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58호]2014-08-29 11:22

‘동방의 모스크바 하얼빈’ 역사와 문화 공존



빙등제만 알고 관광 스팟은 모른다면 주목하자!

안중근 의사 기념관-731부대를 잇는 역사 탐방

역사와 관광,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하얼빈 여행


 

중국 하얼빈은 국내 여행객들에 빙등제로 유명한 곳이다. 때문에 하얼빈을 찾는 국내 여행객들의 대다수가 겨울시즌 몰린다. 하얼빈이 한국인에 친숙한 또 다른 이유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던 장소라는 점이다. 대다수의 한국인이 알고 있는 지역, 하얼빈.



그러나 여행목적지로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런 하얼빈이 최근 국내 여행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1월 19일 하얼빈 역 바로 옆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개장해 하얼빈 내 떠오르는 핫스팟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빙등제로 혹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으로 하얼빈을 알게 됐고 이곳을 방문하게 됐다면 미처 알지 못했던 하얼빈의 넘쳐나는 관광 스팟들에 매료되고 말 터.



매일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하얼빈의 역사와 문화가 만나는 하얼빈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하얼빈 노선을 매일 1편씩 운행하고 있다. OZ399편이 12시 20분 인천에서 출발해 현지시각 13시 30분 하얼빈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스케줄은 OZ340편으로 하얼빈에서 현지시각 14시 30분 출발해 인천에 당일 17시 30분 도착한다.

취재협조 및 문의=아시아나항공(www.flyasiana.com)

중국 하얼빈=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1일차. 하얼빈의 명동, 중앙대가를 가다
 

대륙이라 불리는 중국의 성정부 내 8번째로 큰 도시 하얼빈은 거대한 땅덩어리만큼 다양한 관광지가 자리한다. 아쉬운 점은 공항만큼은 작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하얼빈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이 함께 운영되고 있었는데 하얼빈공항 청사가 개편되면서 기존 부지는 국내선 전용 청사로만 활용되고 있다. 국제선 청사는 국내선 청사에서 다소 떨어진 곳으로 이전한 상태. 하얼빈시여유국에 따르면 3년 이내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하니 당분간은 협소한 국제선공항을 만나야 한다.

 

하얼빈 국제선공항을 빠져 나와 가장 먼저 방문할 관광지는 100년 이상의 건축물인 △성 소피아 성당과 중앙대가 일대.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버스와 기차. 버스는 매시 정각과 30분마다 출발하며 가격은 1인당 20위안. 기차로 이동할 경우 하얼빈 기차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성 소피아 성당이라 불리지만 현재는 하얼빈의 역사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성당 내부에 들어가면 성 소피아 성당을 비롯해 하얼빈 시내의 10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성 소피아성당이 자리한 중앙대가는 ‘아시아 제 1거리’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1,450m의 방대한 길이와 고대 특색을 모방해 만든 장방형 벽돌 도로의 너비는 10.8m. 시멘트도 아스팔트도 아닌 벽돌 도로를 걷는 다는 점만으로도 하얼빈의 매력에 빠지는 이들이 더러 발생한다고.



벽돌 도로에 매료돼 시선을 아래에 놓고 있다면 서둘러 시선을 거두어 위로 향해보자. 벽돌 도로만큼이나 예스럽고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중앙대가 곳곳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가히 동방의 모스크바로 불릴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성 소피아 성당의 진가는 어두운 밤에 발휘된다. 은은한 조명으로 이곳이 중국임을 잊게 만든다. 이는 1,450m라는 기나 긴 중앙대가를 걷는 동안 변함없다.



어둠이 서서히 깔리고 은은한 조명들이 켜지면 중앙대가의 중심 모던호텔(중국인들은 마디얼호텔이라 부른다)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던호텔 테라스에서 18~19세기에나 입었을 법한 드레스로 치장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울려 퍼진다. 모던호텔은 1906년 건립된 호텔로 루이 14세기 건축 스타일로 3층 건물이다. 성 소피아성당과 맞먹는 랜드마크 격.



외식이 일상화된 중국인들답게 모던호텔 근방으로 포장마차들이 즐비해 있다. 하얼빈 맥주를 마시며 나이트라이프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중앙대가를 걷다보면 명동의 번화가가 오버랩 되는데 명동 번화가보다 어림잡아 3~4배 크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2일차. 입이 떡벌어지는 인조 공원의 향연

 

하얼빈 여행의 이틀째 발길을 어디로 옮겨야 할 지 모르겠다면 주저 말고 △태양도국가습지공원(이하 태양도)으로 가자. 중앙대가에서 태양도로 가기 위해서는 송화강을 건너 강 중앙 섬에 도달하면 된다. 크기는 동서 약 10km로 총 면적 약 38평방km 라고 하니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태양도를 가는 방법은 3가지.



자동차, 케이블 카, 배가 있다. 기자는 자동차를 타고 갔지만 편하지도 뻔(Fun)하지도 않는 이동방법을 택하고 싶다면 자동차는 패스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건 단순히 몸이 편할 뿐이고 배 역시 그닥 흥미롭진 않다. 배로 이동할 경우 선착장은 중앙대가의 끝부분인 방홍기념탑 앞에서 탑승하면 된다. 왕복 가격은 10원. 가장 짜릿한 방법은 송화강을 케이블카로 이동하는 것.



배와 비교했을 때 지불해야 할 가격이 상당하다는 점만 제외하면 솔깃할 수 있는 이동경로다. 거대한 습지공원이 모두 중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조공원이라는 사실은 ‘Made in China’의 아우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태양도 내 폭포와 호수는 두말할 것도 없고 습지공원 조차도 인간이 만들어낸 관광 산물이다. 이곳에서는 하얼빈의 유명 축제인 빙등제를 소규모로 체험할 수 있는 ‘태양도빙설예술관’이 마련돼 있다. 얼음으로 조각된 12지신은 빙산의 일각.



부처와 만리장성 등 다양한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고 얼음 잔에 하얼빈맥주를 따라 마시는 체험도 빼놓지 말자. 이밖에도 자녀들과 방문했다면 다람쥐와 사슴도 만나보자. 사슴은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단, 사슴이 소처럼 크다는 점은 놀랄 수 있으니 미리 언급한다.) 먹이주기 체험은 중국 돈 20원이다.

 

태양도에서 반나절 시간을 보내고 나면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자리한 △동북호림원이나 태양도와 동북호림원 중간에 위치한 △불가장원에서 나머지 일정을 마무리 지어도 좋다. 동북호림원은 호랑이와 사자 700여 마리가 모여 있는 곳으로 백두산호랑이와 백호랑이를 비롯해 라이거까지 볼 수 있다.



사파리버스로 이동하며 더위를 피해 수영하는 호랑이 떼와 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자들, 그리고 우리에 갇힌 치타 또한 구경할 수 있다. 동북호림원이 만들어진 이유는 세계 멸종 위기에 처한 동북호랑이를 보호하고 살리기 위함이다. 불가장원은 러시아 문화를 주제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이곳은 다양한 레스토랑과 성당, 전시관을 비롯해 투숙할 수 있는 호텔 시설도 갖춰져 있다. 20여 개의 고전적인 러시아건축물이 세워져 있으며 성니콜라스 교회와 미니아주얼 레스토랑이 최근 복원됐다.

 


 

3일차. 하얼빈 중심에서 한국역사를 만나다

 

하얼빈 여행의 마지막은 조금은 무겁다.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고인의 넋을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표해야 하는 곳,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다. 중앙대가에서 그리 멀지 않아 자동차로 5분에서 10분정도 소요된다. 중앙대가에서 하얼빈 역사로 이동하다보면 안(安)이 붙은 거리의 이름들을 만날 수 있다. 안중근 의사를 기념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하얼빈 역에는 안중근 의사가 당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던 곳에 삼각형 모양으로 표식을 했었다. 그러나 몇 년전 한국인 단체가 이곳을 방문해 이동하는 중국인들의 통행에 큰 불편을 끼치게 한 바 이후 정부는 한국인 단체가 역사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금지 시켰다.



때문에 삼각형 표식이 깃든 자리는 지난 1월 19일 새롭게 만들어진 안중근 의사 기념관 내부로 들어와 창문으로 바라보는 것이 전부. 다만 개별적으로 하얼빈 역은 방문할 수 있다(대다수 인원이 동시에 방문할 경우 제재를 가하는 것). 기념관 건물 위에는 고장 난 시계가 걸려 있다. 매일 9시 30분만 가리키고 있는 시계. 이 시계에는 깊은 의미가 내재돼 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던 당시의 시간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 개관 시간은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과 13시 30분부터 16시까지다. 단 월요일은 휴관이다. 개관 시간 내 주민등록증과 여권 등의 신분증을 제시한 후 입장이 가능하다. 입구에 들어가면 안중근 의사의 동상과 사진, 그의 일대기를 알 수 있는 사진과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방명록 작성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뒤로 하고 마지막 여정지로 향한 곳은 △침화일군 731 부대 범죄 증거 유적지(이하 731 부대)다. 이곳은 1985년 8월 15일에 정식으로 대외로 개방했다. 이는 중국인민항일전쟁 승리 50주년 기념으로 대외 개방한 것으로 8월 15일이라는 개방 날짜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깊다. 731 부대 입구에 들어서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영어가 흘러나오는 VOD 기기를 입장객들에게 제공한다. 때문에 가이드나 관광통역안내사가 없더라도 관련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731 부대는 일본군이 중국인과 조선인들에게 자행했던 잔인한 고문과 세균실험 등을 사진, 자료, 동영상 등으로 알리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장소는 731 부대에서 모질게 학대했던 당시 일본군이었던 노인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사죄를 구하는 영상과 10대 소녀를 모질게 학대하고 신체 실험을 강행하는 영상이다. 이곳은 중국인 학생들을 비롯해 한국인 학생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고 한다.



모든 전시관을 돌고나면 마지막 코스는 실험과 고문에 생을 마감한 이들의 넋을 기리는 납골당이 나온다. 죽은 이들에 국화 한 송이 올려두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쨍한 날씨와는 대비될 만큼 무거웠다. 때때로 가벼운 여행보다 마음을 묵직하게 만들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가보아야 할 한국 역사의 상흔이 남아있는 하얼빈은 기자에게 여전한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