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07호]2007-04-27 16:16

People Story 한국인 상주 직원
달콤한 도전 ‘한국인 GRO’
기본 회화 능력 및 적극적인 서비스 마인드 필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청년실업문제에 따라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취업 문제가 개인의 능력 여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기에 더욱 심각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어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출 수 있는 해외 취업을 당연히 희망하게 되는 것.

특히 호텔 및 리조트에서 서비스를 펼치는 한국인 GRO에 관한 인기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GRO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격을 갖춰야 할까? 현재 상주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3명의 한국인 GRO들에게 업무 노하우와 주의사항 등을 듣고 그들의 실제 생활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 GRO?

발리 우붓에 위치한 로얄피타마하의 상주직원 송영주씨는 일정한 출ㆍ퇴근 시간이 없다. 한국여행객들이 단체로 리조트를 찾을 경우에는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바쁜 하루를 보낸다. 객실 안내부터 식사, 관광지 소개는 물론 보다 효율적인 여행을 위한 조언까지 최대한의 만족을 선사하도록 노력한다.

물론 휴가 시간과 개인적인 거처가 따로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한국고객들이 머무를 경우에는 별도의 휴식은 없다고 치는 편이 수월할 정도다.

원래 GRO(Guest Relations Officer)란 호텔에서 자사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 해외여행이 빈번해짐에 따라 호텔이나 리조트 측에서 한국여행객의 원활한 의사 소통과 편의를 위해 한국인 직원들을 업체에 상주시키기 시작한 것이 한국인 GRO의 시초다.

대부분 월등한 영어실력과 높은 학벌 및 경력을 자랑하지만 체력과 뛰어난 서비스 마인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결코 좋은 GRO라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 100:1 선발과정?

지난 2006년부터 호라이즌 리조트에서 근무중인 홍가을씨는 스위스와 중국, 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의 연수 경험과 경력을 소유한 인재. 하지만 그런 가을씨 조차 호라이즌 GRO로 선발되기 위해서 140:1이라는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실력 있는 지원자들이 대거 몰린 탓에 총 3차에 이르는 시험 절차를 거치면서 까다로운 과정을 감수해야 했던 것. 주목할 점은 이 같은 가을씨의 사례가 전혀 놀랍지 않은 현실이라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 각국의 게스트들을 상대해야 하는 GRO들에게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해외 연수는 당연한 자격요건. 더불어 영어 외에도 중국어, 일어, 프랑스어 같은 제 2외국어를 구사하는 구직자 역시 많은 편이다.

허윤주 유니홀리데이 마케팅 부장은 “선발됐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GRO로 근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발 직후 별도의 교육과 현지 적응 기간을 거쳐 일에 대한 열정과 자세, 적극적인 마인드를 두루 갖추고 있는지 판단한 후에야 투입 될 수 있다”는 상황을 전했다.

# 젊은 날의 가치 or 취업을 위한 조건?

코스타크루즈에서 한국인 최초 상주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윤효진씨는 엔터테인먼트 부서에 속한 탓에 다양한 이벤트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한국 승객들의 편리한 선상생활을 위해 고객을 내 가족처럼 여기고 봉사한다는 마음자세를 유지하려고 애쓴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GRO들은 취업을 위한 조건 내지는 수입 보다는 젊은 날의 경험을 쌓기 위해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을 낮게 삼고 극진한 서비스를 펼쳐야 하는 호텔 업무의 특성상 웬만한 근성이 없다면 불가피한 것이 GRO의 업무. 이러한 이유들을 종합해 볼 때 GRO는 단순하지 않은 일과 경험의 연장 선상에 있다.

유행을 쫓아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도전의식보다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현지 관광지에 관한 정보, 일을 하고자 하는 확고한 목적 및 동기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GRO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전혀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로얄피타마하 상주직원 송영주]

▲이름 : 송영주 (Leynie)

▲생년월일 : 81년생

▲학력 : 안양예고 미술전공(2000)
Waiariki Polytech, Newzealand (2000~2002)
International Academy of Design & Technology, Toronto, Canada (2002~2005)

▲경력 : International Models (2005 - 2006): 매니저, 통역, 매장 인테리어 (2006.2 ~ 12)

▲상주 직원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동기 : 전공이 미술인 탓에 발리 지역의 화가들이 자신들만의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킨 우붓에 매력을 느껴 지원하게 됐다.

▲일하면서 겪었던 최대 에피소드 : 리조트의 특성 상 방문객들의 대다수는 신혼부부들인 경우가 많다. 사이가 좋은 신혼부부들도 많은 편이지만, 가끔 여행 내내 싸우는 커플을 발견할 때는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지 난감하다.

▲상주직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 상주직원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은 돈이 아닌 가치와 경험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익을 얻기 위해 일을 선택하려 한다면 빨리 포기하는 편이 좋다.

[코스타크루즈 상주직원 윤효진]

▲이름 : 윤효진

▲생년월일 : 1983년생

▲학력 : 경기대학교 이벤트학과

▲상주 직원을 선택하게 된 동기 : 아직 크루즈여행은 대중화의 단계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승객들이 일
종의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인 최초의 크루즈 상주직원으로서 이 같은 고정 관념을 지우는데 일조하고 싶었고, 개인적으로는 가보지 못한 많은 미지의 세계들을 여행하고 싶었다.

▲일하면서 겪었던 최대 에피소드 : 탑승한 승객들의 결혼기념일 및 생일파티, 허니문 등 특별한 순간을 함께 만들면서 행복한 기억을 선물할 때마다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상주직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 처음 배에 승선했을 때는 한국인은 나 혼자라는 생각에 상당히 많은 부담감과 어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국적과 피부색을 떠나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주직원을 희망한다면 기본적인 언어와
능력을 가꾸는 것 외에도 모든 사람들을 끌어 안을 수 있는 포옹력과 이해심이 필요하다.

[호라이즌리조트 & 스파 상주직원 홍가을]

▲이름 : 홍가을

▲생년월일 : 1980년생

▲학력 : 한국외대 불어과 전공 (2001)
스위스 호텔학교 SSTH 졸업 (2006년 5월)
중국연태대학, 뉴질랜드 LSI에서 영어연수 (2002~2003)

▲상주 직원을 선택하게 된 동기 : 스위스, 중국, 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의 연수생활을 계기로 이미 해외생활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개인적으로는 진정한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서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중국의 호텔산업에 대한 비전을 믿고 선택했다.

▲일하면서 겪었던 최대 에피소드 : 리조트를 찾은 고객 중 한 명이 나를 중국인으로 오해한 사례가 있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는 한국말로 나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게 됐다.

▲상주직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 휴양지를 찾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리조트가 위치하고 있는 곳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자신이 먼저 그곳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도 쉽지 않다. 친절함, 성실, 열정을 갖고 항상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