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87호]2015-04-17 13:29

현지취재 - 타이완 (上)



타이완의 명산 아리산에서 1박2일
 
 
글 싣는 순서

●타이완<上> 봄을 품은 타이완
타이완<下> 타이중을 맛보다
 
 

지독한 꽃샘추위를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이다가 3월 초 타이완 출장 기회가 주어졌다.

봄이 올만도 한 3월인데 1월의 한파와 견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썰렁했던 한국을 벗어나 따뜻한 타이완을 갈 수 있다는데 환호성을 질렀더랬다. 타이완 출장소식에 주변의 부러움을 샀건만 웬걸. 타이중공항에 첫 발을 내리자 기자일행을 반갑게(?) 맞이한 건 한여름 장마마냥 거침없이 쏟아지는 장대비였다.


가이드는 지속된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비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이 비는 안타깝게도 아리산 여행 내내 끈질기게 들러붙었다. 때문에 기자일행은 ‘사진을 포기한 대신 자연 미스트로 고운 피부를 얻었다’고 우스갯소리로 위안을 삼았다. 한국의 꽃샘추위가 타이중까지 그리고 목적지인 아리산까지 줄곧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봄을 품은 아리산’여행은 궂은 날씨마저도 무색하게 만들만큼 매력적이었다고 단언한다. 트레킹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으며 추위와는 무관하게 만개한 꽃봉오리들로 이른 봄을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 아리산에서의 1박 2일 트레킹 여행기를 본지에 담았다.


취재협조 및 문의=타이완관광청 서울사무소(02-732-2357~8)
아리산·푸리=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산악열차부터 트레킹, 일출감상까지
 

 
DAY 1. 펀치후기차역&벚꽃 트레킹



기자일행의 메인 방문지인 아리산을 가기 위해선 타이중공항에서 자동차로 장장 3시간을 달려야 한다.


전용차량으로의 이동이 어려운 개별여행객은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면 된다. 소요 시간은 전용차량 이동과 비슷하다. 타이중역에서 자이역까지 기차로 40분 이동한 후 자이역에서 오른쪽으로 나오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그곳에서 아리산행 버스를 타고 2시간 30여 분을 이동하면 된다.



아리산은 제주도의 한라산처럼 하나의 산을 뜻하지 않는다. 아리산은 해발 2,000m 이상의 산봉우리 20여 개가 모여 있는 산군이다. 타이완 내 명산 중에서도 가히 으뜸이라 불리는 아리산은 트레킹, 산악열차, 일출감상 등 다양한 테마 여행이 가능하다.




그전에 ‘금강산도 식후경!’ 식도락여행 먼저 즐기자. 아리산의 3분의 2 지점에 위치한 펀치후 마을이 요동치는 배꼽시계를 잠재울 장소다. 펀치후 마을은 해발 1,405m 지점에 위치한 오래된 산간마을로 한국어로 직역하면 분기호 마을이다. 과거 아리산을 올라가는 열차가 석탄을 연료로 했기 때문에 중간 지점인 펀치후 기차역은 열차에 연료를 공급해주는 휴게소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자연스레 근로자들도 쉴 겸 요기도 할 겸하면서 도시락 장사꾼들이 생겨나게 된 것. 펀치후 기차역을 따라 내려가면 ‘도시락 촌’이 형성된 노가(老街) 시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시락들은 모두 과거 근로자들이 먹었던 음식들로 구성됐다. 자극적이지 않고 특별한 반찬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흔한 도시락 비주얼에 실망한 것도 잠시.


아리산 나무로 만든 도시락통에 담긴 음식들을 아리산 나무로 만든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널찍이 펼쳐진 차밭을 보자니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배를 두둑이 불리고 난 후 펀치후 기차역으로 향했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펀치후 기차는 가희역에서 매일 오전 9시 출발해 펀치후역에 오전 11시 도착한다. 그리고 오후 2시 가희역으로 돌아간다.


가희역에서 펀치후역까지 오는데 30여 개나 되는 터널을 통과한다. 기찻길이 산군을 나선형으로 둘러맨 형태로 한 장소를 네 곳의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어 풍경 감상의 재미가 쏠쏠하다. 펀치후역 기차차고지에는 과거에 사용됐던 열차가 전시돼 있어 펀치후역의 역사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펀치후역을 떠나 10분 정도 차를 타고 해발 100m 가까이 더 오르면 사방이 차밭인 ‘스조마을’에 당도한다. 길 한편에 목조다리가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길게 이어져 있는데 이곳이 일명 ‘벚꽃 트레킹’ 코스다. 2월 중순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한국이나 일본보다 먼저 벚꽃 여행을 즐길 수 있다.





 
DAY 2. 일출감상&트레킹+추족문화원



아리산의 둘째 날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부터 시작한다.


아리산을 방문했다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일정, 바로 아리산 일출감상이다. 아리산 내 호텔 예약 시 일출기차 예약도 병행하면 된다. 호텔에서 일출시각과 함께 기차역까지 가야하는 셔틀버스 시간도 함께 알려주기 때문에 더 편리하게 일출감상을 즐길 수 있다. 만약 호텔을 통해 일출기차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아리산역 2층 매표소에서 구입하면 된다. 일출기차 티켓 구매 가능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로 하루 단 1회 출발한다.



아리산 기차는 7칸으로 구성된 빨간색 기차다. 한 칸 당 5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한다. 즉 하루에 350여 명의 인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아리산에 도착했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일출기차 티켓 예매가 된다. 티켓 가격은 12세 이상 64세 이하인 경우 왕복 150타이완달러, 6세 이상 11세 이하 및 65세 이상은 왕복 75타이완달러이며 5세 이하는 무료다.
기자일행은 호텔에서 5시 정각 셔틀버스로 아리산역에 당도했다. 5시 20분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섰다.


아리산역에서 주산역까지 편도 20여 분 소요된다. 기차에 몸을 싣자 출발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아리산 원주민의 노래가 흐른다. 주산역에 도착하면 보이는 것은 입구 앞에 큼지막하게 쓰인 복편 시간이다. 개찰구 밖으로 나가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와 요깃거리를 즐길 수 있는 가판대가 있다.


그러나 숨은 고수들은 그곳에서 500m 위로 올라간다. 시야가 탁 트인 전망대가 놓여있기 때문. 아쉽게도 일출감상에는 실패했다. 아리산은 해발고도가 높다보니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확률이 그리 높진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일출을 감상한 이들은 재방문하게 되면 꼭 찾는 곳이 주산역 일출 전망대라고.



타고 왔던 기차에 몸을 싣고 내려가면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아리산의 숨은 속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정도로는 아쉽다.




아리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아리산 삼림유락구 트레킹에 나서자. 삼림유락구 안으로 들어서면 목을 허리까지 꺾어야 한 그루의 나무 전체를 볼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숲길을 마주한다. 그 안에서의 재미는 기이한 형태의 거목들. 코끼리 모양의 신목(귀신 나무)와 사람 15명이 양팔을 이어야 겨우 안을 만큼 거대한 45m 길이를 자랑하는 거목은 재미도 있지만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대목이기도 하다.


편백나무 향을 맡으며 삼림욕을 즐기고 산악열차를 타고 일출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끼다 보면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했건만 반나절이 훌쩍 지나고 만다.



아리산역에서 1시간 여 내려오면 ‘아짱의 집’이라는 민박집이 자리한다. 아직 한국인들의 발길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아짱의 집’에서 추족민들이 과거 즐겨 먹던 전통음식을 현대식으로 만든 퓨전 요리를 맛봤다.


그곳에서 5분여 떨어진 ‘요요바스 추족문화원’에서는 아리산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삶을 볼 수 있다. 오후 2시에는 대공연장에서 추족민들의 전통 무용 과 노래가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진다. 또 추족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역사관도 마련돼 있으며 이들이 직접 재배하는 차(tea)도 구매할 수 있다.
 


 

가족여행객에 제격인 청정도시 ‘푸리’


푸리는 타이완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아리산보다 르웨탄과 더 근접하다. 최근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는 ‘푸리종이공장’이다. 종이로 직접 인형을 만들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며 종이로 만든 기념품 숍과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푸리종이공장’은 일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단, 설날 전날인 음력 12월 31일 단 하루만 쉰다.) 입장료는 50타이완달러다. 단, 키가 110cm 이하인 경우 입장은 무료다. 입장료에는 공장 전시관 구경과 기념품이 포함됐다.


‘푸리종이공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종이가 만들어지는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종이공장의 내부를 유리창으로 구경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2층으로 올라가면 종이로 만들어진 각종 전시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일반 성인 남자보다 큰 곰 조형물부터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크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 종이는 ‘푸리종이공장’만의 특허 기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시관을 한 바퀴 빙 돌면 가장 끝 코너에 수백 가지가 넘는 포장지들이 일렬종대로 전시돼 있다. 타이완, 영국, 미국, 한국 등 전 세계 각지로 수출 중이라고. 포장지의 종류가 이렇게나 다채롭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특히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문양과 색의 포장지를 구경하고 있자니 누군가에게 당장이라도 선물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전시관 구경을 끝마치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기념품 숍이 있다. 이곳의 기념품들은 모두 종이로 만들었는데 가장 놀라운 품목이 모자다. 챙이 넓은 모자나 비니 형태의 모자 등 형태와 종류도 다양한데 빗물에도 젖지 않고 세탁도 가능하단다.


기념품 숍을 빠져나올 때면 인심 좋은 사장 아저씨가 다양하게 전시된 핸드폰 액세서리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비행기 모양, 토끼, 목이 긴 기린부터 타이완의 마스코트 팬다 등. ‘푸리종이공장’에서 가장 진중한 시간을 보내는 때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 코스는 바로 직접 체험하는 D.I.Y(Do it Yourself)다. D.I.Y 공예는 30명 이상인 경우 예약해야 하지만 그 이하인 경우에는 현장에서 바로 참여 가능하다.


공장 내에는 한국어 가능 직원도 상주해 있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직접 체험하면 알게 된다. 의사소통을 할 만큼 어렵지 않다는 걸. 체험 코스별로 참여시간과 비용이 다른데 A코스부터 D코스까지 마련됐다. 가장 무난한 코스는 A코스로 140타이완달러다. 비행기나, 김밥 등 가장 작은 종이공예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C코스부터 인기가 높은데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인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을 만든다. 199타이완달러며 20분 소요된다. (www.pulipaper.com/di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