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74호]2015-01-08 14:57

이슈엔토크 - 여행사 홍보PR 전략
 
“소비자는 모바일로 검색하고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특종 따고”
 
여기 다양한 타입의 고객들이 모였다. 20대 중반의 초짜 여행자부터 혼자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 30대 골드미스, 가족여행을 준비 중인 40대 중반의 남성, 60대 노부인까지 각양각색이다. 이들 모두가 여행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위해 여행사를 찾지만 원하는 일정, 원하는 상품, 원하는 서비스는 제각각이다.

만약 이들 고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여행사 홍보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면 어떨까? 다양한 대화 속 여행사에 대한 진심어린 평가와 고쳐야할 점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이들의 가상 대화를 통해 오늘 날 여행사 홍보 전략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되짚어봤다.

참고로 본 대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익명을 사용했으며 대화는 각각의 인터뷰로 재구성했음을 미리 언급하는 바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 홍길동 여행사 단체 대화 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일반 소비자 20대 후반 여성, 광고회사 인턴 ‘천하무적’님 입장하셨습니다.

일반 소비자 30대 후반 여성, 신용카드사 고객만족팀 근무 ‘골드미스’님 입장하셨습니다.

일반 소비자 40대 중반 남성, 무역회사 해외영업부 차장 ‘렛잇비’님 입장하셨습니다.
 
일반 소비자 60대 중반 여성, 자영업자 ‘국제시장’님 입장하셨습니다.

A종합지 레저담당 부장 30대 후반 남성 ‘굳세어라’님 입장하셨습니다.

B그룹 인센티브 담당 차장 40대 초반 남성 ‘푸른 날개’님 입장하셨습니다.
 


홍길동 여행사 님 : 다들 반갑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여행사 홍보PR 전략에 대한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렴하고자 마련한 자리입니다. 조금 가볍게 시작하겠습니다. 혹시 여행사 홍보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인지하고 계세요?
 
골드미스 님 : 기본적으로 홍보란 것이 마케팅과 떨어질 수 없는 개념인데 여행사는 대규모 마케팅이나 브랜드 관리 보다는 저렴한 상품을 최대한 빨리 홍보해서 상품을 파는데 급급한 모습이예요. 실제 홍보를 하고 있는 지 활동내용은 잘 모르겠어요.
 
천하무적 님 : 주변 친구들 보면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같은 대기업 말고 여행사 이름을 잘 몰라요. 저도 결국 여행상품 검색할 때 하나투어부터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기업들, 이를테면 삼성이나 LG, 현대, SK는 우리나라 사람 뿐 아니라 외국사람들도 이름은 알잖아요. 인지도가 너무 낮아요.
 
굳세어라 님 : 기업을 우선 알아야 그 다음에 상품을 찾을 수 있는데 국내 여행사들이 지나치게 상품과 가격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취재하다 보니까 우리나라에 자리한 여행사가 1만 개가 넘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실제 고객들이 아는 여행사는 열 곳도 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리 상품이 좋고 서비스가 좋아도 여행사를 알아야 고객이 예약을 하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하나투어, 여행박사, 내일투어, 인터파크투어 정도가 그나마 기업 브랜드를 잘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여행사는 전부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기업 인지도부터 다져야 해요.
 
 
푸른 날개 님 : 조금 다른 얘기인데 여행사 홈페이지 들어가 보면 지나치게 과잉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쇼핑몰이나 백화점 E- 마켓과 별 반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요즘 소비자들은 가고 싶은 목적지나 원하는 상품이 뚜렷하니까 한 번에 이동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만약 정확히 어딜 가야할지 모르는 고객이 접속했다고 치면 이건 홈페이지 메인부터 피곤하고 지쳐버려요. 소비자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여행사 홍보는 아직도 지나치게 여행사 중심입니다.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건 모르는 것 같아요.

 
 
홍길동 여행사 님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여행시장이 다변화되고 정보를 얻는 창구 또한 과거와 달리 넓어짐에 따라 이제 소비자들이 여행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패턴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여행사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을 버리는 것에서 마찰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질문 드릴게요. 여행사 혹은 상품 정보는 주로 어디에서 찾으세요?
 
굳세어라 님 : 기자 입장에서 말하면, 요즘 기자들 관련 기사 쓸 때 어디에서 소스를 얻을 것 같습니까? 이메일로 오는 보도자료? 취재원과의 면대면 취재? 아니면 밤에 만나는 술자리? 다 틀렸습니다. SNS예요. 여행사 페이스북, 내가 만나는 홍보팀 담당자 개인 블로거나 트위터, 카카오스토리도 들락날락하고요.

어떨 때는 나한테 오는 이메일 보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업데이트가 더 빨라서 놀랄 때도 있어요. 전화나 문자로는 한참 걸려도 카스 창에 댓글로 남기니까 금세 답주더라고. 상황이 이래요. 담당자들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어. 맥을 모르잖아.
 
 
렛잇비 님 : 젊은 사람들처럼 SNS나 온라인에 능숙하지는 못해요. 저는 그나마 상품 정보는 바로 홈페이지에서 찾습니다. 마음에 드는 상품 있으면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모바일로도 많이 검색하는데 앱을 다운받기 보다는 모바일 용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게 더 편합니다. 자연스레 모바일 환경이 구축돼있지 않은 여행사는 멀리하는 편이죠.
 
 
국제시장 님 : 노인들은 대부분 아직도 신문 광고에 의존한다고 생각하시죠? 잘은 모르지만 여행사 신문 광고 이제 바꿀 때 되지 않았어요?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5단 광고에 상품이랑 가격 빼곡히 적어두는데 노안이 와서 그마나 내용도 잘 안 보인다고.

게다가 신문에서는 29만 원이라 하더니 막상 같은 상품 찾으면 49만 원 인 것도 몇 번 당하니까 못 믿겠고. 요즘 우리 교회 친구들이나 시장 번영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널은 홈쇼핑입니다. 나이가 드니까 초저녁에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는 경우가 많은데 주말에 보면 항상 홈쇼핑에서 여행 상품이 나오더라고.

여행지 소개랑 그림 보고 있으면 재밌었어요. 그런데 늙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직접 예약하는 걸 좀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 자식들 시키거나 젊은 총무들이 단체로 하는 데 그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찾더라고.
 
천하무적 님 : 저는 무조건 스마트폰이예요. 사실 제 또래도 그렇고 요즘 PC용 컴퓨터는 하루 종일 키지 않을 때도 많아요.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 종일 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쿠팡이나 티몬 같은 소셜 채널에 신청해 놓으면 저렴한 상품 떴을 때 바로 알람이 오기도 하고요.
 
 

홍길동 여행사 님 : 저희가 회원 가입한 고객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단체로 발송하는 여행상품 정보 메시지는 확인 잘 안하시나요? 추가로 여행사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무엇일까요?
 
 
굳세어라 님 : 광고 메일, 보도자료 메일 다 꼼꼼히 읽는 편인데 보도자료 같은 경우 한 마디 하자면 여행사별로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해 답답하지. 몇몇 여행사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여행사는 도대체 보도자료 쓰는 걸 어디서 배웠는지 화가 날 때가 있어요.

지금 국내 여행사 중 홍보팀이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 거의 드물죠? 또 홍보팀에서 광고나 웹 관리, CRM까지 다 같이 한다고. 이게 말이 안 돼요. 규모가 영세하고 돈이 없어서 팀 운영이 불가능하면 담당자라도 잘 뽑아야 하는데 담당자한테 인계 없이 계속 자리 바뀌고, 또 바뀌고. 전문성이 떨어지니까 결국 그 여행사는 발길을 끊게 돼요.

여행사 중 일부는 기자한테 보내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자기들 홈페이지 공지에 올리고 홍보라고 생각하는데 소비자와 기자를 같은 연장선에 놓고 있다는 자체가 틀렸어요. 고객 세분화조차 못하는 거지.
 
천하무적 님 : 부끄럽지만 저는 가격입니다. 여행을 떠날 때 가격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예요. 저희 또래 얘기일 수 있는데, 충분히 여유가 돼서 여행을 떠나는게 아니예요. 우선 갔다오고 나서 수습하자는 생각이죠.

방송이나 기사에서 하도 많이 떠들어서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사실 의심을 좀 하고요. 적정한 기준에서 조금 더 저렴한 상품을 찾는 편입니다.
 
골드미스 님 : 저는 항공, 호텔, 현지투어를 기본적으로 각각 예약하는 100% 자유여행을 선호해요. 저 같은 여행자한테는 여행사 인지도나 가격보다는 전체적으로 편리한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중요하죠.

여행사 홈페이지 안에서 한 번에 항공, 호텔, 현지투어를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가 필수 요소예요. 그래서 인터파크투어를 선호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갖춘 여행사를 찾다보니까 결국 큰 여행사 몇 곳으로 한정되더라고요.
 
 
푸른 날개 님 : 회사 차원에서 인센티브 행사를 치러야 할 때 기준을 말하면 저는 회사 규모와 인지도를 무시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꼼꼼한 행사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너무 인지도가 약하면 계약 전에 주저하는 것이 현실이죠.
 
 
홍길동 여행사 님 : 끝으로 우리 여행사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 홍보PR 전략에 대한 조언을 해주실 수 있나요.
 
 
골드미스 님 : 제가 여행사 상품을 왜 싫어하는지 아세요? 막상 상품을 검색하고 기다리다 보면 출발일 가까이 돼서 제가 예약한 상품이 자리가 안 된다고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거나 항공이나 호텔이 부족하니 추가 요금을 내라거나 그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예요.

앞으로도 혼자 여행을 떠나는 저 같은 3040 여성고객이 크게 늘어날 텐데 이런 식이면 승산이 없어요. 홍보 전략 점검하면서 좀 더 디테일한 고객 세분화와 맞춤 상품 개발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천하무적 님 : 나이를 계속 먹고 언젠가는 혼자 여행을 준비하기 보다는 여행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겠죠. 그때쯤에는 당연히 내가 알고 있는 여행사 혹은 남들이 추천하는 여행사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어요. 저는 여행사가 홍보를 하려 할 때 조금 더 기업에 대한 홍보를 늘렸으면 해요.

사실 여행사 상품 다 비슷하잖아요. 항공, 호텔, 일정, 차량 등 크게 차이 없어요. 정말 좋은 기업, 좋은 여행사, 좋은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브랜드 강화가 중요합니다.
 
 
렛잇비 님 : 여행사 홍보에는 감동이 없어요. 애착도 없고요. 바꿔 말하면 불특정 다수보다 내 고객이 더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여행사 홍보는 애매모호합니다. 길게 말할 필요 없이 여행사가 고객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입증시켜 주세요. 우리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정말 좋은 추억을 나누는 동지이자 평생 가는 친구라는 걸 믿고 싶습니다.
 
 
굳세어라 님 : 무엇보다 방향 설정이 시급하죠. 상품을 홍보 할 것인지 기업 이름을 먼저 알릴 것인지 아니면 특화된 팀이나 서비스를 소개할 것인지. 윗선에서 명확한 홍보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지 않고 무작정 상품 소개했다, 이벤트 했다, 설명회 열었다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요.

추가로 여행사 홍보팀 운영 좀 제대로 합시다. 애사심은 그렇다 쳐도 적어도 홍보담당자가 본인이 속한 기업에 대한 정보는 숙지해야하는데 신입사원 넣었다 반년마다 바뀌니 이게 말이 됩니까? 일반 소비자 뿐 아니라 제휴사, 협력업체, 기관들이 여행사를 제대로 된 기업으로 인정하고 우러러볼 수 있도록 홍보마케팅 운영에 신경을 쓸때가 됐어요. 대표들이 그걸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