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3호]2014-04-25 15:48

짧아도 강하다, 24시간 타이중 여행

타이중 필수 먹거리·볼거리 총 정리
시간 대비 만족도 100% 추천 코스

 
타이완의 타이중시는 우리나라 대전 정도에 해당되는 곳으로 타이완 섬의 중서부에 위치한 살기 좋은 도시다.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와는 고속버스로 2시간30분이면 도착하는 곳으로 타이베이와의 접근성도 최고. 지난해 불어 닥친 타이완 여행 돌풍에 이미 타이베이 여행 딱지는 뗀 지 오래라면 타이중으로의 여행은 어떨까. 타이베이와는 또 다른 독특한 관광 스팟이 기다리고 있다.

본지가 중국과 비슷한 듯 아닌 듯 여유롭고 넉넉한 타이완 사람들이 사는 곳. 타이중의 짧지만 강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취재협조 및 문의=타이완관광청(02-732-2357/www.tourtaiwan.or.kr), 티웨이항공(1688-8686/www.twayair.com)

타이중=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타이중공항에 도착했다”

3월말까지 운항된 티웨이항공의 타이중 전세기 덕분에 타이베이에서 타이중으로 이동하는 수고를 덜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타이중까지의 비행시간은 총 2시간50분. 비행기에 탑승해 바나나와 요거트, 삼각김밥 등이 들어있는 도시락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착륙 십분 전이다. 찌뿌드드한 채로 비행기 밖으로 발을 내딛으면 무겁지 않은 공기가 기분 좋게 몸을 감싼다. 타이중은 연평균 23도를 유지하는 온화한 도시로 여느 동남아지역과 달리 내리자마자 온 몸을 뜨겁게 휘감는 질척한 공기에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타이중에는 타이베이만큼 멋지고 맛있는 볼거리 먹거리가 널려있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거나 하루 정도의 시간으로 타이중을 돌아보고 싶다면 기자의 짧고 굵은 타이중 여행코스를 추천한다.

먼저 타이중 여행에 앞서 타이완의 대표 음료, 쩐주나이차로 스타트를 끊어보자. 쩐주나이차(우리나라에서는 ‘버블티’라고 부른다.)를 처음 만들어 판매한 *춘수당의 오리지널 쩐주나이차는 달고 쌉싸름한 것이 꽤 중독성 있다. 우리나라 버블티 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타피오카 알갱이들의 춘수당 쩐주나이차의 특징. 씹는 맛이 재밌는 타피오카를 질겅이며 본격적인 여행에 나서본다.
 

*춘수당(春水堂)은

타이완 쩐주나이차 원조집으로 가격대는 대략 한화로 2,400원, 타이완 달러로는 70달러 정도. 인기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타이완편’에서 할배들이 고궁박물관에 다녀와서 먹었던 쩐주나이차가 바로 춘수당의 쩐주나이차다.


추천1 타이중 무지개마을

쩐주나이차의 달콤쌉싸름한 맛이 어느새 목구멍 너머로 사라질 때 쯤 눈이 아플 정도로 진한 색감의 무지개마을에 당도했다. 무지개마을은 우리나라에서 타이중 벽화마을로 알려져 있는 곳.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여러 작가들이 참여해 골목 곳곳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국내와는 달리 90세가 넘은 할아버지 혼자서 10가구 안팎의 작은 마을에 벽화를 그렸다.
 

무지개마을은 그 이름처럼 마을 전체가 진한 무지개 색으로 뒤덮여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타이중 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무지개마을은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마을은 벽이며 창문, 걸어 다니는 바닥까지 어디 한 군데 빈틈없이 할아버지의 손길로 물들어 있다.

사실 무지개마을이 만들어진 배경은 무지개만큼 유쾌하진 않다. 무지개마을은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 패배한 중국 병사들이 본토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해 살던 마을이다. 1,200가구나 될 정도로 마을이 번성했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마을사람들이 떠나거나 운명을 달리해 현재는 11가구밖에 남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자 이곳에 살던 홍콩 출신의 노병 황용푸 할아버지가 쓸쓸한 마음을 달래고자 자신의 집 앞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를 본 동네 아주머니가 자신의 집에도 그려달라고 부탁한 것이 어느새 소규모의 벽화마을이 됐다. 사실 타이완에서는 이 무지개마을을 ‘재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없애려고 했단다. 하지만 황용푸 할아버지의 독특한 벽화들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이를 통한 경제활동이 인정돼 철거위기에서 벗어났다.

포토존에 늘어선 관광객 행렬을 보고 있자니 쓸쓸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황용푸 할아버지의 바람이 이뤄진 것만 같다.

 

추천2 궁원안과 & 일출베이커리

타이중에는 해리포터가 다니는 마법 학교, 호그와트의 내부를 똑 닮은 제과점이 있다. 이름하여 ‘궁원안과(宮原’眼科)’. 안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안구 전문 병원을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안과에 제과점이 웬 말이냐 하겠지만 실은 궁원안과에도 숨은 역사적 이야기가 있다.

궁원안과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타케쿠마 미야하라(Takekuma Miyahara)라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안과건물로 미야하라는 궁원안과의 병원장이자 타이중 시 의원이었다. 그는 일제강점기 시대 타이완과 일본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로 타이완 사람들을 위해 안과 건물을 무료로 내어주기도 했는데 그 때 내어준 궁원안과가 내부만 제과점으로 일부 개조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궁원안과가 이런 역사적 사실 때문에 유명한 것은 아니다. 진짜 유명해진 이유는 궁원안과 내부에 자리한 ‘일출 제과점’의 달콤한 디저트들과 지갑을 열게 만드는 세련된 패키지 상품들 덕분이다. 특히 와플, 치즈케익, 펑리수 등 큼지막한 토핑이 올라간 아이스크림은 일출제과의 히트상품이다.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한 줄이 건물을 에워쌀 정도이니 인기에 대해선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다.
 


궁원안과의 내부는 중국계 유럽식(?) 디자인이다. 복층형태로 높은 천장과 벽면을 가득채운 목재 책장이 유럽 대저택의 서재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밖의 디테일한 것들에서는 중화적인 색채를 강렬하게 뿜어내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1층은 일출제과의 다양한 선물용 패키지가 판매되고 있는데 여느 제과점과는 달리 유럽풍 서재 콘셉트로 고풍스런 책장에 화려한 패키지가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내용물보다는 포장이 예뻐서 사게 된다는 일출제과의 패키지를 실제로 보고 나니 과연 그럴 만하다 싶었다.

2층에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레스토랑이 위치해 식당 이용자가 아니면 올라갈 수 없다.

 

추천3 타이중 훠궈 전문점, 딩왕마라훠궈

오후 시간 넉넉히 두 개 여행지를 둘러보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멀리까지 와서 아무거나 먹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문제. 타이중에 왔다면 타이완식 훠궈(중국식 샤브샤브)를 맛볼 수 있는 ‘딩왕마라훠궈(鼎王麻辣鍋)’를 추천한다. 딩왕마라훠궈는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만두 전문점 ‘딘타이펑’ 만큼 유명한 훠궈 전문점이다. 특히 타이중에서 시작된 딩왕마라훠궈는 특유의 깊은 맛과 소스로 인기를 얻으며 타이중은 물론 타이베이, 가오슝, 타오위엔 등에도 분점을 낼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훠궈는 맑은 육수와 매운 마라 육수 두 가지로 이뤄져 있는데 대부분의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얼큰하고 개운한 맛이다. 특히 훠궈에 들어가는 샤브샤브 고기와 다양한 종류의 완자, 토란으로 만든 달콤한 떡 등 국물이 적당히 벤 건더기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는 방법은 타이중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딩왕마라훠궈!”를 외치는 것을 추천한다.

 

추천4 타이중의 진짜 모습, 펑지아 야시장

타이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야시장 투어가 아닐까. 해가 진 타이중 시는 하늘 아래에서부터 별(굳이 설명하자면 건물의 불빛)이 뜬다. 치안이 안전한 편인 타이완은 야시장이 특히 발달했다. 타이중에서 가장 큰 야시장은 봉갑(펑지아)대학교의 대학로와 이어진 펑지아 야시장이다.

펑지아 야시장이 위치한 곳은 번화가와 대학로가 한데 모여 있는 곳으로 밤이 깊어질수록 몰려든 사람들로 걷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러나 시장 길목을 가득 메운 수 십 가지의 먹거리들을 보면 왜 이곳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 이해하게 된다.
 

가리비 꼬치구이, 새우구이, 통 오징어구이, 타이완식 닭튀김 지파이, 길거리표 쩐주나이차, 한국식 떡볶이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먹거리들이 침샘을 자극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명동의 길거리 주전부리를 보는 느낌이 이런 걸까. 처음 보는 먹거리들 앞에 왕성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야시장에서 파는 먹거리들의 가격대는 평균 30에서 50타이완 달러(한화 약 1,793원)로 200타이완 달러(한화 약6,972원)만 있어도 음료에 간식, 메인요리까지 야무지게 해결 할 수 있다. 먹을 것에만 돈쓰는 것이 아깝다고 하면 봉갑대학교 근처 골목에서 옷이나 신발 쇼핑을 해도 된다. 품질과 스타일은 한국과 크게 차이나지 않으니 잘만 고르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물건을 득템 할 수 있다.
 

밤 10시가 되면 펑지아 야시장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좁은 골목에서는 도저히 걸어 다닐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아침 출근 지하철에 탄 것 마냥 좁은 길에 사람들이 붙어서 엉금엉금 기어간다. 한국 같았으면 사람들 전체가 빠르게 움직여서 좁은 골목을 빠져나갔을 텐데 타이완 사람들은 여유만만이다. ‘세 발만 걸으면 이 골목을 빠져나갈 수 있을 텐데’ 하면서 짜증을 내는 나와 달리 ‘여섯 발 더 천천히 걷지 뭐’ 라고 생각하는 듯한 그들의 행동에 어느새 나도 ‘누가 따라오는 것도 아닌데 뭐’ 하며 조급함을 던져 버렸다.

조급함을 버리니 인간 트래픽 잼도 여행으로 다가왔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하겠다는 것. 어쩌면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번 주말 타이중으로의 짧고 굵은 굼벵이 여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