 참 맞는 말. 이 멋진 말의 주인공은 한국공연관광협회 최광일 회장이다.

대사 없이 움직임만으로 전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넌버벌 공연으로 한국관광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그는 한국관광의 핵심이 공연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미 우리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 미국 브로드웨이로 여행하고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 브라질로 떠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한국 공연관광의 가치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동하고 소통하며 변화 가능한 무형의 관광자산인 공연관광은 어쩌면 유형의 관광자산보다 훨씬 더 생명력이 강할지 모른다.

국내 넌버벌 상설공연만 해도 16개. 상설공연이 가능한 공연장도 서울에만 16곳이다. 이미 세계인을 끌어들일 인프라와 탄탄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기에 한국공연관광협회의 전망은 밝다. 이제 남은 것은 이를 공연관광으로 활성화 시키는 일 뿐. 조만간 ‘한국 공연관광’이라는 관광테마가 전 세계인들을 끌어오게 되지 않을까.

글·사진=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한국공연관광협회는 업계에서도 생소하다. 협회를 설명하자면.

▲정확하게는 외국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넌버벌공연들의 모임체가 우리 협회다.

넌버벌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대사 없이 하는 공연을 뜻한다. 공연이라고 해서 모든 공연을 관광의 범주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예컨대 단기로 하는 콘서트나 뮤지컬은 공연관광이 될 수 없다. 1년 내내 같은 공연으로 상설 공연을 운영하고 있는 넌버벌 공연만을 공연관광이라고 한다.

대사 없이 세계인들과 소통할 목적으로 만든 작품들의 모임체가 바로 한국공연관광협회다. 지금은 8개 회사가 협회 회원으로 등록됐으며 사춤(사랑하면 춤을 춰라), 난타, 점프, 페인터즈 히어로, 비밥, 드럼캣, 판타스틱, 팡팡쇼, 라이벌, 웨딩 등 총 열 개의 넌버벌 콘텐츠가 협회에 속해 있다.

 

-공연관광의 정확한 개념이 궁금하다.

▲공연관광을 정확하게 규정짓자면 일정한 객석을 갖춘 실내에서 상설공연을 하는 콘텐츠들을 공연관광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 공연관광은 최근에 생긴 개념이 아니다. 공연관광보다 상위 개념으로 예술관광이 있는데 예술관광은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전통 놀이나 큰 호텔에서 이뤄지는 퍼포먼스 등 축제나 예술적 콘텐츠들이 모인 곳에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형태가 바로 예술 관광이다. 공연관광은 예술관광의 범위를 좁힌 것이고.

아시다시피 여행상품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 공연을 유지하는 상설공연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상설공연이 가능한 콘텐츠들이 공연관광의 핵심인 것이다.

공연관광의 트렌드는 세계적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영어권인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의 공연이 공연관광 상품으로 각광받았지만 요즘에는 추세가 바뀌고 있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넌버벌의 블록버스터화.

말하자면 태양의 서커스라고 하는 퀴담의 공연들과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는 카쇼나 오쇼 그리고 마카오의 하우스 오브 댄싱워터 등 대사를 배제하고 묘기와 스펙타클, 대단한 장치로 만들어진 공연이 현 공연관광 시장의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대사의 가치평가를 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대사가 없는 공연으로 보다 많은 세계의 관광객을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연과 관광의 결합은 반갑지만 국내 공연인프라를 생각하면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

외국인 개별여행자가 스스로 공연장을 찾아가 공연을 관람할지도 의문이고 외국인을 위한 공연 예매 사이트나 공연이 일정에 포함된 여행상품 등 외국관광객들이 국내의 공연을 접할 만한 경로나 인프라가 부족하지 않나.

▲오히려 우리는 그 반대의 시각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200만 명 중 162만 명이 공연을 관람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공연을 봤다는 것이다. 공연관광 역사의 시작을 난타로 본다면 지금 공연관광은 거의 17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은 끝난 시대라고 본다.

질문한 패키지상품에 공연이 포함된 예도 지금 상당히 많은 가짓수가 있다. 그리고 예매 사이트도 있긴 했었다. 공연관광 활성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사이트는 아니지만 말이다.

난타를 시점으로 17년이라는 세월동안 개별로 마케팅 하고 개별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사실 시너지 효과가 모자랐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힘이나 효과에 대한 필요를 느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한국공연관광협회다. 인프라 기초공사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제 실질적인 외래관광객 유치나 공연관광의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다듬고 성숙시켜 나가야 되느냐는 숙제가 남은 시대라고 본다.

 

-협회 가입 조건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상설공연을 운영하고 있는 공연이 약 16개 정도다. 예전에 난타, 점프, 사춤만 있었던 시절에 비해 상당히 늘었다.

협회의 가입조건은 까다롭다면 까다로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가입 조건은 일 년 이상의 상설공연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라는 것이 회원사 각각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 윤리나 철학을 갖추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무형의 검증 같은 것으로 콘텐츠가 존속가능하며 얼마나 수준 유지가 돼 있느냐라는 잣대가 모두 통용되는 것이 바로 ‘일 년 이상의 상설공연 운영’이다.

연회비 같은 규정이 있기는 하나 사단법인이 되면서 회비 등을 무겁게 책정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가장 큰 가입조건이 일 년 이상의 상설공연 운영이 되겠다. 이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어떤 콘텐츠가 일 년을 존속한다면 그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 넌버벌 공연도 훌륭하나 멀리 봤을 때 스토리를 가진 공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외국인을 위한 통역이나 자막도 생각하고 있는 지.

▲아마 협회의 사업이 확대가 되면 다수의 장르들이 협회에 들어와서 같이 공동이익을 도모하는 시대가 분명 올 것이다. 물론 넌버벌 공연 말고 뮤지컬이나 아이돌 콘서트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상당한 힘을 갖고 있다.

문제는 대사라고 하는 제약 조건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권의 정서는 확연하게 다르다. 세계 공연관광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몇 개 도시가 있다. 미국의 브로드웨이가 있고 영국의 웨스트엔드가 있다. 근데 속성자체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그쪽을 주요 관광지로 선택한 관광객들과 언어권이 같다.

이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한국말은 언어권의 영역이 굉장히 좁다. 통역과 자막이 있다 한들 말의 깊은 뜻까지 외국관광객들에게 소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대사의 이해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뮤지컬 공연을 관광 상품화하는 것이 용이하겠느냐고 묻는다면 근본적인 한계는 있다고 답하겠다.

 

-공연관광 활성화를 위해 국내 여행업체와의 협력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물론이다. 언제든지 환영이다. 공연관광은 외국관광객 유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내국인들의 공연관광도 상당히 중요하다. 여행사나 기타 업체들이 국내 관객을 상설공연장에 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그 파트너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아직까지 논의된 바는 없지만 공연 티켓이나 공연을 접목한 여행상품 등 어떤 형태의 사업이라도 공연관광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면 적극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

 

-끝으로 한국공연관광협회의 비전과 목표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관광의 활성화다. 외국인관광객 유치는 여행업계의 공통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협회가 중점으로 생각할 것은 공연관광의 활성화다.

각 나라마다 관광의 핵심 콘텐츠들이 있는데 한국관광의 핵심을 공연으로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의 수준 향상도 중요할 것이고 공연관광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회적 포지션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된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자부심은 매출향상을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두 번째로 우리는 영국의 에든버러축제나 프랑스의 아비뇽축제 같이 한국의 넌버벌 공연이 주가 되는 세계적인 축제를 꿈꾸고 있다. 이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인데 축제를 통해 단기적으로 유입되는 관광객의 숫자외에도 예부터 가무백희를 즐기던 우리 민족의 흥이 거리와 실내 곳곳에서 공연이 된다는 점이다. 이런 축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마지막으로 공연관광 콘텐츠가 한 군데에 모여 있는 타운이나 거리, 다시 말해 공연관광 멀티플렉스를 꿈꾼다. 브로드웨이가 한국에 없으란 법은 없다. 한국만큼 제작과 창작능력이 뛰어난 나라도 없다. 미국을 제외하고 넌버벌 공연 개수를 따지면 한국이 세계에서 최고다.

한국이 넌버벌 창작극 개수나 제작자들이 가장 많다. 이런 영향들을 모아 한국의 공연관광 거리나 42번가 같은 멀티 콤플렉스를 만들어서 그곳을 한국공연관광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