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68호]2014-11-21 10:29

현지취재-타이완 (上)

글 싣는 순서

●타이완<上> 가요슝, 신규 여행지로 떠오르다

타이완<下> 인기 타이베이와 르웨탄의 만남



 




 

타이완의 부산, ‘가오슝’ 남부여행기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는 따뜻한 나라로의 여행을 유혹한다. 가을과 작별하며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벌써부터 쨍한 여름날을 그리워하는 기자에게 덜컥 주어진 타이완 출장은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국내 여행객들에게 타이완 붐을 일으켰던 <꽃보다 할배>의 입김은 여전히 작용 중이다. 타

이완을 찾는 국내 여행객이 올해 9월까지 38만 명을 넘어섰고 이 기세라면 50만 명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관광청 관계자는 얘기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여행객들의 타이완 여행은 타이베이로 쏠리고 있다.

최근 타이완을 향한 항공사들의 애정공세가 늘어나면서 가오슝 또한 하늘 길이 보다 넓어졌다. 한국인이 가오슝을 찾는 이유가 ‘타이베이 항공 좌석이 없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가이드의 말은 현 상황을 콕 짚은 셈이다.

가오슝을 찾았던 기자가 자신 있게 말하자면 가오슝을 그저 타이베이로 가는 하나의 경로로만 보지 말길. 가오슝의 매력을 알게 된다면 분명 타이베이에서 보낼 일정 중 하루 이상을 가오슝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타이베이와는 다른 매력을 그리고 타이완의 매력을 배가 시키는 가오슝 여행을 본지에 담았다.

 

취재협조 및 문의=타이완관광청 서울사무소(02-732-2357~8)

가오슝=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하루는 짧고 이틀은 아쉬운 곳”

 

여행지로는 아직까지 생소한 지역인 가오슝은 2시간 30분 정도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도착한다. 타이완의 부산(실제로 부산과 가오슝은 자매결연한 도시다.)이라는 닉네임은 딱들어 맞는다. 타이완 제 1의 항구도시인 가오슝은 타이베이만큼이나 화려한 도시다. 반면 타이베이보다 도시가 넓고 인구가 적어 교통체증은 극히 드물다.

타이베이보다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가오슝을 찾는 한국인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단다. △상용고객 △성지순례 그리고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타이베이 항공권을 끊지 못해 가오슝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이다. 가오슝을 성지순례하기 위해 찾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의아해 할 수 있다.


이는 가오슝을 정말 모르기 때문인데, 타이완은 국교가 없지만 90% 이상이 불교를 믿고 나머지가 유교와 도교 등을 믿는다. 때문에 불교 신자들이 가오슝으로 성지순례를 많이 온다고 한다.

 



 

타이완에는 4대 사찰이 동서남북으로 포진돼 있다. 그중 남쪽 지방 가오슝에 불광산이 자리한다. 가오슝 시내에서 북쪽 방향으로 40분(대형버스로는 1시간) 정도 자동차로 소요되는 거리다. 불광산은 산 전체가 사찰로 지어져 있다. 중국 복건성 소림사의 건축양식을 모방해 지어 마치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이 풍겨난다. 기자 일행이 방문한 곳은 불광산에서도 가장 최근인 2011년에 완공된 ‘불타기념관’이다.


불타기념관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 성지순례자들에게는 꼭 들려야 할 명소다. 불타기념관 입성 이전에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타이완의 다양한 사찰들을 방문할 여행객이라면 중간 문으로는 통과하지 말길 당부한다. 불타기념관을 포함한 모든 사찰들은 왼쪽, 중간, 오른쪽으로 출입구가 3곳이다.


그러나 가운데 출입구는 불교에서는 부처가 다니는 길로 도교에서는 귀신이 다니는 길이어서 사람은 왼쪽과 오른쪽 출입구만 이용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인 셈이다. 한국의 사찰과의 다른 점을 비교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불타기념관의 경우에는 사대천왕이 없다. 불타기념관이라는 이름답게 사찰보다는 박물관 같은 느낌으로 험상궂게 생긴 사대천왕 대신 온화한 미소의 큰 부처상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흥미로운 점은 피라미드 같은 불타기념관 뒤로 대형 좌불상이 설치돼 있는데 마치 태양과 같다.


무슨 소리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좌불상 또한 따라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불타기념관 내부는 옥불전과 금불전으로 구분된다. 말 그대로 옥불전은 옥으로 만들어진 부처가 누워 있고 금불전은 금으로 만들어진 부처가 앉아 있다. 옥불은 중국이 금불은 태국에서 증정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 또한 불타기념관에 증정한 것이 있다. 불타기념관 야외에 설치된 에밀레종과 같은 큰 종은 한국에서 맞은편에 위치한 북은 일본에서 증정했다. 부처의 진신사리는 옥불전에 모셔져 있다. 불타기념관 내부 또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지만 옥불전과 금불전은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가오슝 여행의 재미는 타이베이와는 다른 화려함이다. 목 넘어갈 정도로 높은 현대식 건물과 아기자기한 편집숍이 아닌 불교와 도교를 넘나드는 화려한 사찰들 덕이다. 불타기념관이 관광명소로 자리 잡기 전에 먼저 인기 관광지로 군림하고 있던 곳이 ‘롄츠탄 풍경구’, 우리말로 연지담 풍경구다. 롄츠탄 풍경구는 과거 농업용 저수지였지만 개발을 통해 현재는 공자묘, 치밍탕, 용호탑, 춘추각 등이 자리하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멀리서보면 쌍둥이 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용호탑의 이유를 알게 된다. 탑 입구가 용과 호랑이인 것. 용호탑에 들어가려면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빼곡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제대로 각을 세운 이 지그재그 다리는 도교에서 유래된 ‘귀신을 쫓기 위한 방법’이다. 직진할 경우 귀신이 사람에게 들러붙을 수 있다는 도교사상 탓이다. 이는 용호탑 입구에서도 마찬가지.


지그재그 다리를 지나 용과 호랑이 앞에 섰을 때 ‘나는 호랑이가 좋아’라고 외치며 호랑이 입으로 들어가 용의 입으로 나오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그랬다면 호용탑이었을 것이라는 가이드의 이야기. 용의 입으로 들어갔다가 호랑이 입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는 용은 행운을 상징해 용의 입으로 들어가면 행운을 입는 셈이다. 반대로 호랑이 입에서 사람이 나온다는 건 죽음을 피했다는 것, 호랑이에게 먹힌 사람이 나온 것과 마찬가지인 셈으로 “행운을 입고 화를 면한다”는 깊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용호탑 내부는 사람이 죽어 심판을 받는 모습들로 그려져 있다. 흡사 베트남 다낭의 마블마운틴의 천당과 지옥을 짧게 압축했다고 볼 수 있다. 용호탑을 나와 3분 정도 걸으면 관우가 용을 타고 올라가는 춘추각이 자리한다. 기자에게 춘추각의 묘미는 사실 관우도 화려한 문양도 아니었다. 작은 연못에서 마치 계모임을 하듯 떼를 이루고 있는 거북이들이었다.

 

가오슝에서 가장 화려한 두 곳, 불교와 도교의 사찰들이 밀집한 불광산과 롄츠탄 풍경구를 둘러봤다면 다른 매력을 체험하기 위해 분주히 걸음을 옮기자. 구산 페리 선착장으로 가기 앞서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다고우영사관’, 즉 구 영국대사관을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롄츠탄 풍경구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얼마 전까지 다고우영사관은 무료 개방이었지만 늘어나는 중국인관광객에 힘입어 입장료를 받고 있다. 계단을 올라 다고우영사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오슝 앞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다고우영사관 내부는 박물관처럼 꾸며져 당시의 물품들을 전시했으며 영사관 뒤편에는 관광객들이 가오슝 시내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 혹은 타이완의 명물 밀크티를 마실 수 있는 커피숍이 입점해 있다. 다고우영사관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기자 일행은 구산 페리 선착장으로 향했다. 10분 간격으로 들어서는 배에 몸을 10분 기대면 치진반도에 당도한다. (페리 승차권은 성인 15 타이완달러, 학생 12 타이완달러다.)


치진반도 페리 선착장에서 내리면 관광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해산물거리가 펼쳐진다. 싱싱한 해산물들과 함께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며 여행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치진반도에는 해산물거리 외에도 치진해수욕장에서 더위를 식히려는 여행객들이 많다고 한다.
 


 

가오슝의 일정이 이렇게 마무리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식도락여행지 타이완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하고 화려한 나이트라이프를 꿈꿨던 여행객들에게도 헛헛함이 남는다. 그렇다면 지체 말고 가오슝의 기나긴 밤을 활기차게 만들어줄 타이완의 3대 야시장 중 하나인 ‘리우허야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면 된다.

리우허야시장은 산해진미가 가득하다. 이중에서도 가장 많이 판매하는 음식은 단연 타이완의 부산답게 해산물이다. 대게튀김, 가재케밥은 기본이고 무심하게 딤섬을 빚는 가게 주인아저씨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열대과일들이 보는 것만으로 야시장의 재미를 더한다.


석가모니의 머리모양을 닮았다 해 이름 붙여진 ‘석가두’ 과일과 뱀의 내장, 혀 등으로 만들어진 뱀고기국수를 맛볼 수 있는 가게는 야시장의 묘미를 더한다. 자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관광객과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가오슝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음식의 가격이 저렴해지는 리우허야시장은 초저녁부터 새벽녘까지 이어진다.
 

활기찬 밤 문화보다는 로맨틱한 가오슝의 밤을 원한다면 리우허야시장보다는 아이허 야경 감상을 추천한다. 아이허는 우리말로 애하, 즉 사랑의 강물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과거 가오슝 주민들이 이 강을 지날 때마다 풍겨나는 악취 탓에 숨을 참고 지나쳐야 할 정도로 애물단지였던 강이었으나 자정노력을 통해 커플이나 여행객들의 유람선 여행을 가능케 했다. 아이허 선착장에서 유람선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며 유람선을 타고 약 25분 정도 아이허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오슝 여행은 숨 가쁘게 지나갔다. 주어진 시간이 짧았기 때문. 걸어 다니는 곳곳마다 여행지가 되고 포토존이 되는 곳이 가오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오슝은 관광지마다 다양한 스토리가 있어 각각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 또한 쏠쏠한 여행지다. 타이완이 여행지로서 매력이 금세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는 어쩌면 타이베이만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항공노선 소개]

①인천-가오슝

인천-가오슝은 중화항공과 에바항공을 통해 가능하다.

·중화항공 : CI165 기종, 매일 오전 11시 10분, 오후 1시 10분 출발.

·에바항공 : 아시아나항공과 공동운항 중, BR171 기종, 월/화/목/금/일요일 오후 8시 20분, 10시 20분 출발.

 

②부산-가오슝

부산-가오슝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에어부산 한 곳이다.

·에어부산 : BX795 기종, 수/목/토/일요일 오전 10시 50분, 오후 12시 40분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