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88호]2015-04-24 14:46

서울 주요 MICE센터




“내 돈 주고 커피 한 잔 마시기도 어렵다니…….”
 

 
3년 연속 ‘세계 5위 국제회의 개최도시(UIA, 국제협회연합 통계)’, 2년 연속 ‘최고의 국제 비즈니스 미팅 도시(비지니스 트래블러스)’, ‘2013년 최고의 MICE 도시(글로벌 트래블러)’까지. 위에 언급한 성과는 국제행사를 개최하기에 최적의 도시로 입증된 서울시의 화려한 수상 실적을 나열한 것이다.



겉보기에 서울은 세계 제1의 MICE국가로 부족함이 없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인천공항과 공항에서 서울 도심까지 불과 3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 빠른 교통 인프라, 대도시 곳곳에 위치한 현대적 호텔 그리고 MICE 친화 전략까지. 그러나 이처럼 화려하고 두꺼운 비단 옷의 한 꺼풀만 벗겨내면 금세 얇고 찢어진 속살이 나온다. 서울시의 MICE인프라는 경쟁국 대비 현저히 부족하며 하드웨어는 부실하다. 제대로 된 편의시설이나 맞춤형 서비스 하나 없는 서울시가 대체 어떤 힘으로 회의 수요를 지속 유치한다는 것일까?



자료 협조 및 문의=서울관광마케팅(www.seoulwelcome.com),
MICE Seoul(http://www.miceseoul.com), 한국관광공사(http://kto.visitkorea.or.kr)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서울 내 주요 컨벤션 센터 ‘빈익빈 부익부’ 현상 만연

행사 없을 때는 건물 방치, 활용도 떨어 지고 시설 낙후
 
 

<컨벤션 인프라 규모 3배 이상 늘린다는데?>


선진관광시장의 경쟁력을 논할 때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하는 주요 분야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의 창조다. 한국은 그간(지금도) 관광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주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구축에만 미련할 정도로 힘을 쏟았다. 좋은 호텔, 크고 화려한 컨벤션 센터, 세계 최고의 수식어를 달 수 있는 고층 탑과 건물, 쇼핑 타운, 면세점 등이 그것이다.



볼거리와 즐길거리, 문화 콘텐츠 등 해외여행객이 선택해 체험할 수 있는 정신력의 산물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단지 소비하고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으리으리한 빌딩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얘기다.

 
 
MICE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와 서울시는 최근 몇 년 간 서울시의 회의 유치 성과에 고무돼 아예 중장기 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동 시장 공략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서울시의 핵심 목표는 오는 2018년까지 (서울시를) 세계 3위의 MICE 도시로 만드는 것.


더불어 2,000만 외래관광객 조기 달성으로 관광객 유치 (수적인)면에서 전 세계 5위의 관광도시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시는 이러한 원대한 목표 달성을 위해 △MICE 리서치 센터 신설 △MICE 지원금 확대 △단계별 맞춤형 지원서비스 △MICE 특화관광 프로그램 확대 등의 전략을 운영중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 같은 전략과 플랜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 관계자들은 서울시의 MICE전략에 대해 현장 의견이나 목소리를 수렴할 줄 모르는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고 강하게 지적한다.



특히 오는 2020년까지 전시·컨벤션 인프라를 기존보다 3배로 늘리고 ‘도심형 컨벤션 지구’를 육성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원성의 목소리가 높다. 부지 확보는커녕 내수 경기 불황으로 사업 진출을 선언한 기업이 전무한 상황에서 결국 신생 컨벤션센터 확보보다는 기존 센터들의 유지 보수가 대안이라는 것. 더 현실적인 지적도 있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임기가 오는 2018년 6월로 종료됨에 따라 후임 시장이 박 시장의 계획을 이어서 MICE 사업을 전개할지 확실치 않은 만큼 섣불리 투자에 나서거나 조직을 변화하려는 기업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aT센터, SETEC 직접 방문해 보니>

서울시는 <2015 Meeting Planners Guide>를 통해 서울의 주요 컨벤션 센터로 코엑스, SETEC, aT Center, 63컨벤션 센터까지 총 4개를 지정하고 컨벤션 호텔로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 K호텔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롯데호텔월드, 신라호텔, 롯데호텔서울, 반얀트리클럽엔스파 등 41개를 제시했다. 이 중 4월 14, 15일 양일에 걸쳐 서울 4대 MICE센터 중 하나인 aT센터와 SETEC을 직접 방문했다. 앞서 삼성동 소재 코엑스와 여의도 63빌딩도 직접 다녀왔지만 다른 두 센터에 비해 시설이 앞서 나간다는 느낌이 있어 제대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먼저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양재동 aT센터는 전시, 회의 공간이라는 이미지 보다는 양재 꽃 시장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라는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하다. 그래서인지 유치한 행사들도 주로 식자재나 농수산 식품과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



‘2014 대한민국 과일화훼 산업대전’, ‘한국 춘란전시회’, ‘2014 코리아 푸드 트렌드 페어’, ‘2014 서울 커피 엔 티페어’, ‘서울 국제 프렌차이즈 창업 박람회’ 등 관광이나 국제회의와 연결된 전시 및 컨펀러스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침 센터를 방문한 날 2층에서는 ‘2015국제외식산업 식자재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전혀 북적거리지 않았다. 대부분 밖에 나와 앉아있거나 현장에도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aT센터의 1,2층은 주로 전시장으로 사용된다. 회의실, 중회의실, 대회의실 등의 회의실을 3층부터 5층 사이에 마련해 놓고 지하철 역과 연결된 지하 1층에 편의 시설이 밀집돼 있다.





편의 시설은 한식, 중식, 스낵, 편의점, 커피숍 등의 푸드 관련 시설과 꽃집, 은행 ,여행사, 문구점, 헬스클럽 등 여러 개의 시설이 혼재해 있어 국제회의가 열리는 센터치고는 조잡하다는 느낌이다. 지하 1,2층에 걸쳐 푸드 코너를 운영하고 무려 40개에 달하는 쇼핑 브랜드로 특구를 조성한 코엑스의 로비 및 1층과 비교하면 차이가 심각하다. MICE센터 사이에서도 ‘빈익빈부익부’가 존재하는 셈이다.




3호선 학여울역에 자리한 SETEC도 상황이 빈약한 것은 마찬가지. 전시장 입구부터 들어가는 내부까지 동선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으며 행사나 전시회가 없을 경우 유령센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욱이 SETEC은 코엑스와 불과 몇 십분 밖에 차이나지 않는 강남대로에 위치해 있음에도 MICE센터로서의 특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비좁은 주차장은 물론 시설 운영 면에서 참관객들이 즐길만한 시설이 전무하기 때문. 흔한 카페테리아 하나 발견하기가 어렵다.



14일 SETEC의 외부 전경을 사진으로 촬영하자 경비로 보이는 사람이 기자 카메라에 자꾸만 걸렸다. 행사가 있어서 자료를 남기려 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카메라를 치워줄 것을 요청했다. 만약 기자가 아닌 정말 전시/회의 담당자가 센터를 찾았다면 어떤 말들과 고성이 오갔을지, 괜스레 씁쓸해졌다.
 
 
 


[서울 관광·MICE 마스터플랜]

(주)서울관광마케팅 내 신설 예정인 ‘MICE 리서치 센터’는 유치 가능한 회의가 파악되면 우선 국내 가입기관의 정보를 파악한 후 회의 유치의향 조사 및 유치독려를 추진한다.


이때 ‘MICE 종합정보시스템’도 구축해 센터에서 수집한 정보와 산재돼 있는 국제 DB, 국내외 관련단체 정보, 유치 진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 전략적인 유치활동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회의는 전담 팀을 운영하고 유치를 추진하는 단체의 대표를 서울 MICE 유치대사(Ambassador)로 위촉하는 등 전방위 유치전을 펼친다.



MICE 유치 뿐 아니라 성공적인 개최까지 지원해 재 개최율을 높이고자 서울관광마케팅 내에 ‘MICE 개최 지원센터’도 함께 개설한다. 개최 지원센터는 국제회의를 유치했지만 경험이 부족한 단체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컨설팅과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울웰컴킷, 인천공항 환영메시지 등 각종 행정지원을 한다.



기존 MICE 유치 단체 대상 지원책은 유치컨설팅을 비롯해 영어유치발표 기술을 일대일로 교정하는 유치클리닉, 국제기구 실사단 방한 지원, 해외공동 유치활동 등이다.



끝으로 참가자들이 회의 참석 뿐 아니라 관광을 통해 체류기간을 연장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관광활동 촉진을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 1일, 반일, 야간, 동반자 투어 등 20개 특화관광 프로그램을 주최측의 수요에 따라 행사 특성에 맞는 맞춤형 관광프로그램으로 제시하며 투어 프로그램 운영 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또 행사 참가자들이 MICE 행사 참가 전부터 서울관광 활동을 설계할 수 있도록 주최 측 홈페이지 배너광고와 이메일 등을 활용해 사전에 관광정보를 제공한다.



금전적 혜택도 있다. 서울시는 서울로 MICE를 유치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금도 확대한다. 우선 국제회의의 경우 기존 최대 1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기업회의·인센티브 관광은 기존 최대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한다.
강태웅 서울시 관광기획관은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유치활동,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환대, 관광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세계 3대 MICE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