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85호]2015-04-03 09:51

기획 - 방한 무슬림 관광시장
 
무슬림 관광객의 ‘오일머니’를 잡아라!
 
 
재방문 않겠다는 유커 전철 밟지 않아야
 
 
무슬림관광객들이 포스트 요우커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인만큼 대규모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장기 체류형의 고부가가치 관광객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 특히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오일머니’가 넘치는 중동 대부분이 무슬림 국가다. 이들은 충분한 수요가 보장됐고 관광 지출 또한 높아 요우커를 능가할 시장으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무슬림 트래블 인덱스 2015(Global Muslim Travel Index 2015)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무슬림은 약 17억 명(세계 인구의 1/4)에 달하며 2014년 전체 무슬림 관광객은 1억 8백만여 명, 그 관광 지출은 1,450억 달러로 추산(해외여행의 12.3%)된다. 2020년에는 무슬림관광객은 1억 5천만 명, 관광 지출은 2천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무슬림관광산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관광업계 최고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무슬림관광객을 과연 한국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까. 본지가 가파르게 상승 중인 무슬림관광시장에 대해 알아봤다.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오일머니’ 대한민국 관광을 뒤흔들다

전 세계가 무슬림관광, 일명 할랄투어(halal tour)에 주목하고 있다. 할랄투어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의 생활양식에 맞춘 여행서비스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할랄인증을 받은 식당에서의 식사와 모스크, 기도실 등의 기도 편의 시설 및 여행 중 기도시간 안내, 숙소 내 코란 배치 등이 있다.

현재 전 세계 무슬림 인구 수는 16억 명에 육박하며 세계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 규모의 관광시장인 셈이다. 한국이 무슬림을 중국 다음 타깃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할랄투어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무슬림이라는 종교에 대해서도 몰랐던 것이 사실. 무슬림관광객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그제 서야 무슬림 인프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한국 내 무슬림 인프라는 약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을 통틀어 할랄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140여 곳에 불과하다. 매 시간마다 기도를 해야 하는 무슬림들에게 마땅한 기도실이 없다는 것 또한 한국관광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 한국의 무슬림 신자는 전국적으로 약 13만 5천 명 정도로 매우 소수인 탓에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이나 전문 식당은 그동안 관심 밖의 문제였다. 마인어(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어)나 아랍어를 구사하는 가이드 역시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다.

이처럼 무슬림의 시장가치는 높게 평가하는데 반해 국내의 무슬림 인프라는 미비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정부 주도 아래 무슬림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이 발표되면서 대한민국 무슬림관광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무슬림관광객은 2014년에 75만 명으로 전체 방한외래객의 5.3%를 차지했으며 최근 5년간 평균 19%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2015년에는 82만 명이 방한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무슬림관광객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문관부는 관광공사 및 지자체 등과 협업해 ‘무슬림 관광 편의(Muslim-Friendly)환경’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문관부는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 개선 및 개별관광객 확대를 위한 사업을 전개키로 하고 한류를 소재로 한 방한 관광 상품 개발 및 판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한국관광공사는 할랄투어 관련 판촉물을 제작, 배포하고 주요 중동국가에서 한국관광로드쇼 및 부스참여 등으로 한국관광을 알리는 등 안팎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2의 요우커로 무슬림관광객을 주목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무슬림 관광객 환대 인프라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도내 100개 관광사업체를 대상으로 무슬림 환대 서비스 교육 및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운영 지침서 보급, 무슬림 친화 식당 개설 등을 지원키로 했다.

관광공사 측은 “급증하는 무슬림관광객에 따라 국내관광업계도 노력이 필요하다”며 “할랄식품 발굴 및 전문 레스토랑 확대, 호텔 객실 내 이슬람 경전 배치와 기도를 위한 도구 제공 등 특화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무슬림관광에 눈뜨다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관광객이 지난 5년간 두 자리대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인바운드관광에서 무슬림이 차지하는 영향력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문관부는 올 1월부터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무슬림 시장 키우기에 나선다.

문관부의 주요 계획은 △인프라 개선 및 개별관광객 확대 △한류소재 활용 방한상품 개발 및 판촉 확대 △중동지역 의료관광객 확대 △한국관광 인지도 제고 △문화분야 교류 협력 확대 등이다.

문관부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무슬림 관광인프라 개선사업. 문관부는 지난 1월 이슬람 문화권 식당 또는 무슬림이 방문 가능한 한식당을 5개 등급으로 구분한 영문 음식가이드북 ‘Muslim Friendly Restaurants in Korea’와 ‘무슬림 관광객 유치 안내서’를 발간, 배포했으며 오는 5월에는 아랍어로 된 무슬림 음식 가이드북을 발간할 계획이다. 2016년부터는 무슬림 식당에 대한 친화 등급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인천국제공항 및 관광공사 내에 기도실 시설을 보완하고 주요 관광지에 무슬림 전용 기도실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무슬림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도 나선다. 여행업계 등을 대상으로 세미나(6월) 및 교육(4회)를 실시하고 무슬림 관광시장 및 할랄식품 등 무슬림지역을 사업화 하기 위한 내용을 다룰 3부작 다큐멘터리 제작도 추진된다.

개별관광객 수요 확대를 위해서는 무슬림지역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한 순회 설명회 및 방한 초청 팸투어를 실시하고 강원도와 공동으로 비무장지대(DMZ) 무슬림 특화상품을 올해 상반기 내에 개발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의 무슬림관광객들이 한류 붐을 타고 한국관광을 택하는 만큼 한류를 활용한 방한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대규모 한류콘서트나 케이팝 공개 방송 시 외국인 전용좌석 확보를 통해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한류 파생상품 개발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중동지역 의료관광객 확대를 위해 올 10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의료관광대전을 개최하고 쿠웨이트 Medical Conference and Exhibition(4월) 및 이스탄불 Medical Tourism Fair and Seminar(5월)에 참가하는 등 의료관광객 확대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의료관광 온라인 플랫폼(www.visitmedicalkorea.com)에 아랍어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밖에도 그동안 다소 약했던 양국 문화교류 및 인지도 확보에 적극 나서며 한국을 친근한 여행지로 인식시키는데 노력할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는 TV, 라디오 등의 전통매체와 인터넷, SNS 등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홍보활동을 통해 매력적인 한국관광 콘텐츠를 소개할 계획이다. 이미 이러한 홍보사업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매년 무슬림 시장에 거주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관광 홍보활동에 대한 설문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는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한 방송매체 효과조사를 추가 실시해 더욱 전략적인 홍보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16억 무슬림관광객에 쏠린 시선

우리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인 이른 바 ‘무슬림친화관광지’도 있다.

‘마스타카드-크레센트레이팅 세계 무슬림 여행지수(MasterCard-CrescentRating Global Muslim Travel Index, 이하 GMTI) 2015’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非)이슬람협력기구(OIC) 여행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곳은 싱가포르로 65.1점을 받아 1위를 기록했으며 다음으로 태국(59.2점), 영국(55.0점), 남아프리카공화국(51.1점), 프랑스(48.2점)가 상위 5개국에 포함됐다.

한국의 경우 GMIT 조사 대상 100개 여행지 중 38.6점을 받아 55위로 집계됐다. 아시아태평양 여행지들의 평균 점수(54점)과 100개 여행지의 종합 GMIT 평균 점수인 43.8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 이슬람협력기구 국가 중 가장 무슬림친화적관광지라는 평가를 받은 싱가포르는 이슬람교를 포함한 다양한 종교와 인종이 조화를 이뤄 사는 도시 국가로 민족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무슬림을 위한 이슬람 사원을 국립모스크로 지정해 보호하는 등 다양한 종교와 인종을 존중하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와 같은 무슬림 국가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항공, 호텔, 투어 등 전체 여행 서비스가 모두 무슬림관광객의 특성에 맞춰진 ‘할랄 트립’을 선보이는 등 무슬림 특화 서비스를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무슬림에 대한 인식이 낮은 아시아권의 사례를 살펴보자면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은 관광업계뿐만 아니라 식품업계에서도 할랄 인증을 어필하면서 무슬림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례로 일본 음식에 많이 이용되는 간장과 된장은 양조과정에서 알콜이 발생되는데 양조방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할랄 기준에 맞는 간장을 이용한 일본음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호텔에서는 예약 받은 고객에 한해 조리기구와 재료를 모두 이슬람 율법에 맞춰 준비해 제공한다. 객실에는 기도를 위한 매트를 비롯해 메카 방향을 알 수 있는 스티커도 제공한다.

특히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더 많은 할랄식당과 기도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무슬림관광객 유치는 관광업이 주요 경제활동인 필리핀에서도 중요 관심사다.

필리핀관광부는 올해 무슬림관광객 20% 유치 증대를 목표로 전 세계 관광객 중 12.5%를 차지하고, 1,370억 달러를 소비하는 중산층 무슬림 관광객 유치 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세부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는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할랄스파 및 할랄식당, 기도실 등 인프라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무슬림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무슬림을 위한 인프라. 중요한 것은 인프라 조성만큼 무슬림에 대한 이해와 존중도 동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가 비 이슬람협력기구 중 가장 무슬림친화적 여행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여러 이점이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여행전반에 이슬람문화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었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