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56호]2014-08-08 07:53

[Best Traveler(128)]강기태 여행대학 총장(대표) / 트랙터여행가
 
 

“당신이 가진 최고의 여행 로망을 실현시켜드립니다”
 

트랙터 몰고 세계를 떠돌던 청년, 여행대학 총장 되다

모든 청춘여행 집결지가 여행대학이 되는 날까지 ‘직진’
 
 
평생을 살면서 자기 이름 앞에 (타인에 의한) 꽤 괜찮은 수식어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어려운 ‘괜찮은 수식어’를 세 개, 아니 그 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있다. ‘트랙터 여행가’, ‘하동의 아들’, ‘여행대학 총장’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세 단어의 공통점은 트랙터 여행가이자 여행대학 총장이며 자칭 하동의 아들인 강기태 씨를 설명한다는 것.

검은 정장에 꽉 졸라맨 넥타이 대신 캐주얼한 티셔츠와 청바지, 캡 모자를 쓰고 여행을 논하는 그의 모습은 사뭇 인상적이었다. 강기태 대표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트랙터 여행에 도전했고 그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강연을 통해 공유하며 또 다른 도전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제 그는 자신이 트랙터를 타고 새로운 여행을 개척했듯 여행대학을 통해 사람들 각자가 가진 최고의 여행 로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여행대학, 어찌 보면 거창한 그러나 본질은 단 하나를 향하는 곳.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강기태 대표가 말하는 여행대학 설립의 진짜 목적이다.

글·사진=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하동의 아들, 트랙터를 타고 떠나다”
 
-여행에 관심 좀 있는 20대 청춘이라면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를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를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해 준다면.
▲경남 하동에서 온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다. 나는 2008년 9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트랙터를 타고 전국일주를 했다. 2012년에는 터키 10,000킬로미터 횡단일주를 지난해인 2013년에는 8,304킬로미터의 중국 트랙터 종단일주를 하고 돌아왔다. 2015년 초에는 호주와 유럽, 미국 세 개 대륙 중 하나를 골라 트랙터 세계여행을 할 것 같다. 한 마디로 트랙터로 여행하는 청년이다.
 
-많은 여행수단 중에서 굳이 트랙터를 이용하는 이유는.
▲어릴 적부터 농부인 아버지 일손을 많이 도와드렸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농촌에 관련된 것들은 항상 관심 있었다. 또 언젠가 다시 돌아갈 고향 하동은 농촌이 기반인 도시다. 때문에 향후에 농촌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농촌의 교육과 복지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를 항상 고민했다. 나는 이 고민을 농기계인 트랙터를 이용한 여행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트랙터 여행은 단순 여가 활동이 아니라 하동의 아들, 농부의 아들로서 농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트랙터는 농부와 농촌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이다.
 
“트랙터 여행가, 여행대학의 총장이 되다”

-‘여행대학’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또한 여행대학의 멘토들은 모두 어떤 경로를 통해 여행대학에 합류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트랙터 여행기와 20대 청춘들에 대한 내용으로 전국 강연을 다니면서 개인 이메일을 통해 ‘여행을 하는 방법’이나 ‘여행하기 위해 지원을 받는 방법’ 등 자신이 목표하는 여행을 달성하기 위해 나를 찾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 때 든 생각이 나처럼 세계 일주나 원하는 여행 목표를 이뤄낸 친구들도 이런 문의를 많이 받지 않을까, 그들도 똑같이 힘겨워 하지 않을까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만들어서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대학은 아주 작은 행동에서부터 시작됐다. 2014년 1월1일 노란색 포스트잇에 ‘여행대학 3월 개강’이라고 적고 내 책상 거울에 붙여 놨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말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천천히 구상하기 시작했다. 만약 여행대학이 만들어진다면 얼마의 기간 동안 몇 번의 강연을 하고 어떤 여행을 떠날 것인가를 머릿속에서 짜봤다.

그리고 이것을 가르칠 선생님(멘토)은 누가 될 것인가 고민했다. 내가 아는 수많은 여행전문가들 중에서도 나를 믿고 따라와 줄 사람 13명을 생각해냈고 그들에게 우리의 여행 경험을 강연을 통해 공유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13명의 멘토가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여행대학의 수업료와 커리큘럼이 궁금하다.
▲3개월 코스에 30만 원이다. 입학과 졸업식 때 각각 1박2일의 여행을 두 번간다고 생각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혼자 1박2일 여행 간다고 해도 10만 원은 든다. 여기에 강의가 12번, 150페이지짜리 강의 자료도 주고 티셔츠, 팔찌, 양말도 준다. 계속 준다. (웃음)

여행대학은 수익사업이 아니다. 13명의 멘토들은 강의료를 받지 않는다. 그들 또한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베풀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우리는 수강생이 스스로 학과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여행대학 총장인 나는 ‘서울야반도주 학과’를 만들었다.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마냥 서울을 걷는 것이다. 다른 누구는 ‘식도락 학과’를 또 다른 학생은 ‘버킷리스트 학과’를 만드는 등 각자가 하고 싶은 여행테마를 학과로 만들도록 했다. 큰 틀은 멘토들이 잡아주지만 속을 채우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다.
 

강연이 이뤄지는 여행대학 카페앤펍.
 

-최근 여행 작가나 여행 기자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수십만 원 상당의 수업료를 요구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지 않다. 사실 강연도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부담은 온전히 수강생들의 몫이다. 우리는 50명의 수강생에게 받은 수강료 1,500만 원 중에 장학금만 190만 원이다. 9명이 장학금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심한 곳은 강의 한 번에 10만 원씩 하는 곳도 있다. 여행 좋아하는 친구들은 20대가 많고 대부분 용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여행 강의에 투자하는데 학생들에게는 여행과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처음부터 부담스러워진다. 우리 모토가 ‘다 같이 잘 살자’다. 서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가격과 좋은 콘텐츠로 적정 수익만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여행대학 졸업생 중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난 사람이 있는지.
▲우리는 수강생이 여행대학 지원원서에 게재했던 여행을 떠나야지만 졸업이 된다.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그냥 수료 상태다. 지금 졸업한 1기 중에서는 5명이 자신의 꿈을 위해 떠났다.

한 명은 서울시청의 관광 관련 공무원이다. 그 친구는 전 세계 주요 관광도시들을 여행하면서 관광사례를 조사하겠다고 떠났다.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자신이 하고 싶은 여행을 위해 떠난 거다. 또 한 학생은 대학생인데 돈이 없어서 무전여행을 떠났다. 또 한 명은 전 세계의 축제들만 찾아다니는 여행을 떠났다. 역시 6년간 다닌 제약회사를 그만 둔 것이다.
 
-여행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앞으로 여행대학을 통해 이루고자하는 목표나 계획은.
▲여행대학의 본질은 각자 가슴속에 품고 있는 최고의 여행 로망을 무조건 실현하게 만들어 주는 것. 이곳에는 13명의 멘토와 꿈을 위해 이곳을 찾은 수많은 동지들이 존재한다. 함께 그 꿈을 구체화시키고 응원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인생 전반에 걸쳐서 반드시 그 여행을 성공해낼 수 있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미래의 여행대학은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응집한 ‘여행 완전체’다.

앞으로 여행대학은 언제든지 여행 강연이 이뤄지는 대학을 비롯해 학생들의 재미난 여행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여행대학 출판사,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여행상품을 만드는 여행사, 학생들의 여행 에세이와 사진으로 구성된 웹진 발행, 전문기자들을 양성하는 신문사, 그리고 여행대학에 나온 모든 콘텐츠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포털사이트로 계속해서 성장, 발전해 나갈 것이다. 결국에는 여행대학이 모든 청춘여행의 출발선이자 모든 여행기록이 모이는 종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대에게 말해주고 싶은 여행의 가치란 무엇인가.
▲얘기치 않은 상황 속에 자기 자신을 자꾸 빠트렸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여행이기 때문이다. 모든 삶이나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 그것을 빨리 경험해보려면 여행보다 좋은 것은 없다. 나는 20대가 그런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부딪혔으면 좋겠다.

왜냐 청년들의 미래는 여행보다 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혼란 속에 얼른 들어갔으면 한다. 그리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 혼란을 해결해나가며 성장하는 스스로의 위대함을. 그리고 그것을 느낀다면 당신의 먼 미래는 여행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확신한다.
 
-끝으로 강연을 하면서 가장 벅찼던 순간은 언제인가.
▲강연은 매순간 즐겁다. 굳이 꼽으라면 강연을 들었던 친구가 꿈을 이뤄서 다시 찾아 왔을 때다. 내 강연을 들었던 친구들이 나에게 무엇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진짜로 그 꿈을 이뤘을 때. ‘강연에서 들었던 그 한 마디가 밑거름이 됐어요’ 이런 것? 직장인들은 ‘당신의 강연을 듣고 직장을 그만뒀어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요’ 라는 말을 들을 때 짜릿하다. 나는 무조건 여행을 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좋은 대학교를 가고 원하는 직장에 가고. 나로 인해 긍정적인 결정이나 과감한 도전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행복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깨우치고 그것을 향해 자신을 내 던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