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69호]2014-11-28 09:09

현지취재-타이완 (下)




신비롭고 로맨틱한 여행지 ‘르웨탄 (日月潭)’


 

글 싣는 순서

타이완<上> 가요슝, 신규 여행지로 떠오르다

●타이완<下> 인기 타이베이와 르웨탄의 만남


 

옥색 빛 찬란한 르웨탄 자전거 & 유람선 여행


 

진정한 감성여행을 원한다면 르웨탄과 디화제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더 이상의 매력을 찾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기자의 오만한 생각은 산산이 부셔졌다. 타이완은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구석구석을 탐방하고 싶은 여행지다. 청개구리 심보를 가진 기자마저 타이완은 그만의 매력으로 끌어안은 셈이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 그 누구와 떠나도 괜찮다. 다만 싱글여행은 비추다. 예쁘고 맛있고 즐거운 여행의 순간순간을 혼자 경험한다는 건 너무도 외로우리라 생각되기 때문.


가오슝의 매력에 흠뻑 취해 헤어 나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기자에게 르웨탄은 타이완으로 다시 와야만 하는 이유가 됐다. 자욱한 안개가 낀 옥색 빛의 르웨탄 호수는 신비롭고도 로맨틱했다. 황홀경(한 가지 사물에 마음이나 시선이 혹하여 달뜬 경지나 지경)이라는 단어가 이곳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만큼. 가오슝보다 더 생소한 여행지, 그러나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타이완 내 로맨틱 제1 관광명소가 르웨탄이다.

 

한국에서 르웨탄을 갈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인천-타이중 노선을 운항하는 비행기를 탈 수 있고 타이베이에서 고속철도로 50분이면 르웨탄에 당도할 수 있다. 중화항공과 만다린항공의 공동운항을 통해 인천-타이중 노선이 AE263편으로 매일 15시 30분 출발한다. 복편은 AE262 기종을 통해 매일 현지시각으로 11시 10분 운항하고 있다.
 

취재협조 및 문의=타이완관광청 서울사무소 (02-732-2357~8)
 

르웨탄=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1일차. 가볍게 르웨탄 동네 한 바퀴”
 

르웨탄은 타이완의 중부 지역인 타이중 내 내륙지방, 난토우현에 위치해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에 자연 호수 르웨탄이 옥색 빛을 띠고 있다. 신기한 점은 해발 700m 높이에 3,300m에 달하는 이 호수가 자리하고 있는데 인공호수가 아닌 자연 호수라는 것이다.


르웨탄을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이점을 강하게 어필하는 가이드의 이야기에 갸우뚱했다. ‘대체 뭐가 신기하단 걸까.’ 보지 않으면 상상이 가지 않는 상상력의 한계는 자연의 신비 앞에서 기자를 데면데면 굴게 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가이드의 말을 십분 이해하게 된 기자는 뒤늦게 입이 쩍 벌어졌다. 민망함도 잠시 ‘와~’라는 감탄사만 연발하고 말았다.

 

이른 오전에 찾은 르웨탄은 자욱한 안개비로 신비로움이 한층 고조된 상태였다. 하늘의 선녀가 지상세계로 내려온다면 이곳으로 오지 않을까. 르웨탄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일월담(日月潭)이다. 호수의 생김새가 둥근 해와 초승달이 연결된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감탄사만 연발할 순 없다. 이제는 본격적인 르웨탄 1일차 여행에 나서야 할 시간. 오늘의 주요 일정을 간략하게 브리핑한다면 신비롭고 로맨틱한 관광명소인 르웨탄을 감상하는 거다. 되도록 천천히. 어떤 방식이든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자전거와 유람선 여행을 강하게 추천한다.

 

르웨탄 호수의 북서쪽에 위치한 쉐이서 관광안내센터에서 자전거를 대여 받아 호수를 따라 수백 미터에 이르는 도로를 자전거로 달려보는 건 어떨까. 르웨탄 전체를 자전거로 구경한다면 완만한 코스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커플여행이라면 자전거 여행은 필수다. 타이완관광청 서울사무소가 국내 여행객들에게 타이완 여행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푸통푸통 24시 타이완> 영상의 메인 촬영지가 바로 르웨탄이다.


수백 미터에 이르는 자전거도로는 르웨탄 호수를 끼고 돌면서 호수 주변의 자연경관을 생동감 있게 느끼게 해준다. 누군가에게는 첫 사랑의 향수를 또 다른 이에게는 옛 고향의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곳이 르웨탄이다. 자전거 도로가 완만한 코스는 아니지만 오르막길보단 내리막길이, 내리막길보다는 평탄한 길이 더 많아 자전거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도로 곳곳마다 여행자의 마음을 홀리고 사진으로 꼭 담아두고 싶은 장소들이 있어서 쉬엄쉬엄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사실 르웨탄 한 바퀴를 자전거로 돌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길이도 길이지만 곳곳마다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부엉이 조각(르웨탄의 마스코트라고 한다.)과 경치 그리고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꿈같다.



 

때문에 자전거로 하루 일정을 보내는 것보다는 반나절만 양보하고 나머지 일정은 유람선을 타고 직접 르웨탄의 옥색 호수를 만나보길 바란다. 자전거를 대여했던 쉐이서 관광안내센터로 다시 이동해 자전거를 반납한 후 바로 근처에 있는 쉐이서 부두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다. 르웨탄 내에는 쉐이서 부두 외에도 자오우, 이다샤오, 토유셔 등의 부두와도 이어져 있다. 유람선을 타고 다른 부두로 내려 근처의 명소들을 둘러봐도 좋다.


특히 이다샤오 부두에서 내려야 구족문화촌으로 가는 르웨탄 케이블카 탑승 장소와 가깝다. 그러나 구족문화촌은 다음날 일정으로 미뤄두고 각 부둣가에 펼쳐진 골목골목의 상점가들을 방문하며 먹거리 여행도 즐기며 르웨탄을 더 깊이 알아가길 바란다.

 

“2일차. 보고 듣고 즐기는 구족문화촌”

 

첫날 일정이 르웨탄의 경치에 매료돼 그 안에서 흠뻑 취하는 여행이었다면 이튿날 일정은 조금은 더 활기차다. 르웨탄의 과거와 현재를 느낄 수 있는 곳, 르웨탄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모두 모인 곳, ‘구족문화촌’이다. 구족문화촌을 가기 위해서는 두 봉우리의 산을 넘어야 한다. 험난한 여정이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케이블카를 타면 르웨탄 호수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르웨탄 케이블카 탑승장은 르웨탄의 남동쪽에 위치한다. 1일차 일정이 북서쪽인 쉐이서 주변이었다면 그 대각선 지역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되게 멀 것 같은 거리지만 자동차로 쉐이서에서 이다샤오까지 이동하는데 15분에서 20분 정도면 될 만큼 가깝다.
 

해외여행객이 르웨탄에 왔다면 꼭 구족문화촌은 방문해야 한다. 구족문화촌에서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타이완관광청(교통부관광국)에서 케이블카부터 구족문화촌 입장 및 놀이시설 탑승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프로모션을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사용 시 본인의 여권과 같은 증명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면 손등에 도장을 찍어준다. 여행경비 절약에 이제는 부담 없이 실컷 구족문화촌을 즐기면 된다.

 

르웨탄 케이블카를 탑승할 때 찍어준 도장을 닦지 말길. 이 도장이 자유이용권인 셈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계단을 따라 아래로 이동하면 정말 구족문화촌에 도착했다. 구족문화촌은 타이완에 살고 있는 원주민의 문화와 풍속을 재현한 테마파크다. 이밖에도 판타지월드인 환러스제와 수이사렌어우저우궁팅화위안이 있다. 한국민속촌과 놀이동산을 합친 콘셉트로 규모 또한 넓어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을 통해 이동 가능하다. 손등에 찍힌 도장을 지하철 탑승 때 카드를 찍는 것처럼 입구에 대면 입장 가능하다.





구족문화촌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원주민 쇼다. 현재 타이완에 살고 있는 야메이족, 아메이족, 타이야족, 싸이샤족, 쩌우족, 부눙족, 베이난족, 루카이족, 파이완족 등 9개 마을의 건축을 배경으로 전통 기예와 무용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원주민 쇼는 한번 공연 시 15분 정도 진행된다.

하루에 2번 오전 11시 40분과 오후 2시 30분으로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공연이 끝날 때 즈음 관람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도 펼쳐진다. 재미는 각국에서 모인 관람객들의 모습에서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놀이기구를 즐길 차례다. 타이완이 먹거리 여행지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스펙타클한 놀이동산들도 유명한 만큼 이곳 구족문화촌 역시 다양한 놀이기구들로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바이킹은 기본이고 쥬라식 크루즈, 볼륜레이스, 와이키키 웨이브 등. 이곳의 장점은 국내 놀이동산처럼 줄을 오래 설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최소인원만 채워지면 바로바로 놀이기구가 작동되기 때문.



등골이 오싹해지고 발끝이 저릴 만큼 스릴 넘치는 놀이동산에서의 여행에 만족감을 느꼈다면 모노레일을 타고 구족문화촌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 하자. 모노레일이 생각보다 속도가 느려서 답답할 수 있지만 그만큼 구족문화촌 곳곳을 더 오래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구족문화촌 가장 아래로 내려오면 마야촌을 만나볼 수 있다. 기둥에 새겨진 정교한 문양에 타임슬립해 먼 과거로 마치 문명이 탄생하던 시절에 와 있는 듯한 착각도 불러 일으킨다.
 


 

[타이베이 숨은 명소, 디화제]
 

디화제는 타이베이 내 가장 온전하게 옛 거리를 보존한 지역이다. 약 800m 거리에 500여 개의 점포가 늘어서 있는 150년 전통의 재래시장이다. 원래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던 곳으로 따다오청이란 지역이었다. 과거 1853년 중국 복건성에서 생활했던 지역 주민 간의 다툼으로 도교를 믿는 소수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면서부터 이 재래시장인 디화제가 생겨났다.

디화제가 타이완 내 가장 큰 재래시장임에도 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오는 관광객은 많지 않다. 디화제의 숨은 명소는 바로 하해성황묘를 모신 곳이다. 현지인뿐만 아니라 일본인, 중국인, 드문드문 보이는 한국인과 서양인까지 하해성황묘에 기도도 올리고 향초를 올리거나 시주를 올리는 이들도 보였다.



 

이들이 이곳에서 드리는 기도는 단 하나. “내 짝을 찾아주세요.” 타이베이까지 와서 고작 하는 기도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기도빨(?)이 잘 받는 곳이란다. 특히 일 년에 약 8천 명의 방문객은 기도 후 좋은 짝을 만나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라고 하니 그냥 웃고 넘어가지 말고 냉큼 기도를 드리자.

 

사실 하해성황묘는 복건성에서 넘어온 이들이 지역의 안전을 바라며 모셨던 신이었는데 결혼 못한 아들을 둔 어느 부부가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고 난 후 그 기도가 이뤄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하해성황이 어느 순간 큐피트 역할을 맡게 됐다고. 이에 그 부부는 본래 큐피트 역할을 해 온 월하노인 조각상을 다시 하해성황묘에 갖다 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