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65호]2014-10-31 08:02

개그맨 김영철 [Best Traveler(137)]
 
 
“홍콩, 놓치지 않을 거예요”
 
패러디의 왕 김영철, 도도한 홍콩을 패러디하다
교통 및 시스템 잘 갖춘 홍콩 관광 매력적
 
홍콩관광청의 새로운 홍보영상 주인공으로 개그맨 김영철이 낙점됐다.

안 될 이유는 없지만 홍콩과 김영철의 만남에 많은 이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도 모르는 새에 홍콩은 ‘20~30대의 젊고 세련된 여배우가 쇼핑백을 들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이미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탓이다. 그러나 홍콩은 더 이상 쇼핑만을 위한 목적지, 20~30대의 젊은 여성만을 위한 목적지가 아니다. 홍콩 관광의 스펙트럼은 매년 더 넓어지고 또 다양해지고 있다.

더 이상 몇 가지로 한정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한 매력을 가진 현재의 홍콩은 그래서 김영철이 필요했다. 이영자로, 김희애로, 하춘화로 자유자재 변신하는 김영철은 그동안 세련되고 도도한 홍콩의 ‘당연한 이미지’를 철저히 깨부술 것이다. 그리고 전혀 다른 홍콩을 보여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개그우먼과 여가수, 여배우들의 특징을 민망하리만치 정확히 짚어내는 그의 탁월한 관찰력과 표현력으로 말이다.

취재협조 및 문의=홍콩정부관광청(www.discoverhongkong.com/kor/02-778-4643 )
글=강다영· 사진=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홍콩관광을 홍보하는 유투브 영상의 주인공이 됐다. 업계에서는 홍콩과 개그맨 김영철의 만남이 상당히 이색적이라는 반응이다. 출연 소감이 궁금하다.

▲처음해보는 시도라서 기쁘고 기대된다. 내가 가진 독특한 유머코드로 즐겁게 홍콩을 표현하고 싶다. 사실 원래는 유투브 홍보가 아니라 지금 진행하고 있는 SBS 파워FM ‘김영철의 펀펀투데이’를 홍콩 특집 공개방송으로 재미있게 만들어 볼까 했었다. 그러다 라디오 홍보보다는 최근에 유행하는 유투브를 이용한 홍보는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영어 잘하는 개그맨 김영철’과 어울리는 다양한 콘셉트를 논의했다.

이 과정이 굉장히 재밌었는데 관광청 관계자들과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그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최종 선정된 것이 바로 ‘별에서 온 그대’를 패러디한 ‘먹으러 온 그대’다. 김영철만의 패러디 개그를 선보이면서도 한국과 홍콩 시청자들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 선정 이유였다.

특히 관광청이 명소와 음식을 나열하는 지루한 홍보영상이 아닌 스토리텔링과 유머를 통해 즐겁게 볼 수 있는 홍보영상을 원하는 만큼 기존과는 차별화 된 김영철만의 홍콩을 보여줄 생각이다.
 
 
-‘먹으러 온 그대’에서 스스로 연출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혼자 여러 가지 장면을 상상해 봤다. 일단 내가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을 패러디한다는 것부터 재밌을 것 같다. 나는 평범한 장면도 유쾌하게 연출하고 싶다. 이를테면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는 모습에 별 그대 테마곡을 삽입해 예상치 못한 상황을 연출하거나 음식을 맛보는 장면에서는 드라마 ‘밀회’의 김희애로 변신해 ‘특급 딤섬이야’를 패러디하고 주방장님이 허락 한다면 그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이건 특급 칭찬이야’ 등의 코믹한 요소를 넣고 싶다. 이 정도는 돼야 패러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외에도 하춘화, 이영자 등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김영철만의 패러디 개그를 적절한 타이밍에 삽입해 영상의 재미를 배가 시키고 싶다. 내가 얼마나 대단하게 해낼지는 모르겠지만 ‘별에서 온 그대’가 한국은 물론 중화권에서도 대히트를 친 만큼 김영철의 ‘먹으러 온 그대’도 홍콩과 한국 여행자들이 모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홍콩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더불어 홍콩하면 떠오르는 것은.

▲사실 홍콩은 내 첫 해외 여행지였다. 아직도 정확히 기억나는데 1999년 3월에 개그맨 시험에 붙어서 4월부터 바로 개그콘서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 8월 홍콩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이후에도 몇 번 더 홍콩을 방문했는데 역시 홍콩하면 떠오르는 것은 별들이 소곤대는 아름다운 야경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콩 배우들, 거리 곳곳에 넘쳐나는 맛 집들.

홍콩은 그야말로 먹거리 천국이다. 친구들은 홍콩하면 영국이 생각난다고도 하더라. 란콰이퐁을 방문한 이후에는 나도 그 말에 동의하고 있다. 란콰이퐁의 영국식 펍과 해피아워는 최고다.
 
-그동안의 홍콩여행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첫 홍콩 방문이 생각난다. 사실 당시의 나는 홍콩 섬과 구룡반도를 잘 구분하지 못했는데 처음 홍콩을 방문했을 때는 관광지로 유명한 침사추이에만 머물렀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방문 때 홍콩 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는데 그 때는 거의 홍콩 섬에만 있었다.

아. 두 번째 방문은 2008년도였는데 그 때 처음으로 영어책을 썼다. 당시 영어책을 쓰고 받은 계약금으로 내게 홍콩여행을 선물했었다.

그 이후에는 홍콩에 거주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몇 번 갔었다. 남편과 함께 홍콩에서 살고 있는 아나운서 강수정 씨를 두 번 만났고 일 년간 홍콩에서 살던 가수 황보 씨를 만나러 갔다. 이 친구들 덕분에 홍콩 현지 친구들을 굉장히 많이 사귀게 됐는데 이것이 또 계기가 돼서 자꾸만 홍콩을 가게 된다. 그러고 보니 올해에만 홍콩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다년간의 홍콩여행을 돌아봤을 때 추천하고 싶은 맛 집이나 명소가 있다면 알려 달라. 또한 가보고 싶은 곳도 많을 것 같다.

▲꼭 추천하고 싶은 맛 집은 두 군데가 있다. 홍콩역 지하 2층에 줄서서 먹는 딤섬집이 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찾아서 갈 수 있는. 누가 봐도 ‘저기 구나!’ 하는 딤섬 집이다. 황보 씨가 소개시켜 줘서 알게 된 곳인데 딤섬이 정말 맛있더라. 그리고 또 하나는 란콰이퐁 쪽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그 곳도 줄서서 먹는 맛 집이다. 혼자 가서 먹었는데 기다릴 만하더라.

이번에 홍콩을 방문하게 되면 꼭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식당에 가서 세계적 명성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 그래서 미리 알아둔 곳이 있다. IFC몰에 위치한 미슐랭 추천 레스토랑이다. 당일예약은 안되고 며칠 전부터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나는 미슐랭의 명성을 듣기만 했지 경험한 적은 없다. 이번에 가서 꼭 경험해보고 싶다.
홍콩은 외식 문화가 발달해 길거리 어디에서든 식당을 발견할 수 있고 가격도 싸다. 돼지 덮밥이나 간단한 면 요리는 몇 천 원 수준이다. 게다가 웬만한 식당은 기본 이상의 맛을 자랑한다.
 
-김영철 씨는 ‘관광학’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안다. 게다가 관광영어 교수로 재직했다고 들었다.

▲관광영어 교수로 활동했던 이력을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조금 더 열심히 알릴 걸 그랬나.(웃음) 지금은 교수가 아니고 2010년도에 서울예술종합학교 관광호텔경영학과의 2학년 학생들을 1년 간 가르쳤다.

나 또한 대학시절 관광학을 전공했었다. 물론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개그맨 생활을 시작해서 관광학이라고 배운 것은 1, 2학년때 배운 원론적인 것이 전부이지만. 만약 내가 개그맨이 되지 못했다면 아마 여행사 가이드나 남자 승무원, 호텔 셋 중 하나에 취직했을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워낙 여행을 좋아했고 관광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개그맨이었고.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여행쪽 사업도 해보고 싶다. 그렇잖아도 모교인 동국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님이 재미있는 여행상품을 개발해보자는 제안을 하셨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관광전공자, 관광영어 교수로서 한국 관광과 홍콩 관광을 비교하자면. 또 홍콩관광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관광산업으로만 보자면 사실 홍콩이 한국보다 선진국인 것 같다. 일단 홍콩은 공항에서 시내까지 단 27분이라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내 스스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황홀하지 않나. 홍콩의 관광산업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완벽한 교통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조금 아쉽다. 물론 리무진버스나 공항철도, KTX 등 인프라가 충분하다는 것은 알지만 홍콩이나 일본 JR패스처럼 여행자에게 활성화 됐느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의 관광지를 조금 더 다양하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한국의 관광지로 안동 하회마을이나 한복 같은 전통적인 것을 강조한다. 발상을 전환해 여태껏 소개했던 전통적 이미지가 아닌 것들도 소개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인천공항 입국장에 눈 쌓인 용평리조트의 사진을 걸어 놓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싱가포르나 태국 사람들이 겨울 스포츠를 즐기러 한국을 많이 찾는 것으로 안다.

한복과 가야금, 전통 가옥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발전했고 서울은 모든 것을 갖춘 도시다. 작은 도시 국가 홍콩에서 수많은 관광시장을 발굴해냈듯 우리나라도 더 많은 관광목적을 발견하고 알려야 한다.
감히 말하건대 서울은, 그리고 한국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