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07호]2007-04-27 16:47

[은퇴이민] 뉴실버 르네상스 도래
인생 2막 따뜻한 봄날 펼쳐질까 서울이 세계에서 11번째로 생활비가 가장 비싼 도시로 나타났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6일 세계 1백32개 주요 도시의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서울이 지난해 13위보다 두 단계 오른 11위를 차지하며 싱가포르와 홍콩보다 생활비가 더 많이 드는 도시로 발표됐다. 이 내용이 일간지 지면을 크게 장식하면서 그간 계속됐던 은퇴이민에 대한 호기심들이 더욱 불거지기 시작, 일부 은퇴를 앞둔 노년층 및 부모세대들의 부담감을 증폭시키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 세계 각국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한국의 부모세대들은 자신의 노년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이들은 드물다. 거의 통장 하나, 집 한 채 마련이 전부. 현재 하루하루 살아 가는 것만으로도 정신없다는 게 대부분 한국 부모들의 현실이다. 게다가 청년실업의 증가와 고령화의 진입은 부모세대들에게 더 많은 부양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 한국에서의 모든 생활을 훌훌 털어버리고 굳이 이국에서의 생활을 동경하게 만든 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생활비 적게 들고, 현지에서 집 한 채 구입하면 투자 가치도 있다고 전해지니 한국사회에서의 ‘은퇴이민의 붐’은 예고된 현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축구경기에는 ‘하프타임(작전타임)’이 있다. 전반전을 뛴 선수들이 휴식을 가지면서 후반을 어떤 식으로 경기할 것인지 작전을 협의하는 시간을 말하는데 이때 우리는 전반전에 밀리던 팀이 하프타임 후, 경기의 판도를 막 바꾸는 경우를 자주 접하곤 한다. 그래서 축구경기는 전반전이 아니라 후반전에서 판가름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있다. 판도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은퇴를 앞둔 어르신들이 더욱 잘 알 터. 서울살이가 좀처럼 쉽지 않았거나 이제 부양할 가족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면 제 2막을 위해 다른 나라로의 이주도 나쁘지는 않겠다. 세계 각국들이 부유한 은퇴자들을 관리하고 나섰다. 베이비부머의 대규모 은퇴자가 경제에 더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세계 각국을 통해 알려지면서 소비시장의 새 주역으로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김미경 기자 www.chol.com ▲세계 각국 은퇴자 관리 나서다 정말 한달 2백만원이면 황제처럼 살 수 있을까? 매스컴에서 자주 노출된 결과 때문인지 지난 10일과 19일 각각 치러진 동남아 은퇴이민 설명회와 말레이시아 투자 및 이주설명회 내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설명회 참가자들은 물론이거니와 현지에서도 한국인 은퇴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관심이 뜨겁다. 좌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50대가 주를 이뤘고, 30~40대의 중장년층도 눈에 띄었다. 동남아로 은퇴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한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도 안정적이고 치안이나 생활 인프라도 좋은 편. 여기에 은퇴이민자를 위한 우대 정책도 더해졌다. 요즘은 동남아의 이주가 뜨고 있긴 하지만 미 남부의 마이애미나 하와이, 중미의 코스타리카, 파나마시티를 찾는 이들도 역시 많다.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은퇴자 도시 선시티도 각광받으면서 우리나라의 보다 많은 은퇴자들이 출국을 준비하고 있다. ▲이민 아닌 이주 새 트렌드 제시 새로운 시니어 계층인 베이비부머세대(1955~1976)는 이미 소비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은퇴자, 즉 실버 시니어 르네상스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일본의 단카이세대(1947~1949)와 일맥상통하는 이들 세대 역시 소비성향, 보유 금융자산에서 과거 고령자층과 전혀 다르다. 합리적이며 미래적 성향이 강한 부유층에 속한다. 이들이 은퇴자 소비 시장의 기대를 모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나섰다. 이민 가기엔 외롭고, 1년에 2, 3차례 한국을 오가며 운동과 레저를 즐길 생각으로 은퇴이민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이민이 아닌 이주를 지향하며 투자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30~40대의 젊은층들 사이에서도 투자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받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동남아 은퇴이민자들의 주의점 외국인에게 파는 집은 비싼 편. 게다가 은퇴 후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자리나 부업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에 염두해야 하며 노인이 적응하기엔 너무 덥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하겠다. 특히 은퇴이민을 결정하기 전에 답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꼼꼼하게 살펴보는 수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